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 오늘의 젊은 작가 40 (양장)

급류 - 오늘의 젊은 작가 40 (양장)

$14.00
Description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상처에 흠뻑 젖은 이들이 각자의 몸을 말리기까지,
서로의 흉터를 감싸며 다시 무지개를 보기까지
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 단 하나의 사랑론
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급류』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0번으로 출간되었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러 갔던 도담이 한눈에 인상적인 남자아이 ‘해솔’이 물에 빠질 뻔한 것을 구하러 뛰어들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운명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첫 만남 이후 둘은 모든 걸 이야기하고 비밀 없는 사이가 되지만, 그 첫사랑이 잔잔한 물처럼 평탄하지만은 않다. 모르는 사이에 디뎌 빠져나올 수 없이 빨려드는 와류처럼 둘의 관계는 우연한 사건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어느 날,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 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이에 화가 난 도담은 그 둘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그날 이후, 진평에서 오직 서로가 전부이던, 나누지 못할 비밀이 없던 도담과 해솔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다.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 그 날, 그 밤 도담과 해솔은 어떤 일을 겪게 된 걸까?
저자

정대건

2020년장편소설『GV빌런고태경』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고,소설집『아이틴더유』를출간했다.다큐멘터리[투올드힙합키드]와극영화[사브라],[메이트]를연출했다.

목차

1부7
2부73
3부187
4부275

작가의말297

출판사 서평

헤어짐이후의나날

열여덟.그들은그날그밤의사건을덮어둔채,가족의손에이끌려작별하게된다.사랑하는사람들을한번에잃게된악몽같은순간을매일복기하며서로다른성격으로,다른마음가짐으로그날이후의시간을보내게된다.사랑하는가족이남긴거대한물음표를지닌채사랑을믿지못하게되거나,혹은더이상사랑하는사람을잃을수없다는생각에죄책감을품고죄인처럼살아가는것이다.스물하나.시간이흘러두사람이우연히재회했을때,도담과해솔의상처는아직아물지못한채다.기적적으로다시만나연인이되지만이들의관계는절뚝거리고위태로워보인다.그들은이사랑이죄책감때문인지진짜사랑인지혼란스러워하며,지난불행을잊기위해이번에는반드시행복해져야한다는강박에시달리고,서로의얼굴을보면진평에서의그날이떠올라서로를똑바로보지못한다.소설은같은트라우마를지닌채헤어졌다가다시만난도담과해솔이같은상처를어떻게다르게지나가는지,어떻게다시한번서로를사랑으로선택하는지를그려낸다.충격적이지만보편적인사랑이야기이자,애틋한사랑이야기인동시에낭만적이기만하지는않은복잡하고깊은물같은이야기다.

다시손을잡기까지

시간이흐르며그들이마주하게된사랑과진실들은각기다른유속과방향으로흐르는물처럼한가지가아니지만,각자의물살에따라살아가던도담과해솔은몇번이고서로를향한끌림,애처로움과죄의식,그리고사랑하는마음을느낀다.사랑을이루는감정은하나가아니며,그러므로사랑의성질역시다이아몬드처럼순정한한가지가아니라시간의흐름에따른여러감정이축적된퇴적암에가까울것이다.이처럼『급류』는우리가누군가를사랑하게되는일이단한가지모양이아닐지모른다고이야기하는소설이다.사랑에눈뜨고,배신당하고,사랑을믿고,믿지않고,사랑에빠지기를두려워하거나혹은그럼에도다시사랑을해보려는이들이이소설에는등장한다.언제나잔잔할것만같던수면이한순간예상치못한깊이와속도로깊고거세지는물같고,따뜻하게쬘줄만알았던불꽃이순식간에다가가지못할정도로뜨겁게치솟는불같은것.그만큼예상치못한사랑의성질을우리는어느정도까지깊이경험할수있을까?용감하게몸을던져깊은물의바닥까지,뜨거운불의안쪽까지들어갔다나온사람들의이야기를읽으며우리는사랑을한뼘더가늠해볼수있게될것이다.

추천사

백온유(소설가)
잠잠히흐르던한사람의삶은예상치못한급류에의해일순간변하고만다.가장사랑했던사람이삶에가장거대한물음표를남기고떠난다면,우리는그무게를견디고앞으로나아갈수있을까.자신을‘불행의상징’으로바라보는사람들틈에서자신의삶을온전히받아들일수있을까.자신을벌하려는마음으로가득한삶은과연평온을찾을수있을까.『급류』를읽으며모든걸휩쓸고망가뜨린급류도언젠가는반드시잠잠해진다는진리를어렴풋이이해할수있었다.어떤상처는극복하는것이영원히불가능하다여겨지기도하지만,물살에휩쓸려몇번이고서로를놓친이들이다시만나서로를어루만지는회복의이야기를읽으며,서로의구명환이되어주는관계를보며나는마침내과거의상처를직면하는자의용기를배웠다.도저히회복의가능성을찾지못하고막막한어둠속을지나고있는이들에게내가경험한『급류』속위로와용기를나누고싶다.

이옥섭(영화감독)
이소설을읽고종일사랑만생각했다.이둘이다시사랑할수있을까.도담과해솔이만들어낸우글쭈글한사랑의모양을마주하다보면살날이얼마남지않은것처럼사랑하고싶어진다.

책속에서

도담은한소년과자꾸만눈이마주쳤다.진평강에열을식히러온사람들사이에서한눈에도담의눈길을끄는소년이있었다.낯선얼굴.하얀피부에잡티도없이매끈한몸.세상의모든것에호기심을품은듯한크고맑은눈동자.도담은소년을빤히바라봤다.시선을느꼈는지소년도도담을물끄러미건너다봤다.무안해진도담은뭘보냐는듯눈썹을치켜올렸다.눈싸움에서진소년은도망치듯물로들어가버렸다.
-15쪽

해솔도도담을따라물속에들어갔다.계곡물은얼음장처럼차가웠다.정말수면에서몸이빨려들어가는듯한소용돌이를느꼈다.잠수해있는도담을향해3미터쯤되는용소바닥까지내려갔다.해솔은너도빨려들어가는기운을느꼈냐는듯눈을크게뜨고도담을봤다.고개를끄덕이며도담이웃었다.해솔도웃었다.세상에둘만있는것처럼느껴졌다.(……)해솔은아직까지한번도닿아보지않은도담의입술에입을맞추고싶었다.해솔이가까이다가가자도담이손을뻗었다.둘은물속에서잠시손깍지를꼈다.
-33쪽

“도담아,두사람이사랑에빠진걸수도있잖아.”
해솔은도담을달래듯조심스레말했다.마치그것은어쩔수없는감정이고그렇기에면죄부를받을수있는것처럼.
“그래서,축복이라도하라는거야?”
도담이코웃음쳤다.누군가는사랑이교통사고같은거라고했다.그래,교통사고낼수도있다치자.그런데책임도안지고벌도안받으면그건뺑소니잖아.가족을속이고상처입히는게사랑이라면도담은사랑을인정할수없었다.온힘을다해서찌그러트리고싶었다.
-63쪽

도담은거대한물음표로남겨진창석을원망했다.창석과미영은서로를정말사랑했나아니면그저욕망에도취한불장난이었나.그둘은어떻게다른가.대답을해줘야할창석은이제없었다.해솔도사라졌다.모든게제자리에있던것같은삶에갑자기너무큰상실이한꺼번에들이닥쳐도담은정신을차릴수없었다.
도담은내내해솔의연락을기다렸다.분명연락하겠다고했다.휴대폰이없는해솔이이사간곳을모르니연락을기다리는수밖에없었다.해솔이보고싶은동시에,고아가된해솔의기분같은건떠올리고싶지않았다.너무아팠다.결국화살은자신에게돌아왔다.항상품어온불안이현실이된끔찍한기분.이모든게자신이습관처럼했던불길한상상탓인것같은죄책감.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