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운 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6

유년의 추운 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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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테제르 외즐뤼

저자 : 테제르 외즐뤼
1942년, 튀르키예 퀴타흐아에서 태어났다. 공직에 있던 부모의 근무지를 따라다니며 시마브, 외데미쉬, 게레데에서 유년을 보낸다. 이스탄불에 온 뒤, 탁심 이르미도쿠즈 에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독일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스탄불의 사립 오스트리아 여자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채, 1963년 앙카라로 이사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외부 시험을 통해 1965년 이스탄불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일반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독일어 번역가로 근무한다. 1981년, 독일 학술교류처의 장학금을 받아 베를린으로 이주한다. 1983년, 이스탄불로 돌아오지만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1984년 3월에 취리히로 거처를 옮긴다. 그로부터 이 년 뒤,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테제르 외즐뤼는 1986년 2월 25일, 이스탄불의 아시얀 묘지에 안장된다.
외즐뤼의 작가 경력은, 첫 단편 소설 「포르투나」를 1963년 잡지 《새로운 인간》에 게재하면서 시작된다. 작가의 대표작이자 202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 번역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유년의 추운 밤』(1980)을 비롯해, 1983년 독일어로 쓰고 ‘어느 자살자의 흔적을 따라서(Auf den Spuren eines Selbstmords)’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삶의 끝으로의 여행』은 같은 해 마르부르크(Marburg)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 밖에도 여러 단편 소설과 에세이, 시나리오 등이 사후에 차례로 발굴된다.

역자 : 이난아
198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튀르키예 국립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튀르키예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튀르키예 국립 앙카라 대학교에서 튀르키예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튀르키예ㆍ아제르바이잔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회화의 재현」(2010), 「이슬람 고전의 현대적 계승과 변용」(2011), 「문학 공간의 박물관 콘텐츠 확장 사례 연구」(2013) 등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터키 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튀르키예 출간) 등이 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해 육십여 편의 튀르키예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여섯 편의 한국 문학 작품을 튀르키예어로 번역했다.

목차


집
학교 그리고 학교 가는 길
레오 페레의 콘서트
다시 지중해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출판사 서평

■ 억압적인 세상에서 해방을 꿈꾸며 광기와 혁명의 시대를 통과하다
1950년대, 화자인 ‘나’는 튀르키예 중서부의 조용한 소도시를 떠나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막다른 골목 집으로 이사한다. 완고한 성격의 아버지는 아침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가정에서도 군대식 규율을 강요하고, 온기 없는 가정에서 오직 오빠만이 자기 방과 자유를 누린다. 수녀가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여성인 ‘나’의 삶은 감옥에 갇힌 듯이 숨 막히기는 매한가지다. 이 어둡고 답답한 생활 속에서 ‘나’는 친구 귄크와 함께 졸라와 도스토옙스키에 빠져들고, 거리와 바다, 영화와 음악, 베이오울루의 밤을 누리며 자유를 갈망한다. 그러나 반항과 일탈 속에서도 종잡을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나’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가까스로 정신과 클리닉의 침대에서 깨어난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사랑 없는 결혼도, 유럽으로의 도피도 주인공을 구원하지 못한다. 점점 더 깊어져 가는 ‘나’의 내적 고통은 끝내 신경정신병원으로 그 스스로를 밀어 넣고,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끔찍한 전기 충격 치료를 받으며 지난날에 품었던 엄청난 열정, 감수성, 생각의 무한한 자유, 두려움 없는 마음을 모조리 빼앗긴다. 그러던 중 1971년의 ‘군사 개입’으로 함께 투쟁하던 동지들이 체포되던 시기, ‘나’는 전기 충격 치료를 받아 혼수상태에 빠져 있음에도 혁명적 투쟁이 계속 이어지기를, 또 성공하기를 바라며 영혼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 절망 끝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강렬한 긍정
『유년의 추운 밤』의 주인공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망 한가운데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마지막 장 「다시 지중해」에서 ‘나’는 고대 극장의 돌계단에 앉아 토로스산맥 너머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또한 보스포루스 해안의 어부들과 시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낀다. ‘나’는 담담하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애도하면서 더 나은 삶은 저 너머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닫고, 자살 시도와 거듭된 입원 속에서도 “오히려 삶을 너무 사랑한다. 수백 년을 살고 싶다.”라고 울부짖는다. 이 같은 화자의 외침은 삶의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도 실상 삶을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 테제르 외즐뤼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생명에 아로새겨진 격랑의 세월, 자유를 탄압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부서진 기억의 편린을 끈질기게 이어 붙여 도달한 근원적인 자기 성찰, 고통으로 빚어낸 내밀하고 찬란한 감수성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존재와 성장, 사랑과 절망 그리고 ‘삶 그 자체’의 복잡하고 숭고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