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양장)

경청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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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진

198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치킨런」이당선되면서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2013년장편소설「중앙역」으로제5회중앙장편문학상을,2018년장편소설「딸에대하여」로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작품으로는소설집『어비』,『너라는생활』,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등이있다.2021제12회젊은작가상을...

목차

경청7

작가의말309

출판사 서평

“아줌마,근데아줌마는좋은사람이에요?”
“아니,좋은사람은아니야.”
“왜요?왜그렇게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매일사람들한테이렇게사과편지를쓰고있거든.”

돌이킬수없는잘못을저지른악인
용서받지못한가해자
어쩌면가혹한누명을뒤집어쓴피해자
역경에굴복한패배자
시련속에서스스로를잃어버린얼간이…
지금그녀는어떤사람일까?
끝난듯한이삶은다시시작될수있을까?

■국민상담사에서공공의적으로

임해수는삼십대후반의심리상담전문가다.자신의감정에대해자신할뿐만아니라감정을통제할수있다고믿는다.그러나그날이후,신뢰받는상담사임해수의일상은중단됐다.내담자들에게자신있게조언하던임해수의자리역시사라진다.지금해수가있는곳은모욕의한가운데.세간의구설에오르며대중의비난과경멸의대상이된것이시작이었다.그리고차례로이어진퇴사통보,이별,끝모를자기연민…….일과삶의세계로부터모두추방된임해수의삶은캔슬컬처의면면을보여준다.그녀의존재는한순간세상으로부터‘취소’당했기때문이다.

■보내지못하는편지

세상과담을쌓은채혼란에잠겨있는임해수는매일밤편지를쓴다.자신에게반성과사과를요구하며‘진정한뉘우침’을강요하는사람들을향해쓰는글이다.사과인듯항의인듯,후회인듯변명인듯,그러나그녀는어떤편지도완성하지못한다.완성되지못한편지는끝내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폐기되기를반복한다.시간이지날수록늘어나는것은자기연민과자기합리화의무한반복.그사이에서스스로를잃어가는모습은독자들을죄와벌에대한심오한질문과마주하게한다.어쩌면가장가혹한벌이란스스로를벌해야하는상황이아닐까.밤마다자신을옭아매는원망과울분,학대에가까운자기비하와자기부정으로전쟁이벌어지는임해수의내면과도같은.

■고양이구조하기

편지쓰는시간을제외하면산책하는것이일과의전부인해수의시선에길고양이한마리가들어온다.굶주렸지만사람을경계하는고양이는어딘가아픈것이틀림없어보인다.고양이주변을서성이던해수는고양이의이름이며이길위에서고양이가살아온나날에대해알려주는아이를만난다.그러는동안해수는쉽게구조되지않는고양이와도,이따금만나순무에대해,또일상에대해이야기를나누게되는아이와도조금씩친밀해진다.낯모를존재들과함께하는순간들만이침잠해있는그녀가유일하게마음을터놓는시간이다.그녀는점점더고양이구조에몰입한다.고양이를위험으로부터구조해내는일이막다른길에서방향을잃고멈춰선자신을구조하는일이라도되는것처럼.

■판단하지않는일

누구나살면서잘못을하고,잘못한사람은자신이저지른잘못에대해책임을져야한다.그러나책임져야하는몫과감당해야하는고통의적정량에대해서는누가말해줄수있을까.법의언어가지시하지않는곳에서우리는반성과사과에대해,진정한뉘우침에대해어떤이야기를할수있을까.끝이보이지않는어둠앞에서인간은어떻게자신을벌하고,한편으로는자신과화해하며다시삶을살아낼수있을까.아무도들어주지않는물음을던지고또던지며방황하는사이해수에게도변화가일어난다.어느순간부터해수의일상에서편지쓰는시간이줄어든다.말하고싶은세계에서듣고싶은세계로건너간걸까.그녀의마음에어떤변화가일고있는걸까.

『경청』은모두의비난을받고있는한사람을향해어떤입장도취하지않는다.그저그가자신의삶에서치르고있는대가가무엇인지바라보는관찰자의시선을고집스러울정도로완고하게유지할뿐이다.돌이킬수없는잘못을저지른악인,용서받지못한가해자,어쩌면가혹한누명을뒤집어쓴피해자,역경에굴복한패배자……그러나그고집스러운관찰자의시선속에서우리는그를판단하고싶은욕망을유보하게된다.그를하나의이름으로부르는것을끝내주저하게된다.무엇인가를하는것보다하지않는것이더어렵고,때로는그것이더중요한일일수도있다는생각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