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많은이들이파멸하고만이곳사막은너무도광대하여
우리마음을마구끌어당기지만사실상텅비어있지.”
?미국서부,1846년미국멕시코전쟁이끝난뒤벌어졌던실제사건을배경으로쓰인소설
미국남부를배경으로쓴이전고딕풍소설들과결별을고하는문제작
미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코맥매카시의‘국경’시리즈4종이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핏빛자오선』은그중미국서부를배경으로쓰인국경시리즈를예고하는첫작품으로세계문학전집378번이다.『핏빛자오선』을통해매카시는본격적인문학적명성을얻었으며,서부장르소설을고급문학으로승격시켰다는찬사와함께대중의사랑을가장많이받는다.코맥매카시는윌리엄포크너,허먼멜빌,어니스트헤밍웨이등이름만들어도쟁쟁한작가들과비견되는미국현대문학의대표작가다.저명한문학평론가해럴드블룸역시토머스핀천,돈드릴로,필립로스와함께‘현대를대표하는4대미국소설가’중하나로그를꼽은바있다.
‘서부의묵시록’으로도불리는『핏빛자오선』은매카시작품전체를관통하는묵시록적세계관의시원이자,비평가들로부터그의소설가운데문체와분위기에서가장뛰어나다고평가받고있다.1850년대미국서부국경지대에서빚어진역사적사건을재구성한이작품은,인간내면에숨겨진잔혹함과폭력성을까발리고,삶과죽음,도덕과전쟁에대한진지한성찰을불러일으킨다.또한서부개척신화에철저히가려진미국역사의진실을본격적으로파헤치는이작품은바로매카시문학의기조가된다.
소설의줄거리를요약하면다음과같다.이름도나오지않는한소년.1833년테네시에서태어난소년은열네살이되던해가출한다.세인트루이스,뉴올리언스를거쳐,그시대미국의모든이주민들이그러했듯소년은정처없이방황하며,약탈과살인이일상적으로벌어지는미국의서부지대를지나간다.그리고내커도처스에서이후인디언머리가죽사냥꾼으로같이있게될홀든판사를스쳐지나간다.머무르는곳마다벌어지는살인,방화,탈주.1850년대미국서부는시체를실은수레가길에서오가고,도처에서인디언학살극이벌어지는곳이다.소년도어린나이에한바에서첫살인을경험하고,이후소년과토드빈은감옥을나와글랜턴이라는사내가이끄는한떠돌이무리에들어간다.그곳에는덩치가크고대머리에알비노라는독특한외모를가진홀든판사가있다.그는아이와동물을사소하게죽이는아주잔인한인물로,무리의모두가두려워하는존재다.
글랜턴의무리는인디언들을학살하고그머리가죽을벗겨주정부로부터돈을받는인간사냥꾼들이다.‘미국인’들을위협하는인디언들을죽인다고하지만,그들이상대로하는것은비단인디언들만이아니다.탈주자들,이주민들,멕시코인들,심지어미국인들이거주하는마을까지그들에게는약탈의대상이다.미국인들의머리가죽을벗겨그것으로돈을받고,같은동료사이에서도대결과살인이벌어진다.무엇을향한분노인지도알수없는행위들이반복되던어느날글랜턴의부대는콜로라도강에서사람들을강저편으로건네주는나룻배를갈취한후,사람들을착취하여수임료를챙기기시작한다.글랜턴이그렇게벌어들이는돈으로요새를개축해가던중,유마인디언들의습격으로이들무리도끝내종말을맞게된다.살아남은이는소년과홀든판사,둘뿐이다.그들은30여년이지난후한술집에서우연히만난다.소년은이제더이상소년이아니라마흔중반의남자다.인간존재자체가전쟁과죽음을위한것이라는판사,그리고그판사의끝없는암흑속으로영입되지않았던단하나의존재.이들의처음이자마지막대결은결말없이끝난듯하지만,결국판사는남자를잔혹하게살해하고,춤을춘다.
?국경삼부작의시원,‘매카시열풍’을이어갈또하나의대표작
작가에게본격적인문학적명성을안겨준화제작
코엔형제의영화「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의원작자로알려지면서독특한작품세계를엿보였던매카시는,여름이시작되면서『로드』로본격적인열풍을일으켰다.성서에비견되는상징성과묵직한감동으로평단과독자를뒤흔든것이다.하지만국내와달리전세계적인‘매카시열풍’은매카시가1985년에발표한『핏빛자오선』에서이미시작되었다.출간당시“『신곡』과『일리아드』와『백경』을합쳐놓은듯한……비범하고도숨막히는걸작이다.”(존밴빌)또는“폭력을통한거듭남을다룬미국의고전.매카시는멜빌이나포크너와같은거장과만견줄수있으며,『핏빛자오선』은단연걸작이다.”(마이클허)와같은언론의찬사를받았다.그중에서도특히“(『핏빛자오선』은)현존하는미국작가의작품중가장뛰어난미학적성취를이루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라는해럴드블룸의평가가뒷받침하듯,매카시는이작품으로본격적인문학적명성을얻기시작했으며,그의작품으로는처음으로평단뿐아니라대중들까지매혹시켰다.이작품은《타임》이선정한‘100대영문소설’에속하며,《뉴욕타임스》가뽑은최근25년간출간된최고의미국소설이기도하다.최근에는리들리스콧감독이차기작으로선택한영화의원작소설로도화제를불러일으킨바있다.
코맥매카시의초기작품들은미국남부를배경으로한고딕풍소설들이다.그런데미국서부텍사스주엘패소로이주한후,그의작품성향은바뀌었다.『핏빛자오선』을시작으로‘국경3부작’을거쳐,『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로드』에이르기까지이때부터매카시의작품은모두지독하게스산한미국서부를배경으로폭력과죽음앞에선인간의본성에대해파고든다.그중에서『핏빛자오선』이야말로매카시문학의시원에해당하는수작이다.『핏빛자오선』에서작가가그려내는피비린내나는살육과폭력의세계는감히인간의상상을초월한다.“산자나죽은자나가릴것없이머리채를움켜쥐고두개골에칼날을박아피투성이머리가죽을하늘높이쳐들고”,“벌거벗은몸을조각조각썰어팔다리와머리를떼어내”거나“벌거벗은아기발꿈치를차례로쥐고머리를돌덩이로짓이겨……아기의정수리숨구멍으로시뻘건구토물같은뇌수가콸콸쏟아”지게하는등작품이보여주는살육과폭력은“마치1999년코소보의폭력에대한유엔보고서와도같다.”
놀라운것은작품속에등장하는학살이과장된허구가아니라,1846년미국멕시코전쟁이끝난뒤벌어졌던실제사건을배경으로한것이라는점이다.당시영토분쟁은미국의승리로끝났으나,일부미국의불법군대들은전쟁에서멕시코를정복하지못한것에분이안풀려황무지를몰려다니며폭력을휘둘렀다.다른일부미국인용병들은멕시코정부에고용되어아파치머리가죽을벗겨내어현상금을받았다.그러나용병들은인종을가리지않고머리가죽을벗겨멕시코정부의돈을뜯어가곤했다.이렇게두무리의무법행위가판을치는세계에서주인공소년이합류했던글랜턴원정대도실재했던팀이고,소설속에서악을지배하는인물인홀든판사는물론그린목사,화이트대위도사료에서찾아볼수있는이름들이다.
?피로얼룩진인류역사의비극을그린“세기의정전”
국경삼부작과함께매카시가완성해간핏빛국경시리즈
매카시문학의시원에해당하는이작품을필두로,매카시는『모두다예쁜말들』(1992),『국경을넘어』(1994),『평원의도시들』(1998)을포함한‘국경삼부작’을완성한다.대중소설이라치부했던미국특유의서부장르소설에문학성을부여하여이전서부장르소설과는전혀차원이다른소설을탄생시킨매카시는『모두다예쁜말들』에이어『국경을넘어』와『평원의도시들』을발표하였고,미국서부와멕시코의접경지대를배경으로한‘국경3부작’을완성하였다.‘미국의고전’으로칭해지는그의대표작‘국경3부작’은서부장르소설을고급문학으로승격시켰다는뜨거운찬사를받으며평론가와대중의마음을모두사로잡았다.이세작품은카우보이소년들이겪는피비린내나는모험과잔혹한생존게임그리고그들의쓰디쓴성장을담고있다.
각작품은독립적인이야기이지만모든이야기가미국과멕시코의국경지대를배경으로펼쳐지면서첫번째작품과두번째작품의주인공들이세번째작품에서만난다는독특한연결고리를가진다.(이야기가펼쳐지는시간순서대로나열하면『국경을넘어』,『모두다예쁜말들』,『평원의도시들』이다.)인간의잔혹함과세계의폭력성을적나라하게드러내며매카시특유의묵시록적세계관을보여주는이작품들은시적이고도매혹적인문체로삶과죽음,신과운명에대한문제를묵직하게던지며우리의영혼을울린다.카우보이로대표되는한고독한인간이국경이라는경계를넘어세상을만나고삶과죽음에대한진실을깨달아가는여정이때로는말을사랑하는카우보이소년의쓸쓸한낭만으로(『모두다예쁜말들』),때로는모든것을앗아가는세상을향한비탄으로(『국경을넘어』),때로는자신의모든것을내던지는신화적숭고함으로(『평원의도시들』)아름답게그려진다.그중첫번째작품인『모두다예쁜말들』은흥미진진한서부장르소설인동시에,인생의비극을가로지르는한카우보이소년의가슴아픈성장소설이다.
?영혼을압도하는매혹적인문체와분위기로말하는작가
서부장르소설의비극성,핏빛으로물든소년의삶
소설은열네살의이름없는소년이인디언이도륙당하고그머리가죽이성황리에팔리는지옥같은세계로들어가서겪은30여년의삶을처연하게그려내고있다.소설은시종일관소년의시선을따라인간내면에숨겨진잔혹함과폭력성을까발리고,삶과죽음,선과악,도덕과전쟁에대해진지한성찰을불러일으킨다.소설속홀든판사의말을빌리자면,역사의고비마다전쟁이도덕을누르고폭력이이성을마비시키고인간존재는그자체로전쟁과죽음을위한것이다.하지만동료들과함께아파치머리가죽을벗겨내던소년은불혹을넘긴나이에이르러홀든판사에게대적할정도로성숙하게된다.소년은끝까지홀든판사가지배하는끝없는암흑속으로편입되지는않았던것이다.매카시는이작품을통해서부개척의신화는결국피로얻어낸백인들만의승리였음을보여줌으로써,스스로숭고하다고자부하는미국인들의역사를처절하게뒤엎어버린다.그리고희미하나마인류의한줄기희망을상징하던주인공마저작품마지막장면에서는죽여버림으로써,세상의본질은결국죽음과악에다름아니고,인류의역사는그렇게계속되고있음을보여준다.
한편『핏빛자오선』이주목받는또다른이유는최악의악몽같은세계를현실감있게그려냈을뿐아니라,“최면을걸듯리듬감있는초현실적인문장들”로대단히시적으로표현해냈기때문이다.이작품은문체의절대적인아름다움과미묘함으로널리알려진작품으로,고어,은어,조어가만들어내는시적이면서미묘한상징성을통해다양한해석의가능성을열어놓았기때문에,해설서까지여럿나와있다.거의초현실에가까운듯보이는살육과폭력의세계는때로는쉼없이줄줄이어지는만연체로,때로는감정이최대한절제되고강력한건조체로그려진다.주로피로물든사막의풍경이나살육의묘사가만연체이고,인물들의대화는건조체이다.그러나이질적으로보이는두문체는‘문장부호의생략’이라는매카시특유의스타일을통해잘어우러지면서특이한분위기를만들어낸다.문장부호없는대화들로인해마치소설전체가한내레이터의독백같은느낌을자아내고,구체적인서사가없는데다가살육과폭력이자행되는유사한장면들이계속반복됨으로써소설의몽환적인느낌과묵시록적분위기가페이지를넘길수록짙어진다.
?『핏빛자오선』을읽은독자의후기
“셰익스피어레어버전.피가뚝뚝떨어지는게진미다.”
“벗어나려해도벗어날수없는정해진운명에유린당하는영혼들의피비린내나는서사시”
“현대의묵시록,진정암흑의핵심”
“입안까지느껴지는멕시코의사막모래맛.정말거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