피의 꽃잎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9

피의 꽃잎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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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재와 탐욕, 신식민주의에 신음하는 민중의 삶을 집요하게 형상화한 응구기 와 시옹오의 끈질긴 문학적 투쟁!
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 『피의 꽃잎들』. 유년 시절과 십 대를 거쳐 이십 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식민지의 현실을 낱낱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저자는 식민 지배 전후의 케냐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을 써왔다. 투옥 가능성을 감수하고 써내려간 이 작품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농민과 지식인의 처절한 삶을 기록하고, 식민 지배자였던 백인 세력과 야합하여 민중을 배신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고발한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케냐의 작은 마을 뉴 일모로그, 정재계 유명 인사 세 명이 창녀촌 주인인 완자의 저택에서 한꺼번에 방화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무니라, 압둘라, 카레가를 구금하고 그중 초등학교 교장인 무니라에게 지난 일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게 한다. 무니라는 이들을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동안 일모로그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더듬으며, 방화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추적해 나간다.

이 소설은 중심인물인 무니라, 압둘라, 완자, 카렌자가 세 명의 유명 인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들 중 하나가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범죄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살인 사건의 전모를 풀어헤치는 과정에서 식민주의, 무장 독립 투쟁,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신식민주의, 매판 자본 등 케냐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조명된다. 이 책의 제목 ‘피의 꽃잎들’은 벌레들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도 없고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도 없는 케냐의 현실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권력에 억압당하는 민중을 지칭함과 동시에, 권력에 맞서 정신적 독립을 쟁취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저항적인 민중을 지칭하는 것이다.
저자

응구기와시옹오

저자:응구기와시옹오

1938년케냐나이로비에서40킬로미터정도떨어진카미리수에서태어났다.당시케냐는영국의식민지였으며,시옹오는런던대학교의분교였던마케레레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영국리즈대학교에입학했던1964년에첫소설『울지마라,아이야』를발표했다.1967년대표작이된『한톨의밀알』을출간하고나이로비대학교영문학과교수로부임했다.이후모국어인기쿠유어와케냐공용어인스와힐리어로글을쓰기로결심하면서,‘제임스응구기’라는세례명대신‘응구기와시옹오’라는이름을사용하기시작했다.1977년에신식민주의자문제를파헤친역작『피의꽃잎들』을발표한후독재정권에의해투옥되었으며,결국1982년에는영국에서귀국하지못하고미국으로건너가예일대학교등의교수를역임했다.2004년,소설『까마귀의마법사』를출간하고22년만에케냐로갔으나불의의사고를당한후다시미국으로돌아갔다.로터스문학상,노니노국제문학상,미국비평가협회상등을수상했으며,현재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재직중이다.



역자:왕은철

전북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메릴랜드주립대학교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대문학》을통해문학평론가로등단했으며유영번역문학상,전숙희문학상,전북대학술상,전북대수업상을수상했다.현재전북대학교영어영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옮긴책으로『주저하는근본주의자』,『한톨의밀알』,『비밀요원』,『야만인을기다리며』,『남자들의나라에서』,『호랑이의아내』,『천개의찬란한태양』,『연을쫓는아이』,『예닌의아침』,『자유로운삶』등40여권이있으며,지은책으로『J.M.쿳시의대화적소설』,『문학의거장들』,『애도예찬』등이있다.

목차

1부걸으며11

2부베들레헴을향하여239

3부태어나며373

4부투쟁은계속된다509

작품해설673

작가연보685

출판사 서평

식민지배전후의케냐사회를고발하는작가응구기와시옹오
작가를투옥당하게만든문제작『피의꽃잎들』

매해노벨문학상수상후보에오르내리며아프리카문학을대표하는작가응구기와시옹오의작품『피의꽃잎들』이민음사세계문학전집339번으로출간되었다.응구기와시옹오는1938년케냐에서태어나케냐와미국을오가며활동하는세계적인작가다.태어나면서부터서구아프리카식민제도의한복판에‘내던져진’그는유년시절과십대를거쳐이십대중반에이르기까지식민지의현실을낱낱이볼수있는위치에있었다.당연한결과로식민주의와독립투쟁의경험이그의초기소설인『울지마라,아이야』,『샛강』,『한톨의밀알』등을관통하고있다.또한그는1963년식민지배가종식된후에도케냐에밀어닥친역사의물결을응시하며그것에부대끼며살아왔다.『한톨의밀알』이후에발표한작품들,즉『피의꽃잎들』,『십자가위의악마』,『내가원할때결혼할거예요』등은모두식민지배전후의케냐역사와불가분의관계에있다.
『피의꽃잎들』은독재정권에대한강력한비판의메시지를담고있어작가를투옥되게한문제작이다.1977년,식민주의자들과결탁한신식민주의자들의문제를파헤친이작품을발표한후당시부통령이자1982년부터는대통령이되어이십년동안장기집권한대니얼아랍모이의분노를사고투옥되었던것이다.투옥가능성을감수하고써내려간『피의꽃잎들』은자본주의와부패한권력자들에게농락당하는농민과지식인의처절한삶을기록하고,식민지배자였던백인세력과야합하여민중을배신하고그위에군림하는기회주의자들을고발한다.작가란“마음의의사요,공동체의영혼”이라규정했던응구기이기에이작품역시고통받는민중을대변하면서그들의상처를어루만지고있다.
수감된상황에서도그는김지하시인의「오적(五賊)」에서영감을얻은작품인『십자가위의악마』를썼는데,종이가없어화장지에다써내려갔다고한다.구체적인기소나재판절차없이수감되어있던그는국제사면위원회의석방노력덕분에1년만에감옥에서풀려났다.그후1982년,응구기는기쿠유어로썼던『십자가위의악마』를직접영어로다시써서출간한후홍보차영국에갔다가케냐독재정권의살해음모를알아채고귀국하지못한채유랑하게된다.이후영국에서한동안살다가미국으로건너간그는예일대학교,이스트매사추세츠대학교,스미스대학교,미시건대학교,뉴욕대학교등에서객원교수를역임하며미국에서작품활동을계속해갔다.2004년,모이의독재정권이종말을맞자,22년간에걸친귀양을끝내고가족과함께케냐로돌아가지만,또다시봉변을당하고가까스로목숨을건지는충격적인사건을겪는다.다시미국으로돌아간그는현재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교수로재직하며여전히작품활동에매진하고있다.

식민주의이후배금주의에물든아프리카사회,
계속되는민중의수난과비극적인역사에대한낙관의이야기

신도시개발이한창인케냐의작은마을뉴일모로그,정재계유명인사세명이창녀촌주인인완자의저택에서한꺼번에방화로죽는사건이발생한다.경찰은이사건의용의자로무니라,압둘라,카레가를구금하고그중초등학교교장인무니라에게지난일을일기형식으로기록하게한다.무니라는이들을처음만났던시절을떠올리고그동안일모로그에서벌어졌던일들을더듬으며,방화사건의범인이누군지추적해나간다.10여년전,미래는꿈꾸지못한채가난하고비참하게살아가는일모로그에교사로부임한무니라는또다른외지인압둘라와마음을나누며그럭저럭적응해간다.여기에아름답고용기있는여성완자와젊은교사카레가가합류하면서일모로그를좀더나은곳으로바꾸려는변화의기운이꿈틀댄다.백인들이짓밟아놓은전통문화를되살리고민족적자부심고양과국가의진정한발전을위해동분서주하지만,시련과좌절이이들을기다리고있었다.
소설은중심인물인무니라,압둘라,완자,카렌자가세명의유명인사를살해한혐의로체포되는것으로시작하여그들중하나가범인으로밝혀지는것으로마무리되는범죄소설형식을취하고있다.이살인사건의전모를풀어헤치는과정에서식민주의,무장독립투쟁,영국으로부터의독립,신식민주의,매판자본등케냐의역사가자연스럽게조명된다.독자는소설속에서벌어지는흥미로운이야기를따라가는과정에서케냐의역사에자기도모르게친숙해지게되는데,이것은자칫지루해질수있는역사적사실들이자연스럽게스토리속으로녹아들게만든작가의능수능란한스토리텔링기법이빛을발하는부분이다.
독재와탐욕,매판자본과신식민주의에신음하는민중의삶을집요하게형상화한응구기의작품속에는그러나미래에대한깊은낙관이자리잡고있다.민중이정치적으로눈뜨는과정을풍자와해학,우화,구전의요소들을적절히섞어가며감동적으로형상화함으로써자신이왜케냐,아니아프리카를대변하는작가인지를증명해보인다.

내말은과거를박물관으로보존해서는안된다는거예요.오히려그것을환상없이비판적으로보고,미래와현재의전장에서그것으로부터어떤교훈을끌어낼수있는지를생각해야해요.그러나과거를무턱대고숭배하는것은안돼요.어쩌면나도과거에는그랬는지몰라요.그러나나는포장도로도없고전기밥솥도없던과거의사원들과자연에속수무책으로당하는세계를계속숭배하고싶지는않아요.―본문중에서

‘피의꽃잎들’이라는제목이상징하는민중의생명력과저항정신
정신의탈식민지화를위한끈질긴문학적투쟁

응구기를이해하는데있어서중요한것중하나는“정신의탈식민화”라는개념이다.‘피의꽃잎들’이라는제목에는그의의중이잘나타나있다.제목은일차적으로는벌레가먹어서열매를맺지못하고꽃잎이피처럼붉은색을띤다는의미인데,여기에서벌레는억압의주체를지칭한다.따라서제목은벌레들때문에열매를맺을수도없고제대로된꽃을피울수도없는케냐의현실을암시한다.이제목은궁극적으로,벌레들의습격(식민통치)에도불구하고끈질기게살아남은민중의생명력과저항정신을의미하기도한다.결국‘피의꽃잎들’은권력에억압당하는민중을지칭함과동시에,권력에맞서정신적독립을쟁취하려고몸부림을치는저항적인민중을지칭한다.
그는“아프리카작가는아프리카농민과노동자들과효과적으로의사소통을할수있는언어,즉아프리카의언어로글을써야한다.”라고믿고그걸실천하고자했다.그가제임스응구기라는세례명을쓰다가응구기와시옹오라는아프리카식이름으로개명한것도정신의탈식민화를위한몸짓이었다.또한『한톨의밀알』을발표한이후영어가아니라기쿠유어로소설을쓴것도같은이유에서였고,『피의꽃잎들』에서도역시기쿠유어단어로고유의문화적유산을생생히그려냈다.이를통해응구기는언어라는것이사실은피식민주의자의정신세계를식민화하는문화제국주의의도구라는점을강조하며이에저항했던것이다.

조지프,잘들어라.너는미국아이들이읽는백과사전과성경을읽은거야.그들은아프리카인의영혼과마음을훔치는데성경을이용했다.아프리카인이모자를접어뒤에들고마냥웃으면서차관,대부,기아구호라는딱지가붙은작은것들에감사의기도를하는동안,큰회사들은금과은과다이아몬드를수집하느라바빴다.그사이,우리는나는쿠케인이다,나는루오인이다,나는루이아인이다,나는소말리아인이다……라며싸우기만했다…….―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