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5.00
Description
레프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문호의 명성을 뒤로하고, 그가 ‘죽음’이라는 실존적 공포와 마주한 오십 대 이후에 써 내려간 ‘작은 이야기’들 여섯 편을 엮은 것이다.
톨스토이는 작가적 전성기에 접어든 중년 이후 자신이 많은 것을 이루어 냈지만 여전히 무언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조실부모한 톨스토이가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두려워하던 ‘죽음’이 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대로 삶의 허무에 깔린 채 다가올 최후만 기다릴 것인가? 톨스토이는 지독한 우울과 불안의 끝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 삶의 윤리 그리고 삶을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
이 책에 소개한 ‘작은 이야기’들은 톨스토이가 자신이 깨달은 바를 다른 모든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써 내려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언어를 사용했고, 대화 상대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농민들의 언어생활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작은 이야기’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위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저자

레프톨스토이

저자:레프톨스토이(ЛевНиколaевичТолстoй)
1828년러시아야스나야폴랴나에서톨스토이백작집안의넷째아들로태어났다.1844년카잔대학교에입학하나대학교육에실망,1847년고향으로돌아갔다.진보적인지주로서새로운농업경영과농노계몽을위해일하려했으나실패로끝나고이후삼년간방탕한생활을했다.1851년맏형이있는캅카스로가서군대에서복무했다.이듬해잡지《소브레멘니크》에익명으로「유년시절」연재를시작하면서작가로서첫발을내디뎠다.작품집필과함께농업경영에힘을쏟는한편,농민의열악한교육상태에관심을갖게되어학교를세우고1861년교육잡지《야스나야폴랴나》를간행했다.1862년결혼한후문학에전념하여『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등대작을집필,작가로서의명성을누렸다.
그러나이무렵삶에대한회의에시달리며정신적위기를겪었다.그리하여1880년이후원시기독교사상에몰두하면서사유재산제도와러시아정교에비판을가하고『교의신학비판』,『고백록』등을통해‘톨스토이즘’이라불리는자신의사상을체계화했다.또한술과담배를끊고손수밭일을하는등금욕적인생활을지향하며빈민구제활동을하기도했다.민중이쉽게읽을수있도록민담22편을썼는데그중에서도「인간에게많은땅이필요한가」는소설가제임스조이스가“문학사에서가장위대한이야기”로꼽기도했다.1899년종교적인전향이후의대표작『부활』을완성했다.사유재산및저작권포기문제로시작된아내와의불화등으로고민하던중1910년집을떠나폐렴을앓다가아스타포보역장의관사에서영면하였다.

역자:연진희
연세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아버지와자식』,『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부활』,『러시아단편집』,『검은말』,『마지막목격자들』등이있다.2021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기차여행」이당선됐고,2023년소설전문지《한국소설》에서주관하는제74회한국소설신인상에중편소설「사육의목적」이당선됐다.

목차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7
바보이반,그의두형인군인세묜과배불뚝이타라스,벙어리여동생말라니야,그리고늙은악령과세작은악마에대한이야기49
홀스토메르(어느말의이야기)99
인간에게많은땅이필요한가169
주인과일꾼197
항아리알료샤283

작품해설295
작가연보327

출판사 서평

길잃은대문호가찾은삶의안내서

『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를연이어발표하며작가로서정점에올랐던레프톨스토이.그는본래자기완성을목표로삼아'교양소설'의주인공처럼계속성장하기를꿈꾸었다.하지만사십대후반,그는자신의육신이성장이아닌'쇠락과고통과피할길없는소멸'로향하고있음을문득자각한다.

어려서부모를여의고전투에서의수많은죽음을목도했던그에게'죽음'은막연한관찰대상이아니라,자신을삼키려다가오는실존적공포가되었다.1875년,마흔일곱의그는친구에게보낸편지에"죽음외에는눈앞에아무것도보이지않습니다."라고고백한다.성공한대문호이자행복한가정의가장이었던그가마주한것은인생이란무의미하다는‘심연’그자체였고급기야극단적인생각까지하기에이르렀다.

그는이무렵원시기독교사상에몰두하면서사유재산제도에비판을가하고술과담배를끊은뒤손수밭일을하며금욕적인생활을지향했다.또토지대금을내지못해몰락하는농민들을돕고대흉년에무료급식소를세웠으며황제암살범의처형을막기위한탄원활동을벌이는등귀족적인삶을버리고적극적으로사회활동에헌신한다.민중이쉽게읽을수있도록민담22편을썼는데그중에서도이책에수록된「인간에게많은땅이필요한가」는소설가제임스조이스가“문학사에서가장위대한이야기”로꼽기도했다.

톨스토이가훗날출간한『예술이란무엇인가』(1897년)에서주장한'참된예술'의핵심은'감염력'이다.이는감상자가예술가와하나가되고,나아가고독에서벗어나다른이들과하나가되는보편적경험을의미한다.톨스토이가전달하고자한내용은명확했다.바로'신앞에서모두가동등하다'라는의식,그리고일상속의담백한사랑과윤리였다.『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에담긴'작은이야기'들은톨스토이가그지독한절망의끝에서스스로찾아낸,길잃은이들을위한'삶의안내서'다.

3의법칙과'너'라는호칭:가장단순한것에담긴위대한진실

톨스토이는자신의새로운예술적이상을실현하기위해'민담'이라는형식을선택했다.또그는민중이싼값으로책을사볼수있도록모스크바에'포스레드니크(중개자)'라는이름의출판사를세우고책값을낮추기위해저작권까지포기하며작품들을발표했다.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에실린「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바보이반」,「인간에게많은땅이필요한가」와같은대표작들은'3회반복'이라는기법을적극적으로활용한다.「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는천사미하일라의'세번의미소'와하느님의'세가지물음'을축으로,「바보이반」은'세형제'와'세악마'의대결을중심으로,「인간에게많은땅이필요한가」는악마가파홈을유혹하는'세번의덫'을중심으로전개된다.이러한반복은이야기에리듬감을부여할뿐아니라,작품의메시지를명확하게각인시킨다.

더욱주목할점은언어의사용이다.톨스토이는전래민담의형식을따라작중인물들이신분과관계없이서로를'너(ты)'라고부르게했다.평민이왕에게,천사가신에게'너'라고말하는이세계에서모든인간은계급을초월해동등한존재로그려진다.

물론톨스토이는말년까지‘예술가’로서의미학적실험도게을리하지않았다.이책에수록된후기단편「홀스토메르」에서는말의시선을통해사유재산제도를비판하는'낯설게하기'기법을,「주인과일꾼」에서는얼어붙은빨랫감같은'디테일'을통해죽음의공포를치밀하게쌓아올리는거장의솜씨를보여준다.교훈적인민담에서복잡한예술적기교가빛나는후기단편에이르기까지,이'작은이야기'들은톨스토이가도달한삶의위대한진실을가장빛나는형식으로담아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