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의가르침
우정과사랑,연민과분노,기쁨과슬픔.‘키오스크학교’가존재하는시대,사람을단숨에울게도웃게도하는심장의일은구세대의잔재로취급받은지오래다.일이잘돌아가게하기위해서라면심장의역할을최대한배제해야한다는논리가사실이자진실처럼취급받는때,아이들은효율적인존재로거듭나기위해키오스크학교에입학하기를원한다.키오스크학교가아이들에게요구하는기조는단순하다.부디쓸모있는존재가될것.학교는현대사회에적응이어려울확률이높은지원자를입학시키기위함이라며아이들에게입학지원서에자신의불행과우울을증명하라고요구한다.그결과갈곳이없는아이,무더위를견디지못한아이,가족으로부터버림받은아이들이키오스크학교에모였다.학교의위치를파악하지못하도록고글을쓴채버스를타고학교에도착한아이들을,교장키오스크가맞이한다.“입학을환영합니다.”연단에서교장키오스크의목소리가어마어마한성량으로들려온다.
기이한직업훈련
키오스크학교의아이들은배정받은반에서직업훈련을받는다.이때훈련이란꿈이나장래희망과는관련이없다.학교에서학생이제출한입학원서를바탕으로해당직업에자질이있다고판단한결과에따라직업배정이이루어진다.키오스크학교가숱한괴소문을몰고다니듯,직업훈련에도이상한점이한둘이아니다.보건실에서약을분류하는일의무료함,강당에집합하여엎드리기?기어다니기?일어나기를명령받고행하는일의모욕감,인간과꼭닮은모습의미니로봇을무작정해치면그만이라는일의무자비함.아이들은기이한직업훈련으로부터배우는게있으리라고믿고싶어하다가,이일을통해배우는게과연있기나한것인지분노하다가,이내학교의의도는그저굴종임을깨닫기에이른다.입학만하면환한미래가보장된것처럼굴던학교가정작학생들에게가르치는것은굴종일때,갈곳없던아이들은다시한번목적지를잃어버린다.그허망한눈빛들이전혀낯설지않은것은왜일까.
서로가서로를바라보는눈
키오스크학교에는어디에나감시의눈이도사리고있다.학교부지를빈틈없이감싼철조망,양쪽으로숲과절벽을면한고립된위치,학교안어디에나존재하는감시인의차가운은빛피부는학교의가르침이나명령에불복종하는즉시엄청난불이익이따르리라는공포를심어주기에충분하다.숨막히는환경이주는공포심을견디다못한아이들이희생되는일이벌어져도학교는학생의흔적을없애는일에열중할뿐이다.질문은용납되지않으며그안에서아이들은점점없는존재가되어간다.아이들에게드리워진것은사랑과보호의시선이아닌감시와처벌의시선이전부이지만,이때아이들은서로가서로를지킨다.감시자의눈을피해우정과사랑이어린눈으로친구를바라보며서로의안위를살핀다.입학전함께숲속벙커생활을하며언제나함께할것을다짐했던모라와초희,병원에서처음만나푹푹찌는집에서더위를견디다못해함께학교에입학한원혜와주디.이소녀들이보여주는우정은다름아닌심장이하는일이다.『키오스크학교』는그슬프고도자명한진실을소녀들의모험을통해보여주고있다.
추천사
그들이이필사적인모험과투쟁을통해얻고자하는건단하나,내가정한상대방과행복하게살아가는것뿐이다.이험한세상에서유일하게있을곳을허락해준이,마음을내어준이와함께‘천진난만하게’살아가고싶다는마음.그소망을위해끊임없이뺏고훔치고통제하고억압하는세계와대립하며전혀승산없어보이는싸움을해나가는두소녀모라와초희.나는소설속으로손을뻗어그애들을그냥거기서끄집어내주고싶었다.
-이유리(소설가)
이소설이주목하는건심오한뜻과원대한계획마저도쉽게박살내고마는인간의변덕스러움이다.인물들이악을지르고반항하기를,뒤틀리고바스러지기를,그렇게용기를내기를바라며소설을읽었다.그리고밧줄처럼구불구불떨어지는수많은나뭇가지아래에누워무지개색으로몸을빛내는작은기계를한참이나생각했다.모두가모두에게불량품일뿐인세계,그찬란함과강인함을보여주는경이의증거에대해서말이다.
-전청림(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