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고양이 눈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16.01
Description
캐나다 현대 문학의 거장, 부커 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유년기 상처를 새기며 진정한 ‘고양이 눈’을 완성시킨 예술가의 성장 소설

새 문화에 편입된 어린 일레인의 고통을 통해 미세 권력에 투영된 사회 구조 탐색
■ 고양이 눈, 푸른빛 구슬을 통해 만난 행복하고 잔혹한 시절

“나는 코딜리어에게 팔을 뻗치고, 몸을 굽히고, 손을 펴 내게 무기가 없음을
보여 준다. 내가 말한다. ‘괜찮아, 이제 집에 가도 된단다.’”
- 「고양이 눈」에서

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재치 있는 환상 소설을 펴내며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 작가로 평가받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고양이 눈』이 세계문학전집 424, 425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의 대표작인 『고양이 눈』은 화가 일레인 리슬리의 성장을 그려 낸 ‘예술가 소설’이다. 변형된 작가의 자아인 일레인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에서 애트우드는 1930년대 말 문화의 불모지였던 캐나다에서 출생한 여성이 예술가로서 입지를 다져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예술적 형상화의 문제, 시간의 문제, 용서와 치유의 문제를 다룬다. 제목인 ‘고양이 눈’은 유년기 유희의 대상이자,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 어린 일레인을 지켜 주는 부적이며, 잃어버린 과거를 망각에서 되살려 삶 전체를 보게 만드는 제삼의 눈이자, 잃은 것, 부서진 것들을 되살리고 결합해 주는 예술의 상징이다. 애트우드는 이전 문학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녀들 간의 갈등을 작품 중심에 놓아 그것을 당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로 사용한다. 여자아이들의 문화에 새로 편입된 일레인의 낯선 시선을 통해 친한 친구들 사이의 미세 권력에 투영된 사회 구조를 탐색한다. 즉 일레인을 희생자로 만드는 소녀들의 잔인성에 스며든 당시 토론토 백인 중산층 사회의 관습과 종교와 성차별을 보여 준다.


개인전을 위해 고향인 토론토로 돌아간 중견 화가 일레인은 ‘물속을 헤엄치듯, 시간의 심연을 통과하여’ 유년의 기억과 만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떠돌던 기억, 토론토에 정착한 후 처음으로 사귀게 된 여자 친구들, 채찍을 들고 다니던 여선생, 코딜리어로부터 매일같이 받았던 독설과 모욕, 습관처럼 살갗을 벗겨 내 피가 나고 부르트던 발…… 사라지지 않고 남아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추억을 일레인은 조심스레 더듬는다. 하지만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코딜리어가 주도하는 잔인한 학대의 기억은 결국 눈 오는 겨울 밤, 얼어붙은 강가에 홀로 남겨지던 끔찍한 상처에 가 닿는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일레인과 코딜리어의 관계는 뒤바뀌고, 이번에는 일레인이 코딜리어에게 언어 폭력을 가하고 위태로운 친구를 외면한다. 그렇게 시간을 돌아 다시 고향에 온 일레인은 마지막까지 코딜리어가 전시회장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코딜리어는 오지 않고, 일레인은 어린 시절 자신이 얼어 죽을 뻔한 다리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코딜리어의 환영을 본다. 그 옛날의 자기처럼 다리 밑에서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소녀. 그 순간 일레인은 깨닫는다. 코딜리어 역시 자신과 똑같은 “아픔, 외로움, 두려움, 아이의 연약함과 미숙함, 그리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음을. 일레인이 코딜리어에게 손을 내민다. 과연 두 사람은 그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고양이 눈』은 유년기의 어두운 기억, 상처와 다시 맞닥뜨리는 한 여성을 통해 시간의 의미, 용서와 화해를 통한 치유의 문제를 뜨겁게 탐색하는 작품이다. 애트우드는 잉거 숄과의 인터뷰에서, 『고양이 눈』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에서 사라진 것들에게 문학적 고향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당대의 문화사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꼼꼼하게 과거를 복원하는 그녀의 글쓰기는 이제는 없어진 사물들, 사라진 관습, 죽어 간 사람들에 대한 애도인 동시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 모든 것들을 불러 모아 상상적 고향으로 귀환시키려는 시도다. 상실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향을 잃은 것들을 집으로 인도해 가는 애트우드의 손길은 따스하다.
저자

마거릿애트우드

MargaretAtwood

1939년11월캐나다오타와에서태어나온타리오와퀘벡에서자랐다.애트우드의가족은곤충학자인아버지를따라매년봄이면북쪽황야로갔다가가을에는다시도시로돌아오곤했다.이런생활속에서어울릴친구가별로없었던애트우드에게는독서가유일한놀이였다.고등학교진학후시인이되기로결심하고토론토대학교와하버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스물한살에첫시집『서클게임』을출간했으며,이시집으로캐나다총리상을수상했다.이후여성의사회활동과결혼등을소재로1969년첫장편소설『먹을수있는여자』를발표했고,장편소설『떠오름』으로시인이자소설가로서본격적으로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대표작으로『시녀이야기』(1985),『고양이눈』(1988),『도둑신부』(1993),『그레이스』(1996),『오릭스와크레이크』(2003),『홍수의해』(2009),『미친아담』(2013)등이있으며,2000년발표한『눈먼암살자』로부커상을수상했다.권위적이고지배적인남성중심사회를비판하는작품들을통해페미니즘작가로도평가받는동시에,외교관계,환경문제,인권문제,현대예술,과학기술등다양한주제를폭넓게다루고있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토론토요크대학교,뉴욕대학교등에서작문과영문학과문예창작을가르쳤고,현제국제사면위원회,캐나다작가협회,민권운동연합회등에서활동중이다.토론토예술상,아서클라크상,미국PEN협회평생공로상,독일도서전평화상,프란츠카프카상등을수상했다.2019년『시녀이야기』의후속작『증언들』로부커상을수상했다.이후『도덕적혼란』(2020),『숲속의늙은아이들』(2023)등새로운작품을활발하게발표하고있다.

목차


8부반쪽얼굴
37장13
38장18
39장28
40장41

9부나병
41장59
42장64
43장75
44장88
45장106
46장111

10부실물화
47장125
48장136
49장144
50장150
51장159
52장166
53장174
54장187
55장195

11부추락하는여자
56장205
57장213
58장226
59장235
60장245
61장252
62장266
63장281

12부한쪽날개
64장295
65장306
66장316

13부피코초
67장333
68장338
69장346
70장356

14부통일장이론
71장363
72장375
73장382

15부다리
74장387
75장392

작품해설395
작가연보407

출판사 서평

개인전을위해고향인토론토로돌아간중견화가일레인은‘물속을헤엄치듯,시간의심연을통과하여’유년의기억과만난다.곤충학자인아버지를따라떠돌던기억,토론토에정착한후처음으로사귀게된여자친구들,채찍을들고다니던여선생,코딜리어로부터매일같이받았던독설과모욕,습관처럼살갗을벗겨내피가나고부르트던발……사라지지않고남아불쑥불쑥고개를들이미는추억을일레인은조심스레더듬는다.하지만우정이라는이름으로코딜리어가주도하는잔인한학대의기억은결국눈오는겨울밤,얼어붙은강가에홀로남겨지던끔찍한상처에가닿는다.고등학생이되어다시만난일레인과코딜리어의관계는뒤바뀌고,이번에는일레인이코딜리어에게언어폭력을가하고위태로운친구를외면한다.그렇게시간을돌아다시고향에온일레인은마지막까지코딜리어가전시회장에나타나기를기다린다.코딜리어는오지않고,일레인은어린시절자신이얼어죽을뻔한다리에찾아간다.그리고그곳에서코딜리어의환영을본다.그옛날의자기처럼다리밑에서추위와두려움에떨고있는어린소녀.그순간일레인은깨닫는다.코딜리어역시자신과똑같은“아픔,외로움,두려움,아이의연약함과미숙함,그리고사랑받고자하는욕망”을가지고있었음을.일레인이코딜리어에게손을내민다.과연두사람은그손을맞잡을수있을까.

『고양이눈』은유년기의어두운기억,상처와다시맞닥뜨리는한여성을통해시간의의미,용서와화해를통한치유의문제를뜨겁게탐색하는작품이다.애트우드는잉거숄과의인터뷰에서,『고양이눈』을통해자신의유년시절에서사라진것들에게문학적고향을마련해주고싶었다고말한다.당대의문화사라고불려도손색없을만큼꼼꼼하게과거를복원하는그녀의글쓰기는이제는없어진사물들,사라진관습,죽어간사람들에대한애도인동시에,더이상존재하지않는이모든것들을불러모아상상적고향으로귀환시키려는시도다.상실의슬픔을위로하고고향을잃은것들을집으로인도해가는애트우드의손길은따스하다.

코딜리어,가장친한친구이자악몽,잔인성에스민시대의악

2차세계대전막바지,곤충학자인아버지를따라북쪽황무지를떠돌아다니던여덟살소녀일레인은여느여자아이들과는달랐다.다른아이들이원피스를입고얌전히교회를다닐때,일레인은오빠와함께벌레를잡고병정놀이를하며‘학교’와‘여자친구들’이란것을동경만하고있었다.그리고일레인가족이토론토에정착하게되었을때,이‘다름’은곧코딜리어를필두로한또래아이들의‘배척’과‘따돌림’으로이어진다.코딜리어의독설과비난에시달리는일레인은급기야자신이무슨말을어떻게하는지,걸음걸이가어떤지,표정은어떤지,무슨옷을입었는지등사소한것하나하나에신경을쓰게된다.스스로‘어딘가잘못된아이’가아닌지고민하게된어느날,일레인은자신의발의살갗을벗겨내기시작한다.피가나올때까지계속벗겨낸후,양말을신고아무렇지도않다는듯,고통을참으며걷는다.‘고통’을통해자신이‘존재함’을인식하는것이다.일레인이코딜리어로부터벗어나는또하나의방법은‘기절하는것’이다.처음으로기절한날,일레인은“가치있는무언가”를발견했다고느낀다.‘기절’은떠나고싶지만그렇게할수없는장소,보기싫지만곁에있어야만하는사람들,그것으로부터벗어나기위한유일한방법이다.이윽고일레인은자신이원할때면기절할수있는기술을터득하기에이른다.

“나는가치있는무언가를발견했다고느끼기시작한다.떠나고싶지만그렇게할수없는장소들을벗
어나는방법이있다.기절은샛길로내려서는것과같다.나자신의몸으로부터,시간으로부터다른시간안으로,내려서는것.깨어나보면그후의시간이다.시간은나없이흘러가버린것이다.”(1권305쪽)

어느겨울밤,코딜리어가일레인의모자를낚아채다리아래로던져버린다.모자를가지러간일레인은반쯤얼어붙은강에빠져버리고코딜리어를비롯한친구들은일레인을남겨두고도망친다.추위에떨며점차밀려드는졸음을견디던일레인은한여인의실루엣이공중을걸어자신에게다가오는것을본다.일레인은그환영이‘성모마리아’라고생각한다.일레인에게있어성모마리아는권위적이고보수적이며남성중심적인기독교(당시캐나다중산층집안의풍경)와는상반되는,여성주체적존재다.그리고그사건이후일레인은드디어코딜리어에게서도망칠수있게된다.

여성들사이의갈등과반목을부각시킨다는것을이유로『고양이눈』이반여성주의적작품이라고비판하는비평가들도있다.그렇다면남성들간의갈등을그려내면반남성주의가되는가?애트우드는반문한다.실제로애트우드는페미니즘이라는단어에유보적태도를보이기도한다.1981년어느인터뷰에서그는페미니즘은너무나광범위한단어라서사실아무런의미를담지못하며,때로는특정작가들을편협하게규정하고무시해버리는수단이된다고말했다.여성을그려내고그들의문제에관심을둔다는면에서자신을페미니스트라고부를수있지만,여성들의도덕적우월성이나그들만의연대를주장하는페미니즘은거부한다는것.『고양이눈』에서애트우드가주목하는것은아이들세계에스며든억압적인관습과편협한교육,타종교에대한차별적시설과성차별이다.토론토에정착한일레인가족이공공연히차별과무시를당하는이유는이들의생활방식이1940-1950년대의편협하고가부장적인토론토중산층의행동양식과너무나달랐기때문이다.소녀들은이턴카탈로그를오려붙이고종이인형을갖고노는자신들의사소한놀이조차당대사회의관습과규범의산물이라는것을의식하지못한다.스미스부인은여자아이들로부터일레인이괴롭힘을받는것이이교도가족에대한하나님의심판이라며방관한다.

1940~1990년대캐나다풍경의완벽한재현,그리고여성예술가의자화상

애트우드가캐나다문학의거장이라고불리는이유는단순히그녀가국제적명성을얻게된최초의캐나다작가이기때문이아니다.그것은바로애트우드가캐나다문학의특성,캐나다적경험의본질을치열하게탐색하는작가이기때문이다.이는『고양이눈』에서도잘드러난다.작품속에서일레인의성장은캐나다의정치,문화적성장속에서이루어진다.어린일레인의눈에비친캐나다는보수적인기독교집안,권위적인가장,카디건을걸치고우아하게차를마시는것이미덕인부인들,채찍을들고다니던엄격한여선생,제국주의적역사수업,남학생용과여학생용으로구분된출입문등으로묘사된다.하지만일레인이한여자로서,예술가로서성장해갈수록캐나다사회의모습도점차변모해간다.2차세계대전이끝날무렵부터1980년대후반부에이르는동안캐나다는대영제국의변방적국가에서보다확고한정체성을가진국가로,영국계와프랑스계이민자들의국가에서다민족,다문화적국가로,그리고성역할구분이확실한가부장적사회에서좀더평등한사회로바뀌었다.또한여성의평등권을법적으로명시했으며특정인종과국민을배제하던차별적이민정책도보다포괄적이고공평한이민정책으로자리잡았다.

일레인의성장과더불어,현재시점으로진행되는그녀의전시회는이작품에또다른깊이와재미를더해주는요소다.여성예술가로서일레인의삶은마거릿애트우드가가지고있는현대미술에대한풍부한지식이뒷받침되어작품에깊이를더한다.뿐만아니라애트우드는일레인이‘여성’예술가라는점에무게를싣는다.일레인은캐나다에서는가히최초로페미니즘작가들중한명으로인정받는다.

“동정녀마리아작품과스미스부인작품은전부전시회에포함되었다.나는스미스부인이지나치게많다고생각했지만조디는모두전시하기원했다.“이것은반(反)관능적여자모습이에요.”조디는말한다.“왜항상젊고아름다운여성이어야하는가?그와달리늙어가는여자의신체가동정적으로그려진것을보는것은기쁜일이다.”그녀는보다과장된언어를동원하여이런글을카탈로그에싣는다.“(2권269쪽)

여기서흥미로운점은일레인자신이‘의식적으로’페미니즘적작품을만들거나여성의인권신장을위해노력하지않는다는점이다.일레인은어린시절자신을이단아취급하며상처를준스미스부인,모욕과독설을서슴지않던코딜리어,그리고아무렇지도않게여자를임신시키고떠나가거나다른여자를만나는남자들에대한그림을그린다.일레인은단지오늘날의자신을있게한과거의기억들을그려낼뿐이다.이때,자신의정체성을탐색하려는한여성예술가의시도는곧페미니즘적행위로인식되어버리는것이다.

집으로가는길,집을찾기위한하나의여정

일레인과코딜리어는반목하고배반하지만,궁극적으로보자면서로를반영해주면서각자를완성시켜주는반쪽이되는상보적관계다.일레인은코딜리어초상화에「반쪽얼굴」이라는제목을붙임으로써코딜리어가자신의반쪽이었다는깨달음을예술적으로형상화한다.「반쪽얼굴」과반대로「고양이눈」이라는자화상에서는자신의현재얼굴반쪽만등장한다.화면의나머지는자신이볼수없는후면의거울에비추인젊었을때의머리뒤쪽과유년시절친구세명으로채워진다.실제로반쪽얼굴만그린자화상에서나머지반쪽을완성시켜주는것은여자친구들인것이다.그래서일레인은토론토에도착하는순간부터코딜리어와의재회를꿈꾼다.자신에게비추어진코딜리어의모습을들려주고,코딜리어편에서바라본자신의이야기를듣기위해서,파편화된자아를통합시켜완성해주기위해서다.

일레인의초기작품들역시현재시제로복원된과거와같다.기억속에존재하지만,잃어버린시간속에존재하는사물들이라서그것들은모든맥락에서절연되어있으며,일레인은그사물들과관련된자신의영상을전혀떠올릴수없다.낡은여행용트렁크에서우연히고양이눈구슬을통해기억을되살리고나서그사물들이불안하고조바심에가득찼던유년시절의물건들이라는것을알게된다.그리고회고전에서과거작품들을통해자신의삶전체를돌아본후에그것이망각속에소실된사물과삶들을되살리려는시도였음을깨닫는다.

어떤의미에서일레인의삶은집을찾기위한하나의여정이라고볼수있다.뿐만아니라집으로가는그녀의여정은예술적행로와궤를같이한다.숲속을돌아다니며뿌리없이살때,읽기첵에나온말뚝울타리와하얀커튼이있는집은일레인에게집에대한하나의이상을제시해준다.그러나토론토에서마주친새로운집은책속의집과거리가멀다.실망스러운토론토에서의삶을뒤로하고밴쿠버에도착했을때,그녀는“집이다.그러나내가돌아갈수있는곳은아무것도아닌곳이다.”라고말하며밴쿠버를새로운집으로받아들이고이제까지집이었던토론토를“아무것도아닌곳(nowhere)”으로규정짓는다.그렇다고해서토론토와완전히단절된새로운삶을꾸려갈수있는것은아니다.일레인을계속따라다니는코딜리어의목소리는일레인을무의어두움속으로계속밀어넣는다.

일레인은과거의시간으로돌아가잊어버린것과잃어버린것을회복하고과거와화해해야한다.그런맥락에서밴쿠버로가는길의풍경이유년기유랑적삶의풍경과비슷하다는것은의미심장하다.새로운삶을개척하기위한일레인의미래로의여정은과거에대한회고,지난길을되돌아가보는것과맞닿아있는것이다.회고전에서자신의그림들,자신이구축한시간들을다시둘러보는일레인은복수를위해그렸던스미스부인의눈,“독선적이고돼지같고철사테안에서잘난체하는눈”에서불확실성과우울과과도한의무에짓눌린불행한이의눈을발견한다.스미스부인역시작은곳에서도시로온,과거의일레인과같은난민이었던것이다.밴쿠버에돌아가는비행기안에서어린아이들과같은두할머니의천진난만한우정을보면서자신이궁극적으로찾고있었던것이갈등과괴로움없는여자친구와의관계였음을알아차린다.그리고앞으로일어나지않을미래,영원히상실된코딜리어와의조우를애도한다.더나이들고더강해지고,돌아갈진짜집이있는자신과달리코딜리어는아직과거의시간에갇혀차가운협곡에서여전히서성거리고있기때문이다.아홉살코딜리어의수치심,아픔,외로움,두려움을이해한일레인은과거의친구에게평안을기원하고화해의손길을내민다.“괜찮아.이제집에가도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