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종려나무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

야생 종려나무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

$17.00
Description
20세기 현대 문학을 뒤집은 위대한 실험가이자 미국 소설의 산증인 윌리엄 포크너
‘자신이 옳다고 느낀 방식’으로 운명에 뛰어든 두 남자의 슬픈 두 이야기
“비통함과 무(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

안락함 대신 ‘자유’를 택한 연인, 탈주 대신 ‘의무’를 택한 죄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을 택한 이들은 과연 실패자인가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온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야생 종려나무」와 「노인」은 시대도 계층도 상황도 전혀 다른 두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말에서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만난다. 이들은 ‘결국 패배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따른’ 결과 감옥에 갇힌다. 윌본은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을 선택하고, 키 큰 죄수는 선행 혹은 인간적인 의무를 선택한다. 이들의 선택은 삶의 실패인가. 존재를 건 행위인가.

「야생 종려나무」는 유부녀인 샬럿과 젊은 의사 인턴인 해리 윌본의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샬럿 남편의 마지못한 동의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경제적 궁핍과 실직, 희망 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시카고, 위스콘신주의 시골, 유타주의 탄광 등지를 떠돌다 미시시피 해안에 정착한다. 「노인」은 십 대 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 없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감옥 주변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하고,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키 큰 죄수는 임신한 여자를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표류의 여정을 함께한다.

『야생 종려나무』의 부제인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원래 포크너가 직접 선택했던 소설 제목이었다. 이 표현은 성경 구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으로, 유대인들이 낯선 땅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부른 애가(哀歌)의 일부이다. 포크너가 이 구절을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경 구절에 내포된 상실의 아픔과 유배의 고통,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은 「노인」과 「야생 종려나무」를 동시에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이자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심상이며, 따라서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두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상징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스웨덴 한림원은 윌리엄 포크너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강력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국 소설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술적으로 비할 바 없이 독특하다.’라는 평가는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자 그를 동시대 작가들과 구분 짓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의 예술적 독특함은 그가 시도한 대담한 언어적 실험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포크너가 집필한 작품 대부분은 의식의 흐름, 선형적 시간성으로부터의 탈피, 파격적이고 현란한 문장, 다중 화자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통적인 소설의 서사 형식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

윌리엄포크너

WilliamFaulkner
1897년미시시피주뉴올버니에서태어났다.포크너의집안은미국남부명문가로서선조들은멕시코전쟁과남북전쟁에서활약했다.어릴때가족이미시시피주옥스퍼드로이사를간후그곳에서생애의대부분을보냈다.그가성장한옥스퍼드는그의소설에서가상의지역인요크나파토파군제퍼슨읍으로탈바꿈한다.『성역』을비롯해『사토리스』,『음향과분노』,『8월의빛』,『압살롬,압살롬!』,『촌락』등소설대부분이이곳을배경으로한다.포크너의소설은남북전쟁과재건기동안남부의전통적가치와삶의방식이파괴되면서남부귀족사회가급격히몰락하고스놉스가문으로대변되는속물적인신흥계급이대두하는과정을정묘하게그린다.그중에서도특히출판업자마저출판을꺼릴만큼선정적이고폭력적인내용으로당시미국사회를충격에빠뜨린『성역』을통해포크너는대중적인인기와부를함께얻었다.무엇보다그를20세기가장위대한작가의반열에올려놓은것은그의실험적인문체였다.그는미국모더니즘문학의개척자로서전통적인소설형식을파괴하고소설문법에혁신을가져왔다.의식의흐름기법을이용해등장인물의내면심리를묘사하며,소설구성에서연대기적서술기법을탈피하고,현재시제와과거시제를자유롭게넘나들며,불가능할정도로길고복잡한문장을구사하였다.이러한독특한작품세계를인정받아내셔널북어워드,퓰리처상,노벨문학상을받았다.1962년에심장마비로사망했다.

목차

야생종려나무7
노인31
야생종려나무41
노인77
야생종려나무100
노인174
야생종려나무214
노인275
야생종려나무334
노인392

편집자주411
작품해설415
작가연보430

출판사 서평

▶포크너는강력하고도예술적으로비할바없이독특한방식으로
현대미국소설에기여했다.─노벨문학상선정이유

▶미국작가중가장위대하다.─알베르카뮈

■「야생종려나무」:모든구속에서벗어난자유의추구

「야생종려나무」에는‘모든종류의사회적제약에서벗어난자유의상태가가능한가?’라는질문이자리한다.샬럿과윌본이추구하는사랑은서로를향한성애의감정인동시에,사회질서의경계선바깥에서이상적인사랑이가능하다는자유주의적믿음에기반한다.이들은오직현재만이지속되는사랑을꿈꾼다.이들이추구하는개인성은사회의일반적인시간개념과본질적으로불가능하다.이는포크너특유의철학적이면서도극도로추상적인만연체를통해설명된다.“내가나-아닌-존재가된그순간부터차지했던공간속에서나는여전히시간에연결된채시간의영향아래있었고,그건나-아닌-존재가소멸할때까지계속될거야.”여기서‘나-아닌-존재’는아직온전한주체가되지못한상태를의미하고,‘나’는반대로독립적이고자유로운주체를의미한다.나-아닌-존재가시간의영향에서자유로울수없다면,나-아닌-존재의대립항인내가존재하는순간시간은정상적인궤도에서탈주해결국처음부터존재하지않는것으로변한다.

그러나샬럿과윌본이꿈꾸는이상적인사랑은당연하게도실패로귀결된다.의도치않은샬럿의임신은가족과미래를위한노동이라는일반적인시간개념으로윌본을다시끌어들이며,낙태와그로인한샬럿의죽음은미래도과거도없이완벽하게온전한현재의삶을향한이들의열망이언젠가는끝날수밖에없음을증언한다.하지만자신의일생을모두건꿈과사랑이샬럿의죽음과함께막을내리는절망적인상황에도불구하고윌본은끝까지삶의의미를포기하지않는다.샬럿과의사랑을통해그가꿈꿨던사회로부터의완벽한해방과그에따른개인적인자유의완성은비록꺾이고실패했지만,윌본은샬럿과의사랑을끝까지기억하고보존하는것이연인으로서의자신에게남겨진의무이자마지막과제라고생각한다.「야생종려나무」의마지막문장은윌본의결심을단적으로보여준다.

“비통함과무중하나를선택해야한다면나는비통함을선택하겠어.”(391쪽)

■「노인」:공동체를위한죄수의노력

인간과자연간의사투를중심으로전개되는「노인」은19세기말부터20세기초반까지이어진사실주의적자연주의소설의전통과맞닿아있지만,단순히자연의거대한힘과이에맞서는인간의무력함을그려내는것에그치지않는다.「야생종려나무」와마찬가지로,「노인」의핵심적인주제는자유에기반한자기실현이라는개인의소망이어디까지가능한가라는질문이다.「야생종려나무」의윌본과샬럿이사회질서를벗어나는방식을통해진정한자아를되찾으려는인물들이라면,「노인」의키큰죄수는반대로자신이속한공동체의원칙에충실함으로써스스로의가치를확인하고내적자유를얻으려는인물로그려진다.

「노인」의서사구조에서특이한점은소설이진행되면서이야기의시점과발화주체가변한다는사실이다.죄수의입을통해설명되는홍수이야기는한편으로자신이겪은무용담을그누구도아닌자기입으로설명할수있는데에서오는즐거움을그에게선사한다.하지만이와동시에죄수의이야기와실제로그가겪은경험사이에는조금씩괴리가발생하기시작한다.작가가들려주는죄수의실제경험과죄수가동료죄수들에게들려주는이야기사이의간극은「노인」의후반부를지배하는특징이다.언어가통하지않아도원주민이최선을다해도피하라고알려준사실을키큰죄수는말하지않았지만기억하고있었고,함께악어사냥을하면서형성된둘사이의끈끈한우정과신뢰역시생생하게기억하고있지만애써설명하려하지않았다.

「야생종려나무」와「노인」은공통적으로내적해방의추구와실패,그리고이로인한카타르시스의감정을독자들에게선사한다.윌본이추구했던사회적제약으로부터의자유는처절한실패로끝나지만,그럼에도그는실패를외면하는대신최대한의연하게견디는것이자기에게남겨진몫이라고생각한다.마찬가지로키큰죄수역시내적규율을따라스스로옳다고생각하는방식을선택해행동했으며,따라서10년의형량가중과이를불쌍히여기는동료들의시선은그
에게그저부차적인문제에지나지않는다.홍수를겪으면서되찾은삶의의미는외부의누구도건드릴수없고그누구의인정도받을필요가없는그만의훈장으로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