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 (양장)

봄 - 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 (양장)

$18.00
Description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트럼프 이후의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 완간
영국 《타임스》의 문예 부록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선정 “현재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뽑힌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 한국어판이 마침내 완간되었다. 계절 4부작은 브렉시트 이후 격변하는 영국 사회의 현재를 담기 위해 앨리 스미스가 펭귄 출판사와 기획한 야심 찬 프로젝트로, 브렉시트 찬반 국민 투표가 실시된 2016년 첫 권인 『가을』이 출간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 여름 완간되었다. 순환하는 계절이라는 영원불멸한 자연의 시간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급한 현안이 담긴, 각각 독립적인 장편 소설을 집필해 제목에 해당하는 계절에 출간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아이디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토픽이 바뀌고 중대한 이슈가 또 다른 이슈로 대체되는 SNS 시대에 소설이라는 장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제안에 펭귄 출판사에는 ‘계절 4부작 팀’이 꾸려졌고, 원고 입수부터 편집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총력전을 방불케 한 작업이 오 년에 걸쳐 계속되었다. 이 같은 노고가 아깝지 않게 계절 4부작 시리즈는 “최초의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로 자리매김했고, 마지막 작품 『여름』은 최고의 정치 소설에 수여되는 조지 오웰 상을 받았으며, 『가을』은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네 권의 책 모두 앨리 스미스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유수의 언론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영국에서는 그야말로 문학적 현상이 되었다.
저자

앨리스미스

1962년스코틀랜드의인버네스에서태어났다.애버딘대학교를졸업하고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박사과정을밟은뒤1995년발표한단편집『자유연애(FreeLoveandOtherStories)』로데뷔작에게주어지는샐타이어상을수상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기시작했다.1997년발표한첫장편소설『좋아해(Like)』에이어두번째로출간한『호텔월드(HotelWorld)』(2001)는언론과평단의열렬한지지와더불어맨부커상과오렌지상최종후보에올랐고,스코틀랜드예술협회도서상과앙코르상을수상했다.2005년에쓴『우연한방문객(TheAccidental)』역시맨부커상과오렌지상최종후보에오르는동시에휘트브레드상을수상하며앨리스미스의영향력을다시한번실감하게했다.이후이피스신화를토대로재구성한『소녀소년을만나다(GirlMeetsBoy)』(2007)로클레어맥클린상과르프린스모리스상후보에올랐다.2011년『그리고사라진(ThereButForThe)』을발표했으며,2017년‘사계절4부작’의첫권인『가을(Autumn)』을출간해문단과언론으로부터뜨거운찬사를받았다.

목차

1·11
2·157
3·295

감사의말·447

출판사 서평

록다운과혐오,차별의시대
우리앞에활짝문을열어젖히는소설

‘계절4부작’의세번째작품인『봄』은정신적지주이자예술적동지이자연인이었던패디의죽음으로슬픔에잠긴영화감독리처드,이민자추방센터에마법처럼침투해재소자처우를개선한열두살난민소녀플로렌스,우연히플로렌스와함께스코틀랜드행기차에오른추방센터의감시관브리터니의이야기를담고있다.책장을뚫고나올듯이맹렬한헤이트스피치로시작되는『봄』은앞선두작품보다한층어둡고분노에차있으며,절망적인분위기이다.여전히브렉시트이후의영국과트럼프이후의세계에서살아가는것에대해이야기하면서도중점적으로다루는테마는,기후위기까지더해져점점더심각해지는난민문제와사회를양극단으로분열시키는소셜미디어이다.

그러나인간이만들어낸쓰레기더미위에도다시초록의싹은트는법.인간세상에서일어나는일과는무관하게흘러가는계절의리듬,만물이소생하는봄이라는시간속에앨리스미스는치유와희망의내러티브를구축한다.시간을초월해인간인식의지평을넓혀주며타인에대한이해의물길을터주는예술,그리고젊은세대에대한믿음을통해서다.

전작들과마찬가지로『봄』에도사람들사이의벽을허물어마법같은화합으로이끄는어린여성(플로렌스)이등장한다.그러나거기서그치지않고,플로렌스의대척점에선,시스템의악한부분에복무하는또다른젊은여성(브리터니)의이야기를들려줌으로써타인에대한이해와인간성회복에대한실마리를제공한다.그리고여전히,앨리스미스가숭배의마음을바치는예술과예술가들이있다.언제나그렇듯스미스는여성예술가들을전면에내세운다.이번에는사진가이자화가인터시타딘과허구의인물퍼트리셔힐이등장한다.터시타딘의사진작업과거대한구름그림에대해이야기하면서앨리스미스는고착된시각에서벗어나새로운눈으로세계를바라볼것을제안하고,패디를통해난민과이민자들을타자화하지않고우리자신으로대할것을촉구한다.

그리고이모든이야기는곳곳에포진한앨리스미스특유의날카로운위트와언어유희로더욱풍성해진다.다양한레퍼런스로무장한스미스의언어유희는서사에역사적문화적겹과깊이를더하고,간간이터져나오는웃음으로독자를무장해제시킨다.그렇기에전망이부재하다시피한암울한시대를이야기하고있음에도결코절망에머무르지않는다.미술관에서구름그림을보고나온리처드의눈에런던하늘의구름과거리풍경이새롭게다가왔듯,오늘날한국의현실을사는독자들은『봄』에서숨을고르고다시발을내디딜작은힘을얻을것이다.계절4부작의모든작품에제사로인용한셰익스피어는작가가암호처럼심어놓은희망의씨앗이아닐까.“이방인같아요.그런데들고있는것은끝만푸른,시든나뭇가지고요.거기에‘이희망속에서나는살아간다.(inhacspevivo.)’라고붙여놓았네요.”(『페리클레스』중에서)세계각국이국경의벽을높이며자국의이익만을추구하는시대에코로나팬데믹으로록다운으로극단의고립을경험한우리앞에『봄』은문을활짝열어젖힌다.공존과연대의세계로나아가야만한다고,그것만이기후위기의시대에우리가살아남을유일한길이라고.

“손에꼽을만큼최악의봄이야.”
“틀렸어.손에꼽을만큼아름다운봄이야.
그렇게춥더니.이렇게푸르러.”

한때잘나갔던늙은영화감독리처드는슬픔에잠겨있다.멘토이자예술적동지이자연인이었던패디의죽음때문이다.아일랜드노동계급출신인패디는영국으로와서문제적드라마들을집필해성공한시나리오작가이다.젊은시절우연히패디의작품에참여하게된이후로리처드는그녀라는창을통해세상과예술을볼정도로철저히그녀에게의존적이었다.얼마전까지만해도말기암의고통에시달리는그녀를찾아가,최근에들어온작업의뢰를놓고조언을구했을정도다.패디는일찍이자신보다한참이나어린리처드의재능을알아보고직업적으로독려했을뿐아니라아주짧게는연인사이였으며,리처드가이혼후어린딸을만나지못하는걸알고함께하고픈공간에‘상상속딸’을데리고가보라고,그리고딸의시점에서엽서를써서자신에게보내보라고권유하기도하는등그에게지지대같은역할을해준존재다.리처드는장례식에서특별히패디를기리고싶어하지만그녀의아들들에게거절당한다.머릿속에서언제나열한살에머물러있는딸은그에게‘진짜추모가될만한일을하라.’고하고,그는그말에충동적으로스코틀랜드행열차를탄다.

브리터니는영국정부가이민자추방센터의운영을위탁한보안업체의직원으로,수감자관리업무를한다.그녀자신역시이민자출신에유색인종이지만자신의직장에서일어나는일에가책이나회의는느끼지않는다.그런데요즘센터에희한한소문이돌고있다.웬교복차림의여자아이가철통같은보안을유유히뚫고들어가최고책임자를만나재소자들의처우를개선해달라고요구했고,정말로그요구가받아들여지는마법같은일이일어났다는것이다.소문에반신반의하던브리터니는출근길에교복차림의소녀를만나는데,자신의이름이플로렌스라고밝힌소녀는오래된사진엽서속장소에찾아가는것을도와달라고요청한다.소녀가문제의인물임을직감한브리터니는소녀를따라스코틀랜드행기차에오른다.그리고마침내도착한스코틀랜드의기차역에서두사람은선로에누워소동을벌이는리처드를만나고,플로렌스의기지로리처드는경찰에입건되는사태를모면한다.이세사람에기차역앞커피트럭의수상한여인까지합류하고,엽서속장소로향하는여정은새로운국면으로접어든다.

SNS의시대에소설과예술은무엇을할수있는가

“이시대를살아남는방법들이있어요,더블딕씨.그중하나는이야기가되어나오는형태라고난생각해요.”(36쪽)

소설속에서젊은리처드를처음만난자리에서패디가한저말은,SNS시대에작가로서소설을쓰는앨리스미스의자기선언으로읽힌다.원래도실험적형식의서사를추구하던작가이지만『봄』은유독그런경향이두드러지는작품이다.SNS에서유통되는언어들을그대로‘복붙’한것같은페이지,소셜미디어서비스업체의광고글을마치네거티브인화한듯비틀린언어로패러디한페이지,이제는인터넷뉴스댓글창에서흔하게접할수있는혐오와차별의언어가숨가쁘게이어지는페이지,전설,민담,존재하지않는소설과존재하지않는시나리오의발췌문,그리고시점과시간과공간을종횡무진바꿔가며서술되는주인공들과그를둘러싼이야기들이세련된기법으로유기적인콜라주를이룬다.그러나이소설이세태의스케치에그치지않는것은파격적형식을아우르며시대를조망하는작가의시선때문이다.앞선두작품과마찬가지로,앨리스미스는양극단으로치닫는이혼돈의시대에(비록대척점에서있다할지라도)타인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직접대면할것을강건하고도유머러스한목소리로주문하고,오늘이곳을사는우리에게절실한위안을건넨다.이모든혼란을하나로통합해주는봄은기후위기의시대에도매년찾아올테고,“시간의공장안에서윙윙발동을걸며”새생명은어김없이다시태어날테고,그렇게우리는다음세대에희망을걸수있을것이다.그리고그것만이이시대를사는우리가가질유일한윤리적태도일것이다.

겨울에는예수공현대축일이있다.봄이주는선물은다르다.
죽은신들이부활하는달.
프랑스혁명력에서는3월의마지막날들이제르미날이된다.근원으로,씨앗으로,만물의출발점으로돌아가는달.아마그래서졸라는희망없는희망에대한소설에이처럼혁명적인제목을붙였을지모른다.
위대한연결체인봄의혼란한,마지막달4월.
꽃피는덤불이며나무를지나칠때,어찌듣지않을수있을까.시간의공장안에서윙윙발동을걸며어느새새생명이솟아나는소리를.(444~4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