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야차

금색야차

$20.87
Description
명대사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로
일제 강점기 조선을 사로잡은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의 원작

자본주의가 인간의 마음을 재구성하기 시작한
근대 사회의 핵심을 포착한 일본 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
일제 강점기 조선에 『장한몽』으로 번안 소개되어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로 심금을 울렸던 일본 근대 최초의 베스트셀러 소설 『금색야차』가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요미우리신문》에 연재되며 전 일본인으로 하여금 5년간 아침 신문 배달을 애타게 기다리게 한 이 작품은 청일전쟁의 승리 이후 호황기를 누리며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체감하기 시작한 근대 일본인의 심상과 풍속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

오자키고요

尾崎紅葉
1868년1월10일,현재의도쿄도인에도에서태어났다.부모와사별하고외조부모밑에서자랐으며도쿄부제2중학교에진학하여훗날작가가된고다로한(幸田露伴)을동급생으로만난다.학교를중퇴하고오카센진의스이유도에서한학을,이시카와고사이의에서한시문을배웠으며,미타영학교에서영어를배웠다.1883년도쿄대학예비문에입학하고,분유카이,겐유샤등의문학동인을결성하여문예지를발간하며본격적으로문학창작에뛰어들었다.도쿄제국대학정치과에입학했으나곧자퇴하고요미우리신문사에입사하여소설연재를시작했다.「가라쿠라마쿠라(伽羅枕)」,「세아내」,「다정다한(多情多恨)」등을연재하며높은인기를얻었고,친구인고다로한과함께메이지문단의쌍벽을이뤘다.이시기를두사람이름의앞글자를따서‘고로시대(紅露時代)’라고부른다.
메이지30년인1897년1월,대표작「금색야차」를《요미우리신문》에연재하기시작했다.청일전쟁이후의사회상을배경으로한간이치와미야의사랑과배신의이야기는폭발적인인기를끌어일본최초의베스트셀러가되었다.1903년「금색야차」의속편을연재하던중,위암진단을받고10월30일자택에서향년서른다섯살의나이로별세했다.

목차

전편7
중편103
후편243
속금색야차359
속속금색야차495
신속(新續)금색야차567

작품해설600
작가연보604

출판사 서평

■“1월17일이되면,반드시내눈물이달을흐리게할테니
간이치가어디선가당신을원망하며울고있다고생각해주시오.”

메이지30년(1897년),무사였던아버지를여의고은인인시기사와집안에서살며학업을원조받는학생하자마간이치는그집외동딸인미야에게푹빠져장래를약속한다.설날밤에열린어느놀이모임에참석한미야는압도적인미모로좌중의시선을끌고,부유한은행가집안의아들도미야마다다쓰구는미야를자신의신붓감으로점찍는다.도미야마로부터혼담이오가기시작하면서미야의마음은갈팡질팡하는기로에놓인다.

한편미야와의아름다운미래를꿈꾸며학업을마치면결혼하리라굳게믿었던간이치는시기사와집안과미야에게일어난변화를서서히눈치채기시작한다.괴로움에견디지못한미야는어머니와함께아타미온천으로마음을정리하기위한여행을떠나고,뒤늦게미야를찾아아타미를방문한간이치는그곳에서도미야마와미야모녀가마주치는장면을목격하고만다.

달빛이비추는쓸쓸한1월17일의아타미해변,간이치는그토록믿었던미야의진심을확인하고자하고,미야는끝내간이치에게확답하지못한다.이때부터잔인한운명의수레바퀴가돌기시작한다.미야는사랑하지도않는도미야마에게시집가서아무런행복도느낄수없는결혼생활을시작하고,광분한간이치는학업도중단한채시기사와의집을떠나고리대금업자의조수로살아가며피도눈물도모르는,돈에눈먼‘야차(夜叉)’가되고만다.


■책장이쉼없이넘어가는‘페이지터너’이자
근대최초의베스트셀러

《요미우리신문》의신문연재로시작된이작품은단행본으로출간되어베스트셀러가되었고,연극과영화로도수없이재탄생했다.당연히일제강점기였던조선에도이인기가전파되어1913년《대한매일신보》에조중환이번안한소설『장한몽』이연재되고수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았다.『장한몽』의대히트는극장으로도이어져이른바‘신파극’을탄생시킨다.

재미있는점은,사실『금색야차』에도원안이있다는사실이다.미타영학교에서영어를배워능통했던오자키고요는19세기말영국여성작가인버사클레이(BerthaM.Clay)의『여자보다약한(Weakerthanawoman)』에서대략의인물과설정을가져와서『금색야차』를구성했다.『여자보다약한』은당시유행했던,여성독자를대상으로저렴한가격에팔렸던‘다임노벨(Dimenovel)’에속하는작품으로,여성주인공이돈때문에사랑하지않았던상대와결혼을하는설정은『금색야차』와동일하나,간이치같은남성주인공의타락이나몰락이그려지지않았다는점에서다르다.
 
이처럼『여자보다약한』--〉『금색야차』--〉『장한몽』으로이어지는근대번역문학전파의과정은넓게보아동아시아근대문학형성과정의한축이기도했다.일본최초의근대소설로일컬어지는『당대서생기질(當世書生氣質)』의작가쓰보우치쇼요(坪内逍遙)도번역에몰두했고,일본최초언문일치소설인『뜬구름(浮雲)』의작가후타바테이시메이(二葉亭四迷)역시러시아문학을공부하고번역하면서이에영향받아소설을썼다.
 
서구의사상과개념은동아시아문화권으로전달되면서변이를일으키는데,19세기말여성의결혼생활과쉽지않은현실에초점을맞춘『여자보다약한』은일본으로전파된후자본이유교적질서를대체하는차디찬현실을담은『금색야차』가되었으며,이것이아직유교적질서가강하게남은조선에이르자효(孝)와권선징악의테마(가난에못이겨부모의뜻으로팔려가고,속죄하기위한자살시도덕분에해피엔딩을맞는)를되살린『장한몽』이되었다.

쓰보우치쇼요로부터영향을받아문학동인회를결성하고본격적인작가의길에들어선오자키고요(尾崎紅葉,1868~1903)는35세라는짧은생애에도불구하고일본근대문학의기틀을닦은거인이었다.그의위상은단순히인기작가에그치지않았다.당대의또다른거장고다로한(幸田露伴)과함께‘고로시대(紅露時代)’라고불리는문학의황금기를이끌었으며,한학의우아함과근대구어체를절묘하게버무린그의‘아속절충체(雅俗折衷体)’는일본어가근대적인문장으로진화하는과정에서가장화려한꽃을피운정점으로평가받는다.『겐지이야기』같은일본중세문학의화려한문장과세속적구어체인언문일치체를결합한『금색야차』는화려하고우아한묘사와심리를꿰뚫는긴장감넘치는대사로사건과사건이빠르게이어지면서책장이쉼없이넘어가는진정한의미의‘페이지터너’이자근대최초의베스트셀러가되었다.


■“고리대금을부정하다고한다면,
그부정한고리대금을만든사회가부정한게아니겠느냐.”

우리는흔히한국의번안작「장한몽」속심순애를떠올리며그녀를가난과부모의강요에못이겨다이아몬드에팔려간가련한희생자로기억한다.하지만오자키고요의원작속여성주인공미야는훨씬냉정하고현대적인인물이다.그녀는자신의미모가가진교환가치를본능적으로자각한다.또한간이치에대해호감을갖고있긴하나,결혼생활에대해선그것과별개의생각을지니고있다.미야가도미야마의다이아몬드반지에흔들린건단순한허영심이아니다.그것은근대자본주의가도래하면서인간의매력마저자산으로평가받기시작한시대적징후였다.유교적윤리관인효(孝)라는명분뒤로숨었던심순애와달리,미야는자신의욕망과시장적가치를능동적으로선택한근대적자아의서늘한초상이다.또한유교적가치인의(義)라는좁은시야만으로인생을재단하는학생간이치에비해,결혼을앞둔미야의심리와선택은현대인의결혼에대한사고방식과훨씬흡사하다.작가는그녀를통해사랑이라는추상적가치가자본이라는실체적위력앞에서얼마나무력해질수있는지를냉정하게관찰한다.

배신당한엘리트간이치가고리대금업자,즉‘야차’가된것은단순한타락이아니다.메이지유신이일어난후사무라이(무사)계급은사족(士族)이라는이름으로몰락하며권력을잃었고,사족의후예이자고아였던간이치가정신적으로의지할것은이제는사라져버린유교적질서에속하는충(忠)과의(義)의세계뿐이었다.그러나가장사랑하는것을돈때문에잃은그는그사상의대척점이라할수있는정반대의길을걷게된다.인간성을상실한세상을향해,그세상이숭상하는돈이라는무기로벌이는냉소적인복수다.“인간의행복은결코돈으로살수있는게아니다.”라고절규하면서도,결국스스로고리대금업자가되어야했던그의모순은근대화과정에서지식인들이겪었던실존적분열을상징한다.

또한이소설에서가장자본주의적인통찰을보여주는인물은고리대금업의대부와니부치일것이다.그는아버지의업(業)을부끄럽다고비난하는지식인아들에게이렇게일갈한다.“고리대금을부정하다고한다면,그부정한고리대금을만든사회가부정한게아니겠느냐.”
그의논리는서늘할정도로정교하다.담보없는이들에게돈을빌려주는리스크의대가로높은이자를받는다는그의설명은오늘날의금융공학적시각과도맞닿아있다.와니부치는도덕이라는가면뒤에숨은사회의위선을폭로한다.학자가학문을탐구하듯자신은돈을벌뿐이며,끝없는욕망이야말로근대국가를움직이는생명력이라는그의선언은당시제국주의일본이선택한자본주의의민낯그자체를보여준다.

「금색야차」가연재되기시작한1897년은일본이청일전쟁(1894~1895)의승리로거액의배상금을챙기며급격한산업화와자본주의의길로들어선후였다.어제의무사도정신이나유교적도덕은당대의화폐단위앞에서무력해졌다.전쟁특수로생겨난졸부들이권력을휘두르고,대중은돈이면안되는게없다는배금주의에매몰되었다.이소설은단순히한남자의복수극을넘어,돈이라는새로운신(神)이일본열도를습격했을때인간의존엄이어떻게무너지는지를생생하게보여준거대한사회적사건이었다.

“내년1월17일밤,내눈물로반드시달을흐리게만들것이오.”
주인공간이치가자신을버리고부호를택한정혼자미야에게내뱉은이서슬퍼런저주는일본근대문학사에서가장유명한문장이되었다.매일아침《요미우리신문》을통해전달된이절규에일본최초의범국가적팬덤이형성되었다.1월17일아타미해변의이별장면은일본인들에게일종의신화적인풍경이되었고,이저주는시대의공포와환멸을상징하는유행어가되었다.

오늘날우리는더이상다이아몬드반지하나에정혼자를버리는것같은일에는그리경악하지않을지도모른다.하지만어딘가의누군가에게서슬퍼런저주를퍼붓고싶을만큼,거대한자본의힘에압도당해살아가고있다는점은여전히동일하다.이소설이발표된지120년이훌쩍넘은지금,우리는다시묻게된다.참새에게한번에쌀한가마니를다먹으라고하는것과같은과도한자본의시대에우리의행복은어디에머물고있는가.간이치의저주와미야의참회는여전히우리곁을맴돌며돈보다소중한‘인간의다정함’이란무엇인지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