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 오늘의 젊은 작가 39 (양장)

엉엉 - 오늘의 젊은 작가 39 (양장)

$14.00
Description
“비가 그쳤다는 걸 알았을 때 울음도 멈췄다.
반대일 수도 있다.”

‘본체’가 빠져나간 뒤 흐르는 원인 모를 눈물,
그리고 시작된 그치지 않는 비
내가 울 때마다 왜 세계도 함께 우는 걸까?
소설가 김홍의 신작 장편소설 『엉엉』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홍은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등을 통해 엉뚱하고 널뛰는 상상력과 독특한 사유와 신념이 빛나는 작품 세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무용해 보이는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인생을 거는 인물, 우연히 마주한 게르마늄 목걸이를 통해 좌절을 극복하고 행복을 만끽하는 화자,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희대의 총기 사건 등 김홍의 서사는 무모한 속도로 내달리면서도 현실과 서사의 틈을 통해 번뜩이는 사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신작 장편소설 『엉엉』은 시도 때도 없이 원인 모를 눈물을 흘리는 화자의 이야기다. 어느 날 ‘본체’가 자신을 떠나간 이후로, 흐른다는 자각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내가 울 때마다 하늘에서도 비가 내린다. ‘나’의 눈물과 전국적 호우라는 기이한 접합 관계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소설 『엉엉』에서는 감히 예상할 수 없는 기묘한 일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화자의 눈물로부터 출발한 김홍의 소설이 뜻밖의 모험을 향해 멀리 내달릴 수 있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슬픔에 매몰되어 무너지기보다, 자신이 슬픈 와중에도 상대의 슬픔을 헤아리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문을 쓴 강보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엉엉』은 “우리가 울음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쓰인” 소설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울지 않을 수 있어서” 시작된 소설이다. 슬픔에서 시작된 기이한 모험에 함께해 보자. 어느새 세계가 감추고 있던 수많은 표정들이 고개를 들 것이다.
저자

김홍

1986년서울출생.201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우리가당신을찾아갈것이다』,장편소설『스모킹오레오』가있다.‘힐사이드클럽’에서활동.

목차

엉엉7

작가의말215
발문_미래가너무가까이있다_강보원(시인·문학평론가)219

출판사 서평

■본체를잃어버린사람들

어둡고습한여름밤,‘나’는‘본체’를잃어버렸다.더위와악몽을고스란히견디던밤에본체는내게서스르르일어나이제는때가되었다는듯캐리어를꺼내어짐을챙겨떠나버렸다.본체가빠져나갔다고해서‘나’의삶에변한것은없었다.‘나’는똑같은일터에나가고,같은메뉴의식사를했으며귀갓길에는늘그렇듯‘나’를기다리는고양이에게밥을주었다.단하나달라진점이있다면시도때도없이눈물이주룩주룩흐른다는것.본체가제방을막고있던코르크라도되었던것처럼,‘나’는매일같이이불을갈아야할만큼많은양의눈물을흘린다.‘나’의명의로된카드를사용했다는문자메시지알림만이생존여부를알릴뿐감감무소식이던본체는5년만에‘나’에게연락을취한다.곧인천공항으로입국예정이니3시쯤마중을나와달라는요청이었다.본체를따라간곳에머물고있는수많은사람들.‘나’는곧그들이‘나’처럼본체를잃어버린자들이라는것을깨닫는다.‘나’는혼자매일밤눈물을흘리는대신,그들의기묘한프로젝트에함께하기로한다.

■NG모음처럼이어지는삶

본체와재회한뒤거짓말처럼닥쳐오는괴이한사건들.그런데‘나’는매번당황하는대신,맡은역할을묵묵히수행하는배우처럼맞닥뜨리는일마다가뿐히지나친다.갑작스럽고황당한사건들앞에서‘나’는어떻게이토록침착한걸까?“내삶이NG모음으로끝나기를바란다.방금싸우던사람도그때는같이웃는다.(……)지금까지당신이본건현실이아닙니다.”라는문장은‘나’가현실을바라보는시선에어떤소망이섞여있는지짐작게한다.이모든황당하고억울한일들은연극과같이연출된것이고,이것들이다지나가고나면언젠가내가주인인진짜현실이찾아올것이라는희망.희망은요원해보이는데도침착함을잃지않는‘나’는마치끝나지않는영화에갇힌배우같다.다지나갈것이라는‘나’의바람이무색하게도지독한현실은계속된다.도무지끝이나지않을것만같다.

■최후의퍼즐조각,친구들

“우리는사실친구만있다면무엇이든할수있다.무엇보다친구는생각을바꾼다.등산을싫어하는사람이산에오르게만들수도있을정도다.”라는강보원평론가의말처럼,친구라는존재가주는힘은강력하다.수많은사건들이‘나’를지나쳐가도친구는변함없이자리를지킨다.친구는스스로변하는대신‘나’주변의것들을조금씩바꾼다.지독한소란들앞에서도마냥무덤덤하던‘나’는본체를따라간곳에서만난사람들,동사무소의‘슬사모’(슬픈사람모이세요)에서만난친구‘동그람’과같이친구라여기는사람들앞에서는생생한감정을내비친다.섭섭해하고,위로받고,걱정한다.친구들역시본체가빠져나간자리를채우듯‘나’의곁에머문다.소설의끝에서과연‘나’는울음을그칠수있을까?‘나’를지나쳐간것들과‘나’에게영원히남아있는것에는무엇이있을까?『엉엉』은빠르게변해버리는것과영원을사모하는것,둘사이의아득한거리를하염없는눈물로잇는다.『엉엉』을경유하여각자의영원에대해골몰해보아도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