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반양장)

나? (반양장)

$13.00
Description
출간 100년 후 재발견된 강렬하고 매혹적인 소설!


죽은 자의 기묘한 귀환, 은밀한 상처를 헤집는 두 개의 비밀스러운 목소리
진지한 인류애에 대한 아름다운 증언,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비추는 불빛


▶ 제목의 물음표는 격한 충격에 사로잡힌 한 인간을 시사한다. 한 생존자가 죽은 이로서 귀환한다. 두 개의 목소리로 어떤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 센투런 바라타라야

▶ 진정으로 놀라운 환상 속에서 우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 보았던,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비추는 불빛을 발견한다.-레오 그라이너, 《베를린 뵈르센-쿠리어》

페터 플람(Peter Flamm)의 소설 『나?(Ich?)』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페터 플람의 본명은 에리히 모스(Erich Mosse)로 1891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데뷔 소설 『나?(Ich?)』를 발표한 이후 몇 해 동안 『너(Du)』, 『죽음을 향한 귀환(Heimfahrt zum Tode)』 등, 세 편의 소설을 더 발표하며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1933년 아내 마리안느와 함께 파리로 이주했고, 1934년에는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정착했다. 그의 환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였다. 그 밖에 뉴욕의 저명인사들, 예컨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찰리 채플린 등이 그의 집에 오갔다고 한다.
1926년 독일의 S. 피셔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어 “열정과 고통의 화산 같은 책, 숨이 멎을 듯, 단숨에 쓰인 빛나는 책”, “진지한 인류애에 대한 아름다운 증언” 등의 찬사 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의 첫 소설 『나?』는 약 한 세기가 흐른 2023년 한스 팔라다, 에리히 캐스트너,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등에 비견되며 새롭게 복간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심리 스릴러의 고전적 문제를 던지며 전개되는 『나?』는 독특한 도플갱어 모티프를 가진 소설이다. 전통적인 도플갱어 소설들이 극단적으로 상반된 요소들의 길항을 한 인간 속에서 그려왔다면 이 소설에서는 완전히 다른 두 인간의 의식이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발화한다. 한 남자의 정체를 밝혀 가는 이 음산한 심리 드라마 안에 담긴 것은 참혹한 전쟁이 앗아 간 것들에 대한 차가운 증언이며, 동시에 한순간 삶의 의미와 존엄을 빼앗긴 인간의 슬픔에 대한 뜨거운 독백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한국에는 처음 번역 소개되는 『나?』에는 작품의 배경과 독특한 형식의 이해를 위한 페터 플람의 강연록 「회고」와 비평가 센투런 바라타라야의 서평 「그래, 나도 들었어, 나도 들었어」가 함께 실려 있다.
저자

페터플람

저자:페터플람PeterFlamm
본명은에리히모스(ErichMosse)다.1891년베를린에서태어났다.의과대학생시절부터삼촌루돌프모스가발행하는신문에칼럼과단편소설을발표했다.그의데뷔소설『나?(Ich?)』는1926년S.피셔출판사에서발간되었을때큰반향을일으켰다.이후몇해동안『너(Du)』,『죽음을향한귀환(HeimfahrtzumTode)』등,세편의소설을더발표하며전문의과정을밟았다.유대인이었던그는1933년아내마리안느와함께파리로이주했고,1934년에는뉴욕으로거처를옮겨정신과의사로일하며정착했다.그의환자들가운데가장유명한사람은노벨문학상수상작가윌리엄포크너였다.그밖에뉴욕의저명인사들,예컨대알베르트아인슈타인이나찰리채플린등이그의집에오갔다.1963년뉴욕에서사망했다.1959년프랑크푸르트에서PEN주최로열린국제심포지엄에참석한그는이십오년만에돌아온고국과자신의글쓰기에대해이렇게말했다.“그모든것은나의세계입니다.나는나의친구들,그리고적들과함께있습니다.나는그들을결코포기하지않을겁니다.나는아무것도없이여기왔습니다.한순간모든것을잃어버렸던거지요.그리고나자신의힘으로모든것을새로만들어냈습니다.나는‘무언가를하거나죽거나’라고생각했습니다.나는살기로결심했습니다.이삶을.이새로운언어의명징한충만함이이제나의언어이고나의새로운풍요입니다.”

역자:이창남
북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다.베를린자유대학교비교문학과에서독일비평이론을연구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텍사스오스틴대학에서방문교수로활동하고있다.주로비교문학과도시문화에관심을두고연구하고교육한다.저서로는PoesiebegriffderAthenaumszeit(Schoningh,2005),『도시와산책자』(사월의책,2020)가있다.그밖에「채식주의자를위한변명」(《황해문화》,2019),「크라카우어의탐정사회학과영화리얼리즘」(《문학과사회》,2021)을비롯해다수의논문과평론을발표했다.번역서로는『꽃가루방』(문학동네,2001),『폴드만과탈구성적텍스트』(앨피,2007),『독서의알레고리』(문학과지성사,2010)등이있다.

목차


나?7

회고―페터플람175
페터플람의소설『나?』에대한후기―센투런바라타라야187

작품해설199
작가연보205

출판사 서평

S.피셔출판사의아카이브에서100년만에재발굴된문제작

페터플람(PeterFlamm)-본명에리히모스(ErichMosse)-의첫소설『나?』는1926년S.피셔출판사에서발간당시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지옥과천국을동시에비추는불빛”,“우리의고통에대한끔찍한비유이자윤리적인경고의외침”,“진정한시인만이표현할수있는진실의뜨거운힘”등의찬사속에강렬하고생생한의식의흐름,광기어린속도로내달리는문장으로새로운작가의탄생을알렸다.

『나?』는재판장앞에서쏟아내는단한번의진술로이루어진소설이다.진술은단한장의단절도,단한줄의공백도두지않은채대단히빠른호흡으로흐른다.전쟁에서가까스로생환한한사람의독백인가하면전쟁에서스러진또다른사람의속죄와자백이불쑥등장한다.두영혼은각각타자의삶을살아내고,타자의죽음을감당하며하나의입으로두삶의뼈저린슬픔을발화한다.
소설의첫장면에서‘나’는자신의무덤에누워이야기를시작한다.자신의영혼을심판할재판관에게토로하는최후변론처럼들린다.‘나’는죽었다,아니어쩌면살아있다.전쟁에의해무언가뒤바뀐남자.‘나’는전사한전우의웃옷에서여권을발견하고그것을취한다.‘나’는부유한의사한스슈테른인가?가난한제빵사빌헬름베투흐인가?

“지금나는그다른이이고,그의죽음을끝까지살아야합니다,그가저바깥진흙속에,땅밑에누워있는동안그의삶을살아야합니다,나는그의삶속으로들어섭니다,마치어떤액자속으로들어가듯이,그러나나는다알고있습니다,나는그뒤에한명의관객처럼서있는것입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나자신입니다,그리고나는다른이이자나자신인나를,그의형상뒤에있는한인간을응시합니다.”(27쪽)

‘나’의의식속에그둘은뒤섞여있다.만약‘나’가빌헬름이라면그는한스의몸을발견하고,그의여권을훔치고,한스의삶을살고자하는것이다.‘나’는기차의일등석을타고귀향한다.젊고아름다운아내그레테가눈물을흘리며맞아준다.‘나’의생환을반기는사람들이찾아오고,‘나’를기다렸던환자들이진료를독촉한다.친구를자처하는스벤은만남을재촉하고,불륜상대였던부쉬는밀회부터제안한다.한스가키우던개네로는‘나’를경계하지만‘나’는외과의사한스의삶속으로자연스럽게스민다.하지만예기치않은곳곳에서외과의사한스의의식이사라지고제빵사빌헬름의의식이스쳐가기도한다.‘나’는빌헬름의귀환을애타게기다리고있을어머니와여동생이있는집을눈앞에본듯이그린다.스스로의심에휩싸인채불안한시간을보내던‘나’는어느살인사건을심리하는법정에법의학자로불려나간다.자신의고용주를살해한혐의로한여자가서있다.그녀는빌헬름의여동생에마다.한스의아내그레테를사랑한스벤이한스를궁지에빠뜨릴의도로난해한사건의심리에부른것이다.에마는고용주가자신을강간하려했다고주장하며,그순간한마리개가나타나자신을구하고남자를물어죽였다고진술한다.이제‘나’의증언은그녀를구원할수도,혹은살인자로영원히낙인찍을수도있다.‘나’는현장의증거들에서읽히는대로에마의유죄를증언하려하는데,그순간‘나’의입에서는그녀의무죄를입증하는말들이불쑥튀어나오고,‘나’의앞길은헤어날수없는파국으로치닫기시작한다…….

1959년페터플람은25년만에돌아온고국독일에서청중앞에섰다.그강연에서플람은“우리모두는무의식속에서어둡게들끓고있는유령같은환영과싸워야할,축복받은-혹은저주받은-운명”이며그끊임없는싸움을등재하는것이작가의운명임을강조한다.외부세계를평결하고,고발하는일보다내면의진동을발견하고기록하는일에더몰두할것임을선언한다.손을맞잡고살아가기에는전쟁이모든것을송두리째앗아간과거의기억이너무고통스럽다고,그것을계속짊어지고살아가고싶지는않다고고백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한번더기억의폐기물더미를헤집어본다면,그의의식에흐르게될빛바랜추억의영상에는1차세계대전에참전했다가베르됭전투에서전사한그의형이가장먼저등장할것임을인정한다.가망없는정찰임무에제일먼저나섰다가전사한형에대한기억은그의첫소설『나?』에도어른거린다.

한스팔라다(HansFallada),에리히캐스트너(ErichKastner),에리히마리아레마르크(ErichMariaRemarque)등,전간기(戰間期,1차세계대전종결과2차세계대전발발사이)문학의여러대표작과도연관지을수있는『나?』는전쟁이라는극단적비극이인간의정체성에남긴상흔을탐구한비범한심리소설로서,1차세계대전중베르됭전투에서스러진두사람의의식이하나의몸에서교차하는양상으로전개된다.한스로귀환했으나한스의삶에생경함을느끼는빌헬름의의식,빌헬름의여동생과어머니를재회하는순간그들의비루한삶앞에서뒷걸음질을치는한스의의식,아내에대한사랑을거듭확인하면서도아내를의심하고연적을질투하고스스로의불륜에혐오감을느끼는한스의의식,어머니의죽음앞에서처절한슬픔의눈물을흘리는빌헬름의의식.무수한쉼표로이어지고있는그의식의연결과단절속에서페터플람은‘나’는무엇인가,극단적경험을겪은후에도나는여전히나일수있는가를묻고있다.전쟁의트라우마속에서우리는‘우리의삶’을이어갈수있는가.이것은안타깝게도우리의현실속에서계속반복되는현실적인주제다.정체성해체를다루며인간내면의소용돌이를정면으로마주한『나?』는인간의의식을집요하게탐사하는매우강렬하고시적인사유와문장으로이질문들에대해답하고있다.

실존적경험의극단에서파쇄되는‘나’의잔해들_〈작품해설〉(이창남)에서

이야기는1차세계대전의유명한베르됭전투에참여했던군인들이전쟁이끝나고집으로귀환하면서시작된다.잘알려져있듯이1차세계대전은최초의기술의전쟁이라고불린다.이전쟁에서무기와포격의정확성이높아지면서예상밖의엄청난희생자가생겼다.작품의배경이되는베르됭전투에서만피아간약80만명에달하는사상자가발생했던것으로알려져있다.거기서귀환한군인들은살아있어도산것이아닐것이고,죽어서도죽은자로확인되지못하는경우가많았다.그한사람은베를린의의사한스슈테른이며,다른한사람은프랑크푸르트의제빵사빌헬름베투흐다.귀환한한스는그러나과거의한스와같지않고,종종자신의현실을자신의것으로인지하지못한다.자기현실에대한이러한생경함은전선에서귀환한자의독특한경험으로도볼수있지만,동시에바로베투흐의의식이다른한켠에서한스의의식을차지하고,그안으로틈입하기때문이다.베투흐역시프랑크푸르트에서자신을기다리던어머니의죽음에몹시슬퍼하다가,갑자기한스의의식으로돌아와한타인의죽음을지켜보는차가운의사의면모를드러낸다.바로이러한측면에서베투흐의현실도의사한스를통해서투영될때완전히새롭고낯선모습으로바뀐다.

작가가마련한이런의도적인혼동의상황은이중적화자의장치속에서구현되고있다.현실들을타자의의식을통해완전히새롭고,다른의미로투사시키는것은바로현실과자아의관계로구성되는경험자체에대한작가적질문이라고볼수있다.과연‘나’를중심으로엮이는우리의의식속에각인되는기억과경험은나의것인가아니면다른무엇인가?그리고나를구성하는나라고불리는존재는실상누구인가?그는과연단일하고통일적인자아인가아니면어떤다른존재이기도한것인가?작가는나와현실사이의이러한부조화한상황으로독자들을이끌어들임으로써우리가익숙하게생각해온나와현실사이의필연적연계성과그양자의통일성에대해강한의문을제기하고있다.이러한나와현실의부조화와불일치는이작품의배경으로볼때일종의전쟁의트라우마로볼수있다.상당한수의전우들이몸뚱이가조각나서흩어지고,누구의피인지도알수없게흘러섞이는전쟁의참화속에서과연나는나라고할수있을까?그리고너는내가아니라고할수있을까?죽어간동료들은이제어디에있으며,살아있는나는그들과다른가?그리고그‘나’를기다리는현실은무엇인가?일상적으로는생각하기어려운이러한전쟁의트라우마가쪼개진이중의의식으로작품속에서분열되는‘나’를지배하고,그나의현실속으로들어선다.

‘나’는한스이기도하고베투흐이기도하다.그들은종종전쟁의기억을현실속에소환하면서자아와현실에대해근본적인질문을제기하고있다.사실상1차세계대전은독일의지성계에도상당히충격적인사건이었다.인간성의완성이라는전통적의미의이상도무시무시한현대전쟁의참화속에서가벼운지적농담으로전락해버렸다.이러한역사적,지적배경속에이작품은전통적철학과사상의기반이되어왔을뿐아니라,법적현실적책임의주체로간주되어온통일적‘자아’에대한근본적회의를드러낸다.이러한질문과더불어이작품은전쟁이라는일회적사건을훨씬넘어서서,인간일반의의식과무의식에대한근본적성찰로나아간다.

우리는일상적으로법적,도덕적참조지점으로,책임의당사자로‘나’를절대화하고,그경험을의심할수없는사태로확정하려는경향이있다.이는비단나를넘어서서‘우리’혹은‘민족’으로확대되기도한다.그리고때때로법적인국가적인사안에서이러한실체화는불가피한것으로이해되기도한다.그러나정작내가누구인지말하기는어렵고,굳이포스트모던적탈주체적제스처가아니라고하더라도,‘자아’와그자아를통해구성되는‘경험’의실체를확증하는일은그렇게간단한일은아니다.

작품에서는두개의살인사건이등장한다.베투흐의여동생은살인혐의로재판에서지만한스의도움으로무죄방면된다.의사한스역시의료사고와간통사건에대한도덕적부담을안고있다는사실이간접적으로시사되고있다.그리고최종적으로그자신도살인자로법정에서게된다.그는자기변론에서‘일을저지른건내가아니다.’라고말한다.그언급은일견책임의회피처럼들리기도한다.그러나이를단순히책임회피의수사로본다면,일상적인독서의틀속에서작품은스스로닫힌다.그러나바로그러한통상적인이해의순환회로에서벗어나면,우리현실의보다복합적인지시체계의사슬들과유희하고실험하는작품이열리면서많은시사점을던진다.

현실은죄가있는‘나’를구성하면서동시에죄가없는‘나’도함께구성한다.작품은이러한‘나’의통일적이고일관된경험이가짜라고주장하고있다.작품은그처럼모호한경험의지평을향해‘나’와‘또다른나’를통해서접근해가고있다.이것이개개인들의경험을넘어서서전쟁이라는집단적사건과관련될때작품이제기하는문제의함의는더욱커진다.

전쟁은누가구성하고,누가책임지는가?전쟁에서어쩌면이미죽었거나,죽은것이나다름없는두화자,그들이돌아와서‘나’에대해서의문을제기한다.이들의질문은집단적으로밖에는말해질수없는역사적경험의어떤‘말’할수없는지평에닿아있다.언어가성취하면서도,좌절하는작품의불안정한문장들은그지평에닿아서파쇄되는‘나’의잔해들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문학은바로그러한잔해들을엮어서실험하고상상하면서흔히진실이라고생각되는것보다더진실한이야기를한다.

이작품에인간의실존에관한많은근본적인질문이제기되는것은당연해보인다.사람들은여전히문학을역사와비슷하거나,역사의보충적인소재로읽는경향이있다.문학역시일견역사적기록인건사실이지만,단순히가공된것이라는의미에서만역사와다른것이아니다.오히려문학은지나간사건에대한인과적인설명체계인일반적인역사이해의기본적인지시적틀과는다른의미의지시적틀을실험적으로구축하고,무의식의층위에까지확대하고심화한다.이를통해문학은통상적인역사의이해와는상당히다른차원의의미에서‘역사적’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