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 전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1

이상 시 전집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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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감각적이고 조형적인 ‘시각시’로 한국 문학의 현대성 창조해 낸 이상.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상의 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 「거울」에서
한국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적 조형 언어로 ‘시각시(보는 시)’의 가능성을 조망한 시인 이상의 시 전체를 모아 엮은 『이상 시 전집』이 세계문학전집 411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책임 편집으로 엮은 이번 시 전집은 생전 이상이 발표한 국문 시, 일본어 시 외에도 이상 사후 발표된 시 및 미발표 시가 수록되었다. 이상 시에 대한 상세한 주석 외에도 이상 시에 대한 오랜 연구 성과인 작품별 ‘해설’을 추가하여 이상 시 해석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명쾌한 혜안을 제시한다.

이상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조선총독부에서 일한 건축기사, 특이한 행적과 여성 편력, 폐결핵 선고,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 동경에서 맞이한 죽음 등 이상의 짧은 생애와 극적인 개인사로 인해, 그리고 천재, 광인, 모던 보이 등 외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상은 희대의 천재가 되거나 전위적인 실험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19세기를 거부한 반전통주의자가 되거나, 1920년대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신감각파 시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거나…… 숱한 해석과 주석이 난무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상의 시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없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상 문학은 지금도 개인적으로 고립된 창조 활동의 영역에 갇혀 있을 뿐이다. 이상의 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상은 사물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의 변화에 일찍 눈뜬 예술가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두며 근대 회화의 기본 원리를 터득했고,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는 동안 근대적 기술 문명을 주도해 온 물리학과 기하학 등에 관한 깊은 이해를 얻는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 형태로 주목되기 시작한 영화에 유별난 취미를 키워 간다. 이상이 지니고 있었던 예술의 모든 영역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은 그가 남긴 문학의 구석구석에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 과학 기술과 문명이 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동안 획기적인 발달과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에디슨이 ‘실용 탄소전기’를 발명했다든지, 뢴트겐이 X선이라 부르는 방사선을 발견한 것도,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가솔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로 하늘을 난 것도 이 시기다. 이 모든 새로운 발명과 창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인간 삶의 물질적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이상은 기존의 시작법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기법과 진술로 새로운 시의 세계를 열어 놓는다. 이상은 사물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에 일찌감치 눈뜬 예술가다. 세기말에 등장한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예술 분야에 등장한 입체파와 의식의 흐름 기법 등 이상은 과학 문명과 예술의 전환기적 상황을 감각적이고 조형적인 자신만의 시 언어에 녹여 낸다. 이러한 시적 기표들은 모두 추상적 속성을 지니며,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통해 텍스트의 내적 공간으로부터 독자들을 소외시킨다. 이상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더니티의 시적 추구 작업이다. 감각적 언어와 파격적 기법으로 자의식을 탐구하고, 시의 세계 안에 이미지를 그리는 동시에 일상 경험을 묘사하는 이상의 천재적 기법은 낡은 예술에 저항하는 무기이자 길지 않은 생을 산 그 자신에 대한 증언이다.

저자

이상

본명은김해경(金海卿)으로,1910년8월20일에태어났다.경성고등공업학교건축과(현재서울대학교)재학중학생회람지[난파선]의편집을주도하면서시를발표했고건축과를수석으로졸업한후1929년조선총독부의건축기수가되어근무하던중12월에건축학회지[조선과건축]의표지도안현상모집에1등과3등으로당선된다.1928년졸업앨범에서평생동안필명이되는이상(李箱)이라는이름을처음...

목차

1부국문시

꽃나무12
이런시15
1933,6,118
거울21
보통기념26
운동32

오감도
시제1호36
시제2호46
시제3호52
시제4호56
시제5호63
시제6호69
시제7호74
시제8호81
시제9호88
시제10호93
시제11호99
시제12호105
시제13호111
시제14호116
시제15호122

소·영·위·제·136
정식143
지비153
지비—어디갔는지모르는아내—157

역단
화로166
아침171
가정174
역단177
행로181
가외가전186
명경196
목장202

위독
금제208
추구214
침몰217
절벽220
백화223
문벌226
위치229
매춘232
생애237
내부240
육친243
자상246

IWEDATOYBRIDE252
파첩257
무제271
무제(기이)275

2부일본어시

이상한가역반응280
파편의경치290
▽의유희298
수염306
BOITEUX?BOITEUSE322
공복—331

조감도
2인……1……340
2인……2……344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348
LEURINE353
얼굴364
운동371
광녀의고백376
흥행물천사390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1406
선에관한각서2416
선에관한각서3426
선에관한각서4431
선에관한각서5436
선에관한각서6446
선에관한각서7457

건축무한육면각체
AUMAGASINDENOUVEAUTES468
열하약도No.2479
진단0:1483
이십이년489
출판법496
차8씨의출발508
대낮—어느ESQUISSE—518

청령526
한개의밤531
척각538
거리541
수인이만든소정원545
육친의장549
내과553
골편에관한무제558
가구의추위562
아침566
최후570

작품해설573
작가연보594
참고문헌602

출판사 서평

■감각적이고조형적인‘시각시’로한국문학의현대성창조해낸이상.
현대를사는우리는이상의시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에서

한국문학사에서유례를찾기힘들만큼실험적이고전의적인문학적조형언어로‘시각시(보는시)’의가능성을조망한시인이상의시전체를모아엮은『이상시전집』이세계문학전집411번으로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문학평론가권영민의책임편집으로엮은이번시전집은생전이상이발표한국문시,일본어시외에도이상사후발표된시및미발표시가수록되었다.이상시에대한상세한주석외에도이상시에대한오랜연구성과인작품별‘해설’을추가하여이상시해석을둘러싼갑론을박에명쾌한혜안을제시한다.
이상에대해우리는얼마나알까.조선총독부에서일한건축기사,특이한행적과여성편력,폐결핵선고,금홍과의만남과이별,동경에서맞이한죽음등이상의짧은생애와극적인개인사로인해,그리고천재,광인,모던보이등외적측면에초점이맞추어져이상은희대의천재가되거나전위적인실험주의자가되기도한다.나아가19세기를거부한반전통주의자가되거나,1920년대이후일본에서일어난신감각파시운동의영향을받았다고하거나……숱한해석과주석이난무하지만어떤경우에도이상의시는하나의테두리안에서그성격을규정할수없음을누구도부인하지못한다.이상문학은지금도개인적으로고립된창조활동의영역에갇혀있을뿐이다.이상의시를우리는어떻게이해할것인가.
이상은사물에대한감각적인식을둘러싼문화적조건의변화에일찍눈뜬예술가다.어린시절부터미술에관심을두며근대회화의기본원리를터득했고,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건축학을공부하는동안근대적기술문명을주도해온물리학과기하학등에관한깊은이해를얻는다.그리고새로운예술형태로주목되기시작한영화에유별난취미를키워간다.이상이지니고있었던예술의모든영역에대한폭넓은관심과지식은그가남긴문학의구석구석에잘드러나있다.여기에서주목해야할것은현대과학기술과문명이주로19세기말부터20세기초에이르는동안획기적인발달과변화를겪었다는사실이다.에디슨이‘실용탄소전기’를발명했다든지,뢴트겐이X선이라부르는방사선을발견한것도,영화가만들어진것도,가솔린자동차가처음등장한것도,라이트형제가비행기로하늘을난것도이시기다.이모든새로운발명과창조가한꺼번에이루어지면서새로운인간삶의물질적기반이형성된것이다.
이상은기존의시작법을거부하고파격적인기법과진술로새로운시의세계를열어놓는다.이상은사물에대한감각적인식을둘러싼문화적조건에일찌감치눈뜬예술가다.세기말에등장한프로이트의정신분석,아인슈타인의상대성이론,그리고예술분야에등장한입체파와의식의흐름기법등이상은과학문명과예술의전환기적상황을감각적이고조형적인자신만의시언어에녹여낸다.이러한시적기표들은모두추상적속성을지니며,‘낯설게하기’의효과를통해텍스트의내적공간으로부터독자들을소외시킨다.이상의시에서확인할수있는가장중요한특징은모더니티의시적추구작업이다.감각적언어와파격적기법으로자의식을탐구하고,시의세계안에이미지를그리는동시에일상경험을묘사하는이상의천재적기법은낡은예술에저항하는무기이자길지않은생을산그자신에대한증언이다.

■화가가되고싶은건축기사,시와소설로‘날다’
이상시의출발이된일본어시와연작시

“두종류의존재의시간적영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은원을살해하였는가”
―「이상한가역반응」에서

일제강점기이상은조선건축회기관지인《조선과건축》에일본어로쓴스물여덟편의시작품을발표했다.이작품들은1931년7월《조선과건축》에처음발표된「이상한가역반응」을비롯한여섯편의작품을제외하고는각각「조감도」,「삼차각설계도」,「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세편의연작시형태로이루어져있다.이러한연작방법은1934년「오감도」로이어지며이상시의형식적특징으로자리잡는다.「삼차각설계도」라는제목속에연작의형태로이어진「선에관한각서1-7」을비롯하여,「이상한가역반응」,「운동」등이이에해당한다.이들작품에는수학이나물리학등에서사용하는용어들이그대로활용되고있으며,근대과학으로서의기하학의발전이라든지상대성이론과같은새로운이론의등장에관한특이한상념을‘기하학적상상력’에기초하여새로이형상화하고있다.이러한조형감각을통해이상은사물에대한새로운시각을발견하고,그정체를포착하는동시에주체의변화까지드러낼수있는‘삼차각’을창조해냈다.

이상의일본어시에는육체의물질성에대한새로운인식을보여주거나,인간육체의물질성을보여주며대상세계를낯설게감각하는시적실험에골몰한흔적이나타난다.아울러현대문명에대한비판적시선,강제검열이만연하는시대적억압을텍스트를통해나타내는데대표적시가「출판법」이다.이시는표면적으로타이포그래피의기술적메커니즘을통해하나의텍스트가구축되는과정을보여주지만식민지시대정치현실과함께신문기사를통제하는일본경찰의검열과정을교묘하게텍스트안에감추어놓는다.

■이상문학을대표하는연작시「오감도」
병적나르시시즘을어떻게이해할것인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건것이”
―「오감도시제2호」

연작시「오감도」는1934년《조선중앙일보》에연재한「오감도시제1호」부터「오감도시제15호」까지로,각작품이형식과주제면에서독자성을지니지만‘오감도’라는커다란제목아래묶여있다.「오감도」에포함된열다섯편의작품들은다양한시적구성을보여준다.시적진술자체는고백적인정조를형성하고있으며,시적심상의구조와그짜임새는매우복합적이다.각각의작품들은시적지향자체가두가지계열로크게구분된다.하나는외적세계를시의대상으로삼아사물을보는새로운시각을통해인간의삶과현대문명에대한불안의식을표현한다.다른하나는자기내적세계를시의대상으로삼아자의식의탐구에서부터병에대한고뇌와육체의물질성에대한발견등을암시한다.그리고시적자아의범위를넘어서서가족과의불화와갈등에이르기까지그인식의방향을확대한다.「오감도」의연작형식은이질적인정서적충동을직접드러낼수있도록고안된‘병렬’의수사와그미학을추구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이상은구체적설명이나감각적묘사대신한두가지의중심명제를관념화하여이를진술한다.이같은특징때문에「오감도」에는한국의대표적인난해시라는표지가붙어있다.
이상의「오감도」에는폐결핵의고통속에서자기몰입의성향을강하게드러내는작품이많으며「오감도시제4호」,「오감도시제5호」,「오감도시제8호」,「오감도시제9호」,「오감도시제15호」등에서이를확인할수있다.이들작품에공통적으로드러나는병적나르시시즘을어떻게이해할것인가하는것은「오감도」의성격을규정하는데중요한의미를지닌다.「오감도」는이상이폐결핵으로인해조선총독부건축기사를퇴직한후병의고통속에서만들어낸작품이기때문이다.프로이트는나르시시즘이라는말을일종의정신병리학적인개념으로사용하면서,인간이자신의육체에가해지는어떤고통의실체를발견하게되었을때자기자신에대해관심을집중한다고말한다.육체의상처나병으로부터고통받는사람은누구나그고통에서벗어나고싶어한다.그러므로거의강박처럼자기육체에몰입하고그고통에대해좌절하고더큰정신적고통을겪으면서괴로워한다.프로이트는병에의한육체의훼손과고통이곧바로정신적으로투여된고통으로바뀐다는점을지적한다.말하자면육체적인고통을통해정신적고통이함께복합적으로작용한다는것이다.그러므로육체적고통은언제나육체적인자기발견의전제조건이될수밖에없다.이상의시에서발견하는병의고통과그기호적표상은이상문학의본질적영역에속하는문제임을알수있다.
이상의시는대상으로서의사물을보는시각의문제에대한새로운도전을보여준다.대상을본다는것은단순히눈앞에존재하는사물의외적형상을인지하는것만은아니다.사물을관찰하는과정과함께주체를둘러싼환경속에서관찰자로서의주체까지포함하는여러개의장(場)을함께파악하는일이다.이상은사물에대한물질적감각을정확하게파악하기위해사물의전체적인형태나중량감,색채와그속성까지설명할수있는특이한시선과각도를찾아낸다.그는20세기초반기계문명시대를결정한여러가지기초적인이론에대한이해를통해광선,사물의역동성,구조역학,기하학등의원리를자신의시적텍스트의구성에동원했고,서양모더니즘예술에서특징적으로드러났던초현실주의기법,다다운동과입체파의기법등을활용한새로운이미지들을시를통해형상화했다.끊임없이발전해가는기술문명의세계를놓고그것의정체를포착하는동시에주체의의식의변화까지드러내기위해상상해낸새로운그림이바로화제작「오감도」라고할수있다.

■대상을본다는것,사물을본다는것에대한문학적도전
이상의시는모더니티의시적추구작업

사과한알이떨어졌다.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팠다.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최후」

이상은사물에대한보다직접적인접근법을채택함으로써대상에대한인식뿐아니라사물을대하는주체의시각을새롭게변형시킨다.실제로이상은시의양식에서가능한모든언어적진술과기호의공간적배치를통해사물을보는새로운시각의가능성을보여준다.이상의시는한국적모더니즘운동의중심축에자리잡고있다.그의시에서확인할수있는가장중요한특징이바로모더니티의시적추구작업이다.언어적감각과기법의파격성을바탕으로자의식의시적탐구,이미지의공간적구성에의한일상적경험의동시적구현,도시문명에대한비판적인식등을드러내는시의경향이바로그것이다.하지만이상은여기에머무르지않고자신의시적창작을통해자신이추구한모더니티의초극을지향한다.이상의시는텍스트의표층에그려진경험적자아의병과고통,가족과의갈등문제를그려내면서도인간의존재의미,생명과죽음의문제,현대문명과기술문제와같은본질적인관념적주제로심화시켜시적형상성을획득하고있다.

“이상의시는시적정서를희생시킨대신예술에있어서관념의문제를새롭게제안한다.이특이한시형식을반(反)예술적충동으로규정하는경우도있지만,이것이낡은예술에저항하는무기였다는사실을제대로알아차린사람이별로없다.이상의시는기성적인모든것에대한거부이며,인습처럼굳어진제도와가치에대한저항이다.새로운예술적실험과창조적도전을말하고자할경우이상의「오감도」를먼저펼치게되는이유가여기있다.”
―권영민,「작품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