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5

마왕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5

$16.37
Description
공쿠르상 수상 작가 미셸 투르니가 안내하는 마왕의 태곳적 밤!
어둠을 지나 구원을 향해 나아가려는 우리 시대의 기록 소설
유럽의 정신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미셸 투르니에. 파리에서 태어나 근교 소도시 슈아죌의 사제관에서 평생 혼자 살며 집필에 몰두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철학 교수가 꿈이었으나 번역과 방송, 출판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한 문학적 교감을 나눈 타고난 이야기꾼, 본인의 주요 작품을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다시 쓸 만큼 어린 독자들과의 소통을 즐기던 우리 시대 위대한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문제작『마왕』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5번으로 출간되었다.『양철북』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전쟁 소설로 꼽히는 『마왕』은 1967년에 출간한 투르니에의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괴테의 발라드 「마왕」에 영감을 준 요정들의 왕이라는 게르만 신화와 유럽의 식인귀 신화, 그리고 소년 예수를 어깨에 태우고 강을 건넌 성 크리스토프의 생애를 모티브로 했다.

『마왕』은 1970년 출간 즉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작가에게 공쿠르상을 안겨 주었으며, 1972년에 투르니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다루며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서구 문명을 통렬히 비판했다면, 『마왕』에서 투르니에는 나치 치하 소년병을 사냥하는 식인귀 역할을 하다 유태인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나치의 참상을 알게 된 후 회개와 구원의 길로 선회하는 주인공 아벨 티포주를 통해 인간성과 생명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투르니에는 이 책의 첫 번째 초안을 1958년에 완성하여 ‘올리비에 크로모른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미완으로 두다, 십 년이 지난 1968년에 본격적으로 집필하여 완성하기에 이른다. 한 자동차 정비공이 일인칭으로 기록한 일기인 초고는 『마왕』 1장의 「아벨 티포주의 불길한 기록」에 해당하며, 투르니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는 1939년으로 끝난 초고에 이야기를 더하여 입대와 함께 주인공 아벨 티포주가 알자스 지방에서 보낸 비둘기 사육병 생활과 1940년대의 전쟁 포로 시기, 1945년 3월까지 마주리에서 포로로 보낸 나치 패망 시기로 이어지는 총 6장으로 된 소설을 완성시켰다.
저자

미셸투르니에

저자:미셸투르니에

1924년프랑스파리에서태어나소르본대학교와독일튀빙겐대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다.어린시절부터철학교수가되는것이꿈이었으나스물다섯살때치른대학교수자격시험에실패한후에리히레마르크등독일문학작품번역에몰두하였다.1954년부터5년간유럽제1방송에서문화프로그램PD로근무하였으며,플롱출판사에서10년간문학편집부장을지냈다.1967년에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를재해석한데뷔작『방드르디,태평양의끝』을발표하면서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부문그랑프리를수상했다.이어20세기최고의전쟁문학으로평가받는『마왕』을발표하여1970년에공쿠르상을수상했고,1972년에는공쿠르상을심사하는아카데미공쿠르종신회원으로선출되었다.유럽의정신사를대변하는지성인이자증언자미셸투르니에는파리근교에서평생집필활동에전념하다2016년1월에사망했다.대표적인소설작품으로『메테오르』(1975),『가스파르,멜쉬오르그리고발타자르』(1981),『질과잔』(1983)등이있으며,산문집으로『뒷모습』(1981),『짧은글긴침묵』(1986),『예찬』(2000)등이있다.



역자:이원복

원광대학교불어불문과와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불어과를졸업하고프랑스프랑슈콩테대학교에서미셸투르니에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논문으로「미셸투르니에의『마왕』에나타난신화연구」,「미셸투르니에의작품에나타난여행의역할」등이,옮긴책으로『동방박사와헤로데대왕』,『방드르디,원시의삶』,『메테오르』,『환상여행』,『일곱가지이야기』등이있다.

목차

1부아벨티포주의불길한기록9
2부라인강의비둘기들193
3부북방낙토의백성229
4부로민텐의식인귀279
5부칼텐보른의식인귀343
6부별을짊어진자479

작품해설530
작가연보545

출판사 서평

괴테의마왕이살던태곳적밤,미셸투르니에의소설로부활하다

지독한근시에거구인자동차정비공아벨티포주는어느날범죄혐의를받고경찰에기소되었다가전쟁이터지는바람에면소판결을받는다.군에징집된티포주는비둘기사육병이되었다가독일군에게잡혀포로가되어동프로이센의자연보호구역으로보내진다.티포주는그곳에서사슴을사냥해그생고기를자신이기르는사자와나누어먹고동물의배설물연구에심취한괴링의모습을통해식인귀의원초적광경을목격한다.전쟁이깊어질수록나치의유태인학살과인종실험은가혹해지고,어린소년들이소년병으로징집되어히틀러에게제물로바쳐진다.어린아이의순진함과생명력을사랑하는동시에갈망하는티포주는나치의소년병징집임무를맡게되고,자신의모순적인운명을예감하며‘불길한기록’을쓰기시작한다.

“칼텐보른의식인귀를조심하십시오.”
원초적물신숭배에빠진식인귀에게희생된아이들

『마왕』의첫장면은주인공아벨티포주의부인인라셸이느닷없이“당신은식인귀야!”라고외치는장면을회상하는것으로시작된다.티포주는사실어린아이의순수성과육체를지나치게갈망하는퇴행의징후를보이며사회에서소외된채살아가는무기력한존재에불과하다.하지만소설이전개되면서다양한양상의식인귀들을만나게되고,그자신또한잔인한식인귀와전이되는문제적상황에처하게된다.원초적식인귀는인간의본능을조절하지못하는원초적물신숭배에빠진존재로서,소설에서언급되는원초적식인귀는사슴사냥을즐기고그생고기를자신의분신과같은사자와나누어먹고동물의배설물연구에심취한나치의이인자괴링의모습에가깝다.티포주역시아이의순진함과생명력,아름다움을갈망하는것을넘어만지고소유하고싶어하는식인귀적기질을드러낸다.
투르니에가식인귀신화를통해고발하려는주제는상상적인식인풍습의은유,즉전쟁과나치즘,정치적목적으로나치가자행한의학생체실험등이다.마왕이달콤한말로소년을유혹하고결국에는죽음에몰아넣듯,나치즘은유전적으로뛰어나다고판단된젊은이들을조국애와명예심이라는이름으로유혹하고전쟁의제물로동원했다.매년4월19일자신의생일을자축하기위해열살짜리소년과소녀들을50만명씩제물로바치게하고,혈통이나조상,피와죽은자와대지를예찬하는히틀러야말로병적허기증에걸린탐욕스러운현대판식인귀라할수있다.또한독일의우수한소년들을유혹하여어린생도들의‘살로만든대포’진지를구축한나치사령관라우파이젠,인간을실험실의동물처럼이용하여의학실험에동원한의사블레트헨역시마찬가지다.

“그런데왜4월19일입니까?”
직원은불신의눈초리로그를쳐다보았다.
“당신은4월20일이우리총통의탄신일이라는걸모르시오?독일국민은해마다총통각하께열살이된모든아이들을선물로바칩니다!”흥분한직원은그의머리위에서눈살을찌푸리고있는아돌프히틀러의대형컬러초상화를손가락으로가리켰다.(339쪽)

황금별이빛나는밤하늘을바라보는자,누구인가
식인귀신화에서구원에이르는기나긴생명부활의여정

칼텐보른의성에서일하게된이후티포주는괴테의마왕처럼바르브블뢰라는말을타고동프로이센의들판과마을을누비며아이들을사냥하고데려와나폴라에가둔다.독일의소년들을유혹해전쟁에동원하는소년병으로양성하는특수학교인나폴리에서아이들은인간성이말살된채전쟁의도구로전락하거나나치의인종유전학연구의대상이된다.나치의만행에일조하며티포주는점점더왜곡된어둠의거인이되어가지만,역사상가장끔찍한유대인박해의장소인아우슈비츠에서극적으로탈출한유태인소년에프라임을만나면서변하게된다.홀로코스트독가스살해현장과대형화장터에무더기로쌓인시체에대한에프라임의생생한증언을통해자신이나방과같이나치즘의불꽃에현혹되었음을,심장과영혼으로맺어진형제아벨의학살에조력했다는사실을자각하게되었기때문이다.그러면서점점회개하고개종하는‘짊어지는자’,즉소년예수를어깨에태우고고통의길을걸어가는성크리스토프의희생적행위를닮아가게된다.에프라임은전쟁과나치즘에의해왜곡된어둠의거인티포주를깨우치고여섯가지가달린황금별이빛나는밤하늘의영상위로사라지게한다.

“꼬마야,내어깨에올라타서너의『하가다』를마저외우렴.자,이스라엘말에올라타거라!”티포주는아이곁에무릎을꿇으며명령했다.
티포주가에프라임을어깨에태우고몸을낮춰문을나서는순간콩볶는듯한기관총소리가사방에서울려퍼졌다.(본문552쪽)

식인귀라는말자체가부정적이미지로가득한데도불구하고착한일을하면긍정적이미지로변형될수있다.처음에티포주는죽음속으로아이를유혹하고강탈하는독일식식인귀마왕과동일시되고,그다음에는아이를짊어지고찬양하고구제하는성크리스토프와동일시된다.처음에는아무리먹어도배가차지않는허기증을가진거인이었으며가장힘센자를주인으로모시기바라는물신숭배에빠졌던성크리스토프역시일단그리스도로개종한뒤로죽음에대항하는수호성인이된다.(「작품해설」중에서)

사실과신화교차시킨소설기법을통해‘악의평범성’을경고하다

독일계유태인철학자인한나아렌트는예루살렘에서체포된나치전범아돌프아이히만의재판내용을보며,유능하고뛰어난이들이어떻게해서악에동조하게되는지를‘악의평범성’으로정의했다.괴물이나악마를연상시키는악은실체가없으며악의평범성의근원은생각하지않는것,즉무사유(無思惟)에서기인한다는것이다.미셸투르니에는『마왕』을통해전세계가나치에게어떻게세뇌당하였는지,광적인민족주의와반유대주의가어떠한심리적기제로작동하여대중을타락시키고생각하지못하게만들었는지를독자들에게생생하게재현한다.소설에서는2차세계대전전반을다루며나치의폭력성을묘사하지만사실주의적기법에마왕과식인귀신화를중첩시켜보다근원적인악의잔혹함을드러낸다.
소설속라우파이젠의설명에서도언급되듯,당시독일국민은1차세계대전의패전이후부채와빈곤경제적위기,화폐가치의하락,극심한실업에시달려자괴감을겪었고이러한모든문제를단번에해결해줄정치지도자로히틀러의나치당을선택했다.나치는사이비종교의교주처럼대중을선동하는연설과군가,깃발과같은상징적의식을통해교란시키며최면에빠뜨렸고,2차세계대전의격변속에서파시즘은괴링의야만성을닮아가는티포주처럼평범한이들을악의조력자로변모시켰다.
미셸투르니에는『마왕』을통해평범한이들도마왕의유혹에빠지듯파시즘에현혹되어잔혹한식인귀가될수있다는메시지를독자들에게전달한다.특히순수한혈통을지닌소년병을전쟁의희생제물로동원하여자신들의가학성을정당화하려했던역사적사실을생생하게전달함으로써나치의인종주의적민족주의세계관을신랄하게비판한다.무엇보다투르니에는티포주를일깨워황금별이빛나는밤하늘을바라보게하는에프라임을통해,전쟁의광기로인해폐허가된대지일지라도부활은지속되며,인간의존엄은존중되어야하고생명회복이가능하다는메시지를강렬하게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