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모든카운터컬처의원조,
비트제너레이션의탄생
자유로운영혼을지닌젊은작가샐파라다이스와태양같은정열을발산하는청년딘모리아티가미국동서부를횡단한세번의여행을그린소설『길위에서』는1950년대미국문단에신선한충격을주었을뿐아니라,이들의자유로운생활과열린정신에영감을받은젊은비트족들을탄생시켰다.이들은2차대전직후경제적황금기를누리던미국사회의소비주의적,물질적이고획일적인사고방식을거부했다.동양의선불교에심취하거나자연과의교감을중시하고,재즈나록큰롤등의음악에깊이빠졌다.직업을갖고주택대출금을내는인생이아니라길위를떠도는부랑자의삶을살았고,가정을꾸리기보다는여러상대와함께성적(性的)으로열린생활을영위했으며,알코올과마약등을탐닉하는자유로운보헤미안의삶을추구했다.이들은곧이어1960년대의주류문화가될히피의선배격이기도했다.
‘비트’라는용어는케루악이소설가친구인허버트헝크(HerbertHuncke)와대화하며처음쓴말로,무일푼에전망도없는신세를뜻한다.이들비트닉(Beatniks)의원조인잭케루악,앨런긴즈버그,윌리엄버로스,루시언카는컬럼비아대학교에서만났다.이모임은점차확대되었고,주로뉴욕과샌프란시스코,뉴올리언스등지를오가며뜻이맞는다양한이들과생활을함께했다.이들중에서케루악외에도유대계좌파동성애자인시인앨런긴즈버그과유대계우파소설가인윌리엄버로스가끝까지비트세대의정신을대표하는작가로남았다.
케루악의대표작인『길위에서』는타자용지를두루마리처럼길게이어붙인36미터짜리종이위에,단3주만에써내려간작품이었다.실험적인필체,약물사용과동성애묘사등의선정적인내용을담았다는이유로여러출판사에거절당한끝에1957년에야간신히,그것도대대적인삭제및수정,그리고익명화작업을거친후,출간되었다.(비트닉동지인버로스의『네이키드런치(NakedLunch)』,긴스버그의『울부짖음(Howl)』도마찬가지로외설혐의에시달렸다.)우여곡절끝에『길위에서』가출간되고몇주후길버트밀스타인(GilbertMillstein)이《뉴욕타임스》서평에서케루악을신세대의목소리라고선언하고미국의주요작가로칭송하면서,비로소케루악은친구인앨런긴즈버그,윌리엄버로스와함께미국문학을대표하는신세대작가로인정받게되었다.
■”당장손을써야지,안그러면난끝이야.“
『길위에서』로일약유명작가가된케루악은감당할수없는유명세로인해기자들과팬들,이유없이적대적인사람들에게치이던어느날,도시에서의삶에염증을느낀다.소설『빅서』가시작하는시점은1960년8월.케루악의분신인주인공잭둘루오즈는샌프란시스코에서숙취에시달리고있다.친구이자동료작가인로렌조몬샌토의빅서오두막에가서지낼기회를놓치고호텔방에앉은잭은“당장손을써야지안그러면난끝”임을절감하고자리에서일어나버스여행과긴도보끝에빅서에이른다.하지만빅서해변은소문과달리아름답지만은않았고,바다위로드높이솟은절벽은공포와경외마저불러일으킨다.
오두막에서홀로보내는시간은잭에게꼭필요한것이었다.그는어떤동물도죽이지않기로결심하고새,다람쥐,생쥐들에게먹이를준다.밤에는바닷가에앉아귀에들리는대로바다의말소리를받아적는데그결과물이이소설맨끝에수록된시(詩)다.빅서해변의삶은비교적평화롭긴하지만뭔가가잘못되고있다는신호가불쑥불쑥나타난다.후에밝혀지겠지만,그것은곧발현될알코올중독섬망의징조였다.또한그는자신이동생처럼아끼던고양이가죽었다는소식에큰충격을받기도한다.
그는다시도시로돌아가서비트닉동료들과만나시간을보내며과도하게술을마시고,과도한대화를나눈다.친구데이브웨인과그의여자친구로마나,비트닉의일원이되길꿈꾸는청년론블레이크와어울린다.데이브의도움을받아코디포머레이(닐캐서디의분신.『길위에서』에서는딘모리아티로등장)를만나러가지만,감옥에서출소한코디가예전과달리자신과만이야기를나눌시간을찾지못하는것을보고실망하기도한다.
그들은이어서결핵병원에입원한친구조지바소를만나러간다.잭은죽음을앞둔그에게서삶의유한성을떠올리고죽음의영원함이라는관념앞에괴로워한다.이후코디는잭을네살배기아들엘리엇과함께사는금발의여인빌리에게데려가고,잭과빌리는즉시서로에게반한다.잭은그녀집에머무르며술만마시는나날을보낸다.그러면서그의정신은더욱퇴화하기시작한다.빌리는그에게완전히빠져들어결혼까지바라지만,잭은그런언약은할수없다는입장을고수한다.그리고잭은빌리,데이브,로마나를빅서오두막에몇주간데려가지만,거기서부터그의상태는악화일로를걷기시작한다.
잭의상태는갈수록나빠져섬망,환영,망상,몸떨림으로점철된끔찍한밤을맞는다.고통과망상에시달리다가가까스로잠이든잭은겨우멀쩡한기분으로일어난다.그는결국모든게괜찮아질거라고마음먹으며,어머니가계시고,사랑하는고양이가마당에묻힌뉴욕집에돌아갈날을고대한다.빅서해변에서의나날은이렇게부드러운기대와절망적인감상으로막을내린다.
■삶의유한성을마주한인간의불안과깨달음
케루악의이름을널리알린작품은『길위에서』이지만,명성의참화와자연의구원을깊이파고들면서그의불안한영혼을한결성숙하고설득력있게들여다보는『빅서』야말로그의가장훌륭한작품이라는평가도있다.케루악은사람들이자신에대해기대하는비트닉선구자의이미지(『길위에서』의유쾌한25세청년)와자신의실상(지쳐빠지고냉소적인40세중년)사이의간극을두고탄식하며자조한다.자연에서도,여성과의관계에서도,길위를함께달리던친구들에게서도이제는더이상충만함을찾을수가없다.
소설의시작에서화자,즉케루악은자연즉자립,불교,정신적순결,진실같은것들이아직자신의영혼을구원해줄수있으리라믿지만,부드러운절망이깃든결말을보면그런희망은천진한꿈이었음이드러난다.화자가다시홀로자연을찾아들수있을지,아니,다시자신의영혼을진정으로들여다볼용기를낼수있을지는확실치않다.자연을두려워한다는것은우리자신을두려워한다는뜻이고,바로그것이책의결말에서화자가놓여있는곳이다.이렇듯케루악의또다른걸작『빅서』는삶의유한성,노화,중독이라는주제를천착하며명성의쇠퇴속에살아가는인간의초상을담아내며막을내린다.
『빅서』를출간한뒤7년후인1969년10월20일아침,플로리다주피터스버그에서책을쓰던케루악은갑작스러운메스꺼움에화장실로달려가피를토했고,병원으로옮겨져식도출혈치료를받고수술대에올랐으나간손상으로결국의식을회복하지못하고이튿날아침47세의나이로사망했다.사유는오랜알코올남용이부른간경화와그로인한내출혈이었다.
케루악이구사한‘의식의흐름’필체는프루스트의그것에비견할만하다는격찬을받았고,그가선택한도발적인주제와자유로운형식은커트보니것,토머스핀천,조지프헬러와같은20세기미국포스트모던문학의문을열어주었다.그뿐아니라밥딜런,비틀스,그레이트풀데드등다수음악인들이자신들의음악과생활양식에그가남긴영향을증언할만큼록음악에도중대한영향을미쳤다.록밴드도어스의멤버인레이맨저렉(RayManzarek)은“만일잭케루악이『길위에서』를쓰지않았다면도어스는존재하지않았을것”이라고단언했을정도다.이처럼케루악은혜성처럼나타나너무짧은생을마쳤으나,그가남긴영향력은문학에만국한되지않고현재미국문화의근간을이루는여러요소에서아직도여전히살아숨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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