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언어를 향한 꿈

공통 언어를 향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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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여성의 자리에서 쓰인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문학은 혁명이다!
● 시문학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온 여성 시인들의 계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에밀리 브론테의 『상상력에게』와 에이드리언 리치의 『공통의 언어를 향한 꿈』이 출간되었다. 브론테와 리치는 각각 19세기 영국과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시대와 문화적 환경은 상반되지만, 이들은 모두 시 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최대한 가치 있게 가꿔 나간 영웅들이다.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한 권의 걸작으로 국내에서는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으나, 영미권 대학 커리큘럼에서는 중요한 시인으로 연구되는 작가다. 요크셔 고원의 좁은 집을 떠나지 않고 독학했지만, 오히려 자연의 경이로움을 빌려 무거운 주제들을 노래했다. 특히 그는 죽음의 경험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불러냄으로써 우리에게 시적 상상력의 힘을 보여 준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20세기 미국 시문학사에서 앤 섹스턴 등과 더불어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반전 운동과 여성 운동 활동가로서 특히 정치와 예술이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신념 아래 끊임없이 문학적 노력을 거듭한 작가이며, 그러한 공로로 미국 시인 아카데미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삶의 조건은 매우 대조적이지만, 두 시인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현실적 한계를 문학의 힘으로 최대한 극복하고자 했다. 그들 노력의 결실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매우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민음사 세계시인선은 페르난도 페소아나 찰스 부코스키처럼 시인으로서는 낯선 작가들에게 시인으로서의 문학적 위상을 찾아 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여성 시인들의 문학적 자리매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 최초의 여성 시인으로 언급되는 사포의 시를 『고대 그리스 서정시』에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 담았고, 전기 영화 「조용한 열정」의 주인공이자 19세기 미국 대표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을 출간했다. 추후로는 실비아 플래스와 더불어 미국 ‘고백시파’로 평가되는 앤 섹스턴, 캐나다 대표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거릿 애트우드 등의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

에이드리언리치

AdrienneRich,1929-2012
1929년미국메릴랜드주볼티모어에서태어났다.어릴때부터19세기영국대표시인들의시를즐겨읽은리치는후일하버드대학교로통합되는레드클리프칼리지에입학해본격적으로시를썼고,졸업하던해인1951년에첫작품집『세상의변화』로예일대학교에서수여하는‘젊은시인상’을받으며문단에이름을알렸다.리치는세아이를낳아키우는결혼생활과정에서레즈비언인자신의정체성을확인하게되었고,1968년이후부터이제껏여성다운삶으로찬양받았던것들을재고하여해체하기시작한다.『변화에의의지』,『난파선속으로잠수하기』,『문턱너머저편』등리치의작품에서여성의식및페미니즘은일관된주요주제였다.리치의대표작중하나인『공통언어를향한꿈』은방언처럼흩어진여성의언어를공통언어로변화하여,그연대의힘으로삶의변화를가져오기바라는리치의열망이정제된수작이다.

목차

1부힘

힘13
엘비라샤타예브를위한환상곡15
의식의기원과역사23
분열31
굶주림37
어느시인에게45
침묵의도면49
암사자63

2부스물한편의사랑시

이도시어디에서든69
나는네침대에서잠을깨지71
우리는젊지않으니73
너와헤어져집으로돌아온다75
책으로가득한이아파트는79
너의작은손,꼭내것과같아83
어떤짐승이그생명을언어로바꾸겠는가?85
나는수년전수니온에서의나자신을볼수있어87
오늘너의침묵은물에빠진것들이사는연못이야89
너의개는,조용하고순진하게,졸고있어91
각봉우리는분화구다93
잠자며,행성들처럼궤도를돌며95
규칙들은온도계처럼깨지고97
너에대한나의환상을확인해준것은99
만일내가멕시코만류로데워진103
도시맞은편너로부터떨어져105
어느누구도누군가를사랑할운명이거나그런비운을타고나지않아107
웨스트사이드고속도로에내리는비109
내가다시나자신을어루만지고111
우리가나누면서늘주변에머물렀던대화가113
검은색의가로대,돌도구로잔물결이진115

3부다른곳아닌,바로이곳

다른곳아닌,바로이곳119
어퍼브로드웨이123
파울라베커가클라라베스토프에게127
밤과낮137
자매의수수께끼143
사십대에죽은어떤여자161
어머니권리179
천연자원181
지점을향하여207
초절기교연습곡219

주(註)237
작가연보241
옮긴이의말:여성의목소리로부르는사랑노래247

출판사 서평

●시안에서정치와예술이함께발화하며변화를꿈꾸다

“글을쓰는모든여성은생존자라고명명했던에이드리언리치.
그는특출한힘이없어도세상을재구성할사람들을위한언어를발명했다.
에이드리언리치의시는혁명이다.”
-장영은(『쓰고싸우고살아남다』저자)

시를통해여성이서로연대해힘을기르고그힘으로자신의삶을변화시키기바라는소망을꿈꾼,레즈비언페미니즘운동가에이드리언리치의시집『공통언어를향한꿈(TheDreamOfACommonLanguage)』이국내최초로완역되어민음사세계시인선37번으로출간되었다.
리치는여성의권리를대변하는시를주로썼으나,클린턴행정부의무능한사회보장정책을비판하며국가예술훈장수여를거부하고부시정부가일으킨이라크전쟁에반기를드는등반전운동과인권운동에도앞장선운동가이기도했다.그자신이레즈비언임을숨기지않았던리치는특히인종차별과성소수자에대한편견과억압에대해강력하게비판하며,자신의시안에정치적메시지와미학적언어를동시에담아내기위해노력해왔다.
『공통언어를향한꿈』은리치가1974년부터1977년까지발표한총서른아홉편의시를한데모은작품집이다.(1부‘힘’,2부‘스물한편의사랑시’,3부‘다른곳아닌,바로이곳’)1부여덟편의시작품에서리치는다른여성존재가지닌한계를진단하고그것을극복하는방식에대해제안한다.레즈비언여성의사랑노래로읽을수있는2부‘스물한편의사랑시’에서는여성스스로자신의삶을인식하여남성의언어가아닌여성의언어로서로연대하자고강조한다.3부에실린열편의시에서리치는다른곳이아닌바로이곳,즉남성이아닌여성의자리에서,흩어진방언을모아여성의목소리와열망이담긴‘공통언어’를향해나아가자고노래한다.

밤의인생.편지,일기,잔속에서
찰랑거리는버번.벽에십자가로못박힌시,
절개된,새날개
마치전리품처럼잘린.이방에서는
누구도위기를겪지않고사는사람없다.

이방에서는누구도살아가지않는다
시,책선반,죽은영웅들사진들뒤
하얀벽을마주하지않고.
최근그리고이즈음의
진정한시의본질을생각지않고.연결하려는
욕구.공통언어를향한꿈.

(……)

그러나온혈동물은계속꿈을꾼다
드문드문눈내린연못아래에서
헤엄치는다른동물을,
그러다깨어나,다시잠든다.

이방에서는공통언어를꿈꾸지않고
잠자는사람아무도없다.
-「의식의기원과역사」에서

세상을먹여살리겠다는결정은
현실적인결정이다.어떤혁명도
그것을택하지않았다.왜냐하면그결정은
여성이자유로워야함을요구하므로.
나는북미지역의빵맛에숨이막히지만
북미에서의굶주림의맛은
나를독살시킨다.그렇다,나는살아서이말들을쓰며,
다친아이들을다친팔로안은콜비츠의여성들을넘겨본다
젖이말라버린‘어머니들’,
스스로임신중절을행하도록,스스로굶어죽도록,
지독하고,생생한,
그러나말없는광경에내몰린‘생존자들’.
나는살면서삶이상을원하며
굶주리는다른사람들과아직태어나지않은사람들을위해
나의의지,나의사랑속으로,
정신의폭력주의자들의십자포화를고스란히받고있는
딸과자매들,연인들의뇌속으로,뚫고들어온헐벗음에
이름지어주고싶다.
-「굶주림」에서

평생스무권가까운시집을발표한리치의시에는특출한힘이없는이들이세상을재구성할거라는강한믿음이담겨있다.리치는그러기위해서는낯설고도친밀한이웃,언제나서로에게타자인우리가서로를인식하고연대해야하며,무엇보다여성들사이의연대는삶을지탱시키는강인한힘이되는동시에세상을변화시키는불꽃이될수있음을강조했다.리치에게시와사회,시와정치는외따로존재하는것이아니며,시는곧정치이자혁명이다.리치의시에서미완의것,미처헤아리지못한존재를인식하여더이상개인적이지않은목소리로모으는작업은‘네이웃을사랑하라’는계율과같이정언적선언과같지만,동시에형용할수없는사랑의언어,아름다움을열망하는사랑의노래로공명한다.

낯선이와함께잠에서깨어나
옷을입고,외출하고,커피를마시고,
다시삶으로들어가는것은간단하다.잠에서깨어
우리가믿기로한
낯설지도않고친숙하지도않은이웃속으로
들어가는것은간단하지않다.믿고,믿지않으며
우리는우리자신을이상태로낮추어,손위에손을
내려놓도록스스로허용한다,마치발견되지않은자들위에서
흔들리는밧줄처럼……우리는이렇게했다.서로를인식했다,
내기억으로는빛속에잠긴
어둠속에서서로를인식했다.
나는이것을,인생이라고부르고싶다.

그러나나는우리의몸이벽에걸린거대한그림자가되고
밤이우리내면의어둠이되어,마치구석에서,
머리를발위에놓고있는,말못하는짐승처럼잠드는
이비밀스러운둥근불길너머로
우리가나아가기시작해야비로소이를인생이라고부를수있다
-「의식의기원과역사」에서

●방언처럼떠도는여성의언어로부터공통언어를향해나아가다

“남성이노래하지않는여성존재를여성이노래한다는것은여성의복합적이고도온전한모습을노래하는것이다.나무에대해,전쟁에대해시인이시를쓰는것처럼여성의여성에대한동질성과연대를노래하는것은어떤회의적인질문에맞닥뜨리더라도해야만하는일이다.리치는이런질문을제기하면서도여성의침묵을들춰내‘이름붙이는’일을기꺼이수행하여‘옛노래들을가사로부르는목소리’로여성이여성에게부르는노래를명명한다.”
-「옮긴이의말-여성의노래로부르는사랑노래」에서

『공통언어를향한꿈』에서리치는여성을‘뜯어먹고’사는남성에의해체념한여성이어떻게다른여성의삶과섞이고교류하여서로동질성을깨닫게되는지말한다.그러면서우리의내면은모두같은데다만여성의언어가방언처럼흩어졌기때문에그흩어진언어를한데모으는일에열중해야한다고강조한다.따라서‘쓰이는중인텍스트를서로다른방언으로번역한존재’인여성이공통언어를향해나아가자고,여성스스로자신의삶을이야기하고이제껏금기시해온것들을여성의언어로발화하자고호소한다.그러기위해여성은두려움에휩싸였던삶에서일어나다시일상의삶의구체성을집요하고고집스럽게‘공부’해야한다.

누구도우리가사는동안내내공부해야한다고
우리의삶을,음악이나자연사를배우듯,
공부로삼아야한다고,
처음에는소박한운동으로시작하여
천천히어려운것으로계속나아가,강하고정확함이
초월속으로용감하게도약할때까지연습하고,
거친아르페지오에서무너지거나
푸가의꽉찬악절을실수하는기회를받아들이라고
우리에게말하지않았다.
-그리고사실우리는그렇게살수없다.우리는
읽거나시간을구분하기이전모든것을
한꺼번에받아들이고,가장어렵게움직이는와중에
우리가태어났을때이미들리는것과
같은것을시작하도록강요받는다.
우리는한여성의목소리가
가슴에안은아이에게노래하는소박한운율을
겨우몇개월듣는것만
허용한다.다른모든것은너무빨리,
너무갑작스럽고,쓰라리게떼어져,여자의두근거리는가슴은
그이후멀리에서들리니,
행복하거나,절망할때마다울리는
주음은잃어버린다.
-「초절기교연습곡」에서

●말이되지못한목소리,이름을얻지못한사랑시

“말이되지못한목소리를찾아.이름을얻지못한존재를찾아.
난도질당한삶의잔해를찾아.그리고아직발굴되지않은사랑의힘을찾아.
에이드리언리치는여성으로서탐험하고여성으로서쓴다.시는바로
여성의자리에서만쓰인다.여성의자리만이,시를시의원천에다가가게한다.
혐오와차별과폭력에오염되지않은‘공통언어’를꿈꾸게한다.”
-신해욱(시인)

리치는남성에의해역사에서지워진여성의삶을기록하고,여성의시선과여성의언어로끊임없이‘말해주는’자리에자신을위치시킨다.여성의언어는몸으로쓰인다.소외된자들을위한언어는몸으로경험한고통을이야기함으로써자신의진정한몸(flesh)인공통언어를회복할수있다.리치의시에서여성의고통은몸을통해이야기되고그이야기는시(詩)가되어진정한주체성을되찾게된다.즉여성의이야기가여성을통해명명되고,여성의언어는남성을위한것이아닌여성모두를위한것이되는것이다.여성이여성에게부르는노래,그명명행위를통해리치는남성의삶에의해억압된여성의삶을재구성하고,남성중심의역사속에여성의언어인‘공통언어’를기입하려한다.

잠자며,행성들처럼궤도를돌며
한밤중들판에서회전한다.
한번만지는것으로충분하다,우리는잠잘때조차
이우주에단독으로존재하지않음을알기에.
두세계를사는꿈속영혼들은
영혼의마을을걸어다니며,대부분서로말을나눈다.
나는광년또는암흑의세월더떨어진곳에서
네중얼거리는소리에잠을깼다
마치내목소리가말했던것인양.
하지만우리는잠에서조차,다른목소리를내고,
우리육체는,매우흡사하지만,아주다르다
그리고우리의혈관을통과하며메아리치는과거는
다른언어,다른의미들로채워져있어-
비록우리가공유하는세계의어떤연대기안에
그것이새로운의미로기록될수있어도
우리는같은성의두연인이었고,
우리는한세대의두여성이었다.
-열두번째「스물한편의사랑시」에서

세아이를낳아키우며살아온결혼생활의파국을경험한이후,리치는레즈비언페미니스트로서편견에저항하는대열맨앞에선다.하버드대학교경제학과교수였던남편콘래드는리치를이해하지못했고,둘사이의갈등이심화되자리치는정당한이혼을요구했다.1970년콘래드는뉴욕근교숲으로들어가권총자살을하고이후리치는남편을죽음으로몰고간악녀가되어버렸다.쇄도하는비난과홀로감당해야하는자녀양육.세상으로부터고립된채리치는남은삶을견뎌야했지만평생의반려인시인미셸클리프를만났고,또그에겐시가있었다.그리고자신의언어로발화되지못하고메아리처럼떠도는수많은여성의목소리가있었다.여성의삶에서그가능성과상처의근원은동일하기때문이다.

웨스트사이드고속도로에내리는비,
리버사이드23의빨간불빛:
오래살수록나는더욱더많이생각하게돼
두사람이함께한다는것은하나의기적이라고.
네가너의삶을이야기하니,
단연코,전율이네언어의표면을흔드는구나.
우리삶의이야기가우리삶이된다.
확신컨대,지금너는단절의배를타고빅토리아조시인이
쓰디쓴단절의바다24라부른것을건너가는구나.
그게내생각에떠오르는단어들이다.
나는단절을느낀다,그렇다.새벽이일출을
재촉한다고느낀때처럼.어떤놀라운것,한줄기빛이-?
슬픔과분노의틈바구니에서,어떤공간이열리니
나는홀로에이드리언이다.그리고점점더춥구나.
-열여덟번째「스물한편의사랑시」에서

리치는모든여성이자신의이야기를당당히펼치는공통언어의공간을꿈꾸었다.한국의독자들은리치의시를읽고과연어떤꿈을꿀까.여전히우리사회에는여성의목소리가크지않고,여성으로서삶을살아가는과정에서마주치는현실앞에서자신의꿈을잃어버리기도한다.시를통해이웃에대한사랑을실천하고함께꿈꾸는세상으로나아가기를바라는리치의시에귀기울이며,나자신의이야기를써나가면어떨까.리치의시는현재를살고있는우리에게열려있기때문이다.지금리치의시를읽고있는당신의꿈은여전히유효하다.시는여성의자리에서쓰인다.에이드리언리치의시는혁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