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침을 뱉어라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

시여, 침을 뱉어라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

$14.00
Description
독창적 시론과 초월적 언어관으로
한국문학의 정전이 된 김수영의 시학
“예술의 본질에는 애수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예술 작품은 애수를 넘어선 힘의 세계다.”

김수영 시론집 『시여, 침을 뱉어라』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여, 침을 뱉어라』는 김수영이 쓴 시론과 문학론에 해당하는 산문만을 엮어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김수영이 시인들의 시인이자 문인들의 문인으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가 쓴 시에 더해 치밀하고도 독창적인 시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시란 무엇일까, 그리고 시를 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어 봤을 질문. 하지만 끝내 답하지 못한 채 멀어져 버린 질문들을 꺼내 보자. 김수영의 사유와 함께라면 마음 한쪽에 밀어 두었던 오래된 질문들과도 즐겁게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논할 때 정초석으로 삼는 글이 바로 김수영의「시여, 침을 뱉어라」이다. 뿐만 아니라 「시의 뉴 프론티어」「시인의 정신은 미지(未知)」등 시와 시적인 것에 대한 김수영의 정의는 시간과 무관하게,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나는 생기를 얻고 있다. 한국문학사의 보물과도 같은 다수의 시론을 비롯해 「모더니티의 문제」 「‘현대성’에의 도피」 등 8편의 시작노트 및 월평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수록된 편편의 산문은 김수영이 문학과 예술에 대해 지녔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현장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가 한국 현대시와 한국문학의 정전이기만 하다면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나는 의미가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김수영이 문학에 대해 남긴 사유는 세계 힘들의 각축장이었던 한반도의 지식인이자 시인이었던 김수영이 20세기의 역사와 정치, 문화와 문학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 정의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 자유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전쟁을 치렀는지, 그 치열한 고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아름다운 자산인바,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만나는 김수영의 시학은 김수영의 시와 시학을 더 정확하게 만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자

김수영

시인.1921년서울종로에서태어났다.1935년부터1941년까지선린상고(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재학했고,성적은우수했으며특히주산과미술에재질을보였다.거쳐동경상대에입학했고1942년일본으로건너가연극을공부하던중1944년조선학병징집을피해귀국했다.곧중국길림으로이주하고연극활동을하다가해방후서울로돌아왔다.1945년연희전문학교영문과에입학하였으나한학기만에...

목차

1부시론
시여침을뱉어라9
시의뉴프런티어18
시인의정신은미지(未知)22
생활현실과시27
대중의시와국민가요42
히프레스문학론45
예술작품에서의한국인의애수56
가장아름다운우리말열개70
참여시의정리77
반시론91

2부일상단상
무제109
생활의극복113
책형대에걸린시119
독자의불신임124
창작자유의조건129
저하늘열릴때133
요즈음느끼는일138
마리서사145
멋153
나의연애시159
와선163

3부시작노트
시작노트1167
시작노트2169
시작노트3176
시작노트4180
시작노트5186
시작노트6192
시작노트7202
시작노트8212

4부월평
모더니티의문제225
‘현대성’에의도피233
요동하는포즈들240
‘낭독반(朗讀盤)’의성패247
사랑과죽음의대극은시의본수(本髓)250

해설253
추천의글270
작가연보280

출판사 서평

■‘시인’김수영
김수영을대표하는이미지는무엇일까.누군가에게그것은‘풀’일수도있을테고누군가에게그것은‘폭포’일수도있겠지만그렇듯세찬이미지한편에는50원짜리갈비가기름덩어리만나왔다고분개하던옹졸함과절정에서비켜선채하찮은반항이나일삼는소시민의이미지가있다.김수영이우리에게가한충격은‘비상하는노고지리’나‘피의냄새가섞여있는혁명’처럼단단한그무엇이전에‘모래’나‘설움에몸을태우는거미’처럼흩어지거나사위는그무엇이아니었을까.과연그는누구나존경할만한위대한사람이기보다는“나는왜이리작은것이냐”며자책하는나약한인간이었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나약함속에오늘날까지도수많은독자들이김수영을읽는비밀이있다.김수영은비겁한소시민이었고괴팍한인간이었지만그런자신을질책하고까발리는전대미문의영혼이기도했던것이다.

■‘현대시인’김수영
언어는그것을사용하는사람이세계를바라보는방식에큰영향을미친다.김수영이살았던시대는일본어와한국어와영어가혼재하는가운데형성된전례없는혼돈의시대였다.그러나그모든혼란은새로움을품고있는역동과에너지이기도했다.『시여,침을뱉어라』는혼돈의역사에휘둘리지않고“내가나에게박는거대한뿌리”를상상했던지성인이자예술가인김수영이시와문학에대한탐색을통해부박한이세계에뿌리내리고스스로를키워나가는과정을보여주는책이다.그는‘혼란’을“자유와사랑의동의어”로정의했거니와,문화의세계에서혼란의향수가싹트고있음을중요하게여기며그러한근원을빚어내는역할을하는것이바로시의임무라고했다.김수영에게시는전에없던혼란이시작되는장소였다.이렇듯김수영은역사의수레바퀴가남겨놓은무늬를지닌세계인이었고홀로선현대한국인이었으며타협을모르는,무엇보다자기자신과조금도타협하지않는시인이었다.예술가였던김수영의시에는생활인이었던김수영의시가있고적과의전선을거듭확인하는냉철한의식이면에는일상적소재에서시를발견해내는탁월한독창성이있다.모든것이시가될수있고모든것에시가있다는것을과감하고전위적인작법으로보여준김수영으로부터한국현대시의‘모더니티’가출발했다고말하는이유일것이다.

■한국현대시학의탄생
누구보다대표적인한국의시인이었지만그는끝없이시에대해질문하는성실한영혼이었다.그래서였을까.「시여,침을뱉어라」에서김수영이쓴것은훗날한국시사(詩史)에남는중요한경구가된다.“시작(詩作)은‘머리’로하는것이아니고‘심장’으로하는것도아니고‘몸’으로하는것이다.‘온몸’으로밀고나가는것이다.정확하게말하자면,온몸으로동시에밀고나가는것이다.”온몸의시학은김수영자신의닻이었을뿐만아니라한국현대시의닻이기도했다.김수영의산문은그의난해한시에전복의에너지와전위의깊이를부여하는이론일뿐아니라그자체로완전한예술이었다.한국문학사의새장을연현대적시인이었던동시에밀도높은사유와날카로운현실감각을지닌산문가였던김수영.그가쓴시론과예술을선별해수록한이책은무한대의혼돈에접근하고자모험을감행했던김수영의정신이지금이순간에도이행되고있는거대한뿌리임을증명한다.다시혼란의한가운데에서있는2022년의우리역시부유하는스스로를잡아줄“닻”을필요로한다.김수영의닻이시였다면,오늘우리의‘닻’은김수영의시,그리고김수영이말한시적인것에서찾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