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철학자의입장에서시론을펼치고,아리스토텔레스는철학자의시각에서비극의시학을썼다.반면호라티우스는시인으로서창작활동제반과시의효용을옹호하며,이를시로써냈다.서양시학전통에서되풀이하여일어나는논쟁인‘전통과현재의패권’싸움,그리고플라톤이래시학의핵심주제인시의가치에대하여호라티우스는확실한자신만의대답을갖고있었다.
세월이포도주처럼시를좋게만든다면
글에얼마의세월이좋은가치를가져옵니까?
죽은지이제백년된시인은어찌나눕니까?
완벽한옛것입니까?어설픈새것입니까?
정확히몇년으로정하면논쟁이끝나리다.
“백년이넘은것은탁월한옛것입니다.”
그럼백년에서일년아니한달이모자란다면
어찌됩니까?탁월한옛것입니까?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새것에희랍인들이우리만큼질색했다면
오늘날무슨고전이남았겠으며,오늘날
백성마다손때묻히며무얼읽겠습니까?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그에게좋은시란기교적으로탁월할뿐만아니라읽는이에게즐거움과윤리적교훈을주는것이었다.이렇게좋은시는좋은삶과무관하지않다는생각,시의감화력과교육적가치를중요하게여기는그의생각은‘시인추방’을주장한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시학의화해라할만한것이며,서양문학전통에서확고한위치를차지하게되었다.
시가곱다고충분하리까?달콤할지니,
시란제가는대로청중의마음을이끌지어다.
시인이웃을때함께웃고,슬퍼할때슬퍼하는
사람들표정.눈물짓는나를보겠거든네가먼저
아파해야겠고,그때네불행이날울리리라.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명하노니,본보기가되는삶들을지켜보며
현명한모방자로게서생생한목소리를찾으시라.
때로모범들로눈부시고올바르게그려내는
이야기는사랑이나무게를갖추지않을지라도,
인민을더욱즐겁게하며잘묶어둘겁니다.
알맹이없는헛된시구는못할일입니다.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문학지망생들의등골을오싹하게만들촌철살인
로마의대표적인시인인호라티우스는자신의경험에서비롯하여창작활동의본질에대해이야기한다.영감에만기대어시쓰기를신비화하는작태에대해서는비웃기를주저하지않고,재능과부단한연습이모두갖춰져야한다고강조한다.대중의반응에휩쓸려중심을잃는시인,쓰디쓴비판에귀를닫고제멋에겨워수준이하의작품을내놓는시인의모습을낱낱이까발린다.훌륭한시인이라면단어를새로이쓰는것을두려워하지않으며,이로써언어를살찌우는것은여전히시인이지닌임무일것이다.
어떤분야는평범,즉참아줄만하다면
용납되리다.법률자문가나사건변호사가
간신히수졸을면한신세라도,(...)
밥벌이는합니다.하나평범한시인들은
인간들도,신들도,책방주도용서치않으리다.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글을쓰는그대들은능력에맞는글감을
고르시라.불감당은아닌지어깨가견딜수있을지
오래두고살피시라.조심스레고른자를
유창한화법과명쾌한글배열이버리지않습니다.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호라티우스가풀어내는시학에는,오늘날창작을하는이들에게도가이드가될만한훌륭한가르침들이있다.소재선택부터신중하여“태산이몸을풀어우스운생쥐가태어”나지않도록해야하고,문장을다듬는데있어“간결하려고애쓰다모호해지고,매끈함을좇다가맥없“어지는것을경계하며,마음껏창조할수있지만"사람머리에말모가지를”붙이는억지를쓰거나”모든걸믿으라허구는요구하지않“아야한다고말한다.또한”메데아가자식들을죽이”거나“아트레우스가인육을삶”는장면을말초적으로묘사하지말라는재현의윤리를제안하기도한다.
사람머리에말모가지를화가가
붙여놓고,사방팔방팔다리를주워달며
별의별새털을덧대어,아랫도리는거무데데
꼴사나운생선인데위는곱상한여인이라면
친구들아,이를보고웃음을참을수있겠습니까?
(...)
‘화가나시인은
뭐든감행할똑같은권리를늘갖노라.’
익히아는바,나도요청한바,양해한바입니다.
하나순한것을흉한것에짝지우며,뱀을새와,
범을양과어르게하는것까지는아닙니다.
―『호라티우스의시학』에서
●호라티우스,문화와교양을갖춘지식인의전범
그의시학은당시로마젊은이들에게시잘쓰는법과더불어윤리적으로올바른삶을사는법도가르칠수있는교과서였다.이는중세전반의학교교과과정,르네상스시대의인문주의교육이상,고전주의시대형식주의이론,나아가모더니즘시대에이르기까지끊임없이영향력을행사하였으며,호라티우스는2000년의시간동안매시대의문화에새로이물을대고그뿌리를살찌우는강력한텍스트였다.
예컨대,호라티우스의영향은동시대의오비디우스에게서도찾아볼수있으며,단테는『신곡』에서기독교이전이교도5대성인의한명으로호라티우스를추대하였고,르네상스인문주의를이끈페트라르카는호라티우스의삶의방식을모방하고자하였다.몽테뉴,밀턴,워즈워스역시호라티우스를재해석하였고,브레히트는부단한망명의여정마다호라티우스를손에서놓지않았다.
“호라티우스는유럽이이상적으로생각하는문화인상(像)―자신을객관화하는데익숙한인물로서사교적이면서도상식적이고,공적인윤리와애국심을저버리지않으면서도개인적이고,친구들과의교유를즐기면서도자족적인삶을챙길줄아는그런인물상―을만들어냈기때문이다.한마디로후대가‘호라티우스’라고부르게된이문화인의상이바로그의『시학』에서완성되었다는뜻이다.”
―이종숙(서울대학교영문학과명예교수),『호라티우스의시학』추천의글에서
●한국시문학의바탕을마련한세계시인선
1970-1980년대에는시인들뿐만아니라한국독자들도모더니즘의세례를적극적으로받아들였다.때로는부러움으로,때로는경쟁의대상으로,때로는경이에차서,우리독자는낯선번역어에도불구하고새로움과언어실험에흠뻑빠져들었다.이러한시문학르네상스에박차를가한것이바로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1966년창립이후한국문학의힘과세련된인문학,그리고고전소설의깊이를선보이며종합출판사로성장했다.특히민음사가한국문단에기여하며문학출판사로발돋움하는계기가바로‘세계시인선’과‘오늘의시인총서’였다.1973년12월이백과두보의작품을실은『당시선』(고은),폴발레리의『해변의묘지』(김현),라이너마리아릴케의『검은고양이』(김주연),로버트프로스트의『불과얼음』(정현종)네권으로시작한세계시인선은박맹호회장이고김현선생에게건넨제안에서비롯되었다.
“우리가보는외국시인의시집이라는게대부분일본판을중역한것들이라서제대로번역이된건지신뢰가안가네.현이(김현)를포함한주변사람들이대부분프랑스나독일에다녀온이들아닌가.원본을함께실어놓고한글번역을옆에나란히배치하면신뢰가높아지지않을까.제대로번역한시집을내볼생각이없는가?”
대부분번역이일본어중역이던시절,원문과함께제대로된원전번역을시작함으로써세계시인선은우리나라번역수준을한단계높이는데기여하게되었다.당시독자와언론에서는이런찬사가이어졌다.“우리나라에서는처음있는일이요,또책임있는출판사의책임있는일이라이제는안심하고세계시인선을구할수있게되었다.”이렇게하여세계시인선은출판역사상가장오랜수명을이어온문학총서의하나이자시문학계와민음사를대표하는시리즈가되었다.
●지금의한국시인들에게영혼의양식을제공한세계시인선
“탄광촌에서초등학교교사를할때세계시인선을읽으면서상상력을키웠다.”―최승호시인
“세계시인선을읽으며어른이됐고,시인이됐다.”―허연시인
“나에게세계시인선은시가지닌고유한넋을폭넓고진지하게성찰할수있는기회였다.”―김경주시인
세계시인선은문청들이“상상력의벽에막힐때마다세계적수준의현대성”을맛볼수있게해준영혼의양식이었다.특히지금한국의중견시인들에게세계시인선탐독은예술가로서성장하는밑바탕이었다.문화는외부의접촉을독창적으로수용할때더욱발전한다.그렇게우리독자들은우리시뿐만아니라세계적인시성들과조우했고,그속에서건강하고독창적인우리시인들이자라났다.
하지만한국독서시장이그렇게시의시대를맞이할수있었던것은시문학전통이깊은한국인의DNA에잠재된자신감이아니었을까?이러한토대에서자라난시문학은또한번의르네상스를맞이했다.국내출판역사에서시집이몇권씩한꺼번에종합베스트셀러랭킹에자리를차지하는것은이례적인현상이다.속도가점점더빨라지는세상을향해보다더인상적인메시지를던져야만하는현대인에게생략과압축의미로강렬한이미지를발산하면서도감동과깊이까지숨어있는시는점점더매력적으로다가오고있다.그씨앗을심어왔던세계시인선이지금까지의독자호응에감사하는마음으로리뉴얼을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