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날아가다 - 세계문학전집 446

집으로 날아가다 - 세계문학전집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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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광장의 파티」- 자연 재해에 가까운, 피할 수 없이 당연한 린치
「광장의 파티」는 앨라배마의 한 광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처형당하는 흑인을 바라보며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 어린아이가 화자다. 흑인 희생자를 제외하면, 참여자들과 구경꾼들은 ‘베이코트 검둥이’를 서서히 고통스럽게 고문하는 행위를 보면서 흥분하는, 가깝고 먼 곳에서 온 백인들이다. 화자는 무슨 범죄나 모욕으로 인해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 단서도 주지 않는다. 엘리슨은 어린 백인 화자의 의식 안으로 들어가 그의 입장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흑인이 불에 타는 동안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순간이 관찰자인 소년의 언어로만 표현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검둥이’라는 단어는 소년이 느낀 존경심, 놀라움, 혐오감 등의 다채로운 감정과 대비된다. 엘리슨은 미국 문학에서 희미해져 가던 ‘개인적인 도덕적 책임 의식’이라는 주제를 다시 환기하는 동시에 언제나 제삼자에 의해 평가받는 흑인의 삶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구경꾼들은 불타는 흑인을 바라보고 있던 와중, 갑자기 비행기로 인해 아래로 늘어진 전선에 감전된 여성의 살이 타는 냄새에 오싹함을 느낀다. 그것은 비행기 조종사가 사이클론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린치를 위해 피워 놓은 불을 비행장의 신호등으로 착각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린치를 가하는 자들의 혐오감은 잠시뿐이다. 그들은 세상이 끝나야만 흑인을 산 채로 태워 죽이는 일에서 그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듯, 그들이 하던 일로 돌아간다. 엘리슨은 인간에 의한 린치와 사이클론에 의한 자연적인 잔혹함 사이의 두드러진 대비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이 일단락되고 소년은 “바람이 사흘 동안 불었다.”라고 말하며 살해된 남자의 강인함을 모호하게 거듭 증언한다. 엘리슨의 능숙한 솜씨는 독자에게, 일어난 일이 자연적인 태풍이나 인간이 일으킨 태풍이 지나가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 「미스터 투잔」「오후」「나에게 날개가 있다면」「두피가 벗겨진 두 인디언」- 버스터, 라일리 연작

버스터와 라일리, 두 흑인 소년이 등장하는 연작에서 엘리슨은 소년기에 느꼈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남부에서 두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엘리슨은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 어릴 때부터 구두닦이, 호텔 웨이터, ‘버스 보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림을 거들어야 했다. 두 소년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만 제한하는 가족이라는 보금자리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에서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욕망에서, 엘리슨이 ‘다면적이고 다양한 역할들의 수행’이라고 일컬은 것을 실행해 간다.
「미스터 투잔」에서 버스터와 라일리는 문답식으로 투생 루베르튀르의 영웅적 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간다. 그들은 언어라는 상징적 행위를 하면서 대담해지고 결국에는 로건이라는 백인이 접근을 금지한 체리를 몰래 따 먹을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오후」에서도 소년들은 무료할 뿐만 아니라 인종 문제로 더 복잡해진 어른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그들이 처한 교착 상태에 반발한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에서 소년들은 자연의 제한에 맞서 그들의 호기심과 야심을 시험해 본다. 그러나 병아리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다가 결국 케이트 이모에게 호되게 혼이 난다. 「두피가 벗겨진 두 인디언」은 경험에 긴박감과 회상의 속성을 부여하는 서술 방식으로 통과 의례를 묘사한다. 옛날부터 ‘금지 구역’으로 일컬어졌던 숲속 오두막에서 신비롭고 매혹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늙은 여자와 조우한 버스터는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스스로의 감정에 놀라 달아난다. ‘어른’의 세계에 한 발짝 디뎌 본 버스터에게 이 경험은 유년 시절의 마지막이 점차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집으로 날아가다」- 검은 이카로스의 날개

단편집의 표제작인 「집으로 날아가다」는 가장 높은 곳까지 이르려다가 추락한 흑인 조종사의 이야기다. 이카로스의 문학적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토드는 터스키기의 조종 학교에 등록한 최초의 흑인 조종사 중 하나로 비행기를 타고 너무 높이 올라갔다가 앨라배마의 시골에 추락한다. 신화 속의 이카로스와 다르게, 그는 흑인 노인 제퍼슨에게 구조된다. 제퍼슨이 들려주는 민간 설화와 행동은 토드로 하여금 자신이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는 늙은 흑인 농부와 그의 아들을 따라 미로 같은 앨라배마 계곡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발을 디디고 사는 현실로 돌아온다. 토드는 땅에 누운 채로 비행기 모형을 보고 가슴이 부풀었던 소년 시절을 회상한다. 하늘에 떠 가는 비행기를 모형으로 착각해 손으로 붙들어 보려고 담장 위로 올라가 팔을 뻗었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토드의 원동력이 되었다. 엘리슨은 라이어널 햄프턴이 작곡한 대표적인 빠른 박자의 재즈 곡 「Flying Home」(1957) 에서 영감을 받아 이 단편을 썼다. 화려한 비상에 대한 예언적인 이미지, 형재애적이고 민주적인 낙관주의를 꿈꿨던 엘리슨의 바람이 작품 속에 은은하게 깔려 있다.

저자

랠프엘리슨

저자:랠프엘리슨
1913년3월1일미국남부오클라호마에서태어났다.세살에아버지를여읜후어려운환경에서성장한엘리슨은인종차별과가난이란이중고를겪었다.터스키기대학교에진학해음악을전공하면서재즈와문학에심취했다.1936년학비를마련하기위해뉴욕으로갔으나충분한돈을벌지못했고할렘에체류하면서사진촬영,서류정리,공장노동등잡다한일을하며생계를유지했다.뉴욕에머무는동안엘리슨은흑인문학계의거장인랭스턴휴스를만나고그를통해리처드라이트를소개받았다.당시《뉴챌린지》의편집장이던라이트의권유로엘리슨은첫단편「하이미의경찰」을발표했다.1952년첫장편소설『보이지않는인간』이출간되었고비평가들의많은주목을받았다.엘리슨이생전에발표한유일한장편소설로,인간존재에대한끈질긴탐구와실험적인시도로20세기미국흑인소설들가운데고전으로평가받는다.그는이작품으로1953년전미도서상을수상하며흑인최초의주요문학상수상자가되었다.그후여러대학교에서강의활동을했으며,1964년문학적통찰력을담은비평집『그림자와행동』을출판했다.1969년미국시민에게주어지는최고의영예인미국대통령자유훈장을수상했다.여든한살이되던해인1994년4월16일췌장암으로사망했다.그의친구이자문학편집자였던존F.캘러핸이엮은두번째장편소설『준틴스』,단편집『집으로날아가다』가사후에출간되었다.

역자:왕은철
영문학자이자번역가이며《현대문학》을통해등단한문학평론가.유영번역상,전숙희문학상,한국영어영문학회학술상,생명의신비상,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번역가상,전북대학술상,전북대동문대상등을수상했다.『애도예찬』,『트라우마와문학,그침묵의소리들』,『환대예찬』,『따뜻함을찾아서』등의저서를집필했고『추락』,『피의꽃잎들』,『연을쫓는아이』등오십여권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문7

광장의파티45
기차를탄소년57
미스터투잔69
오후82
나에게날개가있다면97
두피가벗겨진두인디언120
하이미의경찰143
나는그들의이름을알지못했다151
보조를맞추느라힘들었다160
검은공176
빙고게임의왕191
이상한나라에서208
거대한폭설221
집으로날아가다232

작품해설265
작가연보275

출판사 서평


“그런데자네는왜하늘을날고싶었나?
그것이세상에서가장의미있는행동이기때문이죠……
그것이당신과나를다르게만들기때문이죠.”

인종차별과갈등의한계를극복해새로운예술의차원을연랠프엘리슨
고통과불신을마주하고형제애와자유를노래하는여러갈래의목소리

*랠프엘리슨의단편들은체호프의단순한우아함을계승하고있다.─《워싱턴포스트》
*미국정체성의‘복잡한운명’과‘아름다운부조리’를향한엘리슨의평생의매혹을잘보여주는초기탐구.─존F.캘러핸

20세기흑인문학의초석을닦은랠프엘리슨의단편집『집으로날아가다』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엘리슨은1952년그의유일한장편소설『보이지않는인간』을발표하자마자곧바로흑인문학을대표하는선구자가되었다.인종차별이‘정상’으로여겨지던미국에서대공황,2차세계대전등을겪은소수자를대변하고당대의현실을충실하게묘사했다는평을받았다.이작품은1953년전미도서상을수상했고작가,비평가,편집자들이선정한‘2차세계대전이후최고의소설’로선정되기도했다.엘리슨은미국시민에게주어지는최고의영예인미국대통령자유훈장을두번이나수상했고레지옹도뇌르슈발리에훈장을수여받았으며하버드대학교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았다.예일대학교,뉴욕대학교,시카고대학교등미국전역에서문학강의를하는한편흑인문화에관한에세이,서평등을지속적으로발표했다.
엘리슨이오랜기간준비중이던두번째장편소설은안타깝게도화재로인해상당부분소실되었고,그는1994년여든한살의나이에사망했다.그의친구이자편집자였던존F.캘러핸이사후출간된단편과미공개단편을모두모아정리하고편집해단편집『집으로날아가다』를발행했다.이단편집은엘리슨이젊은작가로1930년대에갖고있던가능성과『보이지않는인간』을구상했던1940년대의성숙과정을두루살펴볼수있다.여기서그는오십오년넘게작가로살면서탐구했던미국인의정체성을놀라울만큼일관되게보여준다.

「광장의파티」-자연재해에가까운,피할수없이당연한린치

「광장의파티」는앨라배마의한광장에서알수없는이유로처형당하는흑인을바라보며주변상황을묘사하는어린아이가화자다.흑인희생자를제외하면,참여자들과구경꾼들은‘베이코트검둥이’를서서히고통스럽게고문하는행위를보면서흥분하는,가깝고먼곳에서온백인들이다.화자는무슨범죄나모욕으로인해그런일이벌어지는지,아무단서도주지않는다.엘리슨은어린백인화자의의식안으로들어가그의입장에서주변을둘러본다.흑인이불에타는동안보고듣고냄새를맡고만지고느끼는모든순간이관찰자인소년의언어로만표현된다.반복해서등장하는‘검둥이’라는단어는소년이느낀존경심,놀라움,혐오감등의다채로운감정과대비된다.엘리슨은미국문학에서희미해져가던‘개인적인도덕적책임의식’이라는주제를다시환기하는동시에언제나제삼자에의해평가받는흑인의삶을독자들에게일깨워주고있다.
소설에나오는구경꾼들은불타는흑인을바라보고있던와중,갑자기비행기로인해아래로늘어진전선에감전된여성의살이타는냄새에오싹함을느낀다.그것은비행기조종사가사이클론으로인한혼란속에서린치를위해피워놓은불을비행장의신호등으로착각해서발생한일이다.그런데린치를가하는자들의혐오감은잠시뿐이다.그들은세상이끝나야만흑인을산채로태워죽이는일에서그들의관심을돌릴수있다는듯,그들이하던일로돌아간다.엘리슨은인간에의한린치와사이클론에의한자연적인잔혹함사이의두드러진대비에대해아무언급도하지않는다.모든일이일단락되고소년은“바람이사흘동안불었다.”라고말하며살해된남자의강인함을모호하게거듭증언한다.엘리슨의능숙한솜씨는독자에게,일어난일이자연적인태풍이나인간이일으킨태풍이지나가더라도없어지지않을것이라는느낌을갖게만든다.

「미스터투잔」「오후」「나에게날개가있다면」「두피가벗겨진두인디언」-버스터,라일리연작

버스터와라일리,두흑인소년이등장하는연작에서엘리슨은소년기에느꼈던감정을생생하게표현하고있다.인종차별이극심했던남부에서두형제중장남으로태어난엘리슨은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홀어머니밑에서컸다.어릴때부터구두닦이,호텔웨이터,‘버스보이’등닥치는대로일을하며살림을거들어야했다.두소년은자신들을보호해주지만제한하는가족이라는보금자리에서벗어나더큰세계에서자유롭게비상하고싶은욕망에서,엘리슨이‘다면적이고다양한역할들의수행’이라고일컬은것을실행해간다.
「미스터투잔」에서버스터와라일리는문답식으로투생루베르튀르의영웅적행위에관한이야기를즉흥적으로만들어간다.그들은언어라는상징적행위를하면서대담해지고결국에는로건이라는백인이접근을금지한체리를몰래따먹을대담한계획을세운다.「오후」에서도소년들은무료할뿐만아니라인종문제로더복잡해진어른들과의갈등으로인해그들이처한교착상태에반발한다.「나에게날개가있다면」에서소년들은자연의제한에맞서그들의호기심과야심을시험해본다.그러나병아리들에게나는법을가르치다가결국케이트이모에게호되게혼이난다.「두피가벗겨진두인디언」은경험에긴박감과회상의속성을부여하는서술방식으로통과의례를묘사한다.옛날부터‘금지구역’으로일컬어졌던숲속오두막에서신비롭고매혹적인분위기가감도는늙은여자와조우한버스터는저항할수없는이끌림을느끼고스스로의감정에놀라달아난다.‘어른’의세계에한발짝디뎌본버스터에게이경험은유년시절의마지막이점차다가오고있음을예감하는이정표가될것이다.

「집으로날아가다」-검은이카로스의날개

단편집의표제작인「집으로날아가다」는가장높은곳까지이르려다가추락한흑인조종사의이야기다.이카로스의문학적후손이라고할수있는토드는터스키기의조종학교에등록한최초의흑인조종사중하나로비행기를타고너무높이올라갔다가앨라배마의시골에추락한다.신화속의이카로스와다르게,그는흑인노인제퍼슨에게구조된다.제퍼슨이들려주는민간설화와행동은토드로하여금자신이어디에있고,누구인지를새삼깨닫게한다.그는늙은흑인농부와그의아들을따라미로같은앨라배마계곡에서빠져나와자신이발을디디고사는현실로돌아온다.토드는땅에누운채로비행기모형을보고가슴이부풀었던소년시절을회상한다.하늘에떠가는비행기를모형으로착각해손으로붙들어보려고담장위로올라가팔을뻗었던순수했던어린시절의경험이토드의원동력이되었다.엘리슨은라이어널햄프턴이작곡한대표적인빠른박자의재즈곡「FlyingHome」(1957)에서영감을받아이단편을썼다.화려한비상에대한예언적인이미지,형재애적이고민주적인낙관주의를꿈꿨던엘리슨의바람이작품속에은은하게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