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수어사이드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버진 수어사이드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15.00
Description
“오늘날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뉴요커》)라는 평을 받은 유제니디스의 대표작

실화 바탕으로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추억과 기성 세대와의 갈등 다룬 작품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家)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이번엔 메리였고, 터리즈처럼 수면제를 삼켰다.”
■ 이십여 년 전, 평범한 마을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

“오늘날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뉴요커》)라는 평을 받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첫 장편 소설 『버진 수어사이드』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리즈번가의 십 대 소녀들이 한창 아름다울 나이에, 그것도 다섯 자매가 모두 자살해 버리고 마는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의 소설을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사건 당시인 이십여 년 전과 현재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능수능란한 솜씨로 펼쳐 나간다. 유제니디스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의 문화, 즉 ‘베이비붐 세대’의 문화를 작품에 생생하게 되살렸을 뿐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던 기성 세대와의 갈등을 조용히 지적하면서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문제적인 성장 소설을 탄생시켰다. 『버진 수어사이드』는 1993년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을 뿐 아니라, 작가에게 아가 칸 상, 화이팅 작가 상, 해럴드 D. 버셀 기념상 등 문학계의 여러 상들을 거머쥐게 해 주었다. 1999년에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 커스틴 던스틴 주연인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해 큰 화제를 불러왔다.

한 가정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이 이렇게 화제가 된 이유는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는 타고난 재능”(《뉴욕 타임스 북 리뷰》)이라고 평가받는 유제니디스만의 독특한 이야기 솜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제니디스는 이 작품에서 사건 당시인 이십여 년 전과 현재 사이를 교차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분명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야기를 할 때 화자의 어조는 마치 사건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십 대 청소년의 미성숙함과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화자로 기용한 십 대 소년들은 관찰자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정보만을 습득할 수밖에 없고, 또 어린 나이와 리즈번 자매들에 대한 감정으로 인한 객관성 결여 때문에 관찰자로서의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미숙함은 리즈번 자매들에 대해 이런저런 속단을 내려 버리는 ‘어른들’과 대조되면서, 오히려 반대로 진정성을 획득하고 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동네 어른들의 증언을 인용할 때에도, 작가는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기성 세대의 어조를 소년들의 어조와 똑같은 설득력을 가지도록 생생하게 표현해 낸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작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를 성취해 내고 있다.
저자

제프리유제니디스

저자:제프리유제니디스JeffreyEugenides
1960년미국디트로이트에서소아시아출신의그리스계이민2세인아버지와영국-아일랜드계어머니의셋째아들로태어났다.1983년에브라운대학교를우등으로졸업하고,1986년스탠퍼드대학교에서영문학과문예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1991년권위있는문예계간지《파리리뷰》에『버진수어사이드』의일부를발표해,그해그잡지에실렸던단편소설중최고의작품에수여하는아가칸상을받았다.첫장편소설『버진수어사이드』는1993년출간즉시베스트셀러가되었고,미국도서관협회(ALA)에의해‘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으며,지금까지25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또한이작품으로유제니디스는1993년화이팅작가상,1995년해럴드D.버셀기념상을수상하였으며,구겐하임재단과전미예술재단의지원금을받기도했다.1999년에는이작품을원작으로소피아코폴라감독,커스틴던스트주연의영화가제작되기도했다.2002년에발표한두번째장편소설『미들섹스』로2003년퓰리처상을수상했으며,2007년에는오프라윈프리북클럽에선정되었다.2007년부터프린스턴대학교에서문예창작강의를시작했고,2011년에는『결혼이라는소설』을발표했으며,2017년에는삼십여년간써온단편들을모아『불평꾼들』을출간했다.2018년에는뉴욕대학교창작글쓰기프로그램의종신교수가되었으며,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회원이되었다.

역자:이화연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했다.SBS,KBS등에서방송작가,번역작가및리포터로일했으며,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작품으로『다크니스』,『미들섹스』(공역),『버진수어사이드』등이있다.

목차


1장9
2장45
3장67
4장183
5장281

작품해설323
작가연보339

출판사 서평

그녀들은왜자살한것일까?-‘소년들’의눈을통해하나하나모이는소문들

이작품의화자는단순히“우리”라고만지칭되는불특정다수의동네소년들이다.남의일에참견하기좋아하고성적호기심이풍부한이소년들은저마다리즈번자매들을향한애틋한마음을품고있다.어른이된이들이리즈번자매들의자살이유를밝혀내기위해조사에나서면서이야기가시작되지만어느한사람도정확한사실이라할수없는,각자가생각하는진실에대한여러가지관점을찾아볼수밖에없게된다.유제니디스는‘이렇다’할원인은알려주지않은채‘부모님’으로대표되는기성세대와대중매체,그리고소년들의관점의차이를선명하게보여주면서독자가나름대로이유를밝혀내도록이끌고있다.기성세대의생각은다음과같이한마디로간단하게요약할수있다.“부모님들은우리가듣는음악이나무신론아니면우리가아직해보지도못한섹스와관련된도덕적해이를그원인으로생각했다.”리즈번가족을비롯한이동네사람들대부분은가톨릭교도아다.그런데유독리즈번부인만은거의모르몬교에가까울정도로청교도적인생활방식을딸들에게강요한다.리즈번자매들은어머니가《TV가이드》에서미리내용을읽어보고봐도괜찮겠다고판단한프로그램만을시청할수있었으며,안전성이입증된책만을읽을수있었고,가슴이파인옷도입을수없었으며,남자애들과어울리거나함께자동차를타고외출하는것도금지되었다.“집에서나오려면그수밖에없었어요.”라는럭스의말처럼,이들은죽기위해서가아니라그집으로부터벗어나기위해자살을택할수밖에없었던것이다.대중매체의관점은지역신문사의수습기자인린다펄에의해전개된다.펄은자신의출세를위해서실리아의죽음을선정적인어조로묘사한기사를연재한다.처음에는서실리아의죽음을“십대들의자살”로뭉뚱그려일반화하고,리즈번자매들이흑마술이나악마주의에빠진것처럼오도하더니,리즈번자매들이모두자살하고난뒤에는언니들이서실리아를따라자살했다는‘모방자살설’을퍼뜨리는데이른다.그리고그녀의기사때문에리즈번자매들의죽음은텔레비전방송국의주목까지받게된다.그런데이러한언론의관심을작가는지극히냉소적인어조로서술하고있다.

“리포터들은점차리즈번자매들의이름을친근하게부르기시작했고,의학전문가들과인터뷰를하는대신동네사람들의증언을모으고다녔다.(……)리포터들은리즈번자매들이왜자살했는가라는질문에서점점멀어져갔다.대신그애들의취미나우등상에대해이야기하기시작했다.(……)리포터들은매일밤방송에서새로운일화나사진을소개했지만,그들이찾아낸것들은우리가아는진실과는아무런관련도없었고,나중에는리즈번자매들이아닌다른사람에대해이야기하고있는것처럼느껴지기까지했다.”(292쪽)

물론한생명도아닌다섯생명의자살에단순히몇가지의원인만이존재한다고말할수는없다.그래서‘모든퍼즐조각을모았지만맞추지는못한’소년들은다음과같은씁쓸한술회와함께자신들의조사를마무리한다.

“중요한건오직우리가그들을사랑했다는것,그리고그들은우리가부르는소리를과거에도듣지못했고지금도듣지못하지만,우리는여전히이나무위집에서,가늘어져가는머리카락과출렁거리는뱃살을하고,그들이영원히혼자있기위해간방,홀로죽음보다더깊은자살을한곳,퍼즐을완성할수있는조각들을영원히찾아낼수없을그곳에서나오라고그들을부르고있다는사실뿐이다.”(322쪽)

1970년대베이비붐세대의아련한추억들과기성세대와의갈등

1960년생인제프리유제니디스는전후에태어난소위‘베이비붐’세대로,리즈번자매들이나마을소년들처럼1970년대에청소년기를보냈다.그래서작품을자세히살펴보면,베이비붐세대의향수를불러일으킬만한요소들이곳곳에숨어있음을알수있다.나팔바지,장발,코르크굽구두,마리화나,트랜스암스포츠카,핑크플로이드,예스,애비에이터선글라스,부츠등이그예이다.하지만이러한요소들뿐아니라반전운동,히피,흑인인권운동,여권신장운동,자유,저항정신,성해방,로큰롤,마약등당시의기성세대들은좋지않은시선으로바라보았던요소들또한등장하고있음을주목해야한다.사실상소설속소년,소녀들은이런것들에대해생각하거나실천에옮기기엔아직어린아이들에불과했는데도기성세대들은자신들의편견을그들에게투영했던것이다.그리고그러한경향이가장극단으로치달은것이바로리즈번자매들의어머니인리즈번부인이었다.하지만유제니디스는이에대해작품속에서어떠한비판도하지않는다.단지담담한자세로다섯소녀의자살을간접적으로애도할뿐이다.

“『버진수어사이드』는유머러스한표면깊숙이자살에대한각성을불러일으키고있다.가족의자살이가정내의또다른자살을불러온다는설정은때로현실적일수있기때문에그만큼더섬찟하기도하다.이작품이서실리아의자살로부터출발하고있기때문에서실리아를막을수는없었다치더라도나머지자매들의자살을미리막을방법은없었을까?가상의소설이지만두고두고숙제처럼마음에남는질문이다.”(「작품해설」중에서)

지나가버린어린시절에대한페이소스이자애도

『버진수어사이드』의배경인디트로이트는작가의고향이기도하다.1920년대부터자동차산업을중심으로번성한디트로이트는1950년에이르러서는미국에서네번째로인구가많은도시였다.그러나흑인과유럽이민자,중동인들의유입도많아서1967년에는대규모인종폭동으로큰고역을치렀다.1970년대에이르러서오일쇼크가터지자미국자동차는일본과독일자동차에밀리게되고디트로이트의자동차업계는큰타격을입는다.불황을맞아공장이문을닫고회사들이도산을하고직장을잃은사람들이자살하는장면들이소설속에자세히그려지고있다.작품에는서실리아의자살이처음에주목받지못한이유로다음과같은설명이나온다.

“자동차공장들의대대적인감원때문에,불경기의파도밑으로가라앉아버린절망한영혼들의소식이거의하루도빠지는날이없었다.차고안에서시동이켜진차와함께발견된사람들도있었고(……)동반자살사건만이신문에실릴수있었고,그것도삼면이나사면이고작이었다.(126쪽)

지역경제가침체하자많은백인들이빠져나갔고이와함께세수와시장도크게축소되었다.과거번영을누렸던디트로이트는2010년미국에서열여덟번째로인구가많은도시로조사되었고,어떤통계에의하면인구의80퍼센트이상이아프리카계미국인이라고한다.한때는대중음악의원천지로이름을날리기도했으나현재는안타깝게도사회양극화가심해범죄율이높은도시로악명이높다.리즈번자매들이죽은시기는공교롭게도디트로이트의경기가급속도로나빠지던때와일치한다.그래서인지화자는소녀들이죽으면서동네도따라죽어버린것처럼느낀다.돌아갈수없는좋았던옛시절에대한향수가리즈번자매들과겹치는것이다.그런의미에서이소설은스스로죽음을택한다섯자매에대한안타까운애상이며,동시에지나가버린어린시절에대한페이소스이자애도라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