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wins,도리와지나
“지나처럼웃고싶다고생각하다가나도모르게입을맞췄다.차갑고따뜻했다.거칠고부드러웠다.추위도허기도불행도재앙도모두우리의키스에놀라자취를감춰버렸다.”
재난이가져다준단하나의선물같은만남.도리와지나는아주조심히그사랑을정의해나간다.일상이송두리째삭제된폐허속에서피어난사랑은“우리만의이야기를새로쌓을”기회일지도모른다고말한다.이들이믿는희망은바이러스를피할완벽하게안전한벙커가아닌,불행에지지않고살아가는현재다.이사랑의목표는과거의상처에붙들리지않고미래의불안에잡아먹히지않는것이다.이사랑의다짐은지금눈앞에있는서로의얼굴을똑바로보겠다는견고한약속이다.
가난한일상에사랑을미뤘던,류와단
“한국에서는그러지못했다.소중한사람을미뤘다.내일이있으니까.다음에하면되니까.기나긴미래가있다고믿었으니까.이제그럴수없다.(……)미루는삶은끝났다.사랑한다고말해야한다.”
재난이전,류와단의일상은오로지관성에의해돌아갔다.삶에꼭필요한돈을버느라대화를,포옹을,칭찬과감사를잊었다.재난이후,그들은사랑하는딸해림을잃고애도의기회를박탈당한채한국을떠나야만했다.일상이무너지고권태의고리가끊기자류는비로소미뤘던사랑을돌이켜본다.방향도목적도없이내내달리던자동차가멈춘어느날,류는단에게결혼생활내내한번도하지않았던이야기를꺼낸다.
재난이전의한국에서는꿈이없던,건지
“살면서단하나만선택해야한다면난언제나권지나.지나에게가는길이라고생각하면어떤경우에도힘이났다.내겐꿈이있고그꿈은아직완성되지않았다.”
건지에게는한국에서의일상도생존이었다.집에는엄마와건지를때리는아버지가,학교에는건지를때리는동급생들이있었다.바이러스가창궐한마을에서떠나지않고그대로죽겠다고마음먹은건지를탑차에태운사람은지나였다.지나의손에이끌려피난길에오른건지는1년내내따뜻한바다를꿈꾼다.그곳에서물고기를잡고나무열매를따며사랑하는사람과살아가는것이다.재난이후,처음으로마음속에소중한꿈을품은건지는따뜻한바다에도착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