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 (양장본 Hardcover)

다나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나는 다나의 딸이지만 다나와 같은 짐승은 아니다.”

멸종 위기종이자 전염병의 매개체,
사람과 같은 모습이나 사람은 아닌 짐승
다나에게서 태어나 사람에게 길러진
이종의 존재가 품은 이물 같은 사랑
박서영 장편소설 『다나』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17년 단편소설 「윈드밀」로 제16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서영 작가의 첫 책이다. 현금 지급기 안에 갇힌 옛 애인(「우천 시 다이빙」), 피부가 돌처럼 굳어 가는 언니(「나경」), 약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 도시 괴담 같은 부작용의 변비를 달고 사는 수험생(「매달리는 인간」) 등 박서영은 실존적 상태를 실체적 사건으로 경험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을 낯설게 조명하는 소설적 상상력을 꾸준히 펼쳐 왔다. 박서영의 첫 장편소설 『다나』는 가상의 짐승 ‘다나’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말 그대로 혼종적인 존재인 ‘나’의 시선으로 지금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경계들을 한눈에 드러내는 작품이다.
‘다나’는 존재 자체만으로 문제적인 짐승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신비로운 열대 섬에서만 서식하던 ‘다나’는 처음 인간과 똑같은 외모로 섬 원주민이라 여겨졌으나,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사람은 아닌 것’으로 판정된 동물이다. 이후 인간 세계로 옮겨온 ‘다나’는 멸종 위기에 처한 ‘보호종’이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희귀 전시 동물’인 동시에 야생에서는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등벌레병’을 옮기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침입종’으로 규정된다.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이고, 산의 대부분이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한반도에서 ‘다나’는 그 자체로 끔찍한 재난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소설은 한국에 존재하는 단 한 마리의 ‘다나’인 ‘나’의 엄마가 동물원을 탈출하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다나’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손에 길러진 ‘나’는 숲을 파괴하고 질서를 교란하는 엄마를 직접 찾아 죽이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다나’를 좇는 ‘나’의 시선으로 한반도 곳곳을 깊숙이 파고든다. ‘다나’의 존재를 재난이라 선포하고 방제 대책을 실행하는 정부와 지자체, 정보를 자극적으로 연출해 실어 나르는 언론, 그에 따라 숲속 나무를 베는 벌목꾼들, 이들을 둘러싼 시골 마을의 쇠락해 가는 풍경, 곳곳에서 마주치는 이주민들의 얼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단 하나의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생명체가 존재 자체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시작되어 여성과 ‘암컷’을 동일시하는 여성 혐오적 인식을, 정착민과 이주민을 가르는 차별을, 감염인을 향한 낙인을 향해 뻗어 나간다. ‘문제적 존재’를 넘어 ‘문제’를 규정하는 인간의 질서, 보호하는 동시에 착취하는 권력과 통제의 논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저자

박서영

2017년단편소설「윈드밀」로제16회대산대학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7
2부39
3부89
4부159

작가의말214
작품해설_심진경(문학평론가)
인류세적인간학에대한문학보고서217
추천의글_박민정(소설가)234

출판사 서평

■별종혹은침입종-낙인찍힌자의자리

“다나가사람과다른부분이라며귀하게만지던목덜미의털.나는어른이되고부터2주에한번씩목덜미의털을깎았다.”(73쪽)

서른살의‘나’는인간여성과똑같은외피로‘다나’정체성을감추고살아가는숨겨진‘침입종’이다.‘다나’의특징인목뒤수북한털을주기적으로면도해제거하고,어눌한발음을숨기기위해대화를피한다.그럼에도‘나’는여지없이‘별종’으로취급받는다.‘나’가속한벌목꾼집단에서유일한여성이기때문이다.‘나’는언제나이유없이따라붙는못마땅한눈길을,여자가왜이일을하냐는질문을,음흉하고여성혐오적인농담을침묵으로버틴다.
『다나』가보여주는차별적경계와낙인은그무엇보다표면적이다.‘다나’의목뒤에난털이나여성의신체처럼,숨길수도도망칠수도없는표면으로부터시작되어끈질기게들러붙는차별적낙인은작은시골마을곳곳에서살아가는이주민에게서도발견된다.싼값에부려지다가도이유없이배제당하는이주노동자들,공공연히상품으로취급받는결혼이주여성들에게서.외모를아무리비슷하게바꿔도결코인간과같아질수없는‘나’의발음처럼‘다름’은금세다른방식으로드러난다.『다나』는‘별종’과‘침입종’이라는낙인너머보이는사회적가장자리를,차별의작동방식을깊숙이들여다본다.


■언어와총-인간의방식

“나는지금부터가장사람다운방식으로죽일것이다.무엇을?산을좀먹는짐승한마리를.”(126쪽)

‘나’가‘다나’사냥계획을세우며택한단하나의무기는바로‘총’이다.총은가장인간적인방식으로비인간을통제하는도구이기때문이다.자연상태에서는볼품없는신체적능력을가진인간도총을들고손가락하나만움직이면단숨에거대한짐승을쓰러뜨릴수있다.자연이정한힘의위계를거스르는총은“수백년역사의탄도학”이집약된문명의결정체,그자체다.
『다나』에서‘언어’는총과같다.언어야말로인간에게무한한힘을주는도구이기때문이다.언어는‘다나’를과학적으로낱낱이해부할뿐아니라경제적가치를창출해내는상품으로탈바꿈시켰다.겉으로언제나침묵하는‘나’의내면은인간의언어로가득차있다.신화와상징,역사와과학을넘나들며자신이속한사회적맥락을체화하고,숨겨진과거와미래를예측할때는소설적상상력을유감없이발휘한다.또한‘다나’를규정하는모든언어를낱낱이이해한다.마치인간만이누릴수있는지혜와자유를마음껏누리겠다는듯이.총과언어.이모든인간적도구를총동원해‘나’는엄마를처단하기위해,자기안의절반의‘다나’를죽이고온전한인간이되기위해,“가장사람다운방식”을택한다.짐승에게는없는‘기도’하는마음으로엄마의죄를대신‘속죄’하며.


■돌봄과착취-폭력의논리

“오염도나굽은정도에따라각기다른운명이주어진다.어떤나무는목재가되지만어떤나무는펄프정도에그치고만다.그걸결정하는건나다.”(35쪽)

키우던손에의해팔리는가축처럼,‘돌보는손’과‘착취하는손’은같을수있다.『다나』는그사실을거듭변주하며우리에게보여준다.‘다나’에게먹이를주고소통방식을가르쳐주었던사육사는‘다나’를성적으로착취한후에유기하고,‘나’를안전하게품어주었던‘다나’는‘나’를손쉽게통제하기위해손발톱을뽑는다.숲을돌보는‘나’는상품성이없는나무를가차없이벤다.사회도마찬가지다.동물은동물원에속할땐환영받는‘전시상품’이지만,그곳을벗어나는순간‘유해동물’로지정되어허가받은‘사냥감’이된다.어떤존재들은‘사유재산’에속해있을때만안전을허락받는다.그테두리를벗어나는즉시총구가겨누어질것이다.
절반의‘다나’이자절반의‘인간’으로서인간이기를택한‘나’는인간의논리에따라나무를베고,개에게목줄을매며,‘다나’와‘소나무등벌레병’을박멸대상으로삼았다.그러나그러한‘나’의‘인간되기’는바로그인간의방식에의해처참히실패한다.‘다나’도‘인간’도아니게된그순간,‘나’는‘이종’의존재가되어이세계를다시바라본다.예고된폐허의풍경을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