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문학,철학,심리학의지형도를바꿔놓은대문호도스토예프스키
그의마지막소설이자최고의소설,‘잔인한천재’도스토예프스키문학의정점
젊고새로운감각의번역으로새로이탄생한21세기의『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그는잊을수없는장면들을창조해냈다.사람들이광기라부르는그안에그의천재성의비밀이있다.─제임스조이스
▶지금까지쓰인가장위대한소설.─프로이트
▶렘브란트처럼이야기를그려나가는도스토예프스키의초상화는더할나위없이강렬하며또한완벽하다.그는모든소설가가운데가장위대하다.─앙드레지드
▶인생에대해알아야할것은모두『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안에있다.─커트보네거트
도스토예프스키문체에가장가까운번역
러시아의대문호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완역본이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19세기의작가였던도스토예프스키는20세기지성사의흐름을바꿔놓았다고할정도로큰영향을미쳤다.『죄와벌』,『백치』,『악령』,『가난한사람들』,『지하생활자의수기』등그가남긴작품들은별다른수식어가필요없는걸작이다.그중에서도『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그가평생동안고민해온인간존재의근본문제에대한모든문학적고민이녹아들어있는대작이며,문학뿐아니라철학,심리학,종교를아우르는뛰어난작품으로널리평가받고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간혹러시아독자들도길게느낄정도의만연체이나,그럼에도유려하고논리적인문장으로도유명하다.단순히문장자체가길다는이유로기존번역본에서는그의개성을무시한채임의로문장을자르거나문단을나누는일이많았다.그러나민음사『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도스토예프스키고유의문체를그대로살려번역함으로써그호흡과속도를한국독자들에게그대로전달하고있다.러시아어는인칭대명사를통해존대법이분명하게표현되는언어이나,기존에는인물간의친밀도나작가자신의의도와는무관하게상하관계,혹은남녀관계에따라존대와하대를표현했다.그러나이번민음사번역에서는문화적상식이허용하는한,도스토예프스키가표현하고자했던인물들간의친밀도혹은반대로거리를최대한살리고자했다.
번역자인김연경은서울대학교와모스크바국립사범대학에서도스토예프스키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한젊은학자이다.그는또한21세에등단해『내아내의모든것』,『그러니내가어찌나를용서할수있겠는가』,『미성년』,『고양이의,고양이에의한,고양이를위한소설』등의작품을발표한소설가이기도하다.젊은학자이자소설가인그는요즘세대에맞는감각으로『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을새로이번역해냈다.더불어러시아에서출간된도스토예프스키전집으로,가장신뢰받는‘나우카판’을번역대본으로삼았으며,이뿐아니라영어본과불어본을참고하여,번역상의오류를최소화했다.그결과,민음사『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기존과는완전히다른,새롭고젊은번역으로탄생할수있었다.
A사“표도르파블로비치는네살짜리미챠를버리자마자곧두번째결혼을했다.”
민음사“표도르파블로비치는네살배기미챠를자기품에서쫓아내버리고나서그야말로잽싸게두번째결혼을했다.”
A사“언젠가는술자리를박살내고모여있던작부들을강제로몰아내기도했다.”
B사“한번은집에모여난장판을벌이고있는탕녀(탕女)들을완력으로쫓아버린일도있었다.”
민음사“심지어한날은개떼처럼몰려들어난잡한술판을벌이고있는추잡한여자들을완력을써서내쫓아버리기도했다.”
‘비극적인천재’도스토예프스키가남긴최고의작품
1878년,도스토예프스키는자신의최고의작품이될『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을쓰기시작했다.그후3년만에소설은완성되었으나,다시3개월후에그는숨을거두고말았다.그는애초에이작품을2부작으로구상하여,「작가로부터」에서도밝히고있듯,『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이후20년이지난시점을시대적배경으로하여후속작을쓸계획이었다.“앞으로20년은더살것이며,계속쓸것이다.”라고당당히포부를드러낸바있었다.아쉽게도그는그계획을이루지못했고,『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그의가장마지막작품이자가장뛰어난작품으로남게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25세이던1846년에첫소설『가난한사람들』을발표하면서당시러시아문단의총아로주목을받았다.그러나그로부터3년후,사회주의경향을띤페트라셰프키모임에출입하다가사형선고를받기에이른다.결국사형은집행직전에취소되고그는유형을떠나게된다.전도유망한신계작가였던도스토예프스키가감옥과군대에서8년의유형생활을하는동안유일하게읽을수있었던책은성서였다.자유의몸이되어다시세상에나온그는그야말로극우보수주의자가되어있었다.그리고초기작에서는거의볼수없었던‘신’혹은‘종교’가소설의화두로등장하기시작한다.사회적인문제의식이심리적,철학적차원을넘어윤리적,종교적차원으로움직인것이다.『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에는그런도스토예프스키가평생동안탐구해온인간존재의문제들이모두어우러져있다.
젊은시절,8년간시베리아에서유형하면서들었던이야기하나가그의마지막작품『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모티프가되었다는사실도매우흥미롭다.그는옴스크의감옥에서‘친부살인범’인한귀족출신남자에대해알게되었다.방탕한생활을하다가결국유산을노리고아버지를살해했다는것이었다.그러나도스토예프스키는그후그남자가무죄였으며,실제로범죄는남자의약혼녀를사랑했던동생의소행이었다는사실을전해듣는다.도스토예프스키는이사건에대한메모를차근차근정리해갔으며,마침내30년가까운시간이지난후소설로완성했다.따라서『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그의전문학인생에걸친대기획이었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신과종교,삶과죽음,사랑과욕정,인간본성의문제를탐구해낸대서사시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심오한사상과다양한주제등내용면에서뿐아니라그분량도방대한편이다.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극단적인소재와긴장감넘치는구성으로인해한번손에들면끝까지읽어내려가게된다.부자간의재산다툼,한여자를둘러싼갈등,결국이런반목에서이어지는친부살해라는다분히선정적인소재에,범죄소설혹은추리소설기법으로쓰인이작품은도스토예프스키의다른어떤작품보다도가독성이높다.여기에,독특한개성을지닌인물을중심으로이야기가진행됨으로서자극적인사건은보다더흥미롭게전개된다.
1860년대러시아의소도시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크.왕년의사업가이며이지방의지주인표도르카라마조프는이기주의와탐욕의집적체로,평생방탕하게욕정을좇으며살아온호색한이다.두아내가낳아준세아들을내팽개쳤고,마을의백치여인에게서사생아를낳기도했다.이런그의집에20여년만에아들들이찾아온다.첫째아들드미트리는아버지와재산문제를단판짓기위해왔다.그는약혼녀가있음에도불구하고,아버지가점찍어둔여자그루셴카에게반해버린다.돈뿐아니라여자를놓고도아버지와갈등하게된것이다.드미트리는카라마조프특유의열정과생에대한정열을지닌인물이다.반면둘째아들이반은아들들중가장교육을많이받고신문에글을쓰는지식인으로,신과종교를부정하는무신론자이다.형의부탁으로그를도우려다가그의약혼녀인카체리나를사랑하게된다.셋째인알렉세이는수도원에서참된신앙의길을걷는신실하고어진청년이다.알렉세이는이런아버지와형들을안타깝게지켜본다.카라마조프집안의갈등이점점커져만가고,드미트리와이반은아버지에대한분노와혐오를억누르지못한다.드미트리는아버지에게자기몫의돈을받아그루셴카와결혼하려하지만,표도르는마치그를조롱하듯이그루셴카가자신에게오면그돈을그녀에게주겠다고공표한다.드미트리는공공연히아버지를죽여버리겠다고하고,이반역시아버지에대한증오를키워가면서스메르쟈코프에게‘모든것은허용된다.’는사상을불어넣는다.결국탐욕과분노가절정에이른어느밤에드미트리는그루셴카를찾아헤매고,표도르는살해된채발견된다.마침내그루셴카에게사랑을고백받은드미트리는친부살해범으로체포된다.
이렇게저마다독특한개성과사상을대변하는인물들이빚어내는비극적인사건을통해도스토예프스키는삶과죽음,사랑과욕정등인간존재의근본문제를다루고있지만,가장핵심적인주제는바로신과신념에대한것이라고볼수있을것이다.“신은있느냐없느냐?”라는표도르의질문과각기상반된이반과알렉세이의대답은이작품전체를관통하는은커다란화두이다.
“신은있느냐없느냐?”
“신은없습니다.”(이반)
“알료쉬카,신은있느냐?”
“신은있습니다.”
“이반,그렇다면,불멸은어떠냐?”
“불멸도없어요.”
“알료쉬카,불멸은있느냐?”
“있어요.신속에불멸이있습니다.”
“이반,그럼,악마는있는거냐?”
“아니요,악마도없어요.”
도스토예프스키가자신의작품들을통해꾸준히탐구해왔던일관된주제는신과인간,선과악등서로모순되는원리들이었다.인간성의어두운측면을부각시켜서신성(神聖)의의미를더욱높이고,구원과부활과같은종교적인개념을삶의영역에서구체화했다.이를위해도스토예프스키는살인등범죄사건을즐겨사용했다.그러나사건자체가아닌,이러한사건을둘러싼인물들의사고와행동에초점을맞춤으로서인간의본성에대해의문을제기했다.『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에서도친부살해라는소재를사용하여,살해된표도르주위의인물들이사건을전후로겪는심리적갈등에주목하였다.
출간된지100년이넘은지금까지도이작품이최고의고전으로불리는것은,문학의한계를뛰어넘은인간존재의근본적인문제에대해이야기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19세시후반의러시아뿐아니라21세기를살아가는현대인들에게도여전히유효한주제를다루는『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여전히많은독자들의공감을이끌어내고있다.
작품속의작품,인간영혼의구원문제에대한서사시「대심문관」
4부12편으로구성된『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가운데5편「Pro와Contra」는,도스토예프스키자신이이소설의정점이라부른부분이다.여기에는「대심문관」이라는제목이붙여진이반의서사시가포함돼있다.이반이동생알렉세이에게‘신을받아들이지않겠다는것이아니라신이만든세계를받아들이지않겠다.’라는요지의고백을하고,이논리를시적으로표현한것이바로「대심문관」이며다음과같은내용이다.로마가톨릭의부패가극에달하고연일종교재판이열리던16세기스페인에그리스도가나타난다.대심문관은그를감옥에가두고자신의지상낙원에대해이야기한다.자유를누릴자격이없는인간에게빵을주고대신자유를반납받았으며,그리하여그들을온순한양떼로만들었다는것이었다.대심문관의긴이야기가끝나자그리스도의그의창백한입술에말없이입을맞춘다.
작품이발표된이후수많은비평가와철학자들이이「대심문관」에대해논평하고분석해왔다.이부분만이따로책으로묶여출간되기도했다.예리한독창성과번득이는논리로무장한「대심문관」은『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백미라고할수있을것이다.또한이에대한반론으로조시마수도사의설교인6편「러시아의수도승」이이어지면서도스토예프스키가생각했던이상적인신성(神聖)에대한이야기로연결된다.
19세기의대가,20세기지성의흐름을바꿔놓은작가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톨스토이가임종을맞을때그의침대곁에놓여있었던책으로알려져있다.톨스토이는“이세상에있는모든서적,특히문학서적은나자신의것을포함해서모두불살라버려도무방하다.그러나도스토예프스키의작품만은예외이다.그의작품은남겨두어야한다.”라고말한바있었다.도스토예프스키와톨스토이는한번도서로만나보지못했고,작품세계도많은차이를보였으나,동시대러시아작가였고,러시아,더나아가전세계에큰영향을미쳤다는공통점을지니고있다.
톨스토이뿐아니라20세기의무수한작가,철학자,심리학자들이도스토예프스키에대해무한한존경을표시했다.카