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고의프루스트번역서,후속편출간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그네번째이야기,「소돔과고모라」
1편「스완네집쪽으로」,2편「꽃핀소녀들의그늘에서」,3편「게르망트쪽」에이어『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4편「소돔과고모라」가7,8권으로출간되었다.「소돔과고모라」는성경에언급된성적으로타락한두도시에서가져온이름으로,이작품에서화자마르셀은다양한계기와상황을통해동성애에대한주제를이끌어나간다.앞권에서그토록열망하던게르망트공작부인의만찬에참석해포부르생제르맹귀족사회와맞닥뜨렸던마르셀은게르망트공작부인을기다리다가샤를뤼스씨와젊은재봉사쥐피앵의묘한만남을목격한다.그후자신의동성애적성향을깨달은그는게르망트대공부인이베푸는연회에다시참석해죽음의빛이완연한스완과대화를나눈다.이후퓌스뷔스부인의시녀를통해성적욕망을충족하기위해발베크에돌아간그에게죽은할머니의추억이불현듯엄습하고,그는사교계에홀려할머니를돌보지않았다는죄책감에사로잡힌다.알베르틴과자동차로발베크근교를산책하다가베르뒤랭부인의만찬에가기위해지방열차를타게된그는베르뒤랭부인의패거리와조우해샤를뤼스와모렐의관계까지알게된데이어알베르틴의고모라적성향을알고깊은충격을받는다.알베르틴에대한질투심에사로잡힌그는어머니에게편지를보내알베르틴과꼭결혼하고말겠다고선언한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모두7편에이르는연작소설로서,그분량을합하면몇천쪽에이르는방대한작품이다.2013년,「스완네집쪽으로」출간100주년을맞아첫편을내기시작한민음사는2022년프루스트사후100주년에맞춰전권완역출간을준비중이다.국내에서는최초로‘프루스트전공자’인김희영한국외국어대학교명예교수가“프루스트전공자로서사명감과용기를가”지고번역에모든정열과노력을쏟고있다.
1985년국내에서처음으로번역된판본(1954년판)과는달리,1987년프랑스플레이아드전집판으로새롭게출간된판본을번역본으로삼았으며,현재까지도계속되고있는프루스트연구자들의주석작업,그리고중국과일본등여러국가판본들을비교,참고해서진행하는,그야말로프루스트의‘정본’이라고할만한번역본이다.
역자김희영교수는이번번역작업을통해“길고난해한”프루스트의문장을“최대한존중”하여“텍스트의미세한떨림”을살리는데중점을두었다고밝혔으며,“독자의이해와작품의올바른수용을위해최대한많은주석작업을통해문화적,예술적차이를극복하고자”했다고말한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절반의고개를넘은4편의출간은민음사판본과함께프루스트독해를시작한이들에게뿐만아니라앞으로시작할이들에이르기까지,프루스트를이해하기위한든든한기둥이되어줄것이다.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핵심주제를다루는작품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4편「소돔과고모라」는작품전체에서가장중요한주제를다루는작품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여기서다루는그주제란동성애인데,화자가동성애자인샤를뤼스의성적정체성발견에대해‘혁명’,‘계시’라는말로표현하는것이나,마치진실의문인‘소돔과고모라’앞에선듯새로운삶을예고하는것등을고려하면,프루스트가이주제에대해얼마나진지하게다루었는지확인할수있다.실제로4편「소돔과고모라」는동성애에대한이론적성찰과등장인물들의갖가지사례,그리고화자마르셀이가장사랑하는여인인알베르틴의동성애적성향에대한결론에이르기까지,일종의동성애보고서처럼진행된다.
동성애에대한주제는유럽사회에서19세기말까지드물게다루어졌다.사교계나예술계에서는비교적흔하게알려져있었지만,보수적인영국이나독일에서는금기시되거나범죄로취급받았다.프랑스문단의경우를보자면앙드레지드가『코리동』에서자신이동성애자임을공공연히선언한데반해프루스트는보다우회적이고간접적인방식으로동성애를극화한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서동성애자는‘나’가아닌샤를뤼스나생루,알베르틴같은상상적인자아들로서,이런수많은가상의출현을통한자아의증식과분산은자서전소설에돌파구를마련한새로운유형의글쓰기로높이평가되고있다.
프루스트는19세기말지식인사이에널리퍼져있던히르슈펠트의이론을이작품에끌어와동성애담론을펼친다.히르슈펠트는완전히남자도완전히여자도아닌제삼의성인간성(間性),즉‘남자-여자’의존재를확인했으며,그리하여성이문화적,사회적요인에의해후천적으로결정되는것이아니라생물학적으로결정되는필연임을역설한다.(따라서삭제)이런‘남자-여자’를도덕적관점에서금기시하는것은낡은편견이며,따라서그는간성의인권을보호하기위해적극적으로투쟁한다.프루스트는동성애를표현하기위해‘소돔과고모라’라는단어를활용한다.이는“여인은고모라를가지고남자는소돔을가지리니.”라는알프레드드비니의시구에서가져온것으로서,프루스트는죄로가득한도시의이미지를통해동성애에대한자신의문학적입장을확립한다.
특히이작품에서프루스트는라신의종교극「에스테르」와「아탈리」를참고한상호텍스트적글쓰기를통해동성애자를유대인의일화에접근시킨다.다시말해동성애자를뜻하는소도미스트(sodomiste)와신의저주를받은유대인시오니스트(sioniste)의음성학적,의미론적유사성을드러내면서‘저주받은종족’,‘감추어지고위장된이들’이라는둘사이의공통점을확대시킨다.이는프루스트가평생감추고싶어했던진실,즉어머니가유대인이며자신은동성애자라는자전적기원과도관계된다할수있을것이다.
■샤를뤼스:‘소돔’과‘난초꽃’를통한남성동성애의탐구
마르셀은게르망트대공부인으로부터받은초대장이진짜인지물어보기위해게르망트공작부인을기다리다가샤를뤼스가저택마당에들어서는모습을목격하고는,샤를뤼스의성적정체성에대한깨달음과함께자신의성정체성에대해서도혼란을겪는다.
샤를뤼스씨가커다란뒝벌처럼윙윙거리며문을지나가는순간,이번에는진짜뒝벌한마리가마당안으로들어왔다.난초꽃이그토록오래기다려왔으며,또그렇게희귀한꽃가루를,그것없이는난초꽃이숫처녀로남아있을그런꽃가루를가져온벌이아니라고누가알겠는가?(7권23쪽)
프루스트는동성애자인샤를뤼스와쥐피앵의만남을꽃과벌의은유를통해드러낸다.거대한식물원으로탈바꿈한게르망트저택의마당에서꽃향기에유인되어날아온벌한마리와그앞에서부동의자세를취하는난초꽃의묘사는동성애의자연적이고생물학적인성격을강조하는것으로보인다.그러나바로다음문단에서샤를뤼스는다시벌이아닌꽃으로묘사되면서벌-남성,꽃-여성이라는일반적인도식에균열을야기한다.
난초꽃을뜻하는프랑스어오르키데(Orchid?e)의어원은testicule즉남성의성기로남성성을의미하면서도,꽃잎의모양은여성의성기처럼열렸다닫히며여성성을환기하는것으로간주된다.그러므로오르키데로표현되는자아는바로양성을의미하는데,자기보다남성적인남성을만나면여성으로,자기보다여성적인남성을만나면남성으로변할수있는갖가지종류의결합형태를내포한다.양성에대한식물성을통한환유는양성성이사회적인기준에서보면유죄일수있지만,식물의기준에서보면무죄라는것을드러낸다.
식물성으로의환유외에도프루스트는동성애의또다른특징을언급한다.그것은바로항상직접적으로표현되지못하고항상다른언어에기대어표현되는,즉감추어진비밀로설명되는동성애자들에대한것이다.대표적으로는‘임신한’여자에대해‘배부른’여자라고간접적으로표현하는대화장면을통해그려진다.「소돔과고모라」에서몸짓과웃음,표정등수많은몸의언어와관용어의사용,노르망디지명의어원에대한긴담론과트럼프놀이등다양한장면을통해알려지지않은감추어진이야기를소재로하는데,이러한감추어진존재와세계에대한프루스트의관심은그의글쓰기전체를통과하는특징이기도하다.
■알베르틴:‘고모라’와‘젖가슴’을통한여성동성애의탐구
전통적으로레즈비언의시원이되는사포와레스보스섬에의해상징되는아름다움및시와그리스에대한사랑때문에여성동성애는문학과예술세계에서찬미의대상이되어왔다.프루스트는“여인은고모라를가지고……”라고언급하며여성동성애에대해죄의식적의미를부여한알프레드드비니와,“검은신비”라며여성동성애를찬미한샤를보들레르라는두문학적입장사이에위치한것처럼보인다.프루스트는특히여성동성애에대해,그것이남성의입장에서불가해하며불투명하다는것에주목한다.「소돔과고모라」에서여성동성애는화자마르셀이사랑하는알베르틴의일화를통해드러난다.라라스플리에르의별정으로가던중,기차가고장나는바람에앵카르빌에내린마르셀은의사코타르와함께카지노로들어간다.그곳에서그는알베르틴이앙드레와춤추는장면을목격한다.그때(의사삭제)코타르는여성들은젖가슴을통해쾌락을맛본다고설명한다.
“저아이들은틀림없이쾌락의절정에있을걸세.여자들이다른무엇보다도젖가슴을통해쾌락을맛본다는걸사람들은잘알지못하네.저아이들의젖가슴이완전히붙어있는것을보게나.”(7권345쪽)
마치타인의성적유희를보면서쾌락을느끼는관음증환자처럼,여성동성애자처럼그들은서로의몸을응시하고각자의시선에비친타자를음미한다.남성과여성의관계에서처럼구체적인신체적접촉과그한계에달린것이아니라,상대방의육체가보여주는의미를탐색하며,그리고이런육체에반응하는자신의육체를응시하면서끝없이희열을느낀다는점때문에여성동성애는시각적이고자족적이라할수있다.화자는그쾌락의신비를캐려고몸부림치지만결코밝히지못한다.알베르틴으로대표되는여성동성애자들의“은밀하고도관능적인전율”,즉확실한쾌락을남성인화자는결코알수없다는점에서그는남성이느끼는쾌락의한계를의식하며분노하게된다.
남성동성애자인샤를뤼스에대한고찰이비교적객관적감정을가진화자의거리두기에의해어느정도인식가능한서술체로드러난다면,알베르틴에대한묘사는질투에사로잡힌남자,욕망하는주체의시선에의한지극히혼란스러운담론이라는점에서주목을끈다.이처럼프루스트는「소돔과고모라」에서샤를뤼스와알베르틴이라는두인물을통해동성애라는주제를무대전면에올리고있다.그러나샤를뤼스의남성동성애담론이비의지적기억에대한과거의포착이나모호한인상과거짓표면뒤에숨겨진진리의발견이라는전통적성장소설의목적론에부응한다면,알베르틴의이야기는여성의성적취향에대한끝없는의혹과탐색으로이어지는‘변신’의드라마에가깝다.그리고그울림은5,6편이자‘알베르틴소설’로유명한「갇힌여인」과「사라진알베르틴」을통해보다구체화된다.
■20세기최고,최대의소설
―프루스트를읽지않고소설을읽었다말할수없다
프루스트이전소설들의종착지이자,프루스트이후소설들의출발점이될만큼문학사에빼놓을수없는위대한작품으로평가받는마르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타임스》,《르몽드》등세계유력일간지에서20세기최고의소설로꼽히며,엘리엇,모루아,발레리,베케트,보부아르같은거장들뿐만아니라들뢰즈,리비에르,벤야민등의비평가,철학자들에게도큰영향을끼친소설이다.17∼18세기소설들이인간내면보다는인간이몸담고있는사회의모습과거대한자연의힘을담아내려고했다면,프루스트는오로지‘인간’그리고그인간‘의식의흐름’그자체에생각과펜을맡긴채유례없이장대하고유려한대작을완성해냈다.코르크로문틈을막고천식과싸우며14년에걸쳐써낸이작품은모두7편,몇천쪽에달하는이“20세기최대의문학적사건”은‘나’라는화자의성장과시선에따라한인간이품을수있는온갖사유를담아낸다.그속에유년기의기억,사랑과정념,질투와욕망,상실과죽음,예술,사회,문화,정치,역사등그야말로‘인간삶’의총체적인모습들이생생하게살아움직이며독자들로하여금“진정으로가장큰체험”(버지니아울프)을하게해준다.
“진정한삶,마침내발견되고밝혀진삶,따라서우리가진정으로체험하는유일한삶은바로문학이다.”라는프루스트의말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