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나이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6

모래 사나이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6

$12.00
Description
인간 심리의 비밀스럽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

환상 문학, 공포 소설의 선구자 호프만의 정수가 담긴 신비로운 단편 소설집

몽환과 현실을 넘나드는 낯설고 기이한 이야기, 매혹적이고 섬뜩한 환상의 세계

“휘 - 휘 - 휘! - 불타는 원 - 불타는 원아! 돌아라, 불타는 원아-
즐겁게 - 즐겁게! - 나무 인형 휘 예쁜 나무 인형아, 돌아라-.”


▶ 안개와 꿈으로 이루어졌으며 환상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세상이 아닌 세계, 이것이
호프만의 세계다. ─ 슈테판 츠바이크

▶ 호프만은 문학에서의 섬뜩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가다. ─ 지크문트 프로이트

저자

E.T.A.호프만

저자:에른스트테오도어아마데우스호프만

독일낭만주의를대표하는작가.문학뿐아니라,음악,미술분야에서도재능을발휘하여낭만주의의‘보편예술’정신을구현한독보적인인물로꼽힌다.1776년프로이센쾨니히스베르크에서변호사의셋째아들로태어났다.생애대부분을법원관리로생계를유지했으며,1799년징슈필「가면」작곡을필두로작곡과평론등음악활동으로예술가의길을시작한다.오페라단단장직에서해임당하고생활고에시달리던시기인1814년에그간집필한「황금항아리」등을모아펴낸소설집『깔로풍의환상집』이선풍적인기를끌며문학계유명인사로자리잡는다.이후8년간왕성한집필활동을이어가며장편소설『악마의묘약』(1815~16),「모래사나이」등을수록한소설집『밤풍경』(1816~17),중편소설「키작은차헤스,위대한치노버」(1819),「호두까기인형과생쥐왕」「스뀌데리부인」등을수록한소설집『세라피온의형제들』(1819~21)을잇달아펴낸다.건강이악화되는와중에도매년수백페이지를써내며『브람빌라공주』(1820)『수고양이무어의인생관』(1820~21)같은장편소설과소설집의후속권들을쉼없이출간한다.1822년위중한상태로병석에서『사촌의구석창문』을구술로마무리하고,당국과의마찰로검열당한『벼룩대왕』을출간하는등“죽기전에는살아있기를멈추지않”으며,온몸이마비된채구술을하던중생애를마감했다.환상문학의전범이자장르문학의고전,그로떼스끄의대가,심리묘사의거장으로서도스또옙스끼,고골,보들레르,발자끄,포등무수한작가들을매료했고,음악계에서도차이꼽스끼,슈만,오펜바흐등에게지대한영향을미치며뚜렷한족적을남겼다.



역자:신동화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과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출판사에서편집자로일했으며,한국문학번역원번역아카데미특별과정을수료했다.현재프리랜서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레오페루츠의『9시에서9시사이』,게르하르트노이만의『실패한시작과열린결말/프란츠카프카의시적인류학』,알프레트되블린의『무용수와몸』,토마스만의『괴테와톨스토이』등이있다.

목차

모래사나이7
이그나츠데너63
팔룬의광산140

작품해설183
작가연보196

출판사 서평

■환상소설의선구자E.T.A.호프만,꿈과현실을오가는삶과작품
매혹적이면서섬뜩한환상의세계로초대합니다

환상소설과공포소설의선구자이자독일낭만주의대표작가,환상과현실을넘나들며기괴함과섬뜩함,유머와풍자로독자를매혹하는E.T.A.호프만의단편소설집『모래사나이』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396번으로출간되었다.이책에는호프만이남긴수많은단편소설중총세작품을선정하여수록했다.?모래사나이(DerSandmann)?는호프만을논할때빼놓을수없는단편이며,뒤를잇는?이그나츠데너(IgnazDenner)?는한국어로처음번역하여소개하는으스스한소설이다.마지막으로?팔룬의광산(DieBergwerkezuFalun)?은오래전에한차례번역된적이있으나국내독자에게잘알려지지않은아름다운작품이다.독일낭만주의의대표작가인호프만은환상과광기와불안을소재로삼아작품속에서환영과유령과도플갱어와악마를소환한다.낯설고섬뜩하고기이한소설들은이성적이고무미건조한현실의법칙을뒤흔들고,꿈과현실사이를곡예하듯오가며환상적인마법의왕국이우리삶의일부임을매혹적으로증명해낸다.
어느날불길한청우계장수코폴라를만나며어린시절아버지의죽음에얽힌끔찍한기억을떠올리고점차광기에빠져드는나타나엘의이야기를그린「모래사나이」.선과악의사투와뒤엉킴을숨막히게보여주는「이그나츠데너」.외딴숲에서사냥터지기로아내와가난하게살아가는안드레스네집문을두드리는낯선남자이그나츠데너,아내의병을고쳐주고돈과보물을건네는그는선인인가악인인가.스웨덴팔룬의광산에서있었던실화를모티프로한애절하고환상적인사랑이야기「팔룬의광산」.어머니를잃고세상에환멸을느끼는젊은선원엘리스앞에나타난한늙은광부.엘리스는늙은광부의조언에따라팔룬의광산으로가광부가되고신비로운땅속세계에완전히매혹되고마는데…….

에른스트테오도어아마데우스호프만(1776~1822)흔히줄여서‘E.T.A.(에테아)호프만’이라부른다.본명은‘에른스트테오도어빌헬름호프만’이지만음악가모차르트를존경하여나중에세번째이름을‘아마데우스’로바꾸었다.
은19세기초에활동한독일낭만주의작가이다.1776년에대학자칸트의도시인쾨니히스베르크에서태어난호프만은어린시절부터음악,미술등예술분야에관심을보이고두각을드러냈지만법조인가문인외가의전통에따라법학을전공하고법관의길에들어서게되었다.그러나예술에대한열정을놓지않고계속해서작곡을하고,그림을그리고,글을썼다.호프만은생애의많은시간을작곡가,악장,음악비평가등으로활동하며음악에엄청난열정을쏟았다.스스로를무엇보다음악가로여기며끊임없이성공을꿈꿨고야심차게작곡한오페라?운디네(Undine)?를무대에올려호평을받기도했다.반면문학작업은음악만큼진지하게여기지않아일필휘지로빠르게연이어소설을써내려갔다.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호프만에게성공을안겨주고오늘날까지사람들의기억에남은것은그의문학작품들이다.
빛으로상징되는계몽주의의이성과합리성에반발하며자아의주관성과초자연적인것,꿈과예감을강조한것이초기낭만주의였다면,호프만은인간심리의비밀스럽고어두운면에주목한후기낭만주의의작가로분류된다.호프만은환상문학,공포소설,추리소설의선구자로서에드거앨런포,니콜라이고골,표도르도스토옙스키,빅토르위고,오노레드발자크,샤를보들레르같은후대작가들에게많은영향을미쳤다.뿐만아니라그의삶과작품을소재로삼은슈만의피아노곡?크라이슬레리아나?(1838),오펜바흐의오페라?호프만이야기?(1881),차이콥스키의발레?호두까기인형?(1892)등을통해음악사에도호프만의이름이새겨져있다.

“호프만의기이한소설들은우리가살아가는일상적현실을뒤흔든다.그런데그와동시
에현실감각을잃고자기만의세계에갇혀버린낭만적자아를경계하고풍자하기도한
다.바로이점이호프만의탁월함이자독특함이다.”(옮긴이의글에서)

■?모래사나이?:작가호프만의정수를보여주는섬뜩한걸작

?모래사나이?는작품집<밤의풍경들>의첫머리에실린단편으로호프만의대표작중하나로꼽힌다.주인공나타나엘이어느날불길한청우계장수코폴라를만나며어린시절아버지의죽음에얽힌끔찍한기억을다시떠올리고결국광기에빠져죽음에이르는과정을그린이이야기는오늘날독자에게도여러모로기괴하고충격적이면서흥미로운구석이많다.
이작품은그동안무수한해석을낳았는데그중가장잘알려진것은지크문트프로이트가소논문?섬뜩함(DasUnheimliche)?에서제시한분석이다.프로이트는아이들의눈을뽑아가는섬뜩한모래사나이의이미지에주목하여이를정신분석학적관점으로풀이한다.즉눈을잃는것에대한두려움을거세불안과연결짓는것이다.이때나타나엘의눈을뽑으려는코펠리우스와그것을말리는나타나엘의아버지는분열된아버지상,곧나쁜아버지와좋은아버지를상징하며이대립관계는코폴라와스팔란차니교수를통해반복된다.그리고스팔란차니의딸로불리는올림피아는작품속구도상나타나엘과동일성을가지는데(코펠리우스-아버지-나타나엘/코폴라-스팔란차니-올림피아)때문에그녀에대한나타나엘의사랑은나르시시즘적이라고분석한다.
눈모티프는일반적으로인식의문제와도연관된다.인간이외부세계를인식하고받아들일때가장중요한매개체가바로시각이다.예민한나타나엘은눈과관련된어린시절의트라우마로정신적혼란과불안을겪는다.청우계장수코폴라가내놓은안경들은이러한나타나엘을경악과공포에몰아넣으며,나타나엘이구입한망원경은그의눈을홀려서자동인형인올림피아를진정한영혼을가진아름다운여인으로,반대로인간인클라라를생명없는나무인형으로보게만든다.

이제야비로소나타나엘은올림피아의너무나도아름다운얼굴생김새를알아보았다.오직눈만이이상하게굳고죽은듯보였다.하지만망원경을점점더자세히들여다보자흡사올림피아의눈에서젖은달빛이떠오르는듯했다.마치이제야시력이점화된듯눈빛이점점더생기를띠며타오르는것처럼보였다.(43쪽)

원래대로라면사물을더똑똑하고명확하게인식하게도와야할망원경이여기에서는오히려눈을흐리며,외부의현실을객관적으로보여주는대신내면의망상을증폭하는역할을한다.또하나중요한모티프는자동인형이다.기계론적유물론이확산되고과학기술이발달한18세기에는살아있는동물이나인간의형상을모사한기계들이다수발명되었다.자크드보캉송의‘플루트연주자’나‘소화하는오리’,그리고‘체스를두는터키인’등이그예다.이러한자동인형에관심을가지고?자동인형(DieAutomate)?이란단편을쓰기도한호프만은?모래사나이?에도자동인형올림피아를등장시킨다.그런데나타나엘이보기에올림피아는차갑고‘산문적인’클라라나일반인들과대비되는고결하고‘시적’인마음씨와감수성을가진남다른아가씨다.이를통해호프만은과도한환상에빠져판단능력을상실한몽상적낭만주의자를풍자하는동시에자동인형이나다름없을만큼딱딱하고무미건조한계몽주의적사고방식을비판한다.올림피아의정체가탄로난후사람들이보이는우스꽝스러운반응은작가호프만의날카롭고유머러스한면모를잘드러낸다.

이제많은남자들은자신의애인이나무인형이아니라는것을완전히확신하기위해사랑하는여자에게박자에어긋나게노래하고춤추라는둥,낭독중에수를놓고뜨개질을하고애완견을데리고놀라는둥이런저런일을요구했다.무엇보다도그냥듣고있지만말고가끔은말도하라고,정말로사고와감정이바탕이된말을하라고요구했다.(……)티파티에서사람들은예의의혹에대처하기위해믿을수없을만큼자주하품을했고재채기는절대하지않았다.(58쪽)

그밖에도세통의편지와서술자의이야기로이루어진복합적인구조,흡사도플갱어와도같은코펠리우스-코폴라의존재,나타나엘이겪은일이어디까지가현실이고어디까지가환상일까하는의문,분열된자아와광기의문제등?모래사나이?는여러가지수수께끼와생각할거리를독자에게던져준다.이작품이고전으로남아지금까지계속해서읽히는이유다.

■?이그나츠데너?:선과악이뒤엉킨싸움

?이그나츠데너?는작품집<밤의풍경들>에서?모래사나이?에이어수록된단편이다.다층적인구조를가진?모래사나이?와달리?이그나츠데너?의이야기는일직선으로단숨에죽진행된다.먼옛날을배경으로경건하고선한사냥꾼안드레스와사악한도적두목이그나츠데너가벌이는대결구도가그중심축을이룬다.
찢어지게가난한안드레스는상인으로가장한이그나츠데너의도움을받아중병에걸린아내를살리고곤궁한처지에서벗어나안정적인생활을누린다.하지만데너가도적떼의수괴라는사실이드러나고안드레스는어쩔수없이도적떼에협조하여위험천만한범행에가담하게된다.이일로약점이잡힌안드레스는이후데너의유혹과협박에의연하게맞서나그결과온갖끔찍한일과고초를겪는다.안드레스는도적이자살인자로몰려감옥에갇히고사형을당할위기에처해서도독실한신앙심과진실한태도로양심을저버리지않고결국누명을벗는다.반면악의화신인데너는비참한최후를맞고만다.
그런데이러한결말을놓고서이작품이단순히악에대한선의영광스러운승리를그린다고볼수있을까?그렇다기에안드레스는너무도큰대가를치른다.첫째아이는살해당하고,아내조르지나는병으로죽고,안드레스자신은수감생활과모진고문으로반죽음상태가된다.하늘의뜻인지단순한우연인지,만일형장에서결정적인순간에무고함을입증해줄증인이나타나지않았더라면그는영락없이죽고말았을것이다.더군다나안드레스가지독한가난에시달리도록방치한것은,그래서데너에게의지할수밖에없게만든것은애초에그가충실하게섬기는주인바흐백작이다.바흐백작은생명의은인인안드레스에게보답한답시고그를황량한숲으로보내놓고서충분한경제적지원을제공하지않는다.비록음험한속셈에서지만안드레스를실질적으로도와주는것은오히려악당데너이다.또한정의로운판결로억울함을풀어주고진상을밝혀야할법원은선한안드레스의편이되기는커녕비인간적이고끔찍한고문으로자백을얻어내려할뿐이다.그럼에도안드레스가끝까지양심을지키고진실을주장한것은그야말로기적이라고할수있다.이렇듯이소설은선과악을뚜렷이대비시키면서도그뒤엉킴을보여주면서‘이세상에서선을추구한다는게가능한일인가’라는의문을던진다.
사악한존재로서동일인인듯아닌듯혼동을일으키는트라바키오-데너는흥미롭게도?모래사나이?의코펠리우스-코폴라와대응을이룬다.이두쌍모두가이탈리아출신이란점도주목할만하다.음울한북쪽의독일인들에게따뜻한남국이탈리아는예술과미의본고장이자환상과마법의나라로동경의대상이면서낯섦과두려움을불러일으켰다.호프만은트라바키오-데너를통해비밀스러운악의근원으로독자를이끌고마법,악마,살인,음모,광기,피가난무하는이야기로충격을안기면서이른바‘공포낭만주의(Schauerromantik)’의정수를보여준다.

■?팔룬의광산?:두세계의만남이보여주는처연한아름다움

작품집<세라피온형제들>에실린?팔룬의광산?은실화에바탕을둔작품이다.1677년스웨덴팔룬의광산에서한젊은광부가결혼식을앞두고실종되었다.긴세월이흐르고1719년에갱속에서황산염수속에고스란히보존된광부의시신이발견되면서늙은약혼녀는청년의모습을한옛약혼자와다시만났다는이야기다.이사건은독일의여러작가에게영감을주어문학작품으로탄생하게된다.그대표적인예가요한페터헤벨의짧은단편?뜻밖의재회?(1811)다.호프만은이매력적인에피소드를자기만의방식으로변형시켜서?팔룬의광산?이라는또하나의아름다운이야기를만들어냈다.
이소설에서가장눈길을끄는것은지상세계와지하세계의대조다.주인공엘리스프뢰봄은원래배를타고탁트인바다를누비던선원인데갑작스럽게어머니를잃고서크나큰상심에빠지고바다위생활에환멸을느낀다.이때유령같은늙은광부가나타나엘리스에게광부가될것을권하며광산일이얼마나매력적이고가치있는지를설파한다.늙은광부의설득에마음이움직인엘리스는찬란한햇빛과푸르른하늘로묘사되는바다/지상을떠나어두운지하에서일하기로결심한다.처음에는무시무시한암석과까마득한깊이에압도되어두려움을느끼지만강력한여왕이지배하는지하세계에점차매혹된다.이때지상과지하는현실과환상/꿈을상징하며,엘리스가땅속의신비롭고경이로운세계를동경하다죽음을맞는상황은그야말로‘낭만적’이다.
낭만주의자들은지하깊숙한곳에숨겨진자연의근원을탐구하는작업으로서광업에관심을가졌다.가령작가노발리스는광물학과지질학을공부하고광산감독관으로일했으며그의대표작이자낭만주의문학의상징적텍스트인<푸른꽃>(1802)에도광산과광부에관한에피소드가나온다.?팔룬의광산?은이러한맥락속에있는작품이다.늙은광부토르베른은엘리스에게광산일의가치를다음과같이설파한다.

눈먼두더지가맹목적인본능으로땅을파헤친다면,인간의눈은가장깊은지하에서갱내등이비추는희미한불빛속에서사물을더환히볼수있을지도몰라.그래,마침내인간의눈은점점더힘을얻으며,저위구름위에숨겨진것의반영을경이로운암석속에서인식할수있을지도.(149쪽)

토르베른에게광산일은단순히광물을캐내고이윤을얻는작업이아니라더고귀한것,더본질적인것을인식하고발견하는내면적과정이다.있는그대로의현실에만족하지않고초월적세계를추구하는낭만주의적자세를여기서확인할수있다.
그런데중요한것은이소설이엘리스의죽음으로끝나지않는다는점이다.호프만은작품의모티프가된실제사건의결말을그대로따른다.결혼식날지하에영원히잠들어버린엘리스와지상에홀로남겨진약혼녀울라는수십년이흐른후극적으로재회한다.이장면은개인적차원을넘어서로대립되는두세계의만남을보여준다.여전히젊은이의모습을간직한엘리스와주름투성이꼬부랑할머니가된울라,이두사람의만남을통해그동안분리되어있던지하세계와지상세계,환상과현실,죽음과삶,과거와현재가다시금하나가되는것이다.이러한합일의장면은처연하면서도더없이아름답고가슴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