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빛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5

기억의 빛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5

$17.00
Description
역대 부커 수상작 중 최고작에 주는 황금 부커상을 수상한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거장 마이클 온다치의 매혹적인 장편 소설.
온다치는 마법을 통해 전쟁과 사랑, 죽음과 상실 그리고 과거의 어두운 수로로 이어진 어슴푸레한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_허마이오니 리,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고, 『아닐의 유령』으로 캐나다 최고의 문학상인 길러상을 수상한 작가 마이클 온다치의 장편 소설 『기억의 빛』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5번으로 출간되었다. 온다치는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지금까지의 모든 부커상 수상작 중 ‘왕 중 왕’을 가리는 골든 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와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저자

마이클온다치

저자:마이클온다치MichaelOndaatje
소설과회고록,영화를주제로한논픽션,시집등다양한작품을써낸작가로자국인캐나다를넘어전세계적으로인정받고있다.그의소설『잉글리시페이션트』는1992년부커상을받았고,이후영화로만들어져오스카시상식에서여러부문을석권했으며,2018년에는역대부커상수상작중최고작품에수여하는황금부커상을받기도했다.소설『아닐의유령』은캐나다최고문학상인길러상을비롯해아이리시타임스국제소설상,메디치상을수상했다.신간장편소설『기억의빛』은2018년부커상후보에올랐다.스리랑카에서태어난그는현재캐나다토론토에거주하고있다.

역자:김지현
소설가이자번역가,에세이스트.‘아밀’이라는필명으로소설을발표하고,‘김지현’이라는본명으로영미문학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단편소설「반드시만화가만을원해라」로대산청소년문학상동상을수상했으며,단편소설「로드킬」로2018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우수상을,중편소설「라비」로2020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대상을수상했다.소설집『로드킬』,산문집『생강빵과진저브레드』등을썼으며,『그날저녁의불편함』,『끝내주는괴물들』,『조반니의방』,『흉가』,『프랭키스슈타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부
낯선사람으로가득한식탁13
지옥불37
엘리베이터보이의사악한선행51
애그니스스트리트83
홍합선96
슈베어146

2부
유산155
더세인츠168
기록보관소에서177
아서매캐시188
일하는어머니195
나이팅게일마룻바닥220
지붕위의소년233
물새사냥245
폭격기들의밤256
떨림261
북두칠성266
작은단도들이낸길293

담장있는정원311

작가연보339

출판사 서평

아스라한기억과매혹적인노스탤지어의세계로
서서히독자를이끄는소설의거장

『기억의빛』의원제인‘워라이트(Warlight)’는전시상황에서등화관제가실시되어사방이칠흑처럼캄캄할때,길을밝히기위해쓰이는희미한빛을가리킨다.제목이가리키는대로,소설은제2차세계대전기의영향에서아직벗어나지못한시기의영국을배경으로한다.2차대전으로공습이벌어지는동안영국의밤은늘앞을볼수없는어둠에잠겨있었고,소설은그암흑속에서사랑하고싸우며활동했던사람들과그기억에관한이야기를섬세하고빼어난솜씨로그려낸다.

제2차세계대전이끝난해인1945년,14세소년너새니얼과누나레이철은런던에서살고있다.어느날갑자기쾌활한아버지와독특하고다정한어머니는아버지가싱가포르로발령받아한동안그곳에서지내야하므로아이들에게기숙학교에들어가야하며,그집에세들어살던중년남자가그동안그들을돌봐줄거라고말한다.

하지만아이들은이남자가영수상쩍다.커다란덩치에비해행동거지가조심스럽고,그늘진벽에붙어서늘숨어있는듯한이남자에게남매는‘나방’이라는별명을붙인다.남매는전쟁시기동안어머니와함께일했다는‘나방’이혹시범죄자가아닐까의심한다.부모님이떠난후,나방은집에온갖손님들을불러들이기시작하는데,전직복서이자개경주에미쳐있는건달‘화살’,‘화살’의어울리지않는여자친구이자아름답고지혜로운민속지학자인올리브,전직스파이였던의상디자이너,사람을잠재우는희한한기술을지닌양봉업자등이그들이다.아이들은이괴상한손님들을경계하면서도그들과서서히유대관계를쌓아간다.나방과화살은레이철과너새니얼을돌봐준다기보다는그들을기상천외한방식으로교육하고,오래된지하와샛강등런던의온갖숨겨진곳으로그들을데려간다.

그러던어느날,여행을떠났던어머니의트렁크가지하실에서발견된다.남매는큰충격을받는다.아버지와함께싱가포르로가지않았다면,과연어머니는지금어디에있을까.그리고남매의주변에낯선인물들이따라붙기시작한다.너새니얼은결국수상한자들의손에납치되었다가겨우풀려나는데,정신이들자어머니가있다.너무나낯선,냉철한스파이의모습으로돌아온어머니.

십수년이흐른뒤,너새니얼은영국정보국에입사하여,알지못하고이해하지못했던어머니의과거에얽힌모든일을밝혀내기시작한다.어머니는대전쟁의시기에어떤일을했으며,너새니얼과레이철을지켜준그희한한사람들은대체어떤이들이었을까.그리고그를기다리는또하나의놀라운반전.

아득한기억과낯선현실,베일에덮인듯아련한노스탤지어를통과하는한가족의매혹적인여정이우리시대소설의거장마이클온다치의손에서걸작미스터리로탄생한다.

비밀과상실을주제로한이소설은첫문장부터마음을사로잡는다.
온다치가여태까지내놓은작품가운데서최고다._〈퍼블리셔스위클리〉

소설은1부와2부로구성돼있는데,1부가전쟁기를배경으로한소년의독특하고유쾌하기까지한성장기를담았다면,주인공이성인이된이후를담은2부는1부에등장하는모든장면의의미를뒤집어버리는다소충격적인구성으로이뤄져있다.특히마지막장의반전은놀라운동시에가슴시린회한과슬픔을안겨다준다.

눈여겨볼점은,이런반전을담은미스터리를엮어가는작가의문장이다.골든부커상을수상한거장온다치의문장은,처음접하는독자라면다소놀랍게느낄정도로쉽고평이하며,어디한군데과한구석없이안온하게이어진다.하지만페이지가넘어갈수록,소설속시간이흘러갈수록,잔잔하게이어지던문장은어느덧세찬파도가되어읽는이의마음을흔든다.

이런온다치의필력은특히기억과상실을바탕으로하는작품속에서더욱빛을발한다.전반부에서무심하게쓰인하나의표현은후반부에서새로운의미를획득하며정서적충격과신선한놀라움을안긴다.기억은,방식은고심하여짜낸소설적장치에의존하는게아니라,부드럽게환기된자연스러운정서를통해재구성된다.그리고이런서정적전환방식을통과하면서인물이겪는상실감은더진하고깊은의미를지니게된다.가장순수한의미에서의문학적인구성력이다.

마이클온다치는이미2차대전을배경으로하는걸작『잉글리시페이션트』를쓴바있다.그가다시흡사한소재로신작소설을쓰게된이유는무엇일까.전쟁은불가해한인연의만남과헤어짐,존재조건을뒤흔드는수많은사건을통해인간에게서선과악뿐아니라,온갖다면적이고다층적인면모들을이끌어낸다.2차대전부터종전직후까지영국정부의스파이로암약한내서니얼의어머니로즈는,실제로2차대전때블레츨리파크에서비밀리에암호분석원으로일한지적인여성요원들,나치의손에희생당할뻔한많은생명을구해낸용감한여성레지스탕스등을떠올리게하는인물이다.그녀는단순히숨겨진영웅으로머무는데그치지않고,마치낡은흑백사진에담긴모습으로어딘가에실제로존재했을것만같은생생한생명력과,빛과그림자를동시에지닌입체적인인물로살아난다.그런어머니의숨겨진삶의흔적을뒤쫓는아들내서니얼또한어머니에게서물려받은정신적유산을통해독립적이고비밀스러운성격의정보국요원이된다.

온다치의섬세하면서도강렬한묘사속에서,우리는가족에대한사랑,개인의욕망,그리고국가에대한의무사이에서끊임없이흔들리면서도자신이선택한길을갔던한어머니와아들의이야기를읽는다.고전적인기품과매혹적인정서뿐아니라지적인설계와미스터리로가득한이소설이『잉글리시페이션트』이후,온다치의최고작으로꼽히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