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 세계문학전집 382

만년 - 세계문학전집 382

$14.00
Description
“나는 오직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

『사양』, 『인간 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출현을 예고한 첫 창작집
흔들리는 존재를 끌어안는 영원한 청춘 문학
다자이 오사무의 첫 창작집 『만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번으로 출간되었다. 1997년 소화출판사에서 같은 역자가 문고본으로 출간했던 것을 이십사 년 만에 완역했고 기존 번역도 전면적으로 손보았다. 유숙자 역자는 “거의 산문시에 가까운 문장들이 작품 곳곳에 섞여 있고, 한 편의 시나 다름없는 작품도 있”어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문장의 길이, 단어의 품사, 어투까지 세심하게 다듬으며 작가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만년』에는 죽음을 각오한 이십 대 초반의 작가가 유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열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외로웠던 유년기 그리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자전 소설 「추억」,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최초의 작품 「열차」, 한 여성과 투신자살을 기도한 뒤, 혼자 살아남은 죄의식이 투영된 「어릿광대의 꽃」, 최선을 다할수록 오히려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세 인물의 희비극으로 당시 청년들의 자포자기 심정을 희화화한 「로마네스크」 등이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좌익 운동에 가담하면서 태생적인 모순을 안게 된 다자이는 고향 생가와의 불화, 그에 따른 생활고, 자살 기도 후 동반 여성만이 죽은 데 대한 죄책감 등 자신의 젊은 날을 뒤흔들었던 일련의 사건과 관계 들을 솔직하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저자

다자이오사무

1909년6월19일,일본아오모리현쓰가루군카나기무라에서태어났다.본명은쓰시마슈지[津島修治]이다.그는경제적으로풍요로운환경에서성장했으나가진자로서의죄책감을느꼈고,부모님의사랑을제대로받지못해서심리적으로불안정하게성장한다.

1930년,프랑스문학에관심이있었던그는도쿄제국대학불문과에입학하지만,중퇴하고소설가가되기로결심한다.이후소설가이부세마스지[井伏_...

목차

잎7
추억25
어복기(魚服記)73
열차84
지구도(地球圖)90
원숭이섬101
참새112
어릿광대의꽃117
원숭이얼굴을한젊은이174
역행197
그는옛날의그가아니다216
로마네스크262
완구292
도깨비불300
장님이야기324

작품해설335
작가연보343

출판사 서평

■2021년,가장사랑받는고전작가
다자이오사무

2020년이카뮈와오웰이었다면2021년은다자이오사무다.고전독자들의관심사를한눈에알수있는바로미터인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매추이를살펴보면(2021.01~06),코로나19가전세계적문제로대두되던작년같은시기,카뮈의『페스트』가판매1위를차지했고‘감시사회’라는키워드를제시한오웰의『1984』역시5위로급등하며고전독서의시의성을증명했다.한편올해는다자이오사무의『인간실격』이연초부터판매1위를지키고있다.2021년7월6일현재교보문고,YES24,알라딘등대형온라인서점의소설차트에서도민음사의『인간실격』이높게는7위낮게는14위를기록하고있는데,고전작품으로는단연독보적인순위다.
다자이오사무는일본동북지방대지주의아들로태어나가진자로서못가진자에대한부채의식을평생무겁게느꼈다.이로인해도쿄제국대학에진학한후마르크스주의에심취하기도하지만경제적열쇠를쥐고있던고향본가와의갈등으로생활고가심해지자좌익운동을그만두는등모순적인태도를취하며스스로에대한부끄러움을느꼈다.2021년‘다자이오사무’열풍은그런의미에서코로나19사태가장기화되는데따른청년불안의증거일뿐만아니라‘공정’,‘정의’등MZ세대를설명하는키워드를가장솔직하게표현한고전작가에게독자들의인정과애정이투영된결과라고할수있다.

■청년다자이의못다이룬꿈
아쿠타가와상은?

작가를꿈꾸던학창시절,다자이오사무는『라쇼몬』의아쿠타가와류노스케를유독존경했다.신인작가에게주어지는‘아쿠타가와상’은그런그에게꼭이루고싶은목표였다.1935년그는「역행」(『만년』에수록)으로그해처음생긴아쿠타가와상에도전하지만차석에그치고만다.이때선고위원이었던『설국』의작가가와바타야스나리가이작품을두고,“작가는현재생활에어두운구름이끼어있어,재능을있는그대로발산하지못하는아쉬움이있다.”라고사생활에대해평가하자,이에대해다자이가「가와바타에게」라는글을써서“새나키우고무용이나보는것이그렇게훌륭한생활인가.”라고응수했다는일화는유명하다.이듬해그는『만년』으로다시한번아쿠타가와상에도전하지만‘이미후보작으로지명되었던작가는선고대상에서제외한다.’라는규정이생기면서후보조차되지못한다.“부디저에게아쿠타가와상을주십시오.바라는것은일절없습니다.”라고말하며간절히수상을원했던다자이.기성문단의권위적인평가에반발하면서도한편으로는누구보다인정받기를원했던그의모순된태도는세상과타인을두려워하면서도그들을포기할수없었던청년다자이오사무의내면을보여준다.

■백편의습작을거쳐완성한
다자이오사무문학의원형들

“나는이단편집한권을위해십년을허비했다.만십년,보통시민과마찬가지로산뜻한아침식사를하지못했다.(……)백편이넘는소설을찢어없앴다.원고지5만매.그리고남은건겨우이것뿐이다.이것뿐.”―《문예잡지(文藝?誌)》(1936년1월호)

『만년』은당대일본의리얼리즘지향적문학과는다른새로운현대문학의가능성을탐색한선구적작품이라는점에서문학사적의의를인정받고있다.단편「어릿광대의꽃」은작가가좌익운동을하다한여성과바다에투신자살을기도한뒤혼자살아남은죄의식이반영된작품으로,주인공‘오바요조’외에‘나’라는작가의자의식이개입하여작품전체의흐름을간섭하고비평한다.이이원적방법에의해말하기힘든진실을표현하려했다는점에서가장전위적인현대소설이라는평가를받았으며사토하루오,가와바타야스나리등당대지식인들의주목을끌었다.
이후전개될다자이의문학세계를엿보게하는데있어서도『만년』의가치는충분하다.고향쓰가루의‘이타코’라불리는무녀의말투,혹은작가가한때푹빠져배우기도한에도시대이야기체노래‘기다유(義太夫)’의영향을받은음악적인멜로디는작가특유의‘말하는’언어를완성시켰다.이뿐만아니라독자한사람한사람에게직접이야기를건네는듯한‘내레이션기법’은내면으로침잠하는자기고백적서사에설득력을더하며시간이흘러도변치않는강력한흡인력을지닌다.

■『사양』,『인간실격』으로이어지는
영원한청춘의노래

다자이오사무는1909년에태어나삼십구년의짧은생을살다간작가로『만년』은이십대에발표한초기작,『사양』과『인간실격』은각각세상을뜨기일년전과세상을뜬그해발표한후기작이다.1935년맹장염수술후복막염을일으켜중태에빠졌던작가는회복기에진통제로사용했던파비날에중독된다.결국이듬해파비날중독치료를위해정신병원에수용되는데,아내와스승이부세마스지가자신을속이고입원을시킨데큰충격을받는다.이때경험한극도의인간불신과자조적태도는『인간실격』의분위기를형성하는주요한모티프가되었다.여기에패전후일본의실망스러운사회상에대한인식이더해져『만년』에서시작된작가의개인적절망이공적,사회적좌절로승화된다.
한편『사양』은‘다자이문학’하면으레떠올리게되는파멸적인세계관과달리희망적인빛을품고있다.태평양전쟁중에가족을데리고아오모리현쓰가루에있는생가로피란을떠났던작가는그곳에서종전을맞이했다.전후새로운농지개혁이발표되면서대지주였던쓰시마집안은쇠퇴의길에접어들었고,그모습을지켜본작가는체호프의『벚꽃동산』을떠올리며『사양』을구상했다.하지만실제작품전개는『벚꽃동산』과달랐다.시대의격변을딛고꿈을쟁취하며당당하게현실을헤쳐나가려는젊은여성의의지에무게중심이실렸기때문이다.『만년』에비친다자이오사무의작가로서의자기구원,죽음을각오했기에역설적으로삶앞에가장성실한한인간의모습은『사양』에서여성의목소리를통해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