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뒤에 쓴 유서 - 오늘의 젊은 작가 41 (양장)

달력 뒤에 쓴 유서 - 오늘의 젊은 작가 4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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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이 ‘나’의 인생을 쓴다면 ‘나’는 그 삶에 대해 쓴다
불화하던 두 세계가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로 번진다
민병훈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민병훈 작가는 2020년 출간된 소설집 『재구성』과 2022년 출간된 『겨울에 대한 감각』을 통해 죽음과 상실 등 인간 내면에서 자라는 근원적 어둠을 ‘언어’적으로 형상화한 이미지와 분위기만으로 전달하며 실존적인 헤맴을 그리는 일에 도전해 왔다. 멀리서 바라보고 윤곽을 파악하는 앎의 감각 대신 가까이 다가서며 잃어버리는 무지의 감각을 쌓아 올리는 그의 소설은 ‘언어라는 현실’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만나는 비현실적 체험을, 이른바 문학적인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그러나 작가는 『달력 뒤에 쓴 유서』에 이르러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인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지난 소설들에 빠짐 없이 등장했던 죽음의 그림자가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구체적 사건으로 등장하며, 이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면하고 유예해 왔던 한 관점의 일대 변화를 의미하는 이번 소설이 지난 소설들에 대한 ‘다시 쓰기’인 동시에 지난 소설들과 ‘다르게 쓰기’를 보여 주는 작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소설의 핵심에는 ‘사건’으로서의 죽음이 없다. 작가는 기억하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통해 작품의 집필 의도와 실제로 쓰이는 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 의도한 것과 의도되지 않은 결과의 작용을 날 것 그대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소설적 글쓰기의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노출인 동시에 고통을 삼키는 인간 내면의 적나라한 노출이기도 하다.
인생은 때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우리 삶에 개입해 지금까지의 행로를 변형시킨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건과 사고는 예고 없이 들이닥치며, 불쾌한 이 방문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약한 인간은 불행에 제압되지만, 약하기만 하지 않은 인간은 그날을 회상하며 자기 인생을 쓰기 시작한다. 삶이 내 인생을 쓴다면, 나는 그 삶에 대해 쓴다. 과거를 향해 고되게 반복되는 질문을 받아쓰는 행위야말로 소설적 글쓰기의 본령이며, 또한 삶을 살아내는 인간의 본령일 것이다. ‘나’와 삶이 함께 쓴 결과물로서 『달력 뒤에 쓴 유서』는 상실과 회복이 반복되는 우리 인생의 치열하고도 우아한 순환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줄거리
학창시절 자살한 아버지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는 그 시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상황을 해독하지 못한 채 성장해 소설가가 된다. 글 쓰는 삶을 후회하지 않는 한편, 좀처럼 자신의 소설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 그 시절이 자리하고 있지만 어떤 글도 그 시절을 관통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을 해결하려는 듯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쓴다. “아버지는 오래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원하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완성된 소설이란 무엇일까. 과거를, 소설을, 마침내 세계를 직면하는 순간, 그가 쓴 글이 그를 쓰기 시작한다.
저자

민병훈

2015년『문예중앙』에단편소설「버티고vertigo」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재구성』『겨울에대한감각』,장편소설『달력뒤에쓴유서』가있다.

목차

1부7
2부135
작가의말157
추천의말159

출판사 서평

■불행을소설로쓰는일

학창시절경험한아버지의자살은‘나’에게깊은영향을준다.그러나우리는자신을지나간사건이자신에게남긴흔적이무엇인지다알지못한다.소설가가된‘나’는그동안자신이시도한모든헤맴의뿌리에그죽음이있다고생각하고,그사건이자신에게이식한것이무엇인지해명하고자글을쓰기시작한다.그러나작가는구체적인사실의조각을모으는일이만족스럽지않다.따라서아버지의죽음을함께경험한어머니를이일에동참시키지않을뿐만아니라관련된사실의자료들을모으려하지도않는다.반면‘나’는구체성,사실성없는이야기,불완전한기억에의지한상상이지닌허약함에대해서도인지한다.이제어느쪽으로도선택할수없는‘나’는이불행을어떻게써야할까.그것은글쓰기에대한질문만은아닐것이다.이불행을어떻게이해하고받아들이며살아야할것인지,곧삶에대한질문이기도하기때문이다.

■밀려오는기억들앞에서

소설전반에아버지의죽음이있되사건은소설의핵심에서멀리있다.화자는그시절을더완벽하게기억하기위해그시절살던고향을찾아가보기도하지만기억의일이복원도복구도아니라는것만확실해진다.기억은단지그사건이실재했음에대한증거일뿐,회상이불러내는것은‘죽음의현장’만이아니다.오히려독자들이보기에화자의행위와그행위가촉발시키는결과들은죽음과무관해보이는사실들이다.화자는무작위로등장하며소설의흐름이방해하는기억들을태연하고담담하게받아들인다.자신이떠올리는것들이자유롭게떠오를수있도록내버려두는화자는밀려올기억과다가올문장들을기다리는것처럼보이기까지한다.이과정이야말로그동안자신을억압해왔던‘회피’에대한저항이라는듯.삶도죽음도보거나보지않는결정만이있을뿐이라는듯.

■내기억의박물관

『달력뒤에쓴유서』는가족상실모티프를중심으로한자전적소설이자공백으로남은한시기의자신을찾아나선여행소설인동시에소설이란무엇인가에대한메타소설이기도하다.다층적인작품의특성을반영하듯다양한언어로표현되는언어들은소설의흥미를배가시킨다.메모,편지,심문,전화통화,대화등은내기억의박물관에보관된기록물들로,특히독백으로남은대화들이보여주는공백의미학은이소설의분위기를느슨하면서도정확하게묘사한다.‘나’는이모든기억들과마주하며이소설의도착지이자한비극의목적지를향해나아간다.그것은‘나’와함께남겨진자,어머니의마음속이다.어머니에게‘나’는어떻게기억되고있을까.이소설의2부는,자신의불행을소설로쓰는일,나아가자신의불행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방법에대한최선의결말이자아름다운결말이라할만하다.독자들에게도이결말은자신에게다가올생의다음문장을위한아름다운2부가되어줄것이다.

줄거리

학창시절자살한아버지의기억에서자유롭지못한‘나’는그시절자신을둘러싸고있던상황을해독하지못한채성장해소설가가된다.글쓰는삶을후회하지않는한편,좀처럼자신의소설에만족하지못하는‘나’는지금까지쓴모든글에그시절이자리하고있지만어떤글도그시절을관통하지못한다고느낀다.그러던어느날‘나’는더이상미룰수없는과업을해결하려는듯이렇게시작되는글을쓴다.“아버지는오래전스스로목숨을끊었다.”‘나’는원하는소설을완성할수있을까.완성된소설이란무엇일까.과거를,소설을,마침내세계를직면하는순간,그가쓴글이그를쓰기시작한다.

추천사

글을쓴다는건자신을파헤치고또파헤치면서잠정적으로찾아낸답을통해계속해서질문하는행위이기도할것이다.우리는이책에서서술자를따라그가경유해온타자들을,세계를이해하려는시도를지켜본다.이해하고나면마침내가닿게될까?그의어머니는아들의문장을읽게될까?언젠가는그렇게될것이다.혹은,이미가닿았을지도모르고,읽지않아도이해할수있을지모른다.시도하고있기때문이다.
-한유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