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처 마틴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9 (반양장)

핀처 마틴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9 (반양장)

$14.00
Description
“우리를 현재 있는 그대로 상정하면 천국은 완전한 무(無)일 거야.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알겠어?
우리가 생명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일종의 검은 번개일 거라고.”
『파리대왕』으로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윌리엄 골딩의 문제작
대서양 한복판에서 조난된 해군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
극한에 몰린 인간의 영혼과 광기에 관한 집요한 탐구와 충격적인 깨달음

▶ 참혹하고 격렬하게 현실적이다. 다시 읽기를 강요하는 독특한 작품. - 말런 제임스(자메이카 소설가)

▶ 이 작품은 최고에 가까운 묘기이자 신기다. ─ 《업저버》

저자

윌리엄골딩

저자:윌리엄골딩

1911년영국콘월주에서태어났다.1930년옥스퍼드대학의브레이스노스칼리지에입학해자연과학과영문학을공부했다.대학재학중서정시29편을묶은첫책『시집』을출간했다.해군으로2차세계대전에참전해독일전함비스마르크호격침및노르망디상륙작전에기여하기도했으며,전쟁이끝난후에는교사로일하면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1954년발표한첫소설『파리대왕』을통해외딴섬에고립된소년들이원시적인야만상태로퇴행해가는과정을그렸다.인간사회를우화적으로묘사한이작품은많은관심을받았으며이후영화와연극으로도만들어졌다.오늘날까지도그의대표작으로일컬어지는이소설을계기로골딩은1983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그외에소설『상속자들』(1955),『핀처마틴』(1956),『자유낙하』(1959),『첨탑』(1964),『피라미드』(1967),희곡「놋쇠나비」(1958),에세이집『핫게이츠』(1965)등을발표했으며1980년출간된작품『통과제의』로부커상을받았다.1961년미국버지니아주홀린스칼리지에서방문작가를지냈으며1988년영국왕실작위를받았다.1993년여름,심부전증으로사망했다.



역자:백지민

한국외국어대학교이탈리아어학과및영어통번역학과를졸업하고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한영번역학과를졸업한뒤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다시찾은브라이즈헤드』,『위대한개츠비』,『어둠속에서헤엄치기』등이있다.

목차

1장7
2장30
3장51
4장62
5장91
6장110
7장126
8장150
9장179
10장202
11장222
12장241
13장262
14장279

작품해설288
참고문헌312
작가연보314

출판사 서평

▶참혹하고격렬하게현실적이다.다시읽기를강요하는독특한작품.-말런제임스(자메이카소설가)
▶이작품은최고에가까운묘기이자신기다.─《업저버》

■죽음의공포와실존의위기를맞닥뜨린인간정신

소설은‘그’가암흑속에서눈을뜨는장면으로시작한다.대서양한복판에서구명대하나에의지해발버둥치고있는자신의처지를깨닫는‘그’는시각,촉각,청각등자신의감각을일깨우는데도어려움을느낀다.몸을간신히추슬러올라간암석위를탐사하며물과식량을찾는다.미역줄기를모아구조신호를보내기도한다.생존을위한사투를벌이는도중,번개의섬광처럼떠오르는과거의파편들을하나씩떠올린다.그는자신이함선에서좌초된영국해군임대위인크리스토퍼마틴임을깨닫는다.내면의목소리가회상하는과거기억들은죽음의위기에놓인극한의현재와교차되어‘그’의몸과마음을모두한계점까지내몬다.

“제정신이란현실을알아보는능력이야.내가처한현실은무엇이지?나는대서양한복판의암석위에외로이있어.내주위로는광대한넓이에빙빙도는물이있고.하지만이암석은고체야.이암석은내려가서해저와합류하고,또그해저는내가알아왔던바닥들과,해안및도시들과합쳐지게되지.이암석은고체고움직일리없다는점을기억해야해.이암석이움직인다고하면그럼내가미친거야.”-본문중에서

대서양한복판에서분투하는생존기로시작하는『핀처마틴』은과거의기억과한계에부딪힌마틴의정신이광기로스러져가는과정이교차하며인간내면의심오한성찰로변모한다.마틴은현실을직시하기를명령하는내면의목소리와오직생존만을목표로하는본능적인자기중심주의사이에서고통받고방황한다.최후의순간,‘검은번개’가내리치며마틴이마주하게되는충격적인진실은독자에게지금까지몰입하며읽어온연대기를반전시키는놀라운독서경험을선사한다.

■원형과상징으로이룩한골딩의자전적신화

처음으로인류가아니라한개인을주인공으로집필한소설인만큼,골딩은전작에등장한그어떤인물보다주인공핀처마틴에자신의생애를닮은조건들을많이부여했다.해군임대위로2차세계대전에참전해비스마르크호격침및노르망디상륙작전에기여했던골딩은핀처마틴을함선에서좌초한해군임대위로설정했다.또한,옥스퍼드브래스노스칼리지에들어갔고,집필활동을하며연극배우로활동했던경험까지도핀처마틴과같다.섬전체를하나의연극무대삼아주변환경을무대배경에비유하는구절이다수등장하며,셰익스피어의『리어왕』,『햄릿』,『헨리4세』및그리스신화의인물들을암시하고패러디하는독백들이군데군데등장한다.

크리스토퍼마틴이‘핀처(Pincher)’마틴으로불리는것은영국해군에서성씨에맞춰별명을붙이는풍습에서유래한다.‘꼬집는사람’이라는뜻의‘핀처’는마틴의육체적인욕망을상징하는말로볼수있다.별명그대로그는마치집게발을가진것처럼원하는모든것을닥치는대로탐욕적으로꼬집는다.집게발이마틴의신체적인욕구의핵심임을증명하듯이,작중에서마틴의손이집게발로환각처럼보이는장면이등장한다.마지막에‘무(無)’에점령당하고나서마틴의욕심의결정체인집게발만이남기도한다.『핀처마틴』은단순한상황과플롯을기반으로,『오디세이아』와같은신화적원형과상징이많이반영된골딩의자전적인‘신화’라고할수있다.

■편안한깨달음에저항하는시(詩)적서사

『핀처마틴』은쉽게읽히는작품이아니다.살풍경한바다와암석더미를그리는서술과불안과공포에시달리는주인공의붕괴하는내면을그리는시적묘사가현재와과거를교차하고있어그로테스크한분위기를자아낸다.골딩은소설가로알려져있지만,소설보다시를먼저쓰기시작한시인이었다.열일곱살쯤시를쓰기시작하여1934년데뷔작『시집(Poems)』을발표했다.“시를쓰지못하여산문을쓴다.”고말했던골딩의산문은단어하나하나가함축적이며때로는통상적인영어문법에도얽매이지않는,시적허용과리듬이눈에띄는것이특징이다.이작품의줄거리를평론가들마다다르게파악하고있으며,어떤평론가는“읽을수없다(unreadable).”라고평하기도했다.그러나압박감에짓눌린한인간의정신에관한강력한탐구는소설자체가일종의광기인것을깨닫게하고,독자또한가상의세계로들어가실제가아닌것들에관한심오한감정들을추체험하게한다.골딩은서사를이끄는과정에서타협하지않고,완전한설득력으로마틴의의식이무너지는과정을살뜰히묘사했다.

이런주인공의의식이죽어가는과정을다룬만큼,작중에서는의식의흐름에따라과거의사건들이퍼뜩퍼뜩떠오르면서마치암호를풀어보라는듯이퍼즐조각들을던진다.다시읽어본다면핀처마틴이작품내내마치바늘로눈을찌르는듯한예리한깨달음들에저항하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골딩의자전적인요소가가미된것은물론,여러상징들이복잡하게얽혀있고,그리스고전및셰익스피어문학에대한언급이상당한만큼이작품은읽을때마다의미가드러나는새롭고난해한작품임에의심할여지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