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도둑 신부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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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랑들도 어디 한번 혼 좀 나 보라지. 어두컴컴한 숲속 대저택에 숨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젊은이들을 꼬드겨 그 사악한 가마솥에 빠뜨리는 도둑 신부. 지니아 같은 종족.”

현대 캐나다 문학을 이끄는 작가, 여성주의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
불안한 자아와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게 하는 팜 파탈
‘지니아’의 정체를 좇는 심리 소설
▶ 짜릿함과 함께 재치와 통찰력이 곳곳에서 번뜩인다. 인간을 매료하는 욕망을 이야기하는 기발하고 기지 넘치는 작품이다. -《더 타임스》
▶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철두철미하게 사악한 지니아는 여자로 환생한 리처드 3세다. -《뉴욕 타임스》
▶ 마거릿 애트우드 특유의 서술 기법과 관심사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최고작이 아닐까 싶다. -《인디펜던트》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는 여성주의적 주제 의식에 천착해 펴낸『시녀 이야기』(1985)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외교 관계, 환경, 인권,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눈먼 암살자』(2000), 『증언들』(2019)의 작품으로 부커 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토론토 예술상, 아서 C. 클라크 상, 미국 PEN 협회 평생 공로상, 프란츠 카프카 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가장 노벨 문학상에 근접한 작가’로 수십 년째 손꼽히고 있다.
『도둑 신부』(1993)는 여성주의적 주제 의식과 함께 환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특유의 서술 기법이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대표작이다. 악녀와도 같은 팜 파탈 지니아에게 이용당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겨 그녀를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동경하는 세 여자의 뒤엉킨 심리와 내적 갈등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현대 여성의 불안하고 복잡다단한 자아를 파헤치며, 숨은 욕망과 그 근원을 정확하고도 치밀하게 조명한다. 캐나다 작가 협회 선정 올해의 소설상, 캐나다 및 카리브해 지역 영연방 작가상, 《선데이 타임스》최고 문학상을 받았으며 2007년 미국 CBS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되었다.

■ 지니아, 내면을 투사하고 상처를 마주하게 하는 세 친구의 거울

냉철한 역사학자 토니, 요가와 텃밭 가꾸기를 즐기는 몽상가 캐리스, 당차고 밝은 사업가 로즈. 너무도 다른 세 여자는 단 하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지니아를 만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참변을 겪었다. 치명적이고 위험한 매력을 지닌 팜 파탈 지니아는 그들에게 교묘하게 접근해 꼭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내면을 건드려 원하는 것을 취한다. 지니아는 그들 모두의 남편을 뺏고, 유희가 끝나면 팽개치고 떠났다. 지니아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오 년이 지난 어느 날, 더욱 매혹적이고 강력해진 지니아가 다시 나타난다. 세 친구는 저마다의 아픈 기억을 회상하며 두려움과 혼란에 빠진다.
세 친구는 지니아를 거울삼아 자신의 정체성과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한다. 고아에 가깝게 방치되어 큰 토니, 신경쇠약에 걸린 어머니를 대신해 맡겨진 이모네 집에서 성폭력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 캐리스, 아버지가 부정하게 번 돈으로 벼락부자가 된 로즈. 셋 모두 어릴 적 쓰던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만든다. 과거의 짐을 벗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 스스로를 재건해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지니아는 근원적인 나약함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회복하고 충당하려 하는 세 친구의 욕구를 포착해 그들이 가장 원했던 친구의 모습으로 분해 마음을 산다.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지녔는데도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어두운 어린 시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콤플렉스에 갇혀 살아가며, 남자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반려자와 가족에게 헌신함으로써 애정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자신들과 달리 “남자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 놀라운 능력”을 지닌 지니아를 증오하는 동시에 동경하며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한 것이다. 지니아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애트우드는 세 친구가 지니아를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자각하고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며 과거를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을 그린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마주하는 자립과 의존 사이의 갈등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조명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감상주의에 빠져 동정하거나 강력한 교조주의로 여주인공들을 힐난하지 않고 그저 정확하고도 여실하게 드러낸다.

사실 지니아는 토니와 채리스와 로즈의 숨겨진 자아가 뭉뚱그려진 프랑켄슈타인일지 모른다. 세 친구는 지니아가 죽은 줄 알았을 때도 주기적으로 그녀를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소환한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 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겨 두었던 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지니아에게 투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작 품에서 지니아라는 안타고니스트는 세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 들이 애써 외면하던 내면의 갈등과 여성의 자의식이라는 문제 를 대면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 해설」 중에서

■ 동화적 모티프로 가득한 실화 소설

그림 형제의 동화 「도둑 신랑」에서 한 남자와 약혼을 한 아가씨는 그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그가 젊은 여자를 잡아먹는 살인자이자 도둑 떼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넌 네가 곧 결혼할 신부라고 생각하지만 결혼식은 죽음과 하게 될 거야.” 하고 일러주는 어느 할머니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탈출한 여자는 결혼식 날 신랑의 정체를 밝히고 도둑 떼를 모두 소탕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신랑과 신부의 자리를 바꿔 젊은 남자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여자 ‘도둑 신부’라는 존재를 착안하는데, 그것이 바로 『도둑 신부』의 팜 파탈 지니아다. 익숙한 옛 동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해 내는 것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작법 중 하나로, 여러 가지 성정치적 함의를 지닌 동화를 비틀어 새롭게 풀어낸 이야기는 성정치학과 이성애의 관계론을 뒤집어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애트우드가 동화적 모티프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옛 동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현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대표하거나 대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둑 신부』에 등장하는 세 여자 토니, 로즈, 캐리스 역시 동화 속 여주인공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하숙집을 혼자 운영한 어머니 밑에서 늘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던 로즈는 ‘신데렐라’를, 높은 탑 같은 연구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역사 연구에만 집중하는 아웃사이더 토니는 ‘라푼젤’을, 늘 몽상에 잠겨 꿈꾸듯 살고 정원과 텃밭 가꾸기에만 열심인 캐리스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닮았다. 소설 도입부에 등장하는, 덤불 가득한 숲속에 홀로 서 있는 지니아의 이미지는 「헨젤과 그레텔」의 길 잃은 ‘그레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동화적 모티프로 가득한 이 소설이 부분적으로는 실화 소설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듯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지니아의 캐릭터는 캐나다의 유명 언론인이거나 유명 소설가인 바버라 아미엘, 그웬돌린 맥이웬, 메리언 엥겔의 실화를 부분 인용하여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마거릿 애트우드는 동화와 현실을 오가며, 근원적이고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를 통해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들 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그들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풀어낸다.

저자

마거릿애트우드

MargaretAtwood

1939년11월캐나다오타와에서태어나온타리오와퀘벡에서자랐다.애트우드의가족은곤충학자인아버지를따라매년봄이면북쪽황야로갔다가가을에는다시도시로돌아오곤했다.이런생활속에서어울릴친구가별로없었던애트우드에게는독서가유일한놀이였다.고등학교진학후시인이되기로결심하고토론토대학교와하버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스물한살에첫시집『서클게임』을출간했으며,이시집으로캐나다총리상을수상했다.이후여성의사회활동과결혼등을소재로1969년첫장편소설『먹을수있는여자』를발표하였고,장편소설『떠오름』으로시인이자소설가로서본격적으로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대표작으로『시녀이야기』(1985),『고양이눈』(1988),『도둑신부』(1993),『그레이스』(1996),『오릭스와크레이크』(2003),『홍수의해』(2009),『미친아담』(2013)등이있으며,2000년발표한『눈먼암살자』로부커상을수상했다.권위적이고지배적인남성중심사회를비판하는작품들을통해페미니즘작가로도평가받는동시에,외교관계,환경문제,인권문제,현대예술,과학기술등다양한주제를폭넓게다루고있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토론토요크대학교,뉴욕대학교등에서작문과영문학과문예창작을가르쳤고,현제국제사면위원회,캐나다작가협회,민권운동연합회등에서활동중이다.토론토예술상,아서클라크상,미국PEN협회평생공로상,독일도서전평화상,프란츠카프카상등을수상했다.2019년『시녀이야기』의후속작『증언들』로부커상을수상했다.이후『도덕적혼란』(2020),『숲속의늙은아이들』(2023)등새로운작품을활발하게발표하고있다.

목차

시작11
톡시크17
검은색에나멜211
은밀한밤367

출판사 서평

“신랑들도어디한번혼좀나보라지.어두컴컴한숲속대저택에숨어서순진한사람들을잡아먹고젊은이들을꼬드겨그사악한가마솥에빠뜨리는도둑신부.지니아같은종족.”

현대캐나다문학을이끄는작가,여성주의문학의거장마거릿애트우드
불안한자아와내면의상처를마주하게하는팜파탈
‘지니아’의정체를좇는심리소설

지니아,내면을투사하고상처를마주하게하는세친구의거울

냉철한역사학자토니,요가와텃밭가꾸기를즐기는몽상가캐리스,당차고밝은사업가로즈.너무도다른세여자는단하나공통점이있다.그들은모두지니아를만나인생이송두리째뒤집히는참변을겪었다.치명적이고위험한매력을지닌팜파탈지니아는그들에게교묘하게접근해꼭듣고싶었던이야기를하고,내면을건드려원하는것을취한다.지니아는그들모두의남편을뺏고,유희가끝나면팽개치고떠났다.지니아의장례식에참석한후오년이지난어느날,더욱매혹적이고강력해진지니아가다시나타난다.세친구는저마다의아픈기억을회상하며두려움과혼란에빠진다.

세친구는지니아를거울삼아자신의정체성과과거의상처를들여다보는경험을한다.고아에가깝게방치되어큰토니,신경쇠약에걸린어머니를대신해맡겨진이모네집에서성폭력을당한트라우마가있는캐리스,아버지가부정하게번돈으로벼락부자가된로즈.셋모두어릴적쓰던이름을버리고새이름을만든다.과거의짐을벗고새로운페르소나를만들어스스로를재건해나가기위해안간힘을쓴다.하지만지니아는근원적인나약함을타인과의관계속에서회복하고충당하려하는세친구의욕구를포착해그들이가장원했던친구의모습으로분해마음을산다.

그들은각자자기만의개성과장점을지녔는데도자신을긍정하지못하고,어두운어린시절의그늘에서벗어나지못한채콤플렉스에갇혀살아가며,남자와의관계에서자유롭지못하다.그들은아무리고통스러워도그것을드러내지않고인내하며반려자와가족에게헌신함으로써애정을지키려한다.그래서자신들과달리“남자들을마음대로주무르는그놀라운능력”을지닌지니아를증오하는동시에동경하며그녀에게자신의모습을투사한것이다.지니아가실제로어떤인물인지는끝까지밝혀지지않는다.애트우드는세친구가지니아를통해자신의현재모습을자각하고진정한자아를회복하며과거를받아들이는계기를마련하는과정을그린다.현대사회를살아가는여성이마주하는자립과의존사이의갈등을정확하고치밀하게조명하며,현실을살아가는여성들의이야기를감상주의에빠져동정하거나강력한교조주의로여주인공들을힐난하지않고그저정확하고도여실하게드러낸다.

사실지니아는토니와채리스와로즈의숨겨진자아가뭉뚱그려진프랑켄슈타인일지모른다.세친구는지니아가죽은줄알았을때도주기적으로그녀를떠올리며무의식적으로소환한다.풀지못한앙금이남아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겉으로드러내지않고꽁꽁숨겨두었던이들의또다른모습을지니아에게투사했기때문이기도하다.이작품에서지니아라는안타고니스트는세주인공으로하여금그들이애써외면하던내면의갈등과여성의자의식이라는문제를대면하게하는역할을수행한다.
-「작품해설」중에서

동화적모티프로가득한실화소설

그림형제의동화「도둑신랑」에서한남자와약혼을한아가씨는그의집에초대받아갔다가그가젊은여자를잡아먹는살인자이자도둑떼의일원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넌네가곧결혼할신부라고생각하지만결혼식은죽음과하게될거야.”하고일러주는어느할머니의도움으로그곳에서탈출한여자는결혼식날신랑의정체를밝히고도둑떼를모두소탕한다.마거릿애트우드는이이야기에서모티프를가져와신랑과신부의자리를바꿔젊은남자들을잡아먹는사악한여자‘도둑신부’라는존재를착안하는데,그것이바로『도둑신부』의팜파탈지니아다.익숙한옛동화에서모티프를가져와현대적으로이야기를재창조해내는것은그녀가즐겨사용하는작법중하나로,여러가지성정치적함의를지닌동화를비틀어새롭게풀어낸이야기는성정치학과이성애의관계론을뒤집어생각하게하는효과가있다.애트우드가동화적모티프를즐겨사용하는것은옛동화나민담에등장하는여성들이여전히현대의여성들의모습을대표하거나대변하기때문이기도하다.

『도둑신부』에등장하는세여자토니,로즈,캐리스역시동화속여주인공들의모습을닮아있다.하숙집을혼자운영한어머니밑에서늘집안일을도맡아야했던로즈는‘신데렐라’를,높은탑같은연구실에스스로를가두고역사연구에만집중하는아웃사이더토니는‘라푼젤’을,늘몽상에잠겨꿈꾸듯살고정원과텃밭가꾸기에만열심인캐리스는‘잠자는숲속의공주’를닮았다.소설도입부에등장하는,덤불가득한숲속에홀로서있는지니아의이미지는「헨젤과그레텔」의길잃은‘그레텔’을떠올리게한다.하지만재미있는사실은,이처럼동화적모티프로가득한이소설이부분적으로는실화소설이기도하다는점이다.실제로존재하지않을듯기묘하고불가사의한지니아의캐릭터는캐나다의유명언론인이거나유명소설가인바버라아미엘,그웬돌린맥이웬,메리언엥겔의실화를부분인용하여완성되었다고한다.이작품에서마거릿애트우드는동화와현실을오가며,근원적이고대표적인여성캐릭터를통해오래전부터존재해온여성들의이야기,남자와의관계속에서드러나는여성들의이야기,여성들간의이야기를펼쳐보이며그들의복잡한관계와심리를그누구보다도정확하게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