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지바고』는사랑의책이다.
그엄청난사랑을다른존재에게로널리퍼뜨리는그런책이다.”
노벨문학상수상작가,파스테르나크
혁명의시대,유폐된지식인의고백이자시어로쓴연애소설
노벨문학상수상작가보리스파스테르나크의『닥터지바고』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이작품은20세기초러시아의격변하는정치상황을통해,당대지식인의고뇌와혁명을겪으며어른이된‘소년소녀들의’이야기를그렸다.1958년파스테르나크는“동시대의서정시와러시아서사문학의위대한전통을계승했다.”라는평가와함께노벨문학상수상자로선정되지만,정치적인위협에시달리자수상을포기했다.그러나바로전년수상자인알베르카뮈가『닥터지바고』를두고“사랑의책”이라고말한것은,이소설이정치적해석을넘어인류보편의가치에가닿는이야기임을시사한다.이를증명하듯데이비드린감독에의해각색된동명의영화가전세계적인흥행에성공하는등,오늘날에도다양한예술장르에서재해석되는명작의반열에올랐다.
■20세기초혁명의시대
인텔리겐치아의고뇌
“어떤사람이기대했던모습과다르고미리부터갖고있던관념과어긋나는건좋은일이죠.하나의유형에속한다는것은그인간의종말이자선고를의미하니까.”―본문에서
『닥터지바고』는20세기초러시아의격변기를배경으로의사지바고의삶과사랑그리고지식인으로서의고뇌를담았다.소설의첫장면에는어머니의장례식에서슬픔에빠져있는소년지바고의모습이그려진다.‘지바고’라는성에‘삶’이라는의미가들어있다는것을생각하면,그녀의장례행렬은‘산자를매장하다.’라는말그대로러시아의암담한미래를예견하고있었다.이후지바고는한교수에게맡겨져지식인으로성장하지만그의삶은모순으로가득하다.의사라는직업을가지고있으면서도불멸을믿는종교적태도나,혁명을꿈꾸면서도역사적소명보다개인의성찰을중시하는자세가그렇다.‘글쓰는의사’지바고의모습에는혁명의환상을거부하고유폐되기를택한당대지식인의여러얼굴이드러난다.
■혁명을겪으며어른이된
‘소년소녀들’의이야기
“그는토냐를숭배한다할정도로사랑했다.(…)그는그녀의친아버지보다,그녀자신보다도더그녀의명예를지지했다.그녀의상처입은자존심을지키기위해서라면그녀를모욕한사람을자기손으로갈기갈기찢을수도있었다.그런데바로자신이그런사람이었다.”―본문에서
지바고는자신을거두어준그로메코교수의딸토냐와결혼을약속한다.비록그로메코부인의유언에따른것이었지만,토냐는부모를여읜지바고에게따뜻한애정과안정감을주는존재다.한편김나지움의모범생라라는가난한환경속에서도스스로삶을개척한영리한소녀다.특히그녀의매력적인외모는주변사람들까지활기로감싼다.그러나어머니의정부가경제적인도움을빌미로추근거리자,그녀는깊은수치심과무력감에빠진다.결국라라는크리스마스파티에서그를향해방아쇠를당기고,빗나간총알은의사지바고와의운명적만남으로표적을변경한다.
■러시아문학의황금기를계승한
천재시인,파스테르나크
보리스파스테르나크는모스크바의유대계예술가가정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톨스토이『부활』의삽화를그릴정도로명성있는화가였으며어머니는결혼전까지피아니스트로활동했다.부모로부터왕성한예술적영감을물려받은그는이십대에발표한첫시집『먹구름속의쌍둥이』를시작으로,러시아낭만주의의서정적전통을계승한시인으로성장했다.1958년노벨문학상수상자로선정되었을때,“동시대의서정시와러시아서사문학의위대한전통을계승”한업적을높이평가받은것도시를빼고서그의문학관을논할수없음을말해준다.『닥터지바고』는파스테르나크의유일한장편소설이지만,이책의2권17부‘유리지바고의시’에는스물다섯편의시가실려있어시인으로서그의진면모도확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