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신념을지키기위해고군분투하는‘우리의사람’노스트로모
소설은은광이개설되고철도가들어서는등경제적부흥기를맞이한술라코를그린다.은광이불러온막대한부를차지하기위해리비에라당과술라코당이대립해쿠데타를일으키고,옥시덴탈주에서술라코를분리시켜독립하고자하는분립혁명의조짐이일어난다.격동하는도시에서주인공노스트로모는“민중의한사람이자민중의내면에있는힘”을상징한다.본명인잔바티스타대신‘우리의사람’을뜻하는‘노스트로모’로불리는것은그의상징적면모를드러낸다.명성,찬사,자존심등돈으로살수없는가치를숭상하며놀라운업적으로도시의발전을다방면에서견인하는노스트로모는전통적인모험담의잠재적영웅이자부패할수없는인물로묘사된다.그러나‘평생의과업’이될은괴은닉작전을수행하는과정에서그는불현듯깨달음을얻는다.자신의노동과헌신에대한존중과대가를받지못했고사욕에따라행동하는고위계층에의해휘둘리고있다는현실을직시한다.자신이도구로이용되고배신당했다는인식으로자아가해체된상태에서노스트로모는물질적이익의신화에감염되고“아주서서히부자가될”것을다짐하며물욕에사로잡힌다.
어떤범법행위나범죄가인간의삶에끼어들면그것은악성종양처럼그존재를갉아먹고열병처럼소진시킨다.노스트로모는마음의평화를잃었다.그의진정한자질은모두파괴되었다.스스로도그것을느꼈고,가끔은산토메광산을저주하기도했다.용기와당당함,여가와노동,이모든것이예전과같았지만,다만전부다겉으로만그럴듯한가짜였다.하지만보물은진짜였다.(2권,274쪽)
산토메광산의주인인찰스굴드는노스트로모와함께물질주의와이상주의사이에서갈등하는인물이다.정부의불합리한몰수로인해좌절된아버지의꿈을상징하는폐기된은광을다시부활시켜“법과믿음과질서와안전”의기반으로삼아술라코를부흥으로이끌고자하는투철한신념으로자신의모든것을바쳐성공을거둔다.하지만“황금알을낳는거위”가된은광이결과적으로쿠데타와폭동을야기하는것을목도하고뇌물과술수에휘말리며도덕적타협을거듭해결국은광과부에종속되고만다.민중을상징하는노스트로모와자본가를대변하는찰스굴드는저마다의실패를겪으며물적가치와정신적,윤리적가치의충돌이반복되는거대한흐름을고찰하는콘래드의역사적인식을보여준다.
결국역사는물질적이익추구에따라전개되며사회적양태는달라지더라도갈등과분쟁이끊이지않는다는비관적인식이이작품을지배하는듯보인다.자본주의의팽창과정이나그반발로평등주의를내세우며등장한극단적사회운동도물적이익추구라는동력에지배되기에진정한평화는존재하지않는다.따라서이작품은앞으로의역사도이익추구의논리에따라가차없이전개되리라는것을예고하는듯하다.「작품해설」중에서
세밀한현실의통찰,고도로압축된대서사시의장엄함
콘래드는「작가노트」(1917)에서멕시코만에서선원으로일할때들었던‘은이가득찬상자를훔친’한남자의이야기와헌책방에서우연히접한배를타고몇년간돈을벌기위해일한항해일기를접목해『노스트로모』를구상했다고밝힌다.여기에더해1903년파나마운하건설을둘러싼미국과콜롬비아의정치적갈등,그에수반되는부패등을목격한콘래드는콜롬비아에기반한가상의남아메리카공화국의정치적지형도를구현하고그속에서휩쓸리는민중의상징이자선원부류의허영심을구현한‘노스트로모’를창조한다.콘래드는“진실은모든것이사라져도늘살아남지만,음산하고눈에잘잡히지않는그늘같은것이어서그이미지를포착하기가불가능하다.”라고말한다.진실과현실묘사에관한불신과회의로전통적소설기법이아닌‘새로운형식’을깊이고민한콘래드는『노스트로모』에서파격적인시간전도기법과상징적이고시적인묘사,함축적인대화등다양한서사방식을보여준다.콘래드는선원공동체의갈등,항해와이국의모험을다룬초기작품의영역을넓혀근대이후물질주의문명을전체적으로조망하는장엄한대서사시를완성한다.
책속에서
이점에있어서그의본능은옳았다.행동은위안을준다.행동은생각의적이고,유망하게보이는환상의벗이다.우리는행동할때만운명을장악했다는느낌을얻는다.(1권,88쪽)
“우리가분명히명심해야할것은돌아갈수없다는사실이오.어디서인생을새로시작할수있겠소?이제우리안의모든것이이일에걸려있소.”(1권,111쪽)
그곳은평원과산,그리고말없이고통을겪으며애처롭게도변함없는인내심으로미래를기다리는사람들의거대한나라였다.(1권,115~116쪽)
그는어느모로봐도몰락한사람이었지만,열정이있는사람의인생은파탄나지않는법이다.(1권,177쪽)
사랑하는누이야,그위대한대의를위한대탈출에나와동행할인간이바로이런사람이란다.약삭빠르기보다는순진하고,교활하기보다는오만하고,그를부리는사람들이쓰는돈보다더아낌없이자기능력을베풀지.감상이아니라자부심을느끼며그는적어도그렇게생각하고있어.그와사귀게되어다행이야.자기분야에서작은천재적재능을발휘하는사람으로서보다는동무로서그가더중요하단다.(1권,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