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혁명기,지식청년의삶을그린‘지청문학’의대표작가한사오궁
혁명의증인이된한세대를추적한,격동하는중국근현대사의생생한보고서
▶이소설은한편의기인록같기도하고영웅전같기도하다.역사와현실에대해대단히뛰어난개괄력을보여준다.―거페이
『일야서』는중국에서1950년대출생한세대들이문화혁명이라는역사의격변기를지나청년에서중년으로한세대를살아낸인생의회고록이다.마오쩌둥의상산하향운동에참여해농촌으로내려온젊은이들앞에는‘지식청년’이라고붙여진이름과달리학교에서멀어져고된노동에시달리고식색(食色)에대한욕망에잠못드는힘겨운나날이펼쳐진다.어느새농촌으로내려올때품었던거대한공산주의의이상은사라지고그자리에남은것은생존을위한고투와도시에대한그리움뿐이다.왕년을추억하는기성세대의자부심과시대의트라우마를간직한채영원한청년이된이들의자기고백은중국근현대사의가장생생한모자이크를완성한다.
세계문학사에서매우특별하게도한세대의정신사를탐구한지청문학의선구자이자‘문화의뿌리를찾는다.’라는의미의심근문학을주창하여20세기후반중국문단을뒤흔든작가한사오궁.역사의질곡과시대의전환을몸소겪어낸근현대사의산증인이자위화,모옌과함께현대문학최고의거장으로꼽히는그의최근작『일야서』는중국지청문학의정수라할수있다.‘일야’는말그대로낮과밤을상징한다.밝음과어둠,이상과현실,혁명과세속의시대가교차하는『일야서』속기억들은격변기를살아온동시대의독자들을뜨겁게위로함과동시에‘인간성이란무엇인가.’라는역사의근본적인질문을무겁게던지고있다.
■혁명의낮(日)과밤(夜)-역사의이름으로미화되기를거부하는인간군상의이야기
우리사회에서‘베이비붐세대’라고하면단순히1950년대후반부터1960년대초반출생한사람들을의미하지않는다.이표현은휴전이후갑작스런사회적안정속에서생존에대한불안을안고태어나,1970~80년대경제성장기를이끌었으며한편으론그혜택을누렸던한세대를상징적으로일컫는말이다.그리고지금그들을바라보는후대의시선에는존경과원망이뒤섞여있다.
비슷한시기,1950년대중국에서태어난세대를일컫는말인‘우링허우(五零後)’는더욱뚜렷한명과암을간직하고있다.문화혁명기마오쩌둥이주도했던상산하향운동은,도시의학생들이농촌으로들어가인민대중을위한문화건설에힘쓰는것을목적으로시행되었다.당시이운동에참여해농촌으로떠났던‘우링허우’는,공산주의이상을실현하기위해청춘을바친중국근현대사의영웅들이자,세속의시대에적응하지못한채혁명의추억만곱씹는중년의얼굴이기도하다.
\그들은일부지식엘리트들에의해어제는반드시퇴출시켜야할사람이었으며(들리는말에따르면,효율을위해서),또한똑같은한무리의엘리트들에의해시끄럽게길거리에내몰리는사람이기도하였고(들리는말에따르면,공평을위하여),유행하는이론에따라수시로혐오의대상이되었다가다시총애를받는그런그림자들이었기때문이다.
-본문중에서\
아직채성년이되지못한나이에농촌으로내려간그들은‘지식청년’이라고불렸다.문화혁명으로인해학교가문을닫게되자실제로는교육에서배제된이들이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모두가배부르게먹고따뜻하게잘수있는세상을만들겠다는공산주의의포부에모든것을걸었던그들의젊음은무모한만큼숭고한것이었다.
그러나그들이맞닥뜨린현실과이상의괴리는너무컸다.도시와는비교도할수없이더러운변소에충격을받아식음을전폐한이도있었고,고된노동에시달리며도시를그리워하기도했으며,식색에의욕망에속절없이굴복하기도했다.진보의시절이아닌방황의시절이었고,문명의시기가아닌야만의시기였으며,영웅담이아닌평범한인간군상의이야기였다.
\여성지식청년들은이런언어폭력에강한반감을느꼈다.욕만나왔다하면얼굴이벌겋게달아올랐다.곁에있던사람들이폭소를터뜨리면사람들앞에서모욕을당했다는생각에더욱기분이상해나지막이‘저질!’이라고중얼댔다.어떤의미에서보면청춘을향한그들의이상은이렇게파괴되고,인생의신앙도그로부터흔들리기시작했을것이라고확신한다.이후그들이하나둘씩어떻게해서든지허둥대며시골을도망치듯떠난것도이런청각적피해와큰연관이있을것이다.아마도이꽃망울들은나와마찬가지로혁명은시와불꽃과돛단배,질주하는준마로가득하다고생각했을것이다.
-본문중에서\
상산하향을직접경험하며6년간농촌에서생활했던작가는그들을역사의이름으로미화하거나,단지위로받아야할대상으로동정하는대신한시대의명과암을조명하며인간존재의참모습을향해다가간다.꿈을품고만났던열두명의‘지식청년’들이훗날자부심과조소가뒤섞여왕년을곱씹는‘아저씨’가될때까지,작가는혁명의증인이된한세대를예리하게추적한다.과연인간다움이란무엇이며,사회와이념속에서인성이억압되었을때어떤불행을초래하는지무겁게물어오는그의필력은격동했던중국의근현대사를관통하여인간보편을향해날아가는거장의화살을연상시킨다.
\여러해가지난후멀리태평양건너편의그는소식이감감했지만시도때도없이어렴풋이내기억에떠올라마음의가장여린구석을흔들었다.(…)점차나에대한그의인내심이줄어들고참기힘들정도로그의언사가각박해져갔음에도불구하고(‘어떻게이런것도몰라?’,‘가서머리박고죽지그래?’같은)그야말로망망하고어두운밤처음으로성냥을그어내창문의등불을밝힘으로써내소년시절을환하게비춰준사람이라는것을인정한다.
-본문중에서\
■문화혁명이후의문학-상흔,반사,심근그리고지청문학
\수업은무슨놈의수업?영어시간에가르치는것이라고는‘LongliveChairmanMao’같은정치적구호뿐이었다.정말웃기지도않았다.수학과목역시계산을할때예로식량이나비료가등장했다.하루는일원방정식을배울때소똥이야기가나오는가하면또다른날은돼지똥을예로들어드는바람에교실전체가득똥냄새가나는것같았다.
-본문중에서\
중국문화혁명이란,1966년부터1976년까지마오쩌둥이주도했던극좌사회주의운동이다.『일야서』의소재가된상산하향운동역시관료주의와자본주의를타파하기위한목적으로시행되었다.마오쩌둥의사망과함께‘극좌적오류’라는평가를받으며막을내린이혁명은,단지정치모델의실패가아니라중국인민들을역사의격변기로몰아간일대사건이되었다.그리고중국역사상전무후무한이시기를배경으로하는문학작품들이속속문단에등장하기시작했다.
문화혁명이끝난후가장먼저문단에등장한것은‘상흔문학’으로,이때의작품들은주로혁명으로인해파탄에이른젊은이의삶과가정의비극을그렸다.그러나말그대로‘상흔’즉상처에주목한이사조는문학성에서한계를드러내며한사오궁에의해‘철학적부재와심미적졸렬함’이라는평가를받기도했다.
이후상흔문학의빈자리에등장한‘반사문학’과‘심근문학’은비로소역사의본질에다가가는문학적탐구를시작한다.반사문학은혁명이남긴상처를폭로하는데그치지않고그상처가생겨나게된역사적원인을탐구하며한발짝진보했다.또한이른바‘뿌리찾기문학’이라고불리는심근문학은한사오궁이《작가》에「문학의뿌리」를기고하며시작되었다.혁명이실패로끝난후흔들린정신적근원을되찾고자중국전통과중국인들의문화심리를발굴하는데몰두한것이특징이다.
\혹자는『일야서』를‘인성’에대한심근,즉‘인성의뿌리찾기’라고말한바있는데,이에동의한다.
-작품해설중에서\
한편‘지식청년’의줄임말인‘지청’에서출발한‘지청문학’은작가가문화혁명기에상산하향을경험한장본인이거나,그들의생활상을소재로하는작품을일컫는다.많은지청문학들이동시에반사문학이나심근문학에속했다.전자는작가와내용에따른분류이고후자는문예사조에따른분류인데,한사오궁의『일야서』와전작『마교사전』은지청문학이면서동시에심근문학이라고볼수있다.
『마교사전』은문화혁명기작가가실제생활했던‘마차오’라는마을의사람들이일상적으로사용하는말을탐구하여지식청년들의생활모습을입체적으로그려내문단의호평을받았다.최근작『일야서』는그정수를보여주는작품으로,열두명의지식청년들과그다음세대의삶을오십년간추적한대장정의결과물이다.이작품은문화혁명시기지식청년들의삶에관한가장생생한보고이자동시대를살아낸중국인들에게내미는현재의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