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2

코뿔소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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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 유럽을 휩쓴 집단적 광기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성찰
인간성 상실의 시대, ‘최후의 인간’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들이군요. 즐거운 모습이에요. 그들은 코뿔소 모양이 좋은가 봐요. 전혀
미친 자들처럼 보이지 않아요. 매우 자연스럽게 보여요. 그들이 옳았어요.”
▶ 이오네스코는 이 충격적인 희곡을 통해 맹목적인 복종과 전체주의, 절망과 죽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

현대 부조리극의 선구자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작 『코뿔소』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1909년 루마니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오네스코는 잔혹한 세계 대전의 한복판에서 나치즘의 광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성장했다. 『코뿔소』는 이런 배경에서 쓰인 것으로, 집단 이데올로기에 빠지는 과정을 ‘코뿔소’로 변하는 것에 비유해 눈에 보이는 공포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1959년 독일 뒤셀도르프 샤우슈필하우스에서 첫 상연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현대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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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외젠이오네스코

1909년루마니아의슬라티나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루마니사람으로법률가였고,어머니는프랑스사람이었다.그의가족은1913년에파리로이주했고,1916년루마니아가헝가리와독일에전쟁을선포하자,그의아버지는본국으로돌아가가족들과연락을끊고,아내모르게이혼수속을밟은뒤재혼했다.

어머니와함께살던이오네스코는1925년부쿠레슈티에있는아버지곁으로돌아가처음으로루마니아어를배우며청소년기를보냈다.그는부쿠레슈티대학에진학해프랑스문학을전공했고,학업을마친후고등학교교사로얼마간재직하다,루마니아정부장학금을받고보들레르에관한박사논문을준비하기위해프랑스로돌아갔다.그러나박사학위논문을끝내완성하지못했다.

1947년영어교재회사인아시밀의≪고통없는영어≫의보기문장들에영감을받아처녀작인<대머리여가수>를집필했다.1950년에초연된이작품은관객들의즉각적인반응을불러일으키지는못했지만비평가들의시선을끌어모으며새로운양식의희곡으로평가받았다.1950년에프랑스국적을취득한그는계속해서<수업>,<자크혹은순종>,<의자들>,<스승>,<미래는달걀속에>,<의무의희생자들>등전통적인희곡과는거리를둔작품들을발표했다.

1957년발표된<코뿔소>는그의연극인생에하나의전환점이되는작품으로,이전작품들이줄거리의부재,등장인물성격의비일관성,소통수단으로서의언어의기능상실등을보여주었다면,이작품에서는어느정도전통적인극작술로복귀하면서사회참여적인주제를우화적인방식으로그려냈다.이후장막극시대는1959년<무보수살인자>,1962년<공중보행인>과<왕이죽어가다>,1965년<갈증과허기>,1970년<살인놀이>로이어진다.

1970년에어느덧대작가의반열에오른이오네스코는프랑스학술원인아카데미프랑세즈회원으로선출되었다.1973년에소설≪외로운남자≫를집필하고,이것을<난장판>이라는제목의희곡으로각색했으며,1975년에는마지막희곡<가방을든남자>를발표했다.그는총33편의희곡을발표했다.

극작외에도에세이,소설,영화시나리오등다양한분야에서왕성한활동을편치던그는1994년에생을마감했다.

목차


등장인물9

1막11
2막69
2막1장71
2막2장104
3막127

작품해설189
작가연보205

출판사 서평

어느날,갑자기,코뿔소가나타났다

“하지만……이런일을어떻게받아들일수있나!코뿔소가제멋대로시내한복판을뛰어다니다니,자넨놀랍지않은가?도대체있을수없는일아닌가말이야!”─본문에서

어느지방소도시의광장.삼삼오오모인사람들이한가롭게주말을즐기는가운데느닷없이야수의울음소리가울려퍼진다.거친숨소리와함께모습을드러낸것은다름아닌코뿔소.커다란코뿔소가사람들을향해전속력으로돌진하자광장은일순간아수라장이된다.‘우리가본것이정말코뿔소인가?’‘모두몇마리인가?’‘어떤종인가?’코뿔소가사라진뒤사람들은방금본것의정체에대해난상토론을벌이지만극심한불안을가라앉히기에는역부족이다.

“그렇지만고양이가우리앞에서코뿔소에게짓밟혀죽었다는사실은인정하지않을수없어.그놈이뿔이하나든둘이든,아시아코뿔소든아프리카코뿔소든상관없이말이야.”─본문에서

극도의공포속에서코뿔소의정체를밝히는데실패한사람들은코뿔소에게짓밟힌고양이한마리를주목한다.한주부가애지중지안고다니던고양이가난리통에죽음을맞이한것이다.어떤논리적인설명으로도이슬픔을감당할수없다고느낀사람들은그제야‘고양이가죽음을당했다는걸허용할수없다며’한목소리를낸다.허용할수없다면,이제부터무엇을할것인가?사람들은이마지막질문을생략한채제각기흩어진다.
한편현장에서코뿔소를보지못한사람들은코뿔소의존재자체를부정한다.코뿔소를목격한이들과이를두고헛것을보았거나정치적인모략이라고주장하는이들사이에‘모두몇마리인가?’‘뿔이몇개인가?’하는현학적인논쟁이다시불붙기시작하는데…….이논쟁은눈앞에서말다툼하던상대가검푸른색의코뿔소로변하는순간까지계속된다.

외젠이오네스코가직접목격한‘코뿔소병’의실체는?

“그가의도적으로코뿔소가됐다면어쩔셈인가?의도적으로코뿔소가됐다면말이야?”─본문에서

『코뿔소』에서가장먼저코뿔소로변한것은직장인뵈프다.아침에뵈프가출근하지않자상사는자초지종을알아보는대신‘계속이런식이면그친구는해고야.’라고선언한다.그때뵈프의아내가사무실에등장한다.남편이주말동안감기에걸렸다며선처를바라는그녀는집에서부터코뿔소가뒤쫓아오는극심한공포속에서도남편을위해사무실을찾았노라말한다.그런데창문으로코뿔소를바라보던그녀가갑자기오열한다.그코뿔소가다름아닌남편뵈프였기때문이다.‘가엾은뵈프,당신어떻게된거예요?’흐느끼는아내를보며상사는‘이번엔정말뵈프를해고해야겠군!’하고중얼거린다.
가장먼저코뿔소가된뵈프의변신은‘사회성이부족하고’,‘직장생활에잘적응하지못한’한개인의일탈로여겨졌다.하지만사회지도층을포함하여점점많은사람들이자발적으로코뿔소무리에합류하면서소수가다수로,비정상이정상으로역전한다.처음에코뿔소무리를끔찍하게여기던사람들은점차그힘과아름다움에매료되고그들의언어를배워야한다고주장하는한편인간을나약하다고여기며자기혐오에빠져든다.

“혹시구조돼야할사람들은우리가아닐까요?우리가비정상일지도모르잖아요?”─본문에서

1909년이오네스코는루마니아인아버지와프랑스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조국인루마니아는1933년이후온통파시즘의물결로뒤덮였고청년이오네스코는나치이데올로기에협력하는아버지와불화를겪다가끝내어머니의나라프랑스로귀화한다.나치에대한이오네스코의저항,혐오,의혹,상처등은마음속깊이각인된채,잠재적고뇌의형태로머물렀다.『코뿔소』는이런배경에서쓰인것으로,사람들이집단이데올로기에빠지는과정을‘코뿔소’로변하는것에비유해눈에보이는공포로형상화했다.
작가는‘코뿔소’라는제목에관해언급하면서이동물이공격성과복종성을동시에지니고있음을강조했다.여기에집단성이더해진다.유럽정세가불안정해지자많은지식인들이코뿔소로상징되는힘의이데올로기에마취되었고,이오네스코의동료들조차이를무기력하게방조하거나직접활동에가담하기도했다.결국『코뿔소』는비인간적폭력을별저항없이추종하고이에동조하는대중들을비판할뿐아니라이를보고도남의일처럼판단을유보하고안전지대에서관망하는지식인들의나약함을고발하고있다.

인간의드라마는아직끝나지않았다

“난,이사건에대해연대의식을느껴.무관심한채로있을수없지.이사건에개입할거야.”─본문에서

『코뿔소』의베랑제는극초반부터무기력한모습으로등장한다.옷차림은흐트러지고얼굴은간밤에마신술때문에불그스레하다.알코올중독에가까운모습이다.주변사람들이그에게계획적이고의욕적으로삶을살라고훈수를두면,그는‘삶자체에익숙하지않다고’둘러댄다.
그러던어느날베랑제는가까운친구가코뿔소로변하는모습을목격한뒤오랜무기력에서깨어나각성에이른다.‘코뿔소병’이그누구의일도아닌자신의일이라고여기게된것이다.직장동료이자장래가유망한법학도인뒤다르가다른사람들이하나둘씩코뿔소로변해가는와중에도‘어디까지가정상이고비정상인지어떻게알수있겠나?’라고말하며유보적인태도로일관하자베랑제가‘광기가광기지뭐!광기는그냥광기야!’라고응수하는대목은추상적인논리를앞세워상황을정당화하는이들이빠지기쉬운함정을지적한다.
과연베랑제는하나둘씩코뿔소로변해가는상황에서어떤선택을할것인가?그가주장하는‘인간다움’은무엇이며어떻게지켜내야하는가?과연인간에게희망은있는가?작가는독자로하여금고민하도록재촉하면서‘진짜인간’의드라마가아직끝나지않았음을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