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열심히 산다 (양장) - 오늘의 젊은 작가 58

악마는 열심히 산다 (양장) - 오늘의 젊은 작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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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악마는…… 전능하단다.”

손바닥만큼 작은 몸, 화살표 꼬리, 길고 뾰족한 송곳니
어느 날 내 앞에 악마가 나타나 소원을 물어본다면?

노는 게 제일 좋은 장난꾸러기 악마와
은둔 청년의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거래
몸과 삶을 맞바꾼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내 마음, 내가 진짜로 원했던 것

김화진 장편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 소설가의 신작이다.
하나의 마음에 깃든 무수한 감정들의 행방과 변화를 세밀하게 좇는 ‘마음 탐구자’ 김화진의 탄생을 알린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이후, 김화진은 줄곧 무한히 예측 불가한 ‘마음’에 발을 딛고 그 바깥으로 시야를 차근차근 넓혀 왔다.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에서는 마음을 따라 움직이며 연결되는 ‘관계’의 역동을, 장편소설 『동경』에서는 우정 속에서 생동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삶과 꿈을 보여 준 소설가 김화진은 이번 소설을 통해 보다 멀고 깊은 곳으로 나아가 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의 내면에서도 아득히 멀고 외진 자리, 바로 ‘고립’된 마음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혼자가 될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마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김화진은 우리 모두가 고립을 경험해 보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그 실마리를 탐색한다. 모두가 집 밖으로 나서기 조심스러웠던 그해 초겨울, 은둔 청년 가영 앞에 작은 악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가영의 집 가장 어두운 곳에 숨어 살던 악마 Z. 악마 Z는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만 싶은 가영의 마음을 읽고 거래를 제안하려 모처럼 야심 차게 등장한 참이다. 너의 남은 생을 내가 대신 살아 주겠다고.
그러나 그렇게 맞바꾼 몸, 그 몸에 딸려 온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뜻밖의 것들이 발견된다. 악마 Z는 인간의 몸만큼이나 모든 감정을 커다랗게 느끼는 마음의 무게에, 가영은 가벼운 악마의 몸으로 옮겨 오자 가뿐히 멀어진 상처에 놀라워한다. 이 비밀스러운 거래의 유일한 목격자 종현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자신의 비밀, 그 속에 들어 있던 소원을 발견한다. 그렇게 맞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꿔 본 후에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본 후에야 이들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숨겨져 있어서 까무룩 잊었던, 외면했던, 때로는 보고도 몰랐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악마 사회
“인정은 모든 악마의 둘도 없는 목표였으며 그리하여 악마들로 하여금 죽기 전에 받을 수 있을까 하고 평생을 오들오들 떨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13쪽)

악마가 인간의 욕망에 맞물려 존재하듯, 소설 속 악마 사회도 인간 사회와 꼭 닮은 모습이다.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악행을 저질렀는지에 따라 등급별로 업적이 나뉘고 그에 따른 포상이 이루어지는 철저한 성과 중심 사회다. 포상은 안락한 ‘집’과 뜻을 이을 ‘후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악마 Z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가 미미해, 운 좋게 얻은 보일러 있는 집을 곧 잃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악마’. 그런 평가가 무엇보다 두려웠던 악마 Z는 용기를 내어 가영을 파멸로 이끌 거래를 제안한다.
다만 그 거래에는 악마 Z만의 작은 즐거움이 몰래 끼어 있었다. 바로 그가 거래의 대가로 받은 가영의 스쿠터. 가영이 가진 것 중 가장 재미있어 보여 늘 탐내고 있었지만 사소한 업적이라 비난받을까 봐 외면했던 바로 그 스쿠터를 드디어 차지한 것이다. 모처럼 의욕을 낸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허락한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로부터 악마 Z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끝말잇기 하듯 주렁주렁 밀려든다. 스쿠터,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듣는 음악, 음악처럼 신나게 불어오는 바람, 바람이 흐르는 골목, 골목마다 숨어 있는 맛집들. 그렇게 쌩쌩 인간 사회를 달리는 동안 악마 Z는 문득 궁금해진다. 이토록 많은 즐거움을 가영은 왜 도통 누리지 못했을까? 하고.


■ 홀로 남아 소용돌이 치는 마음
“진짜로 혼자가 되었을 때 가영은 마음 놓고 혼잣말에 둘러싸여 지냈다. ‘나는’과 ‘나는’ 사이에 혼자.” (114쪽)

두 번째 이야기 ‘묘지 산책’에서는 가영의 마음속이 펼쳐진다. 한때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했던 가영은 지금 일도 외출도 그만두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집 안에만 머물러 있다. 같은 밴드 멤버의 스캔들에 휘말려 사이버불링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밑바닥을 봐 버린 동료와 다툰 끝에 가영이 조용히 떠나기를 택한 것이다. 가영의 마음에는 사라진 피아노만큼의 구멍이 커다랗게 남아 있다. 사랑했던 음악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까무룩 숨어든 지 어느덧 1년.
그동안 가영은 내내 집 안에만 있었지만, 사실 가영의 마음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영의 마음은 커다란 상처를 가운데 두고 아주 먼 과거의 기쁨과 가까운 현재의 슬픔 사이를 하염없이 맴돌고 있었다. 버릴 수도 품을 수도 없는 애정이 애증이 되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채로 지켜보며, 이대로 상처에 고인 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간. 그때 가영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처음엔 악마 Z, 다음엔 종현이다. 그 두드림에 응답할 때마다, 가영의 마음속에 고여서 맴돌던 슬픔이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 나가기 시작한다.


■ 제자리뛰기로 멀리 닿기
“체념은 얼마간의 자유가 되었다.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니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껏 다정할 수 있었다.” (139쪽)

소설의 마지막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는 수상한 능력보다 더 수상한 친화력을 가진 인물 종현의 이야기다. 종현에게는 신기하지만 쓸모없는, 그러나 이 팬데믹 시절에 요긴하게 쓰인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열 감지’ 능력. 말 그대로 사람의 체온을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능력으로 건물 입구마다 놓인 열 감지기 옆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종현은 인간의 평균 체온보다 약간 높은, 그러나 마법으로 열 감지기를 속인 가영(사실은 악마 Z)을 찾아낸다.
사실 종현은 그 능력을 초등학교 5학년 때 악마에게 소원을 빌어 얻었다. 그저 친구를 얻고 싶어서. 아픈 친구를 양호실로 바래다주며 장난친 사소한 기억이 좋아서였다. 그러니까 어릴 때 종현은 ‘친구를 원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열 감지 능력을 갖고 싶어요.’ 하고 소원을 비는 어린이였고, 지금은 가영에게 ‘계속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공부할 방을 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른이다. 조심스러움에 진심을 에둘러 말하다가 오해받고, 오해를 해명하다 지쳐 체념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 그런 종현에게 오랜만에 간절한 소원이 생겼다. 이 사람을 더 오래 자주 보고 싶다고. 콩콩 제자리뛰기 하는 심장 박동을 이 사람에게만큼은 온전히 전하고 싶다고.
저자

김화진

저자:김화진
언제나얼마쯤씩만있는것같은‘종종’으로자신을설명해야마음이놓이는사람.어떤사람이‘주머니’속에숨긴걸절대알수없지만주머니가있다는걸잊지않으려고애쓰는소설가.기다릴일이있다는점에서‘변심’을좋아한다.이를느리게더듬어볼수있다는것도마음에든다.좋은질문과대답을갖고끝내주는‘대화’를하고싶지만‘실망’했다는말을듣는건무섭다.막상무섭다고쓰니생각보다덜무서워하는것같지만그걸확인하고자그말을듣고싶은건아니다.
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단편소설《개구리가되고싶어》등이있다.

목차

악마는열심히산다7
묘지산책87
사랑받지못한사내의노래137

작가의말181
발문_안세진(문학평론가)
방금악마가다녀갔어186
추천의글_이희주(소설가)193

출판사 서평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악마사회

“인정은모든악마의둘도없는목표였으며그리하여악마들로하여금죽기전에받을수있을까하고평생을오들오들떨며살아가게하는것이었다.”(13쪽)

악마가인간의욕망에맞물려존재하듯,소설속악마사회도인간사회와꼭닮은모습이다.얼마나창의적인방법으로악행을저질렀는지에따라등급별로업적이나뉘고그에따른포상이이루어지는철저한성과중심사회다.포상은안락한‘집’과뜻을이을‘후손’.그사실을누구보다잘아는악마Z는전전긍긍하고있다.그간의성과가미미해,운좋게얻은보일러있는집을곧잃기직전이기때문이다.‘성장하지못하는악마’.그런평가가무엇보다두려웠던악마Z는용기를내어가영을파멸로이끌거래를제안한다.

다만그거래에는악마Z만의작은즐거움이몰래끼어있었다.바로그가거래의대가로받은가영의스쿠터.가영이가진것중가장재미있어보여늘탐내고있었지만사소한업적이라비난받을까봐외면했던바로그스쿠터를드디어차지한것이다.모처럼의욕을낸기념으로스스로에게허락한작은즐거움이었다.그로부터악마Z에게는새로운즐거움이끝말잇기하듯주렁주렁밀려든다.스쿠터,스쿠터를타고달리며듣는음악,음악처럼신나게불어오는바람,바람이흐르는골목,골목마다숨어있는맛집들.그렇게쌩쌩인간사회를달리는동안악마Z는문득궁금해진다.이토록많은즐거움을가영은왜도통누리지못했을까?하고.

·홀로남아소용돌이치는마음

“진짜로혼자가되었을때가영은마음놓고혼잣말에둘러싸여지냈다.‘나는’과‘나는’사이에혼자.”(114쪽)

두번째이야기‘묘지산책’에서는가영의마음속이펼쳐진다.한때밴드의키보디스트로활동했던가영은지금일도외출도그만두고,모든인간관계를끊고집안에만머물러있다.같은밴드멤버의스캔들에휘말려사이버불링을당했고,그과정에서서로의밑바닥을봐버린동료와다툰끝에가영이조용히떠나기를택한것이다.가영의마음에는사라진피아노만큼의구멍이커다랗게남아있다.사랑했던음악과사람에게상처받고,상처받은마음을회복하지못한채로까무룩숨어든지어느덧1년.
그동안가영은내내집안에만있었지만,사실가영의마음은그곳에있지않았다.오히려가영의마음은커다란상처를가운데두고아주먼과거의기쁨과가까운현재의슬픔사이를하염없이맴돌고있었다.버릴수도품을수도없는애정이애증이되어가는것을어쩌지못하는채로지켜보며,이대로상처에고인채영원히벗어날수없을것만같은시간.그때가영의마음의문을두드리는손이있었다.처음엔악마Z,다음엔종현이다.그두드림에응답할때마다,가영의마음속에고여서맴돌던슬픔이조금씩바깥으로흘러나가기시작한다.

·제자리뛰기로멀리닿기

“체념은얼마간의자유가되었다.어차피난사랑받지못하니까,하고.그렇게생각하면오히려마음껏다정할수있었다.”(139쪽)

소설의마지막‘사랑받지못한사내의노래’는수상한능력보다더수상한친화력을가진인물종현의이야기다.종현에게는신기하지만쓸모없는,그러나이팬데믹시절에요긴하게쓰인능력이하나있다.바로‘열감지’능력.말그대로사람의체온을눈으로보고알수있는능력이다.그능력으로건물입구마다놓인열감지기옆에서보안요원으로일하던종현은인간의평균체온보다약간높은,그러나마법으로열감지기를속인가영(사실은악마Z)을찾아낸다.

사실종현은그능력을초등학교5학년때악마에게소원을빌어얻었다.그저친구를얻고싶어서.아픈친구를양호실로바래다주며장난친사소한기억이좋아서였다.그러니까어릴때종현은‘친구를원해요.’라고말하는대신‘열감지능력을갖고싶어요.’하고소원을비는어린이였고,지금은가영에게‘계속보고싶어요.’라고말하는대신‘공부할방을빌려주세요.’라고말하는어른이다.조심스러움에진심을에둘러말하다가오해받고,오해를해명하다지쳐체념하는데익숙해진사람.그런종현에게오랜만에간절한소원이생겼다.이사람을더오래자주보고싶다고.콩콩제자리뛰기하는심장박동을이사람에게만큼은온전히전하고싶다고.

·‘발문’에서

새삼스럽지만김화진의소설이그동안해온작업은바로그러한소원들에성실히응답하는것이었다.모두가떠난자리에남아식은마음을매만지는사람들을아주느리고섬세한문장으로그려내기.그들에게좀처럼마음대로되지않았던자신의마음을되돌아볼시간과여유를주기.어쩌면김화진은마치우리의작은악마처럼숨죽인채페이지위에서들려오는그러한소원들에귀기울이고있었던것일지도모르겠다.
-안세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