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4

뇌우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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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차오위

저자:차오위

1910년톈진의몰락한봉건관료집안에서태어났으며본명은완자바오[萬家寶]이다.그의아버지는지방벼슬을지냈으나실의한후집으로돌아왔고어머니는그를낳은지사흘만에산욕열로사망하여우울한성장기를보냈다.난카이대학에입학하여연극활동을하였고,칭화대학으로전학하여본격적으로서양희곡을공부하였으며,입센으로졸업논문을썼다.1934년24세의나이로희곡『뇌우』를발표하며극작가로데뷔하였고,이작품은근대극을확립한극작가입센에비견할만하다는찬사와함께중국최초의근대극을창출한것으로평가받았다.

이후『뇌우』와함께‘차오위의삼부곡’이라고불리는『일출』,『원야』를잇따라발표하며근대극의대표작가로서입지를굳혔다.중일전쟁을겪으며『태변』,『베이징인』등사실주의작품을썼고종전이후에는중국희극가협회,중앙희극학원,베이징인민예술극원등에서요직을지냈다.그의문학과연극에대한끊임없는열정은1996년그가세상을떠난후에도여전히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고있다.



역자:오수경

서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국립대만대학교에서문학석사학위를,서울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학교중어중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중국희곡과중국연극사를가르치고있다.지은책으로는『송원희곡고역주』,『중국고전극읽기의즐거움』(공저),『동아시아전통축제의재발견』(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백토기』,『찻집』,『버스정류장』,『피안』,『중국고대극장의역사』(공역)등이있으며,『한국연극사』등을중국어로옮겼다.

목차

등장인물
서막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미성(尾聲)
부록『뇌우』서(序)
작품해설
작가연보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뇌우,번쩍이며내리치는운명혹은욕망

대지주조우푸위안에게는젊은아내조우판이와두아들이있다.조우푸위안은전형적인가부장으로,가정내에서절대적인권력을갖고아내에게복종을강요한다.하지만가슴속에활화산같은열정을가진여인조우판이에게는이대저택조차숨막힐듯답답하기만하다.쾌락과우울을오가던어느날,남편은그녀가이상하다며급기야정신과의사를불러온다.그러나그녀를쥐고흔드는것은마음의병이아니라,비밀스럽게타오르는여인의‘욕망’이다.

조우판이(창문을열고숨을들이쉬며,혼잣말로)더워죽겠어.답답해서미치겠어.여기선정말더이상살수가없어.오늘은화산분화구라도돼서활활불을뿜어내어모든걸깨끗이불살라버리고싶어.다시얼음구덩이에빠져서얼어죽는한이있더라도,내일생한번뜨겁게불살라봤으면좋겠어.내과거는끝났어.희망도죽어버렸고,흥,난이제뭐든지각오가돼있어.와봐,날미워하는사람,와보라고.날실망시킨사람,내질투심에불을지르는사람도모두오라고.너희를기다리고있으니.
-본문104쪽~105쪽
한편,큰아들조우핑은하녀루쓰펑과사랑에빠진다.대갓집규수들을마다하며그가루쓰펑을사랑하는이유는,그녀의몸에충만한투박하고정직한매력과‘생명력’이다.교양과위엄으로쌓아올려져그자체가질서로다져진조우씨저택에서조우판이와조우핑,그들은무엇에그토록목말라있는것일까?

조우판이내게빚을졌으니책임을져야지.새로운세계를발견했다고혼자도망가서는안되지.
조우핑지금당신이쓰는말이얼마나무시무시한지알아요?아버지같이이렇게……이렇게체통있는집안에서쓸말은아니죠.
조우판이(화를내며)아버지,아버지,아버지란말좀그만해!체통?너도체통얘기니?(차갑게웃으며)난이런체통있는집안에서십팔년을살았어.조우씨집안의죄악이란죄악은내가다듣고,보고,저질러도봤어.하지만난처음부터너희조우씨집안사람이아니었어.내가저지른일은내가책임질거야.난이집안의할아버지,작은할아버지그리고너의잘난아버지같이몰래끔찍한일들을저질러놓고는다른사람에게덮어씌우고서,겉으로는도덕군자요자선가요사회의기둥인척하지는않아.
-본문98쪽~99쪽
조우판이와조우핑,그리고루쓰펑의뒤얽힌관계는부모세대에있었던또다른비밀스러운사건이드러나면서예측할수없는극단으로치닫는다.극중에서‘뇌우’는어머니앞에서거짓맹세를하는루쓰펑을위협하는힘이자동시에조우판이의걷잡을수없는광기를상징하기도한다.인물들을쥐고흔드는운명이면서,그운명을위험에처하게하는욕망인셈이다.우울한하늘빛을깨치며번쩍하고모습을드러내는뇌우처럼엄격한봉건사회속에서도어쩔수없이비집고나오는욕망은인물들을끊임없는고뇌속으로몰아넣는다.

■차오위의시적리얼리즘-‘내가쓴것은한편의시였다.’

나는그렇게분명하게뭘바로잡고풍자하거나공격하려는의식이없었다.(중략)처음막연히『뇌우』를구상했을때나의흥미를끈것은그저한두가지에피소드,몇몇인물,그리고매우복잡하고원시적인정서같은것들이었다.
-부록『뇌우』서(序)276쪽
차오위는처음부터봉건이라든가풍자같은거시적인관점에서작품을써내려간것이아니라고말했다.오히려그는보다근본적인것,인간과인간의힘을벗어난운명에대한동경에서글을쓰기시작했다고언급했다.작품의모티브가가진시적정서는이렇듯작품전반에녹아들어독백과지문에서마저도시적정취를느끼게한다.
하지만그가그려낸인간의욕망과비극의서사는그배경이되는사회를분명하게직시하고있다.인물들을극단으로몰고가는비밀의정체는부모세대가저지른과거의죄악에서출발한다.그리고그죄악은그것을가능하게했던사회의분위기와그것을다시덮어버릴수도있는사회구조를통해억울한희생양들을만들어낸다.그가동경하는운명의신비란,결국이토록실체적인것이기때문이다.
작가의리얼리즘정신을담아낸‘극시’라는형식은시간과공간을도약하기유리한몸매를하고있다.아름답고도처연한묘사와날카로운대사의맛을통해지금한국의독자들을너무나도쉽게매혹하는것이다.한여름의숨막히는공기로묘사된봉건의시대가번쩍이며내리치는뇌우를지나어떤하늘로드러날것인지,현재를살고있는우리에게이걸출한희곡은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