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3

태평천하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3

$14.00
Description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한국 근대 풍자 문학의 독보적 작가 채만식
식민지 현실의 일그러진 인간상을 풍자와 반어로 통렬하게 그려 낸 기념비적 작품
▶ 이 소설이 지향하는 풍자 정신의 참뜻은 새로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낡은 가치관을 고집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윤직원과 같은 모리배적 인간형에 대한 조소와 비판에 있다. ─권영민(「작품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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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한국 문단의 특출한 리얼리스트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태평천하』는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등과 더불어 채만식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에서 채만식은 일제의 식민지 경제 구조에 교묘하게 편승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사회 현실에 눈감고 철저하게 개인과 가족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인물 윤직원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나아가 윤직원 일가의 방종하고 난잡한 생활상을 날카로운 풍자와 번뜩이는 아이러니로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왜곡된 사회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속물적 인간형을 한껏 조롱한다. 판소리 사설체를 차용하고 호남 방언을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활용하는 등 『태평천하』는 문예 미학적으로도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 『태평천하』는 당대의 어휘와 특징적 방언을 생동감 있게 구사한 채만식의 문체를 최대한 보존했다.

저자

채만식

호는백릉(白菱),채옹(采翁).1902년전라북도옥구에서출생하여임피보통학교,중앙고등보통학교를졸업했다.그후와세다대학부속제일와세다고등학원을중퇴했다.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개벽사등의기자로재직했으며,1936년이후로는창작에전념하며풍자성이농후한작품을발표하였다.1945년낙향하여1950년이리에서폐결핵으로사망했다.1924년단편「새길로」(『조선문단』)로등단후290여편...

목차

1윤직원영감귀택지도7
2무임승차기술19
3서양국명창대회30
4우리만빼놓고어서망해라41
5마음의빈민굴70
6관전기94
7쇠가쇠를낳고112
8상평통보서푼과……125
9절약의도락정신145
10실제록159
11인간체화와동시에품부족문제,기타192
12세계사업반절기226
13도끼자루는썩어도……(즉당세신선놀음의일착)253
14해저무는만리장성262
15망진자는호야니라293

작품해설301
작가연보321
『태평천하』중요연구논저327

출판사 서평

-부조리한식민지현실을‘태평천하’로여긴모리배에대한거침없는풍자

소설은1930년대일제강점기경성을배경으로주인공인윤직원(윤두섭)일가에대략하루동안일어난일을그린다.일흔두살의윤직원은계동에사는갑부이자고향에소작인을몇백명이나둔대지주다.그는고리대금과어음할인,소작료등으로해마다엄청난돈을벌어들인다.하지만인력거꾼품삯을후려치고꼼수를부려버스를공짜를타는등졸렬하고인색하기짝이없는인물이다.노름꾼이었던아버지윤용규가어찌어찌한몫잡아가산을불렸으나관리들의토색질과화적패의약탈에시달리다살해된뒤로윤직원은악착같이치부하며재산을증식한다.많은재산을관리하며시골에서살기가여러모로불편해진그는가족을이끌고서울로이사한뒤돈으로족보를꾸미고벼슬자리를사서양반행세까지하게된다.이제아무걱정없이재산을불릴수있는지금세상이윤직원에게는그야말로‘태평천하’다.
하지만윤직원일가의실상을들여다보면가관이라하지않을수없다.아들윤창식은호사취미와노름,첩살림으로윤직원에게엄청난빚을안기고있고,그의아내고씨는삼십여년혹독한시집살이끝에도윤직원의심술로안방차지를하지못해기회만닿으면시아버지윤직원과입에담지못할수준의입씨름을벌인다.외동딸서울아씨는양반혼인을한답시고찢어지게가난한집에시집을갔다가일년만에남편이죽는바람에과부가되어하릴없이친정살이를하는중이다.그리고윤직원이시골어느술어미와낳은늦둥이태식이있다.열다섯살로증손자인경손과동갑인태식은지적장애가있지만윤직원에게는눈에넣어도안아플자식이다.내심군수로만들고자했던첫손자종수는겨우고향의군서기가되어이름만걸어놓고활동비명목으로틈만나면윤직원에게돈을타내주색에탕진하느라여념이없다.경찰서장이되어집안의재산을지켜주길바라는둘째손자종학은일본어느법과대학에유학중으로윤직원의유일한희망이나마찬가지다.하지만소설의결말에서그는‘태평천하’를살아가던만석꾼윤직원을절망의나락으로떨어뜨리고만다.

-‘태평천하’라는소설제목의아이러니

아버지윤용규가화적패의손에참혹히죽던날“우리만빼놓고어서망해라!”라고부르짖었던윤직원에게는식민지현실에대한자각도,같은민족에대한유대감도없다.오히려그에게는일본이조선을지배하는현상황이자기만망하지않고잘살수있는최적의조건을제공한다.공생관계나다름없는일본경찰덕분에그는시골에서처럼양복입은관리들에게돈을뜯기거나화적에게재산을도둑맞을일이없다.고리대금과어음할인등으로돈이돈을벌어다주고고향에서는풍년이든흉년이든엄청난소작료를거두어들인다.윤직원에게는식민지민이라는자의식이없다.오히려식민지착취를통해배를불리는제국주의일본에그는절대적인호감을드러낸다.자신의눈에는불한당패로밖에보이지않는사회주의에대한지독한경멸과함께.

“(…)자아보소.관리허며순사를우리죄선으루많이내보내서,그숭악헌부랑당놈들을말끔소탕시켜주구,그래서양민덜이그덕에편히살지를않넝가?그러구또,이번에그런전쟁을히여서그못된놈의사회주의를막어내주니,원그렇게고맙구그렇게장헐디가어디있담말잉가……어참,끔찍이두고맙구장헌노릇이네……!게여보소,이번쌈에일본은갈디ㅤㅇㅡㅄ이이기기넌이기렷대잉?”

윤직원에게는하루하루재산을불리고조금이라도더이윤을남기는것이지상과제다.그는자신의부를누리면서이좋은세상에서오래오래살고싶다.그래서아침마다자기소변으로눈을씻고동네어린아이의오줌을받아마시며건강을철저히관리한다.증손자경손과몰래데이트를즐기는줄도모르고어린기생춘심이를어떻게든손에넣어보려고비싼반지까지사줘가며공을들일만큼여색을좋아한다.손자종학이학업을마치고경찰서장이되기만하면윤직원은어쨌거나꿈을이루는것이나마찬가지다.하지만종학은일본에서사회주의활동을하다가경찰에체포되어윤직원에게크나큰절망만안긴다.‘태평천하’라는제목이지닌아이러니가빛을발하는결말이다.

“……이태평천하에!이태평천하에…….”“……그놈이,만석꾼의집자식이,세상망쳐놀사회주의부랑당패에,참섭을히여.으응,죽일놈!죽일놈!”

-전통양식의수용으로성취한빛나는근대소설

하루동안윤직원일가에일어난단편적인일들을통해드러나는것은1930년대식민지조선의사회적경제적현실이다.일제의식민지착취에편승하여부를축적한자본가들의배금주의와윤리적일탈은무너질대로무너진사회의실상을여실히드러낸다.채만식은윤직원일가와주변인물들을통해이러한시대상을당대어느작가보다도리얼하게그려보인다.그는세태를스케치하는데서그치지않고풍자라는형식을통해그이면까지도낱낱이파헤치듯묘파한다.이작품의백미도채만식특유의풍자다.풍자는현실을뒤집어서들여다보게해준다.판소리의아니리를연상케하는화자의남다른입심은자유분방한듯하면서도견고하고시종긴장감을잃지않는다.화자는조롱,야유,독설등을통해이야기의전개,인물의행동이나내면에적극적으로개입하면서마치독자와대화하듯이작품을이끌어간다.이렇듯전통양식의과감한수용으로성취한근대소설이라는데에서도『태평천하』의문학사적의의를찾을수있을것이다.

-『태평천하』판본과편집

『태평천하』는1938년1월부터9월까지잡지《조광》에연재되었다.당시제목은‘천하태평춘(天下太平春)’으로1회분의원고를보내며채만식이붙인것이었다.그는곧잡지사에제목을‘태평천하’로고쳐달라고했으나요청이담긴서신이분실되는바람에최종회까지‘천하태평춘’이라는제목으로연재되었다.채만식이병석에누워있어경황이없던중에출간된단행본『삼인장편집(三人長篇集)』(명성사,1940)에도이작품은‘천하태평춘’으로수록되었다.그리고1948년동지사에서재판이발간될때비로소‘태평천하’로제목을고치고초판의적지않은오식과복자(伏字)를바로잡았다.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태평천하』는동지사판을따라편집했다.현대어와동떨어진일부표기를한글맞춤법과표준어규정에맞도록수정하고필요한경우낱말이나구절에주석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