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6

표범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6

$17.00
Description
이탈리아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근대 이탈리아 최초의 베스트셀러!
자신이 속한 계급의 몰락을 냉철하게 지켜보는 한 ‘르네상스맨’의 이야기
“우리는 표범이자 사자였다. 우리를 대신하여 올 자들은 자칼과 하이에나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 표범, 자칼, 양 모두는 여전히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라고 믿을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민 소설’인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표범』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의 서점들, 특히 그중에서도 이 소설의 배경인 시칠리아에서라면 어느 서점에서나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 있는 이 책은, 2025년에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될 예정이기도 하다. 작가인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는 그 기원이 3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귀족인 람페두사 가문의 마지막 후예로, 이 소설 단 한 작품을 집필한 후에 세상을 떠났고, 그후 이 장편 소설은 이탈리아 근대 최초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현재까지도 이탈리아와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

주세페토마시디람페두사

저자:주세페토마시디람페두사(GiuseppeTomasidiLampedusa)
1896년이탈리아남단시칠리아섬에서태어난귀족출신의작가이다.기원이330년으로거슬러올라가는시칠리아의유서깊은귀족토마시디람페두사가문에서태어났고,가문의마지막직계후손이다.대학에서법학을전공하다가1차세계대전에참전하여헝가리군에포로로잡혔으나탈출하여이탈리아까지걸어서돌아왔다.평생외국문학을연구하며살았고,그가자신의증조부를모델로하여심혈을기울여만년에완성한유일한소설『표범』은생전에여러출판사에서거절당했다.결국그의사후1년뒤에펠트리넬리출판사에서출간된이작품은이탈리아최고문학상인스트라가상을수상했다.이탈리아귀족세계의몰락을다룬『표범』은1963년작가와흡사하게유서깊은귀족출신인영화감독루키노비스콘티의동명영화로영상화되면서전세계에더욱널리알려졌다.『표범』은시칠리아를말할때가장먼저거론되는소설이자이탈리아국민들이가장사랑하는대표적인고전으로남았다.

역자: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이탈리아어과및같은대학원을졸업한뒤비교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이탈리아대사관주관제1회번역문학상과이탈리아정부에서주는국가번역상을수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1장7
2장65
3장117
4장171
5장237
6장267
7장301
8장321

작품해설351
작가연보361

출판사 서평

모든것이그대로유지되려면
모든것이변해야한다

19세기중엽,유럽의다른나라들과달리여전히수많은공국으로분열돼있던이탈리아를공화국으로통일하고자가리발디혁명군이전투를일으킨사건을‘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라하는데,『표범』은이시기를통과하는각계각층의변화를담아내고있다.소설은시칠리아의대귀족가문의수장이자영주인돈파브리초살리나의영지에서시작된다.그는호화로운살리나궁에서아내스텔라와자녀들과함께살고있다.그는훌륭하고매력적인신사이자지적인천문학자인동시에,귀족치고는세속적이고감각적이며유연한사고방식을지니고있다.자신이속한귀족계급에불기시작한변화를냉정하고주의깊게관찰하던그는이체제가오래가지못하리라는것을깨닫게된다.이상황은‘모든것이그대로유지되려면,모든것이변해야한다’는말로요약된다.

가리발디와그의군대가이탈리아남단의섬시칠리아에상륙할시기,이제이곳에서는신(新)계급,즉부르주아들이빠르게성장하기시작한다.살리나는자신이아끼는진취적이고젊은조카탄크레디팔코네리가가리발디군에합류하는모습을지켜본다.탄크레디는순수한열정으로혁명에참가했으나,그이후론부를좇으며새로운시대의주인공으로나서는데주저하지않는다.

탄크레디는살리나의딸콘체타와약혼한거나다름없는사이였으나,전장에서돌아온후엔교활하고야심찬부르주아이자신흥부호인돈세다라의아름다운딸안젤리카에게빠져든다.살리나는자신의딸이미모로든재산으로든탄크레디의야심과미래를만족시켜줄수없음을꿰뚫어보고,가문의미래인탄크레디에게자유를주기로한다.그리고,시칠리아를사르데냐왕국에합병하는건을두고시칠리아인들이투표할때가왔다.이제,이른바‘국민’이지만그의미조차알지못하는사람들과탐욕스러운자본가들의세상이찾아온다.살리나는자신이예견했던시대의도래를품위있게맞이하며죽음의그늘로물러선다.

귀족가문의마지막후예에게서탄생한
근대이탈리아최초의베스트셀러

1960년대,람페두사가문과마찬가지로그기원이중세로거슬러올라가는이탈리아유서깊은귀족가문출신인영화감독루키노비스콘티가버트랭카스터,알랭들롱,클라우디아카르디날레를캐스팅하여이소설을영화화했다.이영화는1963년칸영화제에서황금종려상을수상했고,아직까지도전세계의시네마테크에서비스콘티의작품들을상영할때가장사랑받는걸작이다.이탈리아귀족의세계를누구보다잘알았던비스콘티는시칠리아에서이작품을촬영할때소품하나하나에까지고루신경을썼고,심지어화면에나오지않을서랍장속같은곳까지도레이스손수건들을빼곡히채워넣으며그시절의아우라를재현해냈다.

이소설의이탈리아어제목‘일가토파르도(Ilgattopardo)’는원래지중해와북아프리카북단에서식하는고양잇과맹수인서벌(serval)을뜻한다.이단어가다소낯선탓에,이탈리아밖에서이책의제목은주로생김새가비슷하고더잘알려진‘표범’으로대체되었다.‘가토파르도(서벌)’는이탈리아의최남단에위치한람페두사섬에서도흔히볼수있는동물인데,이섬을근거지로하는람페두사가문의문장에이것이새겨져있었다.그리고소설에선이문장이살리나가문의문장으로등장한다.그러니까「표범」은람페두사의자전적소설이라할만큼작가와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작가는20여년동안,천문학자였던증조부줄리오파브리초디람페두사를모델로역사소설을써야겠다는생각을했고,그결과자신의집안이야기들을허구로재구성한「표범」을완성한것이다.

「표범」은출간되자마자곧베스트셀러가되었고1959년에는이탈리아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스트레가상을수상했다.「표범」으로람페두사는20세기이탈리아를대표하는작가되었으며,이책은역사와사회에대한깊이있는통찰로인해이탈리아만이아니라전세계의역사소설중꼭읽어야할작품으로자리잡았다.그러나람페두사는소설의성공을직접보지는못했다.1954년부터1956년에걸쳐집필한소설원고를중요출판사에보냈으나모두출간을거절당했고그가사망하고일년뒤에야펠트리넬리출판사에서출간되었기때문이다.

자신이속한세계가허물어지는모습을
냉철하게지켜보는한귀족이자지성인에관한노스탤지어가득한대서사시

「표범」은역사적,정치적사건과사적인사건이중첩되어전개된다.역사적사건은개별적사건의배경이되며,사건의전개와등장인물의이해에중요한요소로작용한다.소설은1860년5월가리발디가천인의붉은셔츠단을이끌고시칠리아에상륙했다는소식과더불어시작된다.이시기는앞서말한‘리소르지멘토’,즉이탈리아의통일운동이거의완성단계에이르던시기였다.당시이탈리아는일곱개의공국과왕국으로나뉘어있었고대부분오스트리아와프랑스의영향력아래있었다.시칠리아는양시칠리아왕국에속해있으며,스페인부르봉왕조의지배하에있었다.가리발디의시칠리아상륙이후,부르봉왕조는곧역사에서사라지고시칠리아는사르데냐왕국에합병된다.

소설의주인공인돈파브리초는시칠리아의귀족가문중에서도국왕과알현을할정도로중요한가문의영주로,일견괴팍하고권위적으로보이기도하지만인간의심리를깊이이해하고따뜻하게바라보는복합적이고매력적인인물이다.사색하고성찰하기를좋아하는돈파브리초는격변의시대에자신의계급이몰락을냉정하게예감하고,신흥부르주아계급이부상하며권력을차지하는모습을지켜보고,새로운사회질서가어떻게형성되는지를객관적으로관찰한다.물론그는자신의세계의죽음에대항할수있다고생각하지않으며구체제를보존하거나새로운세계의도래를위해투쟁할생각은전혀없다.그는과거에집착하는것은아무소용이없다고생각한다.

그러나돈파브리초는모든것을바꾸어야만현재를그대로유지시킬수있다는조카탄크레디의말을이해하고공감한다.결국세상의변화는형식에서일어나는것이지본질은바뀌지않는다.돈파브리초는형식적인변화의불가피성을인식하고권력과영광이일시적이라는것을수용한다.옛주인의자리를새주인이차지할뿐이다.하지만항상이용하고이용당하는사람들,주인과하인이있다.하인은언제나하인일뿐이다.세상은언제나그렇듯이망설임이없고도덕심이결여된사람들의것이될것이다.그의시선에는귀족에대한자부심과체념과회의가담겨있고이것은그를우울로이끈다.

표범의자리를대체할자칼과하이에나의시대

돈파브리초가자식보다더사랑하는탄크레디는변화하는세상에금방적응하는현실적이고기회주의적인인물이다.가리발디가상륙했을때는가리발디의용군에참가하지만,곧사르데냐왕국의군인이된다.그는특히정치적야심을위해부유한안젤리카세다라와결혼하면서귀족과신흥부르주아지의결합과연대를상징한다.안젤리카의아버지돈칼로제로는격변하는시대에편승해서,무능력한귀족들을이용해벼락부자가된재빠르고유능한인물이다.그는명실공히새로운시대를대표하는인물이며,돈파브리초의말에따르면귀족인“표범”이사라지고나서그자리를차지할자칼이자하이에나이다.미래는바로이런‘세다라’들의것이다.돈파브리초는이새로운계급에전혀호감을느끼지못하는데그들역시탐욕스럽고편협하고이상이없는사람들이기때문이다.

그러나돈파브리초는시대의변화를감지하며탄크레디와안젤리카의결혼을적극돕는다.실제로탄크레디와안젤리카는사랑과계산을동시에중시하는새로운시대의인물상을보여준다.작가는사랑을회의적인시각으로바라본다.그불길과불꽃은일년이면꺼져버리고이후삼십년은그재로살아갈뿐이다.사랑은관능적인감각,게으른환상,관습,계산에불과하며,불가피하게죽음으로이어질뿐이다.
또한이작품에는‘리소르지멘토’에대한회의와불신이담겨있기도하다.돈파브리초는사르데냐왕국과의합병을결정하는국민투표가조작되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투표결과를조작함으로써신생왕국은‘신뢰’를잃었고,통일이전부터존재하던지배자와피지배자사이의단절을더욱강화하는결과를가져왔다.이는현재에도이탈리아남부사람들,특히시칠리아사람들이게으르고굴종적이라는편견에시달리는원인중하나가된다.5장에등장하는피로네신부의귀향은통일후시칠리아민중의비참한삶을보여준다.

「표범」은문학이어떻게역사적,사회적변화를탐구하고해석할수있는지를탁월하게보여주며인간의조건에대해성찰한다.람페두사는시칠리아라는매혹적이고관능적이며열정적인공간을생생하게그려낸다.그아름다움은그속에사는사람들의무기력과비애를깊이감추고있다.작가의경험이녹아있는,이제사라져갈귀족의세계와그문화에대한사실적인묘사역시독자들을새로운세계로이끈다.「표범」은빛과그림자처럼아름다움과쇠락,삶과죽음,전통과변화,위계질서와계급갈등이교차하는모습을그렸다.또한시대를가로질러여전히유효한세상과삶의의미도함께읽어낼수있다.“모든게그대로유지되길원하면모든것을바꾸어야한다.”작품의테마를담은이역설적인문장은시간의흐름,변화,죽음에서덧없음을느끼는가운데세상을떠받치는힘이무엇인지,그리고괴로움이깔린삶속에서어떻게진리와아름다움을찾을수있는지를압축적으로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