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겨울방학

$13.00
Description
“겨울에는 작은 눈사람 두 개를
만들어서 넣어 두기도 했다.”

방학 없는 지친 삶과 숙제처럼 남은 관계 속에서
작게 빛나는 마음을 건져 올리는 최진영식 보물찾기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통해 순도 높은 사랑을 선보이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겨울방학』이 출간되었다. 『겨울방학』은 『팽이』 이후 6년 만에 묶는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6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최진영은 그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이제 막, 1초가 지났어.”) 신중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인 것 같다. 폭력과 고통의 세계를 거침없이 펼쳐 보였던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자세와 눈빛으로 우리의 아홉 살을, 열두 살을, 그리고 현재를 바라본다. 세계의 불행과 가혹함보다 그 시간을 통과해야만 하는 이들의 말 한마디와 걸음걸이, 쪼개어 자는 잠을 관찰한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착하면서 나쁜 마음의 모양들을 소중히 보관한다. 소설집 『겨울방학』을 읽는 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모래와 먼지를 헤치고 보물을 찾는 일과 닮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뒤섞이고 탁한 바닥에서도 우리는 결국 작게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최진영

1981년눈이많이내리던날서울에서태어났다.낮엔일하고밤엔글쓰다가2006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소설집『팽이』,『겨울방학』,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끝나지않는노래』,『나는왜죽지않았는가』,『구의증명』,『해가지는곳으로』,『이제야언니에게』,『내가되는꿈』,『팽이』,『겨울방학』등을썼다.앤솔러지『장래희망은함박눈』을함께썼다....

목차

돌담7
겨울방학45
첫사랑77
가족107
의자139
囚167
막차199
어느날(feat.돌멩이)213
오늘의커피233
0265

작가의말293
추천의말297

출판사 서평

■“네가내게배운것이가난만은아니라면좋을텐데.”
여전히최진영의인물들이두려워하는것은가난이다.늘아쉽고불안한현재와그로인해잡히지않고멀기만한미래.그러나최진영의인물들은두려움을통과해나아간다.평화로운것처럼보이지만아슬아슬하게,끝일것같지만계속된다는마음으로.
수록작「겨울방학」의고모는아홉살난조카의순수해서나쁜말들을듣는다.“고모는가난하니까이런데사는거잖아.”라고말하는아이를향해고모가되돌려준것은가난을지우는친밀감의시간이다.「돌담」의주인공‘나’가다니는회사도한사람의미래와현재를갉아먹는다.정규직대신무기계약직으로사람을고용하고,독성물질인프탈레이트가소제가첨가된장난감을팔면서도‘그정도로사람안죽는다.’는말만되풀이하는회사.‘나’는그들에게항의하고그들의방식을거부한다.협박당하고일상이무너질까두렵지만다시찾은고향동네에서‘내가무엇이되고싶었는지’를생각한다.생존을위한나쁜관성이쉽게존엄을해치는날들에도,소중한것이뭔지모른채로살고싶지않다는마음을단단히쌓는인물들이『겨울방학』에있다.

■“우주한테는네가미세먼지인지몰라도나한테는네가미세먼지가아니야.”
대책없는낙관이아닌바닥으로부터건져올린희망을말하기위해작가는우주를동원해쓴다.우주입장에서는티끌같은우리가어째서티끌보다더작은희망을지니고함께살아야하는지에대해,사람을사랑하는일에대해말한다.
수록작「첫사랑」의주인공‘혜지’가사랑하는것은망원경으로보는별과망원경으로보지않아도되는‘우미’다.혜지는태양과지구의거리가달라지면지구의생명이박살나듯,우미와자신의거리가달라지면자신의세계도박살나리라는것을깨닫는다.우주의이치를깨닫는것처럼사랑을깨달은것이다.「어느날(feat.돌멩이)」의배경은미대륙만한크기의돌멩이가지구를향해날아오는종말직전의‘어느날’이다.종말을막을방법은없지만,“우리가가까운곳에서죽으면좋겠다.”는엄마의말에‘나’는생각한다.우리가아무리멀어도우주의관점에서보면충분히가깝다고,영영함께인것이라고말이다.최진영의소설들이알려주는것은그런것들이다.함부로절망이라고말하지않는법.섣불리희망이없다고말하지않는법.소중한것을감별하는법.

■작품소개

돌담
▶어린이문구와완구를제작하는회사에다니던‘나’는우연히회사에서사용하는첨가물이사용금지된독성물질‘프탈레이트가소제’라는사실을알게된다.회사를신고한‘나’는고향동네로돌아와한노인이마음이허전해서쌓았다는돌담이야기를듣는다.돌담이있는곳은나와가장친했던친구‘장미’가함께놀던,지금은말라버린연못이있던곳이다.‘나’는아주오랜만에장미를생각하고,돌담을향해걷는다.그곳에가면‘다음’을생각할수있을거라고믿으며.

겨울방학
▶이나는엄마가동생을낳아서고모집에맡겨졌던아홉살의겨울을기억한다.아빠손을잡고고모가사는빌라촌에들어섰던순간.아파트에서만살았고,침대에서만잤던아홉살이나가고모의원룸에대해어떻게말했는지.그런이나를고모는어떻게대해줬는지.어른이된이나는종종그때보았던고모의표정과,“네가내게배운것이가난만은아니라면좋을텐데.”라고중얼거리던것을기억한다.고모가가르쳐주고싶었던건무엇이었을까,어른이된이나는생각한다.

첫사랑
▶우현의생일에혜지는팔찌를잃어버렸다.가장소중한사람이준팔찌는우현이혜지에게고백을하고실랑이를벌이던순간우현의방에떨어졌다.그날이후,혜지의머릿속은온통‘팔찌를찾아야한다’는생각뿐이다.그것은‘우미언니’가준팔찌니까.혜지가좋아하는우미언니와혜지를좋아한다는우현이남매인것을알게된것역시우현의생일,팔찌를잃어버린그날이다.마음은엇갈리고오해는계속되지만분명한것은혜지와우현이첫사랑중이라는사실이다.

가족
▶3년차커플인주은과수호는수호의부모님을만나러간다.3년내내둘의관계는예상대로흘러왔다.수호의부모님을뵙게되기전주은은곧‘이사람의부모님을뵙게될것같다’고예상했다.그러나도착한수호의집에서주은이마주한것은예상은했으나대책을세우기는힘든,내애인의‘가족’이다.수호의아버지는끊임없이‘가장으로서뼈빠지게희생해도대접도못받는’세상을탓하고,어머니는자신의아들을향해칭찬인지욕인지모를애매한말을늘어놓는다.

의자
▶‘나’는가구를만드는사람이다.여러사람이둘러앉을상상을하며식탁을만드는게가장즐겁고,주문이들어오면선반이나책장도만든다.이것은‘내’가만든의자에대한이야기다.‘나’는각별했던외할머니를떠나보내고,할머니의장례식장에서2년전헤어진연인을만나게되고,15년전‘나’에게새벽에마시는자판기커피와어떤계절을좋아하게만든‘소진’을다시만난다.이우연하고도필연적인만남과헤어짐을생각하며,‘나’는의자하나를만든다.


▶어느날‘나’는자신이벽에갇혔다는사실을깨닫는다.눕고자고눈뜨고끼니를먹는것은평소와똑같은자신의방안인데,문을열면벽인것이다.벽에갇힌‘나’를꺼내려고애쓰는것은‘나’의회사팀장이다.팀장은매일같이전화를걸어‘나’를회유하고,질책하고,충고한다.성실한사람이그러면쓰나,나와서일을해야지,돈을벌어야지,자네를기다리겠네.그모든말을듣고‘나’는어쩐지이고립과단절의상태에더욱빠져든다.그러니까‘나’는나가고싶지가않다.어째서일까?

막차
▶‘장’과‘남’그리고‘승지’는주중에늘막차를탄다.어느날그들이타는버스가급정거를하고,급정거를했을뿐금세다시제속도로달리지만장만이버스가살아있는뭔가를박았다고주장한다.남은거듭장의말을무시하지만장은끈질기다.장의주장은점점구체화되어동물을친것도아니고사람을친게분명하다는데까지이른다.승지는그들의대화를듣고,커다란차가밤의도로를거침없이달리다가치어버린,그래서죽어버린한사람을생각한다.

어느날(feat.돌멩이)
▶영어와숫자의조합으로이루어진이름의돌덩어리가지구를향해날아오고있다는뉴스를접했을때,‘나’는일시불로결제한카드값을할부로바꿔달라고카드고객센터에요청하는중이었다.세상의종말이다가온시점에도‘내’가할수있는것은그런일이다.결제한돈을나눠달라고요청하는일.그런‘나’에게뉴스의내용을정확히알고싶다는엄마의전화가걸려온다.‘나’는엄마에게‘우주고뭐고알아봤자우린할수있는게없다’고말하지만엄마는자꾸만묻는다.

오늘의커피
▶사기꾼아버지가빚만남기고사라져버려서‘조’는쉴새없이일을해야했다.편의점,숯불갈비집,PC방,공장.그리고그런아버지를평생기다리던,끝내아버지가좋은사람이라고믿었던어머니마저병을얻어요양원에모신뒤로는더욱일자리가필요했다.숙식제공이라는카페에면접을보기위해조는낯선버스를타고낯선곳에내린다.그리고처음으로조의장애를대수롭지않게여기는사람을만난다.그사람은조가일을하러온이카페가‘기다리는곳’이라고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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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잃어버렸다.공상과학소설인지순수과학인지분야도기억나지않고,'TheEarth'인지'TheirEarth'인지제목도기억나지않지만그책을찾아야한다는것만은분명한책.‘나’는자신의방에들른사람들에게그책을본적이있는지묻는다.그러나책을잃어버렸다는‘나’의고민을들은친구들의반응은전부그들각자를사로잡은괴로움에대한넋두리다.친구들과의대화를계속하며‘나’는그제야자신의괴로움을생각한다.왜책을찾으려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