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여자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초대받은 여자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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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시몬느드보부아르

저자:시몬드보부아르(SimonedeBeauvoir)

1908년프랑스파리,가톨릭부르주아가정에서태어났다.어렸을적에부유하던어머니쪽가문이파산하면서한동안어려움을겪지만아버지의기대속에명문학교에서수학한다.일찍이학문에서뛰어난재능을보인보부아르는15세무렵작가가되기로결심하고,특히철학에깊은관심을보인다.소르본대학교에서철학을공부하고철학교수자격시험을준비하던중에장폴사르트르,폴니장등을만난다.이때인연을맺은사르트르와지속적으로교류하며‘계약결혼’이라는파격적인형태로한평생을함께한다.1929년,보부아르는철학교수자격시험을단번에차석으로통과하는데,당시로서는최연소이자여성으로서는9번째합격자다.이후그는여러고등학교에서12년동안철학을가르치지만1942년에교편을내려놓는다.1943년,본격적으로작가생활을시작한보부아르는소설『초대받은여자』와1944년실존주의윤리학의단초를마련한『피뤼스와시네아스』등을발표하면서사르트르와함께정치철학잡지《현대》를창간한다.그사이소설,희곡,철학서,회고록등다양한작품을선보이던보부아르는마침내1949년,세계적명성을가져다준『제2의성』을출간한다.실존주의철학을바탕으로여성의문제를고찰한이저서는곧베스트셀러가되었을뿐아니라,당시프랑스사회에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키며전세계적으로페미니즘분야에막대한영향을끼친다.1954년장편소설『레망다랭』으로공쿠르상을수상하면서이제보부아르는실존주의철학자,페미니즘사상가,소설가로서확고히자리매김한다.1970년대여성해방운동(MLF)에적극참여하며여성과관련한법과제도를개혁하는데앞장선다.1970년나이듦의문제를종합적으로고찰한『노년』을펴내고,1972년그간의자서전을결산하는『요컨대』와1981년사르트르의말년과죽음을회고한『작별의의식』을발표한다.1986년폐렴으로타계한보부아르는선구적인실존주의철학자이자페미니즘사상가로서여전히주목받고있다.



역자:강초롱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같은대학원을졸업했다.2010년파리7대학에서「시몬드보부아르의자서전담론」으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논문으로는「진실‘들’을드러내는은밀한목소리:『초대받은여자』의주변인물연구」,「어머니를위한애도의두가지전략:보부아르의『아주편안한죽음』과에르노의『한여자』비교」,「자유와상황의충돌의재현:『레망다랭』의다성화전략」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시몬드보부아르의『아주편안한죽음』이있다.

목차


2부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20세기최고의지성이자『제2의성』으로페미니즘을혁신한사상가
공쿠르상,예루살렘상,오스트리아국가상수상작가

시몬드보부아르가체험한계약결혼과실험적인삼각관계를바탕으로
인간의자유와존재의불안을탐구한실존주의문학의대표작

『제2의성』을발표하며실존주의철학과페미니즘사상에현저한영향을끼친시몬드보부아르의첫장편소설『초대받은여자』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1943년,실존주의의경전이자20세기최대의철학적성취로평가받는장폴사르트르의『존재와무』와같은해에발표된이작품은실험적인계약결혼,사르트르와제자올가코사키에비치를둘러싸고빚어진삼각관계를잔인할정도로솔직하게그려낸,일종의실화소설(Romanaclef)로서크게주목받았다.그러나오직실화(삼각연애의진상)에입각해서『초대받은여자』를독해한다면자칫이작품이지닌깊이를간과할수있다.

보부아르스스로언급하였듯이,이작품은다양한개별적사례를구현하는등장인물의힘을빌려실존에대한추상적사유를구체화하는방식으로빚어낸‘형이상학적소설(romanmetaphysique)’이라할수있다.그러므로『초대받은여자』의세주인공(프랑수아즈-보부아르,피에르-사르트르,그자비에르-올가코사키에비치)및그들을관찰하는주변인물들(피에르의동생엘리자베트,프랑수아즈의제자제르베르)은보편적실존상황을대변하는구체적사례에해당한다고볼수있다.그렇다면보부아르는과연무엇을논변하기위해이러한장치를마련해두었을까?

보부아르는『초대받은여자』를시작하기에앞서,헤겔의『정신현상학』에서인용한“모든의식은저마다다른의식의죽음을좇는다.”라는문장을굵게새겨두었다.여기서짐작할수있듯이,보부아르가다종다양한실존상황중프랑수아즈의사례를통해특히나들려주고자한바는,바로타인과의관계속에서인간이직면할수밖에없는충돌과갈등이다.예컨대프랑수아즈와그자비에르그리고피에르사이에서벌어지는치열한싸움은통속적인치정사건을넘어,별개의자유로운의식들이주체의자리를놓고서로다투는숨막히는존재론적투쟁을형상화한다.기본적으로(보부아르자신을반영한)프랑수아즈는유아론(唯我論)적환상에한껏취해살아가는인물이다.

또그녀는자기삶의“모든순간을명료하고세련되고완성된형태로만들어서되돌려주는”,완전한진실을절대적으로보장하는존재로서피에르를받아들인다.따라서그녀는세상에자신과피에르외에도수많은주체가존재한다는사실을가장받아들이기힘들어하는데,이는곧자기가주인으로군림할수없는세계가존재하고있음을의미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프랑수아즈는타인의주체성을결코인정하려들지않을뿐아니라,심지어타인을자기세계에속한다른사물들과마찬가지로소유하고지배해야할‘대상’으로간주한다.그래서프랑수아즈는그자비에르를처음‘초대했을’때,그녀를완전히소유하게되리라는기대감에커다란희열을느낀다.

“누군가를소유하는것만큼프랑수아즈에게격한기쁨을안겨주는경험은없었다.그자비에르는무희를뚫어져라응시하고있었다.정열에들뜬자신의얼굴이더욱더아름답게빛나고있음을모른채,손에든커피잔의곡선을손가락으로느끼고있었다.하지만그손의곡선을느낄수있는건오직프랑수아즈뿐이었다.그자비에르의몸짓,표정,심지어그애의삶이실재하기위해서는그녀가필요했다.”-본문에서

하지만‘초대받은’그자비에르는단지수동적으로끌려다니는상태에머물지않고프랑수아즈의세계에봉합할수없는치명적인균열을일으킨다.프랑수아즈는고집스레스스로의의지에따라판단하고행동하는주체로서끊임없이자신을드러내는그자비에르의모습을목도하면서낯선공포감에사로잡힌다.이를테면자기만의세계를굳건하게구축한또다른의식과대면하거나스스로가다른의식의대상으로전락했음을깨달았을때,우리모두가존재론적차원에서보편적으로느끼기마련인박탈감혹은소외감말이다.

“그자비에르의광적향락과증오,질투를통해서죽음만큼이나괴물같고치명적인파렴치가터져나오고있었다.마치최후의선고가내려진듯,프랑수아즈의눈앞에그녀의의지와무관한상태로무엇인가가실재하기에이른것이다.자유롭고절대적이며,결코꺾을수없는낯선의식하나가우뚝서있었다.죽음이자총체적부정이며,영원한부재와도같은것이었다.그런데충격적이리만큼모순적이게도,이무의구렁텅이는스스로를현존하게할수있었고,자신을위해자기를충만하게실재하도록할수있었다.”-본문에서

프랑수아즈를뒤덮은불안은결국‘세계-내-존재(l’etre-au-lemonde)’로살아가야하는인간존재가타인과의관계속에서필연적으로겪을수밖에없는‘대상화’경험이야기하는감정이다.이는곧기만적환상에빠져있던한인간이애매성이라는실존의진실과대면하는과정에서반드시겪을수밖에없는실존적불안이다.요컨대프랑수아즈가마주하는그자비에르의공포스러운시선,그굳건한현존은,우리로하여금일방적으로타인을소유하고지배할수없음을깨닫게하는결정적경험이라할수있다.

그리하여『초대받은여자』는삼각관계라는자극적인외피를뒤집어쓴채의식인동시에육체이고,의식의주체이며,타인의의식이지향하는대상이기도한,살아가는동시에죽음을향해치닫는인간존재의특성을적나라하게규명해낸다.보부아르는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이같은인간존재의‘비결정성’을‘애매성(l’ambiguite)’이라칭했다.

또주체로존재하는‘나’를객체로탈바꿈시켜주체와객체,둘중그무엇에도온전히일치하지못한채살아가게하는타인의존재야말로실존의애매성을야기하는결정적요인이자,나의자유에제한을가하는주된방해물이라보았다.그렇지만우리는결코홀로살아갈수없으며,인간으로존재하는한타인과함께살아가야만한다.이러한실존조건은필연적으로나와타인의자유가서로충돌하도록하므로갈등상황에직면하게끔우리를이끈다.

바야흐로보부아르는(스스로체험한)『초대받은여자』속프랑수아즈와그자비에르그리고피에르가맞닥뜨리는상황을우리에게보여줌으로써자기철학의가장중요한뼈대를,실존의애매성을받아들이도록인간을독려하는사상의독창적청사진을명확히제시한다.보부아르의실존주의적윤리,즉“애매성의윤리(unemoraledel’ambiguite)”는바로『초대받은여자』로부터비롯되었다.이작품이결코시들지않는까닭은,보부아르의모든맹아가여전히깃들어있기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