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들섹스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9
제프리유제니디스
저자:제프리유제니디스(JeffreyEugenides)
1960년미국디트로이트에서소아시아출신의그리스계이민2세인아버지와영국-아일랜드계어머니의셋째아들로태어났다.1983년에브라운대학교를우등으로졸업하고,1986년스탠퍼드대학교에서영문학과문예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1991년권위있는문예계간지《파리리뷰》에『버진수어사이드』의일부를발표해,그해그잡지에실렸던단편소설중최고의작품에수여하는아가칸상을받았다.첫장편소설『버진수어사이드』는1993년출간즉시베스트셀러가되었고,미국도서관협회(ALA)에의해‘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으며,지금까지25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또한이작품으로유제니디스는1993년화이팅작가상,1995년해럴드D.버셀기념상을수상하였으며,구겐하임재단과전미예술재단의지원금을받기도했다.1999년에는이작품을원작으로소피아코폴라감독,커스틴던스트주연의영화가제작되기도했다.2002년에발표한두번째장편소설『미들섹스』로2003년퓰리처상을수상했으며,2007년에는오프라윈프리북클럽에선정되었다.2007년부터프린스턴대학교에서문예창작강의를시작했고,2011년에는『결혼이라는소설』을발표했으며,2017년에는삼십여년간써온단편들을모아『불평꾼들』을출간했다.2018년에는뉴욕대학교창작글쓰기프로그램의종신교수가되었으며,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회원이되었다.
역자:이화연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했다.SBS,KBS등에서방송작가,번역작가및리포터로일했으며,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작품으로『다크니스』,『미들섹스』(공역),『버진수어사이드』등이있다.
역자:송은주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엄청나게시끄럽고믿을수없게가까운』,『미들섹스』(공역),『위키드』,『뉴욕타임스가선정한교양』,『이성과감성』,『클림트』,『헨리포드』,『공포의헬멧』,『레오나르도의유혹』,『종이로만든사람들』,『집으로가는길』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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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풍성한이야기,야심찬소설.아름다운성공작.─살만루슈디
이전의진지한소설에서이토록젠더를자연스럽게넘나드는남성작가는상상하기힘들다.─《퍼블리셔스위클리》
오늘날미국최고의젊은소설가가말하는젠더,가족,현대사.─《뉴요커》
MIDDLESEX:정체성혼란,우리자신의이야기
“오늘날미국최고의젊은소설가”(《뉴요커》)라는평을받은제프리유제니디스의2003년퓰리처상수상작『미들섹스』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미들섹스’라는제목은성정체성의혼란뿐아니라전통과현대과학,구세대와신세대,주류와비주류사이의혼란을암시한다.유제니디스는1960년미국미시간주디트로이트에서태어나그리스계미국인가정에서자랐다.가족의이민자경험과문화적정체성은그의작품세계에큰영향을미쳤으며,이는『미들섹스』에서특히두드러진다.2003년퓰리처상수상작으로선정되어그에게세계적인명성을안겨준이작품에서,그는성정체성과가족사를중심으로하여공간적으로는고대문명의발생지인그리스로부터신대륙미국까지,시간적으로는삼대에걸친방대한서사를전개한다.주인공칼리오페는남자와여자를모두아우른인류를상징하며,서양문명의근간을이루는그리스에뿌리를두면서,동시에오늘날인류문명의중심인미국을본거지로살아가는‘미들-문화’,‘미들-인류’적인인물이다.약자와소수에대한따듯한시선,차이가받아들여지는세상을꿈꾸는칼리오페의감동적인이야기인『미들섹스』는성과젠더를포함하여근친결혼,인종차별,약소민족,사회생물학적결정론등현대사회의쟁점을독창적으로다룬보기드문문제작이다.
『미들섹스』는사십대의미국무부직원인칼이자신의삶을회고하는형식으로진행된다.그는희귀한유전적질환인5알파환원효소결핍증을지니고태어나여성으로자랐지만사춘기에들어서면서남성적특징이발현되기시작한다.결국우연한사고를계기로완전한여성도남성도아닌모호한성정체성이드러나게된다.이러한칼의이야기는성정체성에대한이야기만이아니라조부모가그리스에서미국으로이민오면서시작된가족사와얽히며전개된다.그런점에서그의이야기는국경을넘나드는초국가적서사이면서동시에성의경계를넘나드는트랜스젠더서사의결합이다.우리가누구인지를정의하는수많은기준들중에서도중요한두가지,국적과성을완전히바꾸는것이가능할까?다른나라사람이된다면,다른성이된다면나는기존의나와는전혀다른새로운나로재탄생할수있을까?이소설은우리에게이런질문을던진다.
“내가양성인간을소재로택한것은인간의보편적인경험과동떨어지거나평범하지않은이야기를쓰려고한것이아니라,오히려우리모두가공감할수있는얘기를하려고한것이다.『미들섹스』를쓰기위해난내청소년기의기억을꺼냈다.내의도는독자가내책을읽고특수한상황을평범한것으로받아들이도록하는것이다.『미들섹스』에서칼리오페(여자)가칼(남자)이되어가는과정에서겪는일들은내가그이야기를말하는방식에의해아주자연스럽게전개된다.내가그토록많은가족사를이야기하는이유는주인공이바로가족안에서,사회안에서이해되기를원했기때문이고,티레시아스처럼신화적인인물이아니라진짜현실에존재하는이야기를쓰고싶었기때문이다.”(제프리유제니디스)
그리스이민자1세대의경험:아메리칸드림의허상
유제니디스는칼의조부모인레프티와데스데모나의과거를통해20세기초반그리스이민자들의이민서사를다룬다.『미들섹스』에등장하는그리스계이민자들은아시아계나카리브계미국인들처럼미국사회에완전히동화되지못하고타자의위치에머물게만드는인종적장벽은경험하지않는다.남유럽계인그리스이민자들은모국의흔적을완전히지워버리고미국주류사회로성공적으로동화될수있다는점에서훨씬유리한위치에있다.그러나미국사회는이민자들이가진다양한차이들을위계화하고,이질적인요소들을억압하거나배제함으로써이들을미국시민으로동화시키려한다.그리스계이민자의이주서사는미국사회의안과밖,동화와배제의양면을모두경험한자들의이야기로서,완벽한미국시민으로의성공적인동화와재탄생을꿈꾸는이민자들의아메리칸드림신화의허구성을폭로한다.
이민1세대인레프티와데스데모나의이주서사는이들이‘완벽한미국시민’으로서의정체성을획득하기위하여완벽한미국인의이상이제시하는정체성에맞추어자신들의새로운정체성을구성하는과정을보여준다.1922년스미르나대학살을피해미국으로가는배에오를때,이주는그들에게단순히삶의터전을옮기는문제를넘어서서,새로운주체로자신을재창조하는것을의미한다.레프티와데스데모나는친남매라는과거를지우고그들을아는이가없는신세계에서새롭게부부로시작하기위하여,배위에서부터서로모르는타인으로우연히만나사랑에빠진다는연극을통해자신들의정체성을새롭게만들어낸다.그러나미국땅에첫발을디딘이민자들을기다리는것은소위‘미국적주체’의기준과범주에맞출것을강요하는폭력적인동화정책이다.처음부터미국으로의동화에부정적이고소극적인반응을보이며낯선세계에대한경계심을풀지않는데스데모나와는달리,레프티는미국국민문화가요구하는가치들을적극적으로수용하고그문화의기준에자신을맞추려한다.
『미들섹스』에서는미국의국민문화를포드사의기업문화가대표한다.포드사는디트로이트시민들이먹고살수있는경제적기반을제공할뿐아니라,효율성과청결,문명화의사명을내세워미국국민문화의핵심인자본주의적가치를전파하고주입하는역할을한다.레프티는이포드잡탕냄비의상징적의식을통해미국시민으로서의자격을획득했다고생각하지만,연극이끝남과동시에자신이받아들여졌다고생각했던집단에서쫓겨남으로써그의식이허구였음이드러난다.그는일종의자살충동에서고향에서부터시작된오래된악습인도박에다시손을대기시작하여결국가진재산을모두날리고,뇌일혈발작의영향으로실어증에걸린다.많은이민문학에서실어증은본토문화와이민국의문화사이에끼어정체성혼란으로고통받는이민자들이겪게되는증상이다.레프티는적극적인동화노력에도불구하고과거의정체성을완전히부인하고지울수없었고,초국가적주체의존재를인정하지않으려는동화정책의압력은주체의분열과붕괴라는비극적인결말을초래한다.
2세대의동화전략:차별과배제
미국으로이민왔으나그리스인으로서의정체성을버리지못했던이민1세대와달리,이민2세대인밀턴스테퍼니데스는미국사회에동화되고중상류층으로진입하는데성공하는인물이다.그는미국에서태어나선조의고향인그리스땅을밟아본적도없을정도로모국과직접적인관계가없다.미국아닌다른세계의흔적으로얼룩지지않은완벽한미국시민이되기위하여밀턴은다른인종과자신의출신민족집단을타자화하여거리를둠으로써자신을미국적주체로재구성하는전략을취한다.이를위해밀턴은흑인들을경멸하고배척하는인종주의에적극동참한다.그는흑인들을주고객으로삼아돈을벌면서도그들을위한서비스를제공할생각은전혀하지않으며,흑백학교인종통합정책에반대하여딸을전학시키려고한다.그러나백인부유층의동네에주택을구입하려다어려움을겪는데서볼수있듯이,밀턴은인종주의적차별의가해자이면서동시에피해자이기도하다.
그러나밀턴은자신이그리스계라는이유로차별당하고있음을알면서도이러한미국사회의차별에대해항의하거나그정당성을의심할생각을전혀하지않는다.이는그가돈의힘으로무엇이든이룰수있다는아메리칸드림의성공신화를비판없이수용하고있기때문이다.밀턴은그리스어를배우기는했으나거의쓰지않아나중에는다잊다시피하며,그리스정교예배에참석하기는하지만선조의종교에대해경멸감을품고있다.그는구대륙의종교에대한경멸과반감을노골적으로표하며과학과이성을신봉하는문명화된미국인임을과시한다.그는과거포드사회관리부가레프티를계몽해야할후진적인존재로다루었던방식을거꾸로그리스에적용한다.밀턴의노력에도불구하고스테퍼니데스가의삶속에는초국가적관계들이파고들어와있으며,그의삶은모국의문화와역사위에기반을두고있다.그의핫도그체인점이름이헤르클레스라는점부터가이사실을보여준다.밀턴의장례식에그의사업상동료들은거의나타나지않으며,아들에게상속된그의핫도그체인은얼마못가완전히파산한다.
3세대의경험:경계들사이에서살아가기
밀턴이‘완벽한미국인’이되기위해억압했던정체성의이질적요소는겉으로보기에는완벽하게동화된미국중상류층소녀인이민3세대칼/리오페에게서모호한성정체성이라는형태로귀환한다.칼리의모호한성정체성은이산의역사와도깊은연관이있다.칼리의유전자이상이단순히생물학적문제가아니라,데스데모나와레프티가살았던비티니오스의작은마을에뿌리깊이박혀있던근친혼의문화적관습과역사에서비롯된것이기때문이다.칼리에게수술을강요하는것은‘정상’에맞추려는사회의압력이다.성정체성에서‘정상’의상태를고수해야한다는압력은국민적정체성의형성에서도동일하게작용한다.인격을결정짓는주된요소는환경이며,아이들은이제새로써넣어야할빈석판같은존재라는견해에기반한루스의성정체성이론은미국으로건너오는이민자들의육체와기억속에각인된과거를다지우고미국인으로서의정체성을새롭게써넣을수있다는동화주의자들의주장과도유사하다.칼리가성적쾌감을포기해야하듯,이민자들은지니고온것중무엇을포기하더라도‘정상’으로미국사회에받아들여져야한다고강요받는다.
수술을거부하고병원과가족으로부터도망친칼리는본명인칼리오페를칼로바꾸고,긴머리를자르고,남자옷을입고남자들의말투와걸음걸이와몸짓을흉내내고익혀가는식으로자신의성적정체성을남성으로바꾸어간다.그가병원이있던뉴욕에서샌프란시스코까지히치하이킹을하면서대륙을횡단하는과정은데스데모나와레프티가대서양을건너오던이주과정과겹쳐진다.한축에서다른축으로이동하는여정은경계를넘으면서혼종된흔적을남긴다.이민자들의삶이떠나온고국과이주한나라중어느곳을진정한자신의존재기반으로삼든,그곳이온전한어느한쪽만일수는없다.그들이어느한쪽을선택한다해도,그들이거주하는공간은다른한쪽의흔적이침투하여변형된혼종적이며초국가적인공간이다.데스데모나는그리스에서부터소중하게품고온누에상자처럼과거에집착하고고향땅에대한관심을거두지못하지만,그녀가그리는고향은더이상기억속그곳이아니다.이러한혼종성은성의경계를넘어가는칼의경우에도마찬가지이다.칼은자신의뇌는남성호르몬에물들어있지만,자신의이야기를잘살펴보면순환적인여성성도찾을수있다고말한다.칼은남성으로서의삶을선택하고남성으로살아가지만,때때로표면밑에잠복해있던칼리오페가예고없이떠오르곤한다.칼리는그리스/미국,구세계/신세계,남성/여성,과거/미래라는양극단의요소가공존하는‘사이(inbetweenness)’의불가능한가능성을탐색해야하는임무를지닌인물이다.
미들섹스―과거와현재,미래가겹쳐지고갈라지는‘사이’의공간
『미들섹스』에서이처럼하나의정체성속에내재하는모순과불일치는교정되어야할비정상적요소가아니라대안적공간을열틈새가된다.칼은자신이“젠더사이에서의사소통할수있는능력,한쪽성의단일한시야가아니라육체의입체경을통해볼수있는능력”을가지고태어났다고주장한다.스튜어트홀에의하면,문화적정체성은시간과공간,역사,문화를초월하여이미선험적으로존재하는무언가가아니다.그것은역사와문화,권력과의끊임없이변화하는관계속에서변형을겪는다.문화적정체성뿐아니라성정체성은존재하는것(being)이면서되어가는것(becoming)이며,따라서과거뿐아니라미래에도속해있다.칼은스튜어트홀이정의하는이산적정체성이현실에서갖는한계와가능성을실험하는인물이다.“우리는모두수많은부분들로,다른반쪽들로이루어져있다.나만그런것이아니다.”(440쪽)그는그리스의과거와연결된존재이면서“다음에올존재”이다.(490쪽)
소설은마흔에들어선중년남성칼이과거를회상하면서자신의서사로재구성하는과정으로,베를린에서미국무부직원으로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