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찻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9.00
Description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북경 서민의 삶을 경쾌하고 해학적인 일상의 언어로 그려 낸
중국 3대 문호 라오서
격동의 중국 근대, 북경의 한 찻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민초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

▶ 『찻집』은 중국 연극 역사의 보물이다. -차오위

▶ 나는 『찻집』이 1949년 신중국 수립 이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왕멍
루쉰(魯迅), 바진(巴金)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불리는 라오서(老舍)의 걸작 희곡 『찻집』(1957)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찻집』은 1958년 북경인민예술극원의 초연 이래 2021년 현재까지 무려 700회 넘게 무대에 오른 명실상부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희곡이다. 공연이 열릴 때마다 매진을 거듭하여 “「찻집」 현상”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북경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찻집』에는 혼돈의 중국 근대를 살아간 북경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대를 이어 가며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 온 북경의 한 유서 깊은 찻집이 역사의 격랑 속에 쇠락해 가는 씁쓸한 풍경에는 민초들의 신산한 삶이 서려 있다. 라오서는 중일 전쟁, 군벌의 혼전, 국민당의 부패 통치, 신중국 수립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찻집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변화하는 인정세태를 통해 오십여 년 중국 근대의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

라오서

저자:라오서

본명은수칭춘(舒慶春).1899년북경의몰락한만주족기인(旗人)집안에서태어났다.1919년북경사범학교를졸업한뒤교사생활을했으며1922년세례를받고기독교인이되었다.1924년영국으로가런던대학동방학원에서중국어를가르쳤다.찰스디킨스,서머싯몸등영국작가들의문학을접하고,서구사회의사상들을체화했다.1929년귀국후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작품을발표했다.1930년대말에는항일활동에앞장서는한편,민간의전통문예양식으로작품을창작함으로써서구편향적이었던20세기초중국문학계와연극계에전통양식의가치를새롭게인식시켰다.1939년북평(北平)인력거꾼의삶을다룬대표소설『낙타상자』를발표했다.미국국무원초청으로1944년부터미국에체류하다1949년신중국수립후귀국,1951년에는인민예술가칭호를받았다.1957년대표희곡『찻집』을발표했다.소설,희곡,산문등여러장르의작품을꾸준히발표하며창작활동을이어가다문화대혁명이막시작된1966년반동지식인으로몰리자북경태평호에투신하여생을마쳤다.



역자:오수경

서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국립대만대학교에서문학석사학위를,서울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학교중어중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중국희곡과중국연극사를가르치고있다.지은책으로는『송원희곡고역주』,『중국고전극읽기의즐거움』(공저),『동아시아전통축제의재발견』(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백토기』,『찻집』,『버스정류장』,『피안』,『중국고대극장의역사』(공역)등이있으며,『한국연극사』등을중국어로옮겼다.

목차

등장인물11

1막15

2막39

3막71

부록117

작품해설124

작가연보143

출판사 서평

■일상언어로그려낸북경하층민의삶

청나라말북경의몰락한만주족기인(旗人)집안에서태어난라오서는평범한북경사람들이쓰는친근하고맛깔스러운일상언어로하층민의생활상과풍속,세태를누구보다도핍진하게그려낸작가였다.그의경쾌하고해학적인글에서는팍팍한서민들의삶과운명을바라보는따뜻한시선이느껴진다.진실한창작을위해사회의가장낮은곳까지뛰어들기를주저하지않았으며‘인민예술가’라는영예로운칭호까지받은그의작가정신을느낄수있는대목이다.북경하층민의삶을그린라오서의작품들가운데『찻집』은완성도와주제의식에서단연돋보인다.작품이발표된이듬해인1958년작가는한잡지에실린글에서『찻집』을쓰게된배경을이렇게설명한다.

“찻집은온갖신앙,온갖직업의온갖사람들이다드나드는곳.그모든사람들을다담을수있으니,찻집은우리사회의축소판이다.비록3막으로된작품이지만,50년에이르는사회의변화를담아낸다.그변화속에서정치와의관련을피할수없다.그러나난정치무대의고관대작들을알지도못하니,그들의진퇴와처세를정면으로그려낼수는없다.나는그저시정의인물들을알고있을뿐이고,그들은늘찻집을드나든다.그래서그들을찻집에모아그들삶의변화를통해사회의변천을보여줄수있지않을까생각했다.이렇게『찻집』을쓰게되었다.”(『찻집』에관한몇가지질문에답하여」,《극본》,1958.「작품해설」에서)

시정의인물들과그들의삶을너무나도잘알았던라오서가자신의구체적인경험을바탕으로쓴『찻집』의등장인물들이마치실재하는사람들처럼생생하게느껴지는이유를알수있다.청나라말무술변법시기,제국열강의이권과연결된군벌전쟁시기,신중국수립전야의민국시기,이세역사시기를배경으로라오서는한찻집을드나드는사람들과그들이관계를맺으며일어나는다양한사건들을통해변화무쌍한중국사회의혼란상과가난하고힘없는사람들이맞는비극적인운명을그려보인다.

■‘찻집’이라는공간에담아낸중국근대사와인간군상

이작품에는오십명이넘는인물이등장하며같은공간에서세대가바뀐다.제국주의열강이침략해들어오는풍전등화같은상황속에서강유위,양계초등의유신운동이실패로끝났음을알리며1막이시작된다.혼란의시대에도북경사람들은그들나름의일상을향유한다.젊은주인왕이발이운영하는찻집에서는여러부류의사람들이차를마시고식사를하며나라안팎과시정의소식을주고받는다.이곳에서는건달들의패싸움이벌어지고,먹고살길이막막한빈민이자식을팔기도하며,한마디말때문에멀쩡한사람이불순분자로체포되기도한다.어지러운시대상을반영하듯찻집곳곳에는“나랏일은이야기하지맙시다.”라는글씨가붙어있다.

2막은전막으로부터십여년이흘러원세개가죽고군벌들이할거하고내전을일으키던때를배경으로한다.세상이변하며점점구시대의유물이되어가는찻집을지키기위해왕이발이하릴없이개량을거듭하지만끊임없는군벌전쟁속에서가파르게쇠락해가는찻집의모습이덤덤히그려진다.시대의흐름에몸을맡긴채저마다의삶을이어가는등장인물들의갖가지인생역정이드라마틱하게펼쳐진다.

3막에서는중국이항일전쟁에서승리한후국민당첩자들과미군이북경에서활개를치고있다.나라깊숙이파고든자본주의의폐해까지더해지면서서민들은살길이막힌다.끊임없이새롭게군림하는권력층의모진수탈과억압앞에대를이어가며한자리에서버텨온찻집또한잔인한운명을맞고만다.찻집주인왕이발과나라에공장을통째로빼앗긴진중의,찻집의오랜단골상대인세노인이지전을뿌리며자신들의삶을애도하고죽음을예비하는모습은눈물겹기까지하다.평생을인도주의자로살았던라오서의인간애가느껴지는장면이다.

“가장중국적인공간인찻집에서가장중국적인인물군상이펼치는에피소드중심의서사구조를갖춘『찻집』은중국근대극사상가장중국적인작품이다.서구근대극의그늘에서벗어나완벽하게현지화된연극이탄생한것이다.‘민족화’라는말이저절로떠오르게만든작품『찻집』에는“화극민족화”의경전이라는평이늘따라다녔다.”(「작품해설」에서)

■‘인민예술가’라오서와문화대혁명

1949년신중국수립후저우언라이(周恩來)의요청을받고체류중이던미국에서귀국한라오서는사회주의중국문예계의중심에서서활발히활동했으며1951년에는‘인민예술가’라는영예로운칭호까지받았다.1950년대후반중국은엄중한사상통제사회로들어서많은지식인들이비판의대상이되었다.그리고라오서또한문화대혁명이라는광풍을피해가지는못했다.1966년육십대후반의라오서는십대홍위병들에게끌려가심한모욕을당했다.그들은라오서의머리를반쯤밀어버리고얼굴에먹물을뿌렸으며목에는‘반동분자’라는팻말을걸고그를사정없이구타했다.다음날일찍집을나선라오서는북경태평호에서시신으로발견되었다.누구보다나라와민족을사랑했으며인민에대한깊은애정을지녔던작가라오서의최후는이토록비참했다.


■본문중에서

여긴정말중요한곳이며,심지어문화교류의장이라고할수있다.(16쪽)

양놈물건들은정말좋아!내가만약촌뜨기처럼우리옷감으로만든구식옷을입고있다면누가날거들떠보기나하겠어요?(25쪽)

얘야,순자야!아비는사람이아니라짐승이다!그러니나더러어쩌란말이냐?네가밥이라도먹을곳을찾지않으면,굶어죽게돼!난또그나마은전몇냥이라도손에쥐지않으면,지주나리한테그대로맞아죽을걸!순자야,팔자소관이라생각하렴,좋은일한다생각하렴!(37~38쪽)

상대인,들으시오.우리에게충성을요구하는이들은모두양놈들에게기대고있다고!양놈의총과대포가없으면어찌전쟁을할수있겠소?(55쪽)

터놓고말하지.여기선이제그런일은안돼요.우린개량을했다고,문화적인곳으로!(59쪽)

공장을하고은행을하면뭘하겠소?그는산업을일으켜나라를구하겠다지만,누굴구했소?자신을구했을뿐이지.그는돈이더욱많아졌으니까!그렇지만그정도사업이야,흥,외국인들이새끼손가락하나만내밀어도다땅에엎어져버릴테니,다시는일어나지도못할걸!(66쪽)

어르신,맞아요!저까지도반동의재산이죠.누구든더힘센사람시중을들어야하니까!빌어먹을,겨우열일곱인데,늘죽는게낫다는생각만들거든요!죽으면그래도시체는온전할테지만,이런직업으로야살아있는동안온몸이썩어문드러질테니!(76~77쪽)

주인장,늘우리아버지가평생공짜차를마셨다고하셨는데,어르신목숨구할말몇마디해드리죠.우리아버지대신빚갚는셈치고.삼황도는지금일본사람들있을때보다더세요.이찻집하나부숴버리는거야냄비하나우그러뜨리는것보다간단하다고요!(103쪽)

개량,난그래도늘개량하느라애썼어요.남에게처지지는않으려고요.차만팔아안되겠기에하숙도쳐보고,하숙이없어지자평서도시켜보고,평서로도사람이안오니이젠체면불고하고아가씨도쓰려했지!사람은어쨌든살아야하잖소?내가온갖방법을다쓰며여기까지온것도다살기위해서아니었겠소!그래요,뇌물줘야할땐봉투도내밀고.그래도난정말못된짓이나도리에어긋난짓은해본일이없다고요.그런데왜살아갈길까지막는거지?내가누구에게잘못했나?대체누구에게?황제인지마마인지그개같은연놈들은잘만사는데,난찐빵하나제대로먹을수없으니,어떻게된셈판인가말이오?(111~112쪽)

처장님께보고합니다.유태찻집은생긴지육십년이넘었습니다.온북경에모르는사람이없죠,자리도좋고.이오래된이름으로우리거점을삼으면꼭성공할겁니다!예전처럼차를팔면서(가리키며)정보양과소심안양을시켜접대하도록할생각입니다.제가여기서온갖종류의인간들을감시하노라면반드시많은정보를얻고공산당도잡아내게될것입니다!(114쪽)

이곳늙은주인이매우가엾게되었습니다.그에게제복을하나주셔서문지기일도보고,귀빈들이차타고내리는것을돕도록하면어떨까요?그는여기서몇십년을살았기때문에누구든지그를다알거든요.정말이곳의살아있는간판이라할수있죠!(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