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안미선 에세이)

집이 거울이 될 때 (안미선 에세이)

$15.00
Description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장영은, 『여성 정치를 하다』 저자
저자

안미선

내가살던집들을떠올리고찾아나서며오래된한옥과마당깊은양옥,숨가빴던아파트와담담한빌라들을만났다.집에비친모습을사진으로찍고이야기로쓰면서이번에는나를똑바로마주해보았다.숨어있던이세상집들의두런거림과그목격담이더많아지면우리가더빛날것같다.
작가로서여성의목소리를오랫동안기록해왔다.저서로『당신의말을내가들었다』,『여성,목소리들』,『언니같이가자!』,『똑똑똑,아기와엄마는잘있나요?』,『모퉁이책읽기』,『내날개옷은어디갔지?』,공저로『엄마의탄생』,『백화점에는사람이있다』,『기록되지않은노동』,『마지막공간』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다시만난빛들
오래된집의그림자|골목에서마주친새|물에띄운사진|나무가끊긴자리

2.거울이된방들
집안에날아든새|벽에서나온얼굴|내가보고싶은날|지난빨래의끝에서

3.남아있는그림자들
빗방울의여행|거미와잎사귀|장독대에비친둥근|내머릿속의시계

4.빛이머무는집
우연한손자국|튀어나온주먹|자전거를처음본날|담쟁이가해낸일

5.돌아온아이
해질녘,운동장에들어선|금이간오월|저녁의맨발|마지막방과푸른계단

6.그림자가부른세상
둥근하늘아래풀하나|어떤갠날|억새를만나다|하늘이덮다

7.부서진집을떠나는그림자
눈짓으로하는인사|다락에걸린얼굴|그림자에닿다|행진의시작

출판사 서평

여성을비롯한소수자의목소리를기록해온작가안미선의에세이『집이거울이될때』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집’에대한이야기이다.
팬데믹으로집에머무는시간이늘어난만큼많은사람들에게집이라는공간과자신의내면을돌아볼시간이주어졌다.집은가장내밀한공간이다.집을생각하는것은곧그안에담긴자기자신을생각하는일이기도하다.벽에기대어집을생각할때,집이도리어‘나’의이야기를들려주기시작한다.그순간이책의제목인‘집이거울이될때’이다.

사람들은누구나다말하지못하는자신만의집이야기가있을거라고생각한다.이글들은그집들과지붕을맞대고있는한집에서먼저새어나온작은이야기다.-「들어가며」중에서

“안전한집에머물라.”
코로나19팬데믹으로집안에틀어박히자
벽에서들려오기시작한목소리,
날서고아프고뜨거운기억들

집은‘안전한공간’이다.사람들은안전한집에머물기를요청받았고,혹은강제받았다.저자역시팬데믹을계기로집에머물면서사진과글로집을기록하게되었다.이과정에서그동안르포와인터뷰집등의저작에서는드러나지않았던스스로의내밀한목소리가점차들려왔다.
집에는지난시간을함께지내온가족들의이야기가얽혀있다.저자가가족을바라보는감정은복잡미묘하다.저자에게어머니는지금의나를인정하지않고듣기에괴로운소리를전하는사람이지만동시에자신의설움을물려주지않으려분투한사람이기도하다.아버지는자신의학창시절을억압하고,집에서군림하던가부장으로서집을지탱하기위해홀로외로이싸운사람이었다.
이렇게집안에서벽에기대어생각하는시간은그동안미처바라보지못했던가족들의그늘을조명하는계기가된다.그리고그그림자를끌어안는시간이된다.

두꺼운뚜껑을스르륵열고닫을때어머니는무슨생각을했을까.어떤기대를했고,어떤근심에잠겼고,무슨한숨을쉬었을까.딸들이자신은거들떠보지않고세상의말,남자들의말을부지런히익히느라바쁜사이,그몸이상할까애달파하며먹을것을꺼내려장독대로달려왔다.-「장독대에비친둥근」중에서

아버지가심고싶었던건나무가아니라자신이었는지모른다.발을디뎌도되는자신의땅에발목을넣어꾹꾹묻고물을주면서새로운뿌리를내리기를바랐는지모른다.이위험하고도허허로운세상에새로잘안착할수있기를꿈꾸었는지모른다.-「거미와잎사귀」중에서

저자는철거가예정된고향집을기록하면서자신의유년시절의어두운기억을정리하고,가족의역사를재정립한다.그리고무엇보다어두운기억속에있던나자신과의화해에이른다.학창시절깊은우울에시달리며외톨이처럼세상과의단절을겪고있던스스로를해방시킨것이다.많은관계의단절을가져온팬데믹상황이역설적으로가장소중한관계들을회복하는계기를제공한셈이다.

태어난지오래되지않은아이.세상과앞날이아름다울거라고순진하게막연히믿고있는얼굴이었다.그얼굴을보고있는데가슴이메어오며눈물이갑자기흘러내렸다.잊고있던얼굴이다.그얼굴을잊고혼자세상에실망하고마음의문을닫으며살아온시간들이떠올랐다.그러자그얼굴에사과하고싶었다.때로포기하고싶었던순간에,그믿음을저버릴뻔한순간들에대해,세상은살만한거라고믿고있는얼굴앞에서.-「물에띄운사진」중에서

“집은사람들의진심과비밀들로젖은채
우리를지켜보고있다.”
집들이거울처럼나를비추고
하나하나되돌려준그림자들

집은여성에게가장무거운짐을지우는공간이기도하다.팬데믹은사람들을‘안전한집’으로밀어넣었고,‘집을지키는엄마’의역할이여성에게더해졌다.저자의시선은집을‘안전한집’으로만들기위해분투하고있는다른여성들에게로향한다.

돈도벌고,꿈도이루어야하고,엄마도되어야하는나의생활은이런식이다.아침에일어나자마자글을쓸지밥을할지고민한다.……요즘처럼아이가온라인수업을듣고집에내내있는때에는세끼식사를척척차려내며,설거지에빨래까지하면서,아이에게집안일을하라고잔소리를하면서,장을보면서,책상에앉아있을자투리몇시간을얻기위해고군분투한다.-「집안에날아든새」중에서

‘엄마’에게집은일터이자싸움터이다.집안일에휩쓸려혼자만의시간을가질틈조차없다.사회적거리두기를하는바깥과달리집안의‘엄마에게는도통거리를둘생각을않고더욱밀착해오는가족의틈바구니’에서시달린다.그러면서장독대앞에서한숨을쉬었을어머니,학창시절에옥상으로내몰린나를붙잡고내려와준친구의두툼한손,끈질기게응원하며자전거타기의행복을알려주고도‘혼자다해냈다’고응원해준아이친구의엄마를떠올린다.
지난날을정리하는일은앞으로나아갈힘을마련해준다.유년시절의그림자를해방시키면서,답답한현실에주먹을내지르면서,그럼에도집을지탱해온사람들과악수하면서,결국‘행진’을시작한다.모두에게힘든시기,안미선의행진은함께오늘을걸어가는독자들에게커다란응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