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박대겸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박대겸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그러니까, 나 혼자 살아 보겠다고
다른 세계로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일주일 후 인류를 몰살하겠다는 외계인의 경고!
그러나 무너지기에는 너무 견고한 우리의 일상,
그 안에서 나타난 어느 평범하고 친근한 영웅의 분투
소설가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대겸은 그동안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등의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안팎으로 요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능수능란함을 발휘해 왔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박대겸은 인물들을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놓아둔다. 멸망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황폐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주인공은 가뿐함을 잃는 법이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거나 경직된 비장함을 갖추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듯한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다. 평범하고 명랑한 주인공, 즉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어느새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덩달아 가벼워진 리듬으로 하루를 또 살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대겸

저자:박대겸
소설가.장편소설『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부산느와르미스터리』,소설집『픽션으로부터멀리,낮으로부터멀리』등이있다.

목차


D-77
D-619
D-430
D-350
D-270
아직D-284
또한번……D-2111
계속되는D-2117
저물지않는D-2137
끝으로치닫는D-2151
끝나가는D-2183
D-1198
D-Day220

작가의말229
추천의글_김희선(소설가)232
추천의글_최가은(문학평론가)236

출판사 서평

절멸을앞둔자들의태연한얼굴

일상은힘이세다.반복적인일과의관성은엄중한지구멸망예고마저뒷전으로만들어버린다.지구에서약108만광년이떨어진행성에서왔다고자신을소개한셀타드리온느는유튜브영상을통해인류의0,0001퍼센트만남기고모두말살하겠다는계획을발표한다.인류에게주어진유예기간은단일주일.주인공지민역시전세계를떠들썩하게만든외계존재의영상을몇번이고본뒤였으나다시밝은하루는어제와변함이없다.탁구동아리내토너먼트대회에참여하고,라멘가게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오래된친구들과만나시간가는줄모르고대화를나눈다.하루,이틀,사흘,예고일은다가오지만구원자는없다.모든것을포기해버린폭도나약탈자도없다.작전본부나군대도없다.『외계인이인류를멸망시킨대』의인물들이보여주는,비장하기는커녕우물쭈물우왕좌왕너무도일상적인얼굴들은절멸을앞두고지어보일수있는가장진실한표정일지도모른다.

느린영웅

난세에나타나세계를구하는영웅이있다면그가지녔을영웅적자질은뭐라고설명할수있을까.주인공지민은다른인물들과마찬가지로관성적인하루를살아내면서도때때로고민에빠진다.‘달리할일이없는것은사실이지만,며칠뒤면99.9999퍼센트는다사라지고만다는데,이대로괜찮은걸까.’이고민은지독한감시관처럼지민의머릿속을떠날줄모르고어느새지민의고민은다음문장으로이어진다.‘어쩌면나혼자라도할수있는일이있지않을까?’그러자우연인지필연인지모를순간들이뒤따른다.집앞에서마주친친구루리코는평범한우리가할수있는일이있으리라생각한다는말을중얼거리고,헤어진애인연호수는이세계에서도망칠수있는방법을알아냈다며지민에게10개월만에연락을한다.갑작스레밀려든우연혹은필연은어떤길을갈지골라보라며지민을독촉하는것만같다.만남들의의미를오래도록되새겨보는지민은언뜻분초를다투는순간과는어울리지않게꾸물거리면서도분명어디론가나아가고있다.일상의관성을유지한채로,심드렁하고우물쭈물하는일상의표정또한잃지않은채로.

가벼운것을무겁게,무거운것을가볍게

『외계인이인류를멸망시킨대』는전복을거듭한다.절멸예고가일상의관성앞에서제힘을발휘하지못하는가하면,평범한대학생이난세의영웅이할법한고민에휩싸이기도한다.그렇게소설은가벼운것은무겁게,무거운것은가볍게만들며예고된7일을하루씩착실히지워나간다.이때박대겸의문체는전복이라는형식을공고히하는훌륭한도구가된다.“일주일뒤에일어날일을진지하게걱정한다기보다는,일어날지일어나지않을지확신할수없는일종의이벤트처럼여기고있다는생각도들었다.”라는문장처럼,박대겸은멸망앞에이벤트라는단어를가져다놓는다.주인공의고뇌와중얼거림은심각하고진지해지는것을경계하기라도하는듯표면에서상공으로통통튀어오른다.어두운운명도부침개뒤집듯가뿐히메칠기세로돌진하는문장들의에너지는어느덧읽는이에게도전달되어있을것이다.우리는이소설이보여주는숱한전복을고스란히우리의하루에적용해볼수도있다.각자의앞을가로막은장벽이있다면그것이무엇이든『외계인이인류를멸망시킨대』의문장들을타고훌쩍뛰어넘어보자.외계존재의말살선언앞에서도끝없이돌진하는지민의기세처럼,박대겸의문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