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나는 고백한다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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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우메 카브레는 이 소설 전체를 카탈루냐어로 써 내려가며 우리에게 스페인 프랑코 정권 시절 탄압의 대상이 되었던 카탈루냐 문화와 스페인 내전의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부재로 인해 점차 그 문화를 향유하던 사람이 줄어 가던 시점에서, 『나는 고백한다』는 카탈루냐 문학의 가능성을 다시금 입증해 많은 사람이 카탈루냐 문학을 다시 찾게 만든 의미 있는 소설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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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우메카브레

저자:자우메카브레

1947년스페인카탈루냐주바르셀로나에서태어났다.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카탈루냐어문학을전공하고이후이십여년간교사로근무했다.1974년단편집『엉망진창환상소설』을발표하며작가로서의활동을시작했고「농장」,환승역」등텔레비전시리즈의각본을쓰기도했다.1996년『환관의그림자』를발표하며‘악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천착했고,2004년발표한악에관한두번째소설『파마노의목소리』가카탈루냐어판본10만부이상,독일어판본50만부이상의판매고를올리며본격적으로국내외문단의주목을받았다.이듬해이작품으로카탈루냐비평상을받았고,2010년에는카탈루냐문학명예상을수상했다.2011년발표한『나는고백한다』는작가가악에대해사유한세번째작품으로발표하자마자초판1만8000부가일주일만에판매되었고,이후전세계서른한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이로써2014년에는카탈루냐를빛낸인물에게수여하는산조르디십자가상을,2017년에는공로상을수상했다.또대외적으로프랑스의쿠리에앵테르나쇼날최우수외국문학상,스웨덴의스톡홀름문화의집소속시립극장이수여하는국제문학상을수상하는등세계속에서카탈루냐문학의지평을넓혀가고있다.



역자:권가람

서울대학교서어서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인류학과와스페인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유럽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뉴욕시립대학교대학원인류학과박사과정에재학중이며,스페인의식민지모로코개발에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대표논문으로「카탈루냐독립운동에서의의례적경험및일상적정치참여」가있다.

목차

4부팔림프세스투스7
5부숨겨진삶(상)307

출판사 서평

바이올린한대에얽힌악의유산을추적하다

알츠하이머에걸린노년의주인공아드리아아르데볼은기억이사라지기전자신의일생을되돌아본다.골동품상점을운영하는아버지와차가운어머니밑에서외롭게자란유년시절,아버지가금고에넣고절대연주해보지않는바이올린‘비알’에대해처음으로호기심을가진다.아버지의의문스러운죽음후아드리아는열세개언어를배우며고문서학자로명성을얻게되지만,평생의연인인사라와만남과헤어짐을반복하며괴로워한다.그러던와중,아버지서재의고문서와편지들을통해유일한애장품이자아버지의유산인바이올린‘비알’의비밀을차츰알게된다.아드리아는반복되어온악의역사가가문의유산이되어삶을흔들고있다는사실을알게되고,악이실행된역사적장면과가해자,피해자들을되짚어가며악의연대기를추적하고기억의조각들을짜맞추기시작한다.

악은결코거대하지않다
개인의행위속에서자라나역사를만드는악의씨앗

『나는고백한다』의첫장면은알츠하이머판정을받고비를맞으며걷는아드리아의독백으로시작된다.아드리아는처음에는자신의삶전체가홀로코스트의희생자를착취한아버지의유산에서비롯되었음을외면하려했고,그후에는부정하려했음을가감없이밝힌다.연인사라와의관계를회복하기위해아버지의골동품컬렉션과고문서들을추적하며수많은악의연결고리를직시한아드리아는구원을바라지않는다.다만참회하는마음으로수없이“나는고백한다.”라고되뇔뿐이다.
자우메카브레가말하고자하는주제는악이란거대한사건이나악명높은이름하나만으로명명될수없다는사실이다.악은언제나특정한시기에서많은인물의구체적행위로인해발생하며,우리중그누구도악의연대에서벗어날수없다는것을아드리아의개인사를통해추적해나간다.아드리아는인간의실질적인행위들이조금씩축적되어가해자와피해자,방관자가모두서로에게영향을주게된다는사실을전생애에걸친추적으로깨닫게된다.희생자에게용서를구해도,신에게죄를고백해도평범한일상속의악을벗어날수없다는사실이그를괴롭힌다.

최초의모래알갱이는눈을간지럽힌다.그리고손의가시가되더니뱃속에서불덩이로변하고,호주머니에서걸리적거리기까지하다가좀더나쁜운과만나양심의가책에무게를더한다.모든것,그러니까모든삶과이야기는,사랑하는사라,이처럼아무도알아차리지못하는무해한모래알갱이로부터시작되는거였어.(2권,123쪽)

이처럼구체적인역사를통해관념을이해하고자하는작가는‘악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이사상가들의전유물이아니라한시대를살아가는모든인간들의철저한경험에서출발해야함을작품곳곳에서말하고있다.(「작품해설」중에서)

당사자의목소리속에서재현되는악의체험
구원이아닌공감으로악을직시하는예술작품의역할

자우메카브레는‘악이란무엇인가’에대해결코명쾌한답을내리지않는다.다만우리가선과악에대한정의를내리고타인의아픔에공감할수있는유일한매개체는바로예술을통한공감임을보여준다.골동품상인아버지와음악을사랑하는어머니의영향으로아드리아는열세개언어를익히고수준급의바이올린실력을갖춘다.그의예술적감수성은고문서를추적해나가며중세유럽의종교재판과홀로코스트의상황을머릿속에서생생하게재현할수있도록돕는다.가해자와피해자,주변인물들까지마치그사람이된것처럼서술해내는‘예술적상상력’은아드리아가삶전체를관통하는악의연결고리를찾아내는핵심이된다.유일한친구인베르나트와수많은시간을음악과글쓰기,고전작품에관해토론하며소통하기도한다.그의연인사라는한마디말보다는그림을통해서아드리아에게직접적으로건네기힘든피해자의메시지를전달한다.
자우메카브레는카탈루냐민족이독재정권하에서박해받은역사를『나는고백한다』속수많은악행의묘사속에간접적으로드러낸다.카탈루냐에서태어나자란작가가카탈루냐어로직접쓴이작품은그자체로생생한당사자의체험이라할수있다.이는예술과문화가역사의흐름속에서해야할역할에대해작가가어떻게생각하는지를말해준다.악의역사에서살아남은자들의의무는악의경험이생생히전해지고있는예술작품을존중하고향유하며과거의사실들을잊지않는것임을역설한다.자우메카브레는『나는고백한다』속수많은시,고전소설,그림,음악들을통해과거의악행을전달하는동시에개인의세계관을바꾸어받아들이기힘든사실을인정하게하는예술의힘을우리에게알려준다.

“대학살이후……잔인함은수세기동안도처에존재해왔고,그걸생각해본다면인류역사는‘무엇무엇이후시의불가능’에대한역사가될거야.그렇지만실제로역사는그렇게흘러오지않았어.왜냐하면아우슈비츠의경험을설명할수있는사람들이누구겠어?”
“그것을겪은사람들.그것을만들어낸사람들.학자들.”
“맞아.그모든것들이역사를말해주겠지.그기억들을위해박물관도세워졌고.다만한가지부족한것이있어.살아있는경험의진실말이야.이것은학술적인연구로전해지지않아.예술만이그것을전할수있지.문학작품을통해서말이야,생체험에가장가까운장르라고나할까.”(2권,343쪽)

시공간과인물을넘나드는독창적서술방식

개인의삶과역사적사실을관통하는악의연결고리라는거대한주제가가지는힘을더욱돋보이게만드는것은독창적인서사기법이다.자우메카브레는『나는고백한다』를여러시점의목소리를한문단안에,때로는한문장안에섞는방법으로서술한다.아드리아는외로운유년시절을이겨내기위해카슨보안관과검은독수리라는인형을바라보며‘상상속친구’와소통한다.상상을통한소통과이야기방식에익숙한아드리아는알츠하이머의영향까지받아시공간뿐아니라작품속등장하는수많은인물의시점을빠르게넘나들며독창적인고백을지속해나간다.의식의흐름을그대로좇아고문서를바라보며바로삼인칭으로그당시인물의상황을서술하다가갑자기사라가앞에있는것처럼대화를나누기도한다.
독백과대화가교차하고여러시점을급작스레옮겨다니는서술방식은읽는사람에게마치교차편집된영상을보는듯한생생함과속도감을준다.오랫동안영상매체와오페라의대본작가로활약한자우메카브레가자신의경험을바탕으로독창적으로만들어낸서사전략이라할수있다.바로옆에서누군가가들려주는듯한생동감있는이야기로읽히길바라는자우메카브레의의도를알수있다.책장을넘길때마다차츰바이올린에얽힌어두운개인사들이드러나는긴장감과반전을거듭하는이야기를통해독서경험을더욱풍부하게만드는서사기법은책의주제와결합하여더욱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