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스케치 (반양장)

사냥꾼의 스케치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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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기념비적 걸작 『사냥꾼의 스케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넘어, 러시아의 농노 해방(1861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펜의 승리’를 상징하는 텍스트다. 투르게네프는 5천 명의 농노를 거느린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머니의 잔혹한 학대를 목격하며 농노제의 부당함을 뼛속 깊이 새겼다.
그는 사냥꾼의 시선을 빌려 러시아의 광활한 자연과 그 땅에 뿌리 내린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 작은 ‘스케치’들은 출간 당시 러시아 사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으며, 훗날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해방을 결단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농노 해방이 선포되자 기차 안에서 만난 두 농민이 작가에게 다가와 절하면서 민중을 대신해 감사를 표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는 하나의 문학 작품이 어떻게 시대를 깨우고 마침내 한 민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문학사적 기록이다.
저자

이반투르게네프

ИванСергеевичТургенев

1818년10월28일러시아오룔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귀족가문출신의장교였고어머니는농노5천명이딸린영지의지주였다.어린시절을시골에서보내며자연의아름다움에깊이매혹되었지만,성정이잔인했던어머니가농노들에게휘두르는폭력을목격하면서농노제를혐오하게되었다.1833년모스크바대학교문학부에입학했고이듬해에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역사철학부로옮겼다.1839년베를린대학교에입학하여고전을비롯해역사와철학을공부하며서구자유주의사상을체화했다.1843년,시인으로서두각을드러내기시작했으며비평가벨린스키를만나면서진보와예술을모두추구하는작가의길을모색하기시작했다.같은해에평생의연인이될오페라가수폴린비아르도를만났다.청년기의투르게네프는게르첸,바쿠닌,벨린스키등자유주의자들과교제하며러시아사회와문화에대해활발하게의견을나누었고,장년기에는급진주의자들의견해나태도에다소거부감을느끼면서도그들의열정을높이평가하며만남을가지려애썼다.1871년폴린의집안과함께프랑스부지발에영구적으로자리를잡았으며,플로베르,졸라,도데,공쿠르형제와정기적으로교류하고종종러시아를방문하여문학계에관여했다.1879년러시아농노해방을위해힘쓴공로를인정받아옥스퍼드대학교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았다.1883년8월22일척수암으로사망했으며9월19일,유언에따라상트페테르부르크볼코보묘지,벨린스키옆에묻혔다.대표작으로『사냥꾼의스케치』,『루진』,『귀족의보금자리』,『전야』,「첫사랑」,『아버지와자식』,『처녀지』등이있다.

목차

호리와칼리니치7
예르몰라이와방앗간주인의아내30
산딸기물50
군(郡)의사68
내이웃라질로프85
소지주옵샤니코프99
리고프131
베진초원150
크라시바야메치의카시얀184
영지관리인216
영지사무소240
비류크270
두지주284
레베쟌299
타치야나보리소브나와조카321
죽음343
노래꾼들364
표트르페트로비치카라타예프394
밀회421
시그로보군의햄릿436
체르토프하노프와네도퓨스킨477
체르토프하노프의최후508
살아있는유골566
바퀴소리가납니다!590
숲과스텝615

작품해설627
작가연보657

출판사 서평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와함께러시아의3대문호로불리는
투르게네프연작단편집
군주의마음을움직여19세기러시아농노해방을이끈책

“투르게네프의단편들은섬뜩하리만큼아름답다.
투르게네프가성취한얼핏단순해보이는경지에이르려면최고의재능이필요하다.그것은인간을재발견하는셰익스피어의천재성과매우흡사하다.”
-헤럴드블룸

■노예의비극과자연의찬미,그모순된풍경이일깨운인간의존엄

『아버지와자식』,『첫사랑』등투르게네프가쌓아올린유려한리얼리즘의기원은바로이초기작『사냥꾼의스케치』에있다.그는사냥이라는지극히귀족적인취미를매개로하여,당시‘세례받은가축’으로취급받던농노들을비로소‘말하고느끼는인간’으로문학의무대위에복구시킨다.
투르게네프는1840년대중반,자신의재능에회의를품고창작을중단하려던찰나우연히잡지《소브레멘니크》의청탁을받는다.그렇게탄생한첫편「호리와칼리니치」는러시아문단에신선한충격을주었다.관습적인인물묘사에서벗어나,철학적사유를즐기는농부와자연과동화된시적인농민의모습을스케치하듯그려냈기때문이다.
이책은단순히사회비판적인고발문학에그치지않는다.투르게네프는화자‘나’의시선을최소화한채,카메라렌즈처럼대상을응시하는기법을사용한다.때로는숨죽여엿듣고,때로는먼발치에서바라보는이독특한거리감은독자로하여금러시아의축축한숲냄새와노예제라는가혹한현실아래놓인민초들의애환섞인노래소리를생생하게체험하게한다.
무엇보다이작품집에서빛나는것은언어의한계를넘어서는압도적이고도정밀한‘자연’묘사다.「베진초원」,「바퀴소리가납니다!」,「숲과스텝」등에서보이는자연은마치순간적으로동결되었다가재탄생한듯영원히빛바래지않는신비한이미지로제시된다.이러한압도적인생명력을풍기는아름다운자연은단순히배경에그치지않고,그자연의일부로살아가는농노들을귀족과다를바없는존엄한인간으로한층더또렷하게부각하는역할을한다.
미국의비평가해럴드블룸은이작품집을두고“섬뜩할정도로아름답다”고평하며그의재능을셰익스피어의천재성에비견했다.『사냥꾼의스케치』에담긴스물다섯편의이야기는,인간을사유재산으로취급하던비인간적인시대속에서도결코마르지않는인간의생명력과예술적감수성을증명하는가장투명하고도단단한기록이다.


■관찰하는‘눈’과듣는‘귀’:카메라뒤의사냥꾼이포착한인간의초상

『사냥꾼의스케치』는제목그대로러시아오룔지방의지주귀족인화자가사냥길에서마주친인물들을‘스케치’하듯그려낸소품집이다.이책이19세기러시아문학의거대한계보속에서독보적인위치를점하는이유는단순히사회적메시지때문만이아니라,투르게네프가창조해낸독특한‘화자’와그가구사한치밀한‘장르적변주’에있다.
이작품집의화자인‘나’는정체가모호한인물이다.투르게네프는남성이자귀족이라는것외에화자의정보를의도적으로숨겨그를하나의거대한‘감각장치’로만든다.화자는사건에직접개입하거나도덕적판단을내리는대신,카메라를든다큐멘터리감독처럼대상을응시한다.특히「예르몰라이와방앗간주인의아내」나「밀회」등에서보여주는‘엿듣기’기법은화자를관찰자의위치에고정함으로써독자가인물들의내면과진실을더욱생생하게대면하게한다.
투르게네프는매단편마다새로운형식과분위기를도입해독자의감각을자극한다.가령「베진초원」은한밤중초원에서모닥불을피워놓고사내아이들이나누는귀신이야기를통해공포소설의형식을빌려온다.낮의활기찬풍경과대비되는밤의섬뜩한미신들은농촌공동체의심연을보여준다.반면「노래꾼들」은두노래꾼의경연을세밀하게클로즈업하며소설의시간이현실과같은속도로흐르는듯한현장감을선사한다.이는언어가도달할수있는최고수준의다큐멘터리적묘사라할수있다.
또한투르게네프는셰익스피어와세르반테스의고전을러시아적맥락에서새롭게변주한다.스스로를「시그로보군의햄릿」이라칭하는인물은비범함을꿈꾸지만끝내열등감에침잠하는지식인의초상을보여주며,「체르토프하노프와네도퓨스킨」의주인공체르토프하노프는몰락한귀족으로서돈키호테같은광기와고결한도덕심을동시에드러낸다.이러한인물조형은농노와지주라는계급구도를넘어인간보편의심리와실존적고뇌를꿰뚫는다.
투르게네프는농노를이상화하거나연민의대상으로만가두지않았다.삼류화가,시종,말거간꾼등시골사회의온갖군상이내뿜는속물스러움과존엄,공포와유쾌함을예리하게포착하고그려냈다.말해야할것을섣불리말하지않고오직감각되는것만을묘사하는이독특한거리감은투르게네프가자신의예술에서평생토록지키고자한예술적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