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더 용감하지

밤엔 더 용감하지

$13.00
Description
● ‘퓰리처상’을 받은 성공한 교수이자,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홀린 마녀”
20세기 미국 대표 시인 앤 섹스턴의 시선집 『밤엔 더 용감하지』가 ‘세계시인선’ 2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대표작 여섯 권 중에서 특히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예순여덟 편을 모았다. 미국 시문학사에서 앤 섹스턴은 실비아 플라스 등과 더불어 ‘고백시파(Confessional Poetry)’에 속하며,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더불어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7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인기 시인으로서, 하버드대학교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파이베타카파클럽’의 최초 여성 명예회원이며, 보스턴대학교에서 정교수로 문학을 가르친 성공한 작가다.
그러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모델 경력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에 작가적 재능까지 갖추었지만, 평생 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앤 섹스턴의 시가 아직도 매력을 발산하는 힘은 이처럼 “고통과 고혹이 동시에 공존하는” 데에 있다. 안정과 소외, 자유와 불안, 갈망과 상실 사이에서 오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그 누구보다도 몸소 체험하고 과감하게 표현해 냈다. 이 점이 당대 작가로서 성공한 요인이면서, 동시에 지금 한국 독자에게도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가 된다.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
검은 대기에 출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
악마를 꿈꾸며 나는 평범한 집들
너머로 휙휙 불빛들을 타고 다니지.
외로운 존재, 손가락은 열두 개, 정신 나간,
그런 여자는 여자도 아니겠지, 분명.
나는 그런 여자 과야.

숲속에서 나는 따뜻한 동굴들을 발견했고
동굴을 프라이팬, 큰 포크들과 선반들,
벽장, 실크, 셀 수 없는 물건들로 채웠지.
벌레와 요정들에게 저녁을 차려 주고,
훌쩍이며, 어질러진 걸 다시 정리했지.
그런 여자는 이해받지 못해.
나는 그런 여자 과야.
-앤 섹스턴, 「그런 여자 과(科)」, 『밤엔 더 용감하지』에서
시인은 자유롭기 때문에 이해받지 못하지만 평범한 삶에서 일탈해도 사회가 요구하는 옷을 완전히 벗어 던지지 못하는 죄책감과 자괴감 사이에서 분열을 겪는 자아를 ‘홀린 마녀’로 표현한다. 정은귀 영문학자는 시인의 ‘마녀’ 상징에 대하여, “마녀는 미국 역사의 가장 심란한 부채의식을 자극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저자

앤섹스턴

AnneSexton,1928-1974)
20세기미국시문학사에서실비아플라스,에이드리언리치등과더불어여성의이야기를대범하게그린작가.
매사추세츠주의중산층가정에서태어났으나엄격한훈육과정서적결핍으로행복한어린시절을보내지못했고,평생우울증,양극성장애,죽음충동과맞서싸워야했다.아내이자엄마,가정의천사로서여성의역할이중시되던시기에,몸에대한예민한인식,성,섹스,자살,낙태,불륜,욕망,정신질환등그동안시에서잘다루지않던금기된소재를과감하게드러내어큰공감을얻었다.시집『살거나죽거나(LiveorDie)』로‘퓰리처상’(1967년)을받았고,시인으로서빛나는성취가운데있었으나아쉽게도마흔여섯의나이에죽음을택한다.
‘홀린마녀’처럼시대의금기와씨름하며걸어온삶의길에서시가생을지탱하는치료제였고힘이었다.가부장제의틀속에매여있으나마음은새로운영토를꿈꾸는여성들,사랑을받고사랑을품어나누어주는엄마이자딸로살아가는여성들의속울음과갈망과상실의목소리를이토록생생하게그려낸시인은시문학사에서많지않다.앤섹스턴은지금시대우리가경청해야할여성의목소리,시의목소리이면서동시에주어진생에정직하게최선을다한삶의목소리다.

목차

1부베들럼으로가는길과돌아오는길일부(I960)
당신,마틴선생님YOU,DOCTORMARTIN
친절님:이숲들은요KINDSIR:THESEWOODS
하루하루영광에서찢겨져서TORNDOWNFROMGLORYDAILY
엘리자베스떠나다ELIZABETHGONE
시인이분석가에게말했다SAIDTHEPOETTOTHEANALYST
그런여자과(科)HERKIND
대학교선술집벽에있는어느할머니의초상화PORTRAITOFANOLDWOMANONTHECOLLEGETAVERNWALL
농부의아내THEFARMER’SWIFE
추방자들THEEXPATRIATES
그것이무엇인지WHAT’STHAT
돌아오는길THEROADBACK
기다리는머리THEWAITINGHEAD
더블이미지THEDOUBLEIMAGE

2부내모든어여쁜것들(1962)
망자들이아는진실THETRUTHTHEDEADKNOW
내모든어여쁜것들ALLMYPRETTYONES
어린날YOUNG
비통LAMENT
큰성취를이룬친구에게AFRIENDWHOSEWORKHASCOMETOTRIUMPH
별이빛나는밤THESTARRYNIGHT
애가에맞서는저주ACURSEAGAINSTELEGIES
낙태THEABORTION
탐욕스러운이들에게자비를WITHMERCYFORTHEGREEDY
늙음이란OLD
사형집행자THEHANGMAN
가정주부HOUSEWIFE

3부살거나죽거나(1966)
그리고내여인에게하나ANDONEFORMYDAME
익사따라하기IMITATIONSOFDROWNING
엄마와잭과비MOTHERANDJACKANDTHERAIN
천사와사귀기CONSORTINGWITHANGELS
사랑노래LOVESONG
남자와아내MANANDWIFE
그시절……THOSETIMES……
두아들TWOSONS
실비아의죽음SYLVIA’SDEATH
미치광이의해를위하여FORTHEYEAROFTHEINSANE
마흔의월경MENSTRUATIONATFORTY
죽고싶어서WANTINGTODIE
조그맣고단순한찬가ALITTLEUNCOMPLICATEDHYMN
1958년의자신SELFIN1958
자살메모SUICIDENOTE
살거라LIVE

4부사랑시편들(1969)
접촉THETOUCH
키스THEKISS
젖가슴THEBREAST
많은심장을가진남자의심문THEINTERROGATIONOFTHEMANOFMANYHEARTS
그날THATDAY
내자궁을찬미하여INCELEBRATIONOFMYUTERUS
아내에게돌아가는내사랑에게FORMYLOVER,RETURNINGTOHISWIFE
단한번JUSTONCE
다시또다시또다시AGAINANDAGAINANDAGAIN
당신들모두는다른여자의이야기를알아YOUALLKNOWTHESTORYOFTHEOTHERWOMAN
외롭게자위하는이의노래THEBALLADOFTHELONELYMASTURBATOR
미스터내거MR.MINE

5부어리석음에관한책(1972)
그야망의새THEAMBITIONBIRD
마음의의사THEDOCTOROFTHEHEART
아OH
엄마와딸MOTHERANDDAUGHTER
마누라때리는남자THEWIFEBEATER
폭파범THEFIREBOMBERS
외다리남자THEONE-LEGGEDMAN
암살범THEASSASSIN
다른하나THEOTHER
그침묵THESILENCE

6부머시가45번지(1976)
음식FOOD
아이있는여자THECHILDBEARER
그모험THERISK
홀로눈뜨는WAKINGALONE
그사랑을죽이며KILLINGTHELOVE

작품에대하여:더이상의비명은없을거야
옮긴이의글:더용감해지는일

출판사 서평

●‘시’는시대의감옥을깨부수는무기다

1차세계대전을겪은이후유럽사회는개성이빛을발하는모더니즘이꽃을피웠고,미국도20세기초에는이러한영향을받았다.그러나2차세계대전참전이경제적풍요를가져오자,1950년대미국에서는정치적으로는매카시즘열풍이,경제적으로는자본주의가주도권을휘두르며획일적인가치관이자리잡기시작했다.사회적으로‘아메리칸드림’은백인남녀가결혼해서교외의번듯한집에서아이둘을기르는가정을의미했다.그런데이러한중산층신화는여성에게보수적인어머니상을강요했고,그래서획일적인가치관에순응하지못하는여성은죄의식에시달리게되었다.

어떤여자들은집과결혼한다.
그것은또다른종류의피부다.그것은심장,
입,간,그리고똥을갖고있다.
벽은영구적이며분홍빛.
보아라,그녀가종일무릎을꿇고앉아
어찌나성실히자신을씻어내리는지.
남자들은웅크린요나처럼완력으로
그들의풍만한어머니들속으로들어간다.
여자는여자의어머니이다.
이게중요한것이다.
-앤섹스턴,「가정주부」,『밤엔더용감하지』에서

앤섹스턴에게시는바로이러한시대가만든감옥에저항하는무기였다.재능있고예민한영혼은사회가요구하는자아와시대와불화하는자아사이에서여러얼굴들을발견하게된다.아내와엄마와딸로서헌신하려는책임감과사회적으로나여성으로서나사랑받고인정받고자하는갈망사이에서자신의욕망을솔직히들여다보기도하고자신의한계에좌절하기도한다.앤섹스턴의목소리가대표적으로이러한괴리속에서방황하는시적자아이지만,이는끊임없이욕망과한계사이에서갈등하고헤매는우리자신의얼굴이다.시대와장소는바뀌었어도,우리는여전히타인의시선과자신의욕망사이에서,사회적한계와개인의꿈사이에서열병을앓고있다.

그러면숲은하얗게되었고내밤의마음은그런
이상한사건들,아무도듣지못한비현실적인일들을보았지요.
그리고두눈을뜨면,나는그사회가경멸하는
내안의표정을응시하는게두렵기만해서,
지금도나는이숲속에서찾고있지요.하지만포도와가시사이에
꼭박혀버린나자신보다더끔찍한건여태만나지못했어요.
-앤섹스턴,「친절님:이숲들은요」,『밤엔더용감하지』에서

●‘시’는우울증을치료하는글쓰기다
앤섹스턴이이러한미국부르주아중산층이데올로기의대표적희생자이지만,글쓰기로저항함으로써창조적인삶을모색했다.시인은“모조테이블,평평한지붕,커다란현관문이딸린인형의집에”살고있는자신을발견하지만,그런삶은“영혼의위증죄”이고“노골적인거짓말”임을고백한다.그러한자각에도불구하고여전히계속되는그삶을극복하기위해시인은“작은독약을매일향유처럼”바르고,동시에“내타지기는글을”쓴다.

뭐가현실이지?
나는석고인형.
흠씬두들겨맞은사람에게나,씩웃는사람에게나
상륙도,일몰도없이절개된눈으로포즈를취하지,
뜨고,또감는푸른색철제눈으로.
나는얼추나인가,메그닌백화점이이식된건가?
나는머리카락,검은천사,
빗질할검은-천사-뭐그런거,
나일론다리,빛발하는팔,
광고에나온옷가지를가지고있지.
(…)
이인조인형에게
뭐가현실일까,
웃어야하고옷을바꿔입어야하고,
건전한무질서속에서문들을확열어젖혀도
파멸이나두려운티를내지말아야하는인형에게말이지?
하지만내가만약우는법을기억할수만있다면,
내게만약눈물이있다면,
한때내어머니였던
그벽에붙박여서
나는울어버릴텐데.
-앤섹스턴,「1958년의자신」,『밤엔더용감하지』에서

동료시인실비아플라스가먼저죽음을택했을때는“내가그리절실하게오래도록소원한/죽음속으로너혼자서기어들어간”것에대한한탄을시로표현한다.앤섹스턴이삶을이어갈수힘은시에서나온다.“말을다루는일이나를깨어있게”하기때문이다.시인은밤새도록“긴상자에시들을”눕힌다.그래서정은귀영문학자는“그녀의작품을소개하는건,시인의용감함과그용감함뒤에드리운불안을이해해야가능한”일이라고말한다.

나의일은단어들.단어들은상표같아요,
아님,동전같기도,더쳐주자면,벌떼같기도해요.
고백하자면오직사물의원천만이나를깨부술수있어요.
마치단어들이노란눈과말라버린날개에서
해방되어다락에서죽어간벌처럼헤아려지듯.
나는늘잊어야만하지요,어떻게하나의단어가
다른단어를고를수있는지,하여마침내
내가말했을어떤것을얻을때까지……
하지만그러지않았지요.
-앤섹스턴,「시인이분석가에게말했다」,『밤엔더용감하지』에서

시인이아픔을극복하는적극적인치료제로서선택한방법론은‘고백’이라는형식이다.정은귀영문학자는‘고백’이라는형식에대하여“냉전이후미국이국가적이념으로기댔던반공이데올로기나매카시즘등의여파로당시많은지식인들과시인들을옥죈사상검열에맞서는하나의전략적방식이기도”하다고설명한다.

내친구,나의친구야,나는죄에관한
참조작업을하며태어났지.그리고
이를고백하면서태어났어.시란그런것이야.
자비를갖고
탐욕스러운이들을위해,
시는혀의언쟁.
세상의잡동사니,쥐새끼의별이야.
-앤섹스턴,「탐욕스러운이들에게자비를」,『밤엔더용감하지』에서

하지만그중에서도앤섹스턴이주목을받은이유는,그누구보다도자신의문제를솔직하게끄집어낸작가이기때문이다.당시에는앨런긴즈버그가어머니의정신병을시에서말한적이있지만,시인이자신의정신병을적극적으로시의소재로삼은것은처음이며,자기몸에대한적나라한고백또한처음이었다.그렇게죽음충동을적극적으로대면함으로써,오히려시인은삶과죽음을이분법적으로나누는것을극복하고죽음의그늘이삶속에공존하는현실을두려움없이직시할수있었다.

너는마지막죽음의상자에누워있네
하지만네가아니었다면,정녕네가아니었다면.
내가말했지,그사람들이그녀의뺨을채워넣었어요,
이흙빛손,엘리자베스의이가면은
사실이아니에요.죽은네가누워있는침대의
가죽과공단그안에서
뭔가가소리쳤어,날그만놔줘,놔줘.
-앤섹스턴,「엘리자베스떠나다」,『밤엔더용감하지』에서

●1973년시작하여가장긴생명력을이어온문학시리즈!

“탄광촌에서초등학교교사를할때
세계시인선을읽으면서상상력을키웠다.”-최승호시인
“세계시인선을읽으며어른이됐고,시인이됐다.”-허연시인

〈민음사세계시인선〉은1973년시작하여반세기동안새로운자극으로국내시문학의바탕을마련함으로써,한국문단과민음사를대표하는가장중요한문학총서가되었다.1970-1980년대에는시인들뿐만아니라한국독자들도모더니즘의세례를적극적으로받아들였다.때로는부러움으로,때로는경쟁의대상으로,때로는경이에차서,우리독자는낯선번역어에도불구하고새로움과언어실험에흠뻑빠져들었다.이러한시문학르네상스에박차를가한것이바로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1966년창립이후한국문학의힘과세련된인문학,그리고고전소설의깊이를선보이며종합출판사로성장했다.특히민음사가한국문단에기여하며문학출판사로발돋움하는계기가바로‘세계시인선’과‘오늘의시인총서’였다.1973년12월이백과두보의작품을실은『당시선』,폴발레리의『해변의묘지』,라이너마리아릴케의『검은고양이』,로버트프로스트의『불과얼음』네권으로시작한세계시인선은박맹호회장이김현선생에게건넨제안에서비롯되었다.

“우리가보는외국시인의시집이라는게대부분일본판을중역한것들이라서제대로번역이된건지신뢰가안가네.현이(김현)를포함한주변사람들이대부분프랑스나독일에다녀온이들아닌가.원본을함께실어놓고한글번역을옆에나란히배치하면신뢰가높아지지않을까.제대로번역한시집을내볼생각이없는가?”

대부분번역이일본어중역이던시절,원문과함께제대로된원전번역을시작함으로써세계시인선은우리나라번역수준을한단계높이는데기여하게되었다.당시독자와언론에서는이런찬사가이어졌다.“우리나라에서는처음있는일이요,또책임있는출판사의책임있는일이라이제는안심하고세계시인선을구할수있게되었다.”

이처럼세계시인선은문청들이“상상력의벽에막힐때마다세계적수준의현대성”을맛볼수있게해준영혼의양식이었다.특히지금한국의중견시인들에게세계시인선탐독은예술가로서성장하는밑바탕이었다.문화는외부의접촉을독창적으로수용할때더욱발전한다.그렇게우리독자들은우리시뿐만아니라세계적인시성들과조우했고,그속에서건강하고독창적인우리시인들이자라났다.

하지만한국독서시장이그렇게시의시대를맞이할수있었던것은시문학전통이깊은한국인의DNA에잠재된자신감이아니었을까?이러한토대에서자라난시문학은또한번의르네상스를맞이했다.국내출판역사에서시집이몇권씩한꺼번에종합베스트셀러랭킹에자리를차지하는것은이례적인현상이다.속도가점점더빨라지는세상을향해보다더인상적인메시지를던져야만하는현대인에게생략과압축의미로강렬한이미지를발산하면서도감동과깊이까지숨어있는시는점점더매력적으로다가오고있다.그씨앗을심어왔던세계시인선이지금까지의독자호응에감사하는마음으로,새시대에필요한새로운고전을다시만들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