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만들고,책을사고,책을누구보다많이읽는사람들
편집자란어떤사람인가.책을만드는사람이다.1)기획아이디어를떠올려그에맞는저자를섭외하거나저자가쓴원고를발굴하고,2)원고를교정교열하고,3)책의내용에걸맞은표지를만들기위해디자이너와손발을맞추면서,완성도있는한권의책으로묶어내는데필요한모든일을하는사람이다.따라서편집자란,숙명적으로책을좋아하고많이읽을수밖에없는사람들이다.
편집자들은책을많이사는걸로유명하다.모인터넷서점에서는매해본인이산책을집계하는통계치를제공하는데,평균적으로편집자들의책구입량은당사자가사는지역상위5%안에무리없이든다.새책을펴낼때,편집자들은농담을나눈다.“이거또우리끼리만사보는것아냐?”지진이나면책에깔려죽을지도모른다는불안,이사견적을낼때마다책장에들어찬책을보고기겁하는이삿짐센터사람들의반응도예사다.
하지만,사둔책을정작다읽는편집자도그리흔치는않다.“내가책을샀으면됐지,읽기까지해야해”라는농담이존재할정도다.그런데많고많은이책부자편집자들중에서실제로산책을정말많이‘읽기까지하는’편집자를꼽으라면,가장먼저떠오르는사람은이수은이다.
■연애가폭망할때,통장잔고가바닥일때,사표를쓰고싶을때
우리에겐‘이책’이시급하게필요합니다!
20여년넘게편집자로일하면서수백여권의책을만들고,책과독자사이에다리를놓아온저자이수은은독자들의심정을누구보다잘안다.책한권사기도쉽지않지만,실제로책장을펴서읽기시작하는게바쁘고지친현대를사는우리에게얼마나피곤하고힘든일인지를.그래서저자는제안한다.일상의어느특정순간,울분이가슴속에마구차오를때,사표를던지고회사를뛰쳐나가고싶을때,연애가망해버렸을때,모든걸다접고새로시작하고싶을때,정말아무것도하고싶지않을때,그런때‘이런책’을펼쳐보면어떠냐고.
사표를던지고싶다?그렇다면실제로사표를던지고자신의꿈을찾아나선한남자의이야기를들어보자(서머싯몸의『달과6펜스』).그런데당신은왜사표를쓰고싶어졌는가?자신을잊고너무나헌신적으로살아온나머지자신이아닌뭔가가돼버린건아닌가?(카프카의『변신』)정말사표를쓰고싶다면,지금이찬스다.이방대하고위대한책을읽으며나의각오가그만큼단단하고의미있는지점검해보자(빅토르위고의『레미제라블』).
물론,진짜로그런상황에처했을때만저자가권하는책을읽어야하는건아니다.이런상황이찾아왔을때나에게위안과힘을줄수있는어떤책이존재한다는사실을알게되는것만도어딘가.독서를어려운행위,각오와동기부여가필요한고통스러운과업으로여겨온독자가있다면,저자의위트있고유머러스한안내에따라그냥어깨의힘을빼고책과마주하면된다.
■호메로스의『일리아스』부터정세랑의『옥상에서만나요』까지
당신의상황과유형에맞는독서테라피!
저자가소개하는52권의책은태고의고전인호메로스의『일리아스』로부터시작하여19세기와20세기를아우르는명작들과SF소설,최근부커상수상작인『밀크맨』과노벨문학상수상작『방랑자들』에이르기까지실로다양하고중요하다.문학뿐아니라『엘러건트유니버스』『수학의확실성』같은과학책과『논어』『아라비안나이트』등의일견하드한책들이지닌의외의‘유용함’과‘아름다움’도깨닫게된다.
삶이힘들고지칠때우리를붙잡아주는튼튼한닻과같은고전문장들은넘치게많으나,거기까지의진입장벽은너무나높다.또한,친근한언어로고전독서에대한흥미를이끌어내려는책은많지만,그진수까지꼭꼭씹어새기는알찬사유와충실한구성의독서에세이는의외로흔치않다.이수은의『실례지만,이책이시급합니다』는‘제목만들어도어깨가움츠러드는고전들을이토록즐겁게’(소설가장강명)소개할뿐아니라,‘당신에게꼭필요한운명적책을어디서찾을수있을지,예상치못한방향을가리키는화살표로기능한다.’(소설가정세랑).이제,작가가가리키는방향에서‘이환란과역병의시대를견디고버틸수있는시간들을’(영화감독변영주)함께만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