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오 사전 2 (반양장)

마차오 사전 2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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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처음 마차오에 온 외지인의 귀에는
이렇게 의미가 뒤바뀐 단어가 자꾸만 거슬린다.”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사오궁
격동의 혁명기, 지도에 없는 작은 마을 ‘마차오’에서 만난 새로운 말, 새로운 세계
삶과 죽음, 길흉화복에 대한 놀랍고 독특한 해석으로 가득 찬 ‘사전’적 소설

모옌,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사오궁의 『마차오 사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1968년 문화 대혁명 시기 작가 한사오궁이 후난성 미뤄현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한다는 사명을 띠고 시골로 간 이른바 ‘지식 청년’ 중 하나였던 그는 마차오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통해 그들이 문명과 자연, 길흉화복에 대해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115개 단어에 해설을 붙이고 그 속에 에피소드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쓴 『마차오 사전』은 소설임에도 ‘사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마차오 사전』 한국어 판 말미에는 표제어를 우리말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목차, ‘가나다순으로 찾아보기’를 더하여 원서의 사전 형식을 살렸다. 2009년에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소개되었던 『마교 사전』의 개정판이다.
저자

한사오궁

韓少功

1953년중국후난성창사에서태어났다.후난제7중학을졸업하고문화대혁명으로인해모든학교가문을닫자농촌에내려가인민공사생산대에서일했다.당시중국사회에서이런젊은이들을일컫는말인‘지식청년’중한명이었던그는이때의경험을통해훗날‘지청(지식청년)문학’을선도한다.1978년후난사범대학교중문과에입학하여본격적인문학수업을받았고,1981년첫번째소설집『월란』을시작으로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수상한「푸른하늘로날아오르다」등을발표했다.1985년《작가》에기고한「문학의뿌리」를통해이른바뿌리찾기문학이라고불리는‘심근문학’을주창하며『아빠,아빠,아빠』,『여자,여자,여자』,『귀거래』등을집필했다.1996년에는문화대혁명시기실제체험을바탕으로한자전적소설『마차오사전』을발표했고이는‘심근문학’의대표작으로꼽힌다.2013년발표한『일야서』는지식청년들의삶을통해중국근현대사의명암을조망한작품으로커다란사회적반향을일으켰다.격동하는역사속에서사람됨의본질을묻는진지한필력은중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거장의면모를보여주고있다.

목차

삼모(三毛)11
괘란(掛欄)21
청명절의비(淸明雨)23
불화기(不和氣)26
신(神)29
불화기(不和氣)_계속38
배정(背釘)54
뿌리(根)58
수레를타다(打車子)62
하와취파(呀哇嘴巴)70
마동의(馬同意)74
전생의인연을찾아가다(走鬼親)79
화염(火焰)87
홍화영감(紅花爹爹)92
어르신(你老人家)과기타100
밥을먹다(茹飯):봄날의용법106
모범(模範):맑은날의용법111
현묘한이야기를하다(打玄講)113
현(現)126
취살(嘴煞)과번각판(翻脚板)129
결초고(結草箍)136
문서(問書)144
헤이샹궁(黑相公)147
헤이샹궁(黑相公)_계속149
재앙의주문(魔咒)163
삼초(三秒)165
와위(萵瑋)168
단장초를보내다(放藤)176
진파노(津巴佬)180
머리가깨지다(破腦)와기타196
연상(憐相)198
주아토(朱牙土)202
파원(擺園)205
표혼(飄魂)207
게으름피우다(懈)216
황모장기(黃茅瘴)219
압자(壓字)221
게으르다(懶):남자의용법226
포피(泡皮)와기타235
민주감방(民主倉):죄수들의용법239
톈안문(天安門)246
한(狠)253
괴기(怪氣)257
방전생(放轉生)269
치자화(梔子花),말리화(茉莉花)272
휴원(虧元)276
개안(開眼)291
기시(企尸)295
은(嗯)297
격과형제(隔鍋兄弟)306
귀원(歸元)과귀완(歸完)313
백화(白話)316
관로(官路)325

작품해설327
작가연보349
가나다순으로찾아보기353

출판사 서평

▶언어와사상을통제하려는전체주의적인시도가얼마나부질없는지교묘하고도효과적으로비판한다.기절할만큼상상력이넘치고재미있는소설.-《커커스리뷰》

■익숙한언어의전복을통해떠오르는
진정한삶의의미


사람들은내게다이스칭이야기를해줄때‘흩어지다(散發)’라는표현을사용했다.그들은톄샹의아버지가구걸하지못해흩어져버렸다고말했다.이말은곧죽음을의미한다.이는마차오사전에서내가좋아하는단어가운데하나이다.죽다,사망하다,끝나다,늙다,가다,염라대왕을만나러가다,뒈지다,눈을감다,숨이끊어지다,만사(萬事)를끝내다등은‘흩어지다(散發)’의동의어이다.그러나그런말들은단순하고천박한느낌이들어‘흩어지다’처럼정확하고생동감있으며세심하게죽음의과정을보여주지못한다.마차오사전1-「흩어지다(散發)」중에서


이소설의사전이라는형식을통해얻는대표적인효과는일상의미의전복이다.예를들어마차오사람들에게‘깨다(醒)’라는말은바보같은행동을표현할때쓰인다.그들에게‘깨다(醒)’는어리석음을의미하기때문이다.따라서‘깬사람(醒子)’은얼간이를가리킨다.「깨다(醒)」에서작가는혼탁한세상에스스로깨어있다고자부했던굴원(屈原)의이야기를통해‘깨다’가‘어리석다’란뜻으로뒤바뀌게된내력을추리해나간다.

중국전국시대초나라의정치인이자시인이었던굴원은「어부(漁夫)」에서“세상모든것이탁한데나만홀로맑고,사람들모두가취했거늘나만홀로깨어있네.(擧世皆濁我獨淸,衆人皆醉我獨醒)”라고말했다.귀양살이를하던굴원은과거초나라에의해쫓겨난라땅유민들의구조를받으며하루하루연명하다결국마차오부근멱라강하류에몸을던지고만다.기록에따르면굴원이라땅에있었을당시머리는산발하고맨발에풀과꽃잎을어깨에걸치고이슬과국화꽃을먹으며,비와바람을부르고해와달과이야기를나누며,벌레나새들과함께잠들었다고하니분명실성한상태나다를바없었을것이다.그는분명홀로‘깨어(醒)’있었다.그렇지만또한마차오사람들눈에굴원은분명‘어리석은’상태가아닐수없었다.

표의문자라는중국어의특성상중국어에서표준어와사투리의차이는,같은글자의의미가달라지는방식으로나타난다.이렇게형성된문화심리는그들의삶을반영하는것은물론심지어조정하거나예언하기도한다.예를들어‘시내멀미(暈街)’라는말은마차오사람들이시내에만나가면얼굴이파랗게질리고식욕이떨어지며불면증에시달리는현상을가리킨다.언제누구에의해만들어졌는지도모르는이‘시내멀미’라는말때문에마차오사람들은도시로나가는것을두려워하는것은물론버스나텔레비전같은문명의이기에도까닭없이경계심을품는다.

『마차오사전』은이처럼삶과죽음,지혜와어리석음,문명과자연의의미체계를뒤집음으로써한자라는규범체계내부에교란을일으킨다.이과정에서한자는의미가더욱풍부해지는한편으로‘문화대혁명’으로대표되는정치변동이나‘버스’와‘텔레비전’으로대표되는도시문명의침입에도흔들림없이도도히흘러내려온인간본연의의식세계를탐구하는도구로서역할한다.한편이작품은중국전통문화의가치를적극적으로발견하고재창조한다는점에서‘심근문학’의대표작이기도하다.


■언어가지닌권력과폭력의그림자


『마차오사전』이다루는또다른주제는담론의권력에관한것이다.이른바담론의권력이란담론에담론의주체가지니고있는신분,지위,권력,명성이투사되어어의(語義)이외에강력한힘을부가한다는말이다.마차오사람들은이를‘말발(話份)’이라고한다.사실언어권력은마차오만의독특한풍습은결코아니다.푸코가언어는곧권력이라는점을논리적으로입증했지만,사실그보다먼저사람들은무의식적으로언어가곧권력임을인지하고있었던것이다.그래서그어떤말이라도누가하느냐에따라달라진다는것을이미알고있었다.

마을서기인‘번이’는아무회의에나끼어들어쓸데없는참견을늘어놓으며시간을끌기일쑤이다.하지만아무도이의를제기하지않는다.그에게는‘말발(話份)’이있기때문이다.그가한국전쟁에참전한경험담을떠들며삼팔선에서본탱크를트랙터라고불러도아무도수정하려들지않는다.

담론의권력은이에서멈추지않는다.마차오가점차세상을향해개방되면서,새롭게수입되는언어도점점많아진다.특히정치권력에의해남용되는여러가지언사들은그들의삶에그대로이식되지만,그들의것이아니기때문에그들의삶을규정짓지못한다.그저그렇게입에서발출될따름이다.

「만천홍(滿天紅)」에서는밤마다모여지도자의사진을향해차려자세를취한상태에서간부의명령에따라큰소리로마오주석의어록대여섯줄을암송하는마을사람들의모습이나온다.하지만정작그들은자신들이무슨말을외치고있는지관심도없다.마오주석의어록이라는것이출처도불분명하고때로는간부의편리를위해문구가조작되기도하지만그저기계적으로암송할뿐이다.

“마오주석께서올해동백나무가잘자랐다고하셨습니다.”
“마오주석께서양식은절약해야하나매일죽만먹을수는없다고하셨습니다.”
“마오주석께서지주는성실하지않으니목을매달아야한다고하셨습니다.”
“마오주석께서돼지분뇨에물을섞은놈을찾아내그의식량을빼앗으라고하셨습니다.”
마차오사전1-「만천홍(滿天紅)」중에서

이렇듯작가는『마차오사전』을통해언어가일정한시공간에서어떻게마차오사람들의문화심리를반영하고있는지,그리하여어떻게그들의삶을정의하고,규정지으며예언하고있는지를묘사하고있다.그리고그러한문화심리속에서언어의권력이어떤형태로횡행하며,결국에자신들조차소외시키고있는지를담담하게묘사한다.어쩌면이는마차오라는작은마을의일에그치지않고방송과미디어가만들어낸허상에둘러싸여살아가는오늘날우리의자화상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